요즘 대학생들의 최대 관심은 뭐니해도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일이다. 중국 대학에서 많은 학생들을 상대하며 이야기를 나눠 보면, 그들의 관심사 역시 '취업'이다. 한국 기업체에 취직을 부탁하기도 하고, 한국 유학에 관심을 갖고 물어 보기도 한다. 한국 유학을 한국 기업에 취직하기 위한 스펙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국에 유학 온 한국유학생들도 최종 목표의 대부분은 ‘좋은 취업'이다. 그냥 취업이 아니라 제대로 '폼나는' 직장에의 취업이다.
중요한 일이고, 아주 당연한 관심이다. 일생의 전반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수도 있고,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첫 직장 선택이고, 졸업 후 진로의 방향이다. 그 만큼 대학 졸업 후의 직장 선택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많은 젊은 이들이 '좋은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만드느라 여간 애를 쓰는 것이 아니다. 영어권 어학 연수는 기본이고 사회 봉사 활동과 인턴 경험 등은 이제 좋은 직장을 잡기 위해서가 아닌, 우선 면접이라도 보려면 필수적인 스펙이 된 지 오래다.
영어능력시험 급수와 제2외국어 능력 그리고 전공과 관련된 자격증과 운전 면허증은 기본이며 개인의 출중한 이력을 ‘자기 소개서”로 아주 잘 포장해야 한다. 여기에 부모님의 괜찮은 직업과 배경도 무시 할 수 없는 요소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인상이 남 보기에 안 좋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성형외과를 찾아서 고치고 다듬어야 한다. 여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고 남자도 공통으로 적용되는 스펙이다. 첫 인상에서 면접관에게 찍히면 죽도 밥도 안 된다는 것은 면접 상식이다.
필자도 졸업을 앞둔 자식을 둔 부모의 입장에서 이같은 사회현상을 바라보면 심사가 편치 못하다. 과연 그 많은 개인의 스펙과 실제의 모습이나 역량, 잠재 능력이 모두 비례하는 것일까? 정말로 우리 자녀들은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서 그렇게 '화려한' 스펙을 필히 갖춰야 하는가?
많은 기업의 인사 담당관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이력서에 쓰여있는 스펙일까? 아니면, 우리 기성 세대들이 젊은 세대들에게 원하는 것이 그런 스펙 밖에 더는 없는 것일까?
요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같다. 나도 그 책의 내용에 대부분 공감한다. 아직 어리고 덜 성숙한 젊은 자아이기 때문에 쉽게 마음의 상처 받고 그래서 좌절도 쉽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아직 많은 기회가 있는 청춘이기에 정열도 있고 과감한 모험심도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다.
우리가 꿈꾸는 인생의 성공은 어쩌면 100명 중 1명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 수 있다. 모두가 사회적으로 명성을 휘날리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크게 성공한 자만이 세상의 주인공은 아니다. 평범하지만 진실에 삶의 무게를 두고 살아가는 내면의 성공이 있고 가난하지만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보이지 않는 성공도 있다. 당장은 좋은 직장은 아니지만 희망과 장래가 있는 일터에서 최선을 다하며 일하고 있는 “꿈을 가진 성공”도 있다.
자기 주관을 갖고 외형적 성공이 아닌 내면적 가치에 무게를 둔, 그런 성공을 추구하는 젊은이가 많았으면 한다. 스펙도 중요하지만 당당하게 세상과 싸울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젊은이, 영어와 제2외국어는 좀 못해도 세상의 진정한 가치를 놓고 밤을 새워 열띤 토론을 하는 열정이 있는 젊은이가 많았으면 좋겠다.
전공 점수는 좀 모자라도 니체를 알고 세계 근대사와 동양의 철학적인 개념 정도는 알고 나름 자기 의견을 피력 할 줄 아는 젊은이가 세상에서는 성공할 확율이 높다.
식당으로 성공한 어느 분이 “마음이 따뜻하지 못한 사람은 식당을 해서는 안 돤다”고 말했다. 요리사 자격증과 음식 솜씨는 외형적인 스펙이지만 반드시 성공을 보장 해주는 절대적 조건은 아니다. 그 스펙보다 더 중요한 것이 '따뜻한 마음'이다. 우리 기성세대는, 기업의 면접관은 아마도 이런 것을 더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기성세대는 고리 타분한 교과서 스펙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창의적인 도전 정신으로 조금은 별난 지식에 몰두해 본 젊은이가 좋다. 우리 기성세대는 그런 표면적인 스펙을 많이 들고 삐죽 이력서를 건네는 젊은이 보다는 당당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모습과 포부, 희망을 있는 그대로 피력하는 사람이 좋다. 비록 면접관이 본인을 선택하지 않아도 결코 실망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남이 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 일터를 스스로 선택해야 할 권리가 있음을 분명하게 갖고 있는 젊은이가 좋다. 그런 젊은이가 나중에 실제로 일도 잘 한다는 것을 우리 기성세대는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펙'만이 전부는 아닌 것이다.(dw6784@hanmail.net)
☞ 스펙 : 스펙은 영어단어 Specification의 준말이다. 해당 단어는 2004년부터 국립국어원 신조어로 등록됐다. 구직자들 사이에서 학력과 학점, 토익 점수 외 영어 자격증, 그외 관련 자격증을 총칭하는 의미로 쓰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