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쓸 데가 없네"...애플 등 글로벌 기업 곳간에 현금만 1경3700조
애플이 미국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를
3개 살 수 있는 규모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금 보유액이 늘어난 기업은 애플뿐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모회사 알파벳 등 미국 주요 IT 기업뿐 아니라
전 세계 기업이 곳간에 현금을 쌓기만 할 뿐 투자를 늘리지 않고 있다.
◆ 애플, 넷플릭스 3개 살 현금 보유…미국 기업 현금 보유액 11% 증가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0일(현지시각) 2016년 말 기준 미국 비 금융계 기업이
보유한 현금이 1조8400억달러(2064조1120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5년보다 11% 증가한 규모로 리먼 브러더스 파산 충격이 가해진
2008년에 비해 2.5배 증가한 수치다.
미국에서 현금을 가장 많이 가진 회사는 애플로 2461억달러(276조749억원)의 현금을 갖고 있다.
2위는 MS(1312억달러, 147조1801억원), 3위는 알파벳(867억달러, 97조2600억원)로
세 기업이 보유한 현금만 4640억달러(520조5152억원), 전체의 25%에 달한다.
이외에도 시스코가 718억달러(80조5452억원), 오라클이 582억달러(65조2887억원)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되는 등 IT 기업이 현금 보유액 상위권을 휩쓸었다.
반면 미국 기업의 자본 지출(투자)은 2015년보다
18% 감소한 7270억달러(815조5486억원)에 그쳤다.
또한 배당금, 기업인수액 역시 각각 4.5%(3860억달러, 433조148억원),
2%(2930억달러, 328조6874억원) 줄었다.
◆ 전 세계 기업이 현금을 쌓기만, 1경 이상이 '쿨쿨'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집계한 결과 역시 기업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2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상장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총 12조달러(1경3740조원)에 달한다.
이는 10년 전보다 약 80% 증가한 수치다.
기업별로는 무디스 조사와 마찬가지로 애플이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은 아이폰을 처음 출시한 2007년보다 17배 많은 2568억달러(288조782억원)의
현금을 가지고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1474억달러, 165조3533억원), MS(1333억달러, 149조5399억원),
소니(1087억달러, 121조9396억원), 삼성전자(769억달러,86조2664억원) 역시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
이 신문은 기업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들고,
세계 경제가 IT 기업 중심으로 재편된 상황이 현금 보유액이 늘어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IT 기업은 제조업체처럼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하지 않다"며
"현금을 쓸 곳이 연구개발(R&D), 인수합병(M&A), 자사주 매입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잉여 자금을 쌓아두는 경영 기법은 일본 기업의 전매 특허였지만,
이제는 세계 기업이 일본 경영 전략을 따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무디스에 따르면 미국 기업이 보유한 현금 1조8400억달러(2064억1120억원) 가운데
70%인 1조3000억달러(1458억3400억원)가 미국 외 지역에 보관돼 있다.
특히 애플, 알파벳, MS, 시스코, 오라클 등은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현금의 88%를 해외에 보관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때부터 기업이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미국으로 이전할 경우 현행 35% 세율이 아닌 10% 세율을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워싱턴 정치권이 '오바마 케어' 폐지를 둘러싸고 대립하면서
세율 인하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NN은 "워싱턴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세제 개혁안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며
"애플 등이 해외에 보유한 현금이 계속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꽃, 산업에서 패션 비즈니스로
올해 파리 패션위크에서 디자이너 로다르테는 런웨이를 플로리스트
조셉 프리가 디자인한 아름다운 꽃으로 꾸몄다.
선명한 원색의 다양한 꽃이 조화를 이룬 런웨이는
로다르테 특유의 여성미 넘치는 주름 장식과 레이스 소재의 의상과 어우러져
무척 아름다웠고 소셜 미디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꽃과 패션 비즈니스는 심미적 가치를 제공하고 창의적 영감을 준다는 점에서
서로 강한 연관성을 갖는다.
패션과 꽃은 색, 형태, 배열과 구성을 통한 창의적인 작업을 발현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꽃 산업은 트렌트에 민감하고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소비자들에 의해
점점 더 패션 비즈니스화(化)하고 있다.
플로리스트 에릭 부처바그는 샤넬·크리스챤 디올·까르띠에 등의 패션 브랜드들과
오랜 시간 함께 작업해왔다.
그는 최근 뉴욕의 고급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에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백화점과 플라워 비즈니스의 공동 브랜딩. 하이엔드 패션 아이템으로
꽃이 급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이를 통해 부처바그는 미국 삭스 피프스 애비뉴 백화점과
파리 르 봉 마르셰에 향수를 론칭했다.
아직까지 꽃 산업에서 글로벌 비즈니스로 성장한 브랜드는 없지만
최근 대형 산업화 움직임도 없지 않다. 패션 브랜드 톰 포드의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을
맡았던 위트이 홉킨스는 2015년 최고급 디자인의 온라인 꽃 주문 서비스인
'플라워비엑스(flowerbx·사진)'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100% 온라인으로만 주문 판매하는 '블룸앤드 와일드'는 각종 데이터 조사를 통해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 조합을 선사하며 충성 고객을 키워가고 있다.
꽃과 패션이라는 별개의 산업 분야가 이처럼 새로운 형태의 사업적 모델로 가지를 뻗고 있다.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는 디지털화도 패션 사업에 혼란스러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전에는 공존 가치를 찾을 수 없었던
다른 산업과 패션의 시너지를 높일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