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의 가족이 총격을 받고 몰살됩니다. 아주 비정하게 파괴된 것입니다. IRA단원이었던 중아(이나영 分) 가족들입니다. 가족들이 누군가에 의해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영국 정부) 무참히 살해되던 날, 그녀는 가족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깊은 자괴감으로 빠져 정신분열을 일으킵니다.
그녀는 한국에서 입양된 아일랜드 여자입니다. 한국인에게 있어 가족은 그 어떠한 인간관계보다 가장 먼저 되는 인간관계입니다. 하지만, 그녀를 낳아준 한국의 친부모는 그녀를 버렸습니다. 그 이유가 가난이었든, 어쩔 수 없는 또 다른 이유였든간에 그녀는 가족에게서 버림받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녀는 자신의 가족을 간절히 지키기 원했던 것 같습니다.
가족들이 숨겨놨던 무기를 절벽에 내다 버리기도 했고, 가족이 살해된 후에는 자신이 죽인 것마냥 약기운이 떨어질 때마다 미친 듯이 중얼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영혼 속에 가족이 얼마난 소중했는 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가족의 가치를 중히 여기는 한국인의 정서와 부합됩니다. 그래서 그녀는 가족들이 살해당한 아일랜드에 더 이상 머물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진짜 가족을 찾거나 혹은 새로운 가족을 만들기 위해서.
또 다른 여자는 한 때 잘나가던 아역배우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3류 에로배우일 뿐입니다. 더구나 21살이란 어린 나이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살아갑니다. 사업에 실패해서 실업자가 된 아버지와 그녀에게 줄줄이 빌붙어 먹고 사는 펭귄떼같은 가족들. 대청마루에 누워 과자를 먹으며 드라마를 보고 있는 그녀의 가족들에게서 더 이상의 재기의 의지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게다가 그녀의 가족들은 그녀에게 얹혀 살면서도 특별히 고마워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가족이니까 그걸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듯 합니다. 시연(김민정 分)에게 있어 가족은 구리고 지긋지긋한 굴레일 뿐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그 지겨운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을 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이 두 여자는 각각의 남자를 만납니다.
시연이 만난 남자 재복(김민준 分)은 세치 혀로 여자후리는 재주 밖에 없는 백수 건달입니다. 돈많고 늙은 새아버지(김인태 分)에게 빌붙어사는 젊은 엄마(이휘향 分)의 집에서 천덕꾸러기처럼 눈치밥을 먹고 지내지만 주둥아리는 살아있어서 새아버지에게 절대 지질 않습니다. 젊은 부인이 도망갈까봐 노심초사하는 새아버지와 늙은 재력가의 호사를 놓치기 싫은 어머니의 심리를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에게 있어서 가족은 필요에 의해서 해체 조립이 가능한 유기체일 뿐입니다. 어린 시절 미국으로 입양보낸 여동생 정아(어쩌면 중아일지도 모르는, 그러나 진실은 오로지 인정옥만 알고 있는), 나이차가 많은 노인과 재혼한 엄마, 거기다 확인 불가한 아버지의 존재까지 생각한다면 가족의 결속력이란 단어는 그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지 않은 듯 합니다.
국(현빈 分)은 술만 마시면 어린애가 돼버리는 박 사장(송승환 分)의 보디가드입니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경직된 보디가드는 아닙니다. 오히려 술 주정을 받아주고 달래주는 애인과 같은 존재이며 엄마와 같은 존재입니다. 그 속에 인간미가 흐릅니다. 호텔 복도에서 한 남자가 계란을 던지며 박 사장을 공격했을 때도 그는 박 사장과 동시에 계란을 던진 사내를 보호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의 넋두리를 들으며 자신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가 왜 눈물을 흘렸는지 사정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의 눈물에 공감할 준비도 되어있지 않습니다. 다만 그가 타인의 상처를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가슴을 가졌다는 것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아가 그에게 기대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그들은 각자의 처지와 입장, 조건과 바램을 가지고 운명처럼 서로를 만나고 사랑할 것입니다. 그리고 눈물 흘릴 것입니다.
