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공간이 막혀 있지 않다고 주장했는데 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소?"
"그것은 선생님께서 흑마술과 사악한 주문을 썼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일어났던 일은 단지 마법과 사악한 주문에 기인한 것일 뿐, 공간이 막혀 있지 않다는 것은 일체 중생들이 다 알고 있는 일입니다."
미래라빠는 학자에게 물었다.
"사람들에게 개념이나 관념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공간이 트여 있겠소? 동물들도 공간을 그렇게 여기겠소? 그대와 그대의 스승들은 지금까지 그렇게 여겨 왔겠지만, 그대 자신의 실험으로 그것은 반증(反證)된 것이 아니겠소? 이 사실은 흑마술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공간이 막혀 있다는 증거는그대의 입증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겠소? 그러면 그대에게 다른 명제를 제시하겠소. 우리들 앞에 있는 이 바위가 막혀 있지 않다는 명제를 나는 제시하오. 이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시오?"
학자는 대답했다.
"만약에 다시 사악한 주문과 마법을 쓰지 않는다면 바위는 분명히 막혀 있습니다."
이에 미라래빠는 말하였다.
"그대가 처음에 어떤 문제를 다루어도 좋다고 제의했기 때문에 나는 그대가 정통하지 않는 주제를 다루고 싶은 것이오. 자, 이제 우리 앞에 있는 이 바위가 텅 빈 것이 되도록 능력을 발휘해보시오."
"마법을 행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것과 구태여 그것을 행하려는 것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문제입니다. '행할 수 있다'는 것이 행해도 좋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단지 선생님과 같은 악행자(惡行者)들은 타인을 속이기 위해 이와 같은 흑마술의 계교를 쓸 뿐이지요."
그러자 미라래빠가 응수했다.
"조금 전에 그대는 무엇이든지 알고 행할 수 있는 것처럼 장담했소. 그대가 말하는 소위 '금지된 마법'이 지금도 무수한 붓다들에 의해 삼천대천세계에 소나기 같이 퍼부어지고 있소." 로뙨은 불쾌한 듯 대꾸했다.
"그렇다면 공간이 조금 전에 막혔던 것처럼, 이제는 바위가 막히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보시오."
미라래빠는 곧 '공간을 텅 비게 만드는 삼매'에 들어가 바위를 텅비게 했다. 그는 바위의 위에서 바닥으로, 이쪽에서 저쪽으로 통과하였다. 뿐만 아니라 하반신을 바위 속에 잠겨 있게 하고 상반신을 바위 밖에 나와 있게도 하였다. 그는 이어 거대한 바위을 집어올려 공중에서 떨어뜨렸다. 그는 한 손으로 바위를 번쩍 치켜들고 래충빠에게 외쳤다.
"래충빠야 기둥을 가져 오너라!"
래충빠가 기둥 모양의 돌을 옮겨 세우자 미라래빠는 거대한 바위를 그 위에 올려두었다. 손을 떼자 바위에는 손자국이 생겼고, 이 손자국은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고 한다.
학자 로뙨은 입을 떼었다.
"바위를 막히지 않는 물건처럼 보이게 하셨는데 이것이 미혹시키는 마법이 아니라면 우리도 또한 바위를 통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 말씀해보십시오, 통과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오! 바위가 딱딱하게 막혀 있었다면 나는 이미 그 밑에 깔려 죽지 않았겠소?"
이때 학자 다로가 참견했다.
"나는 바위가 닿는 느낌을 전혀 느낄 수 없었소. 원래 자리에 바위가 없었다면 막힘이 있고 없고를 얘기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에 미라래빠가 대답했다.
"바위가 떨어질 때 그대에게 부딪히는 느낌이 없었다는 사실은 바위가 막혀 있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오. 어떤 것을 느끼지 못했다고 해서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오."
미라래빠의 설명을 듣고 다로는 더욱 더 분노하였다.
그러나 로뙨은 이미 자신의 신조가 흔들리고 있었으므로 이렇게 생각했다.
'어쩌면 이 일은 매우 순수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처럼 의심이 많고 쉽게 믿지 않은 학자들은 무슨 일이든 확신하기가 매우 어렵다. 만약에 이 일이 마법으로 행해진 것이 아니고, 정도(正道)로 행해진 것이라면, 나는 그에게 육바라밀(六波羅蜜)의 가르침을 받는 게 좋겠구나.'
이렇게 생각한 로뙨은 미라래빠에게 청했다.
"육바라밀을 어떻게 수행하시는지 말씀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첫댓글 삼명육통.
나무아미타불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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