인정옥 작가가 이 모든 이야기들을 어떻게 풀어나갈까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PPL로 점철된 신데렐라 스토리의 홍수 속에서 간만에 작품 다운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듯 합니다.
기획의도에서 밝힌대로 역경을 딛고 끝내는 결실을 맺는 사랑이야기는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잠정적으로 우리의 영혼을 싸하게 휘감아도는 가슴아픈 사랑이 예감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제 마음을 또 다시 무겁게 짓누르기 시작합니다.
아쉬운 점은 그 놈의 지랄(?)같은 대사들 때문에 드라마 자체가 잘 안 보인다는 점 입니다. 드라마 대본을 하나의 문학작품으로 본다면 인정옥의 작품은 가히 국보급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하나의 드라마로 만들어질 때는 작가와 연출자, 배우와 시청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물론 완벽한 만족은 없습니다.) 그 무엇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출자와 연기자, 스텝들과 시청자 모두가 적절한 제어장치없이 인정옥이라는 작가 한 사람의 역량에 모든 것을 기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 모든 느낌은 저의 무지한 선입견에서 시작됐기에 다른 이견(異見) 또한 존중합니다.
월드컵 끝나고 네멋 봤습니다. 올림픽 끝나고 아일랜드 봅니다.
<네 멋대로 해라>가 흙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진주라면, <아일랜드>는 처음부터 잘 다듬어진 다이아몬드를 보는 듯 합니다. 이제 2부 보러 가야겠네요.
아직 이십댄데,, 가입 초부터 30대 게시판만 기웃거린 사람입니다.. 이런 글 때문에,, 반칙인가요?ㅠㅠ 정신차리고 앞가림해야할 이때..또다시 그녀가 나타나 가슴을 후벼파는군요. 심란하게,, 집에 티비가 없어 인터넷 다시보기로 일단 1부만 시청했습니다. 거짓말 안하는 드라마를 보게 될 것 같아 벌써부터 흥분됩니다.
가슴아픈 사랑이라고 해도... 설마 질질 끌지는 않을 것 같음. 고복수가 뇌종양 걸렸던 것처럼... 이나영하고 김민준도 그냥 팍 선을 넘어 버릴 것 같은 느낌. 푸하하. 그럼, TV판 올드걸...? -_-; 그런 다음에 여운의 엔딩? 그럼 시간타이밍이 안 맞을 것 같구. 하여간 도대체 어떻게 풀어나갈지... 열라 궁금.
인터뷰에서 언뜻 보니까 인정옥 작가도 얼케 될지 뚜렷하게 정하진 않았다고 하는 것 같던데... 자기도 얼케 될지 궁금하다고...-_-; 어떤 사랑이 남는지 보구 싶다고... 설마... 작심하고 갈 때까지 달릴려는 건... 아니겠죠? 하지만 그럴 지도... 이 작가는 추측이 곤란. 그래서 잼있지.
예전에 명은님이, 인작가님이 혹시 기독교인이 아닐까 추측하셨던 적이 있지요?^^(물론, 아니라고 밝혔지만......) 중아가 가족을 부인하던 장면에서, 문득 예수를 부인하던 베드로(peter)가 떠오르던데요? 근데, 우연스러운건 오빠이름이 피터(베드로)이더군요. '미안해....피터오빠......'
첫댓글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이 있네요.. 다이아몬드가 굴절률이 좀 심한것 같아요. 가끔 너무 많이 뛰어넘을려고 하는 느낌도 들지만. 2부는 1부보다 훨씬 중심을 잡은것 같네요.. 처음부터 확 풀어버리는거.. 어떻게 엮어나갈지가 정말 기대되죠.. ^^;
1부를 못보고 2부를 봐서 그런지 그닥 나뻐 보이지는 않네요. 2부가 많이 안정된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아직 판단은 유봅니다.. 애정은 있으되 아직은 지켜보는..
네멋이후 인정옥 작가님의 아일랜드만큼이나 명은님의 글도 반갑네요. 잘 지내시죠?
2년 전 그때처럼 드라마만큼이나 감동적이던 명은님의 해설이 드디어 시작되었네요.
아직 이십댄데,, 가입 초부터 30대 게시판만 기웃거린 사람입니다.. 이런 글 때문에,, 반칙인가요?ㅠㅠ 정신차리고 앞가림해야할 이때..또다시 그녀가 나타나 가슴을 후벼파는군요. 심란하게,, 집에 티비가 없어 인터넷 다시보기로 일단 1부만 시청했습니다. 거짓말 안하는 드라마를 보게 될 것 같아 벌써부터 흥분됩니다.
2년전 네멋대로해라 6회쯤이었을가요? 처음 imbc네멋게시판을 방문했었습니다.거기서 명은님과 빛가운데님 글을 발견했었구요.출처를 찾아 네멋30을 발견했었지요.그땐 회원수가 몇백명정도였는데 네멋이 작품자체로도 명작이지만 명은님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감상글도 제가 네멋폐인이 되는데 큰 몫을 했었지요.
명은님 방가워요,ㅋ
오랜만에 명은님의 글을 읽으니 반갑군요.그리고 따뜻하게 바라보시는 긍정적인 시선도 여전하시네요. 서른잔치님 글도 그립구요.인정옥작가와 박성수PD가 이곳을 방문하지않았다면 카페성격도 지금과는 달라졌을수도 ^^;; 명은님,동바리님,파자마님 소중한 네멋30까페 지금까지 지켜주셔서 감사드립니다. *^_^*
예전에 네멋을 어느기자가 평하기를 흔치않은 가족드라마라고 했는데, 아일랜드역시 그런 느낌이 오더군여... 여러의견이 있지만 나쁘지 않던데여... 연기도 그만하면 봐줄만하고...재복이여...
진짜 그러네요 월드컵 끝나고 네멋, 올림픽 끝나고 아일랜드.. 묘하네.. 명은님, 반가워요.
가슴아픈 사랑이라고 해도... 설마 질질 끌지는 않을 것 같음. 고복수가 뇌종양 걸렸던 것처럼... 이나영하고 김민준도 그냥 팍 선을 넘어 버릴 것 같은 느낌. 푸하하. 그럼, TV판 올드걸...? -_-; 그런 다음에 여운의 엔딩? 그럼 시간타이밍이 안 맞을 것 같구. 하여간 도대체 어떻게 풀어나갈지... 열라 궁금.
인터뷰에서 언뜻 보니까 인정옥 작가도 얼케 될지 뚜렷하게 정하진 않았다고 하는 것 같던데... 자기도 얼케 될지 궁금하다고...-_-; 어떤 사랑이 남는지 보구 싶다고... 설마... 작심하고 갈 때까지 달릴려는 건... 아니겠죠? 하지만 그럴 지도... 이 작가는 추측이 곤란. 그래서 잼있지.
예전에 명은님이, 인작가님이 혹시 기독교인이 아닐까 추측하셨던 적이 있지요?^^(물론, 아니라고 밝혔지만......) 중아가 가족을 부인하던 장면에서, 문득 예수를 부인하던 베드로(peter)가 떠오르던데요? 근데, 우연스러운건 오빠이름이 피터(베드로)이더군요. '미안해....피터오빠......'
명은님..정말 반갑네요~~!!저두 imbc게시판에서 이곳을 알게됐구..이곳에 글들을 보고 진짜 반했죠~~저는 감히 그런글들을 쓸수가 없기에..(__)아일랜드..겁이나요~~!네멋처럼 빠져들까봐요..ㅜㅜ
명은님....정말..2년전이 생각납니다.... 드라마도 드라마였지만 명은님의 글 읽는 재미가 참 좋았습니다...
<네 멋대로 해라>가 흙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진주라면, <아일랜드>는 처음부터 잘 다듬어진 다이아몬드를 보는 듯 합니다. =>공감해요.
재밌다....아일랜드....근데 첨부터 너무 힘을 준것같은^^; <철저한 작가주의>의 드라마라는게 좀 아쉽지만 뭐...그래두 참 반갑다......너무 공감되는 글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