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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쭉빵카페 원문보기 글쓴이: 수오재
예전에 수능 끝나고 점수랑 짧은 수능 후기를 올렸다가 정말 많은 게녀들이 공부법이나 수험생활에 관한 질문을 해줬었거든. 그 때 게녀들한테 고민이 참 많다는 생각도 들고, 도울 수 있는 건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질문으로 많이 받았던 내용들이랑, 더 하고 싶은 얘기들 추가해서 글을 다시 써봤어.
음..근데 이게 터무니없이 길어져서 ㅋㅋㅋㅋㅋ 한글파일로 14쪽 정도 되는데.. 그래서 아까 게녀들한테 의견을 물어봤더니 글 내용 줄이지 말고 한글파일을 같이 첨부해달라고 하는 의견이 많더라구 ㅎㅎ 그래서 한글파일도 첨부했어.
그럼 잘 읽어주고..! 참고로 이건 내가 게녀들한테 추천하는 공부법이라기보단 그냥 내가 이렇게 공부했다~하고 경험을 말하는 거니까 너무 맹신하거나 하지는 마.. 알겠지???ㅜㅜ 그리고 오타나 띄어쓰기 오류 이런거는 지적해주면 고칠게.. 무식하다고 욕하지마.....ㅠㅠ
아무튼.. 시작할게! (제발 쭉빵하는 친구들이 아무도 이 글을 보지 못하기를 바라면서ㅠㅠㅠㅠㅠ)
일단 입시결과부터~
너무 많은 게녀들이 비댓으로 물어봐주는데 일일이 답변해주기 힘들 것 같아서 그냥 속시원하게 얘기할게 부끄롭지만..ㅜ
내 내신은 1학년 2.1 2학년 3.0 3학년 2.4 였고 종합내신이 2.6이었어 (대략)
수능은 과탐 화1 생2 응시했고, 국영수과 올1, 총점 390이었어.
수시는 서울대, 고려대 의대, 카이스트까지.. 내신때문인지 학생부 종합으로 다 광탈..8ㅅ8.......
그리구 성균관대 공대, 이화여대 의대, 경희대 의대 논술을 썼는데 수능 끝나고 다 붙을 수 있을 거 같아서 논술은 안보러 갔어! (대치동에서 여름방학부터 논술 수업은 들었었어.. 시간과 돈을 낭비한 셈이지만 그냥 나의 수학 과학 실력에 보탬이 됐다고 생각하기로 했어ㅠ)
근데 사실 수시는 성균관대 하나만 적정권이고 나머지는 다 상향이었어....ㅠ 거의 재수 각오하고 정시 올인하겠다는 생각으로 지른거야! (물론 진짜 다 떨어질 줄은 몰랐다..또르르)
정시로는 가군에 서울대, 나다군에 의대, 카이스트 썼고 가나다군은 다 합격했고 카이스트는 아직 결과가 안나왔어 ㅎㅎ
1. 국어
일단 수능 국어는 쪼개면 화법과 작문, 문법, 비문학, 문학이 있고 문학은 다시 현대시, 고전시가, 현대소설, 고전소설, 극수필로 쪼갤 수 있잖아.
그래서 나는 각 분야를 다 따로따로 공부했어. 우리 학교 국어 선생님은 일단 종합 문제집을 사서 풀어보고 내가 부족한 부분을 찾아서 집중적으로 공부하면 된다고 하셨지만, 고등학교 1학년이 되자마자 문제를 보고 내 약점을 분석할 능력이 생겼을 것 같지도 않았고, 그냥 뭐든지 기초부터 하나씩 밟아가야 된다고 생각하거든. 나름 공부할 때 내 원칙이야 ㅎ...
현대시는 공책을 하나 준비해서 하루에 하나씩 기출 현대시를 베껴 썼어. (기출 현대시 문제집은 그냥 인터넷에 기출 현대시라고만 쳐도 많이 나올걸..? 아무거나 사면 돼!) 이름 쓰고, 작가 쓰고 내용도 띄어쓰기 연 구분 까지 하나하나 똑같이 따라 쓰고, 종이가 조금 아까웠지만 한 쪽에는 시 하나만 적고 여백은 남겨뒀어. 예전에 국어 선생님이 시의 또 다른 멋은 여백의 미가 만드는 거라고 하신게 인상깊었거든. 그렇게 매일매일 하나씩 시를 쓰면서 화자, 대상, 상황, 정서, 표현법, 주제를 혼자 정리하고 인터넷이나 문제집의 해설지, 또는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서 내가 정리한 것에서 틀린 것들을 빨간색으로 수정했어.
문제는 딱히 안풀었지만 그냥 처음 보는 시의 화자대상상황정서표현주제 정도를 정리할 능력이 생긴다면 게녀들이 못푸는 현대시 문제가 이세상에 존재하기는 할까? 하하... 난 아니라고 생각해!
고전시가는 우선 고대가요부터 시조까지 이론적인 흐름을 정리했어. 예를 들면 시조에는 물아일체(자연친화), 충, 효 등의 내용이 제일 많고 그 시대적 배경이 조선의 유교정신이라는 것, 또는 향가는 신라시대에 한자의 음과 훈을 빌려 만든 향찰로 되어있다는 것 등.... 고전시가 배우면서 나오는 여러 이론들 있잖아.
그걸 쭉 먼저 정리하고 (나는 해법 고전운문을 보고 정리했는데 지금도 나오는지는 모르겠어. 이건 게녀들이 아는 국어선생님께 여쭤보고 추천을 받아도 될 것 같아) 현대시와 마찬가지로 매일 한편씩 공부했어.
현대시와 다른 점은 고전시가는 사실 시험에 나오는 것들도 몇 개로 정해져있고, 주제도 거의 뻔한 것들 뿐이라서 그 몇 개만 연습하고 외워두면 그 다음부터는 해석만 돼도 별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굳이 공책에 따라 적거나 화자대상상황정서표현법 이런걸 정리하지 않고 그냥 주제를 외웠어. 특히 관동별곡 사미인곡 이런 애들은 워낙 유명하고 문제로도 많이 나와서 그냥 외워두는게 편하기도 했고..
대신 혹시 처음 보는 작품이 나왔을 때 한자나 고어 때문에 해석이 힘들까봐 고어 공부는 조금 해뒀어. 고전시가 공부하다보면 자주 나오는 말들 있잖아. 예를 들면 괴다 는 사랑하다 라는 뜻이고 ㄹ셰라 는 ~할까 두렵습니다 라는 뜻인 것 처럼 이런 고어들은 따로 적어두고 외워뒀었어. 대부분 고전시가 문제집들에 고어 풀이가 나와있으니까 보고 게녀들이 판단해서 외워두면 될거야.
또 문법은 혼자 공책 정리도 해보고 (참고한 책은 누드 교과서 였는데 요즘은 떠먹는 국어문법이나 왓칭 수능국어 문법이나 등등 다른 좋은 문법 책들도 많으니까 게녀들이 직접 고르는걸 추천~), 학교 수업시간에도 열심히 듣고, 방과후에 개설된 문법 강의도 듣고 하면서 세네번 반복하고 나니까 그냥 틀리는 문제가 거의 없었던 것 같아. 사실 수능에 나오는 문법 자체가 그 문법 사항을 꼭 다 알아야 푸는 문제보다는 보기를 잘 적용시키면 그냥 풀리는 문제들이 많아서 문법에 그렇게 시간을 많이 쏟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이과는 더더욱 문법 때문에 막힐 일이 거의 없을거야.
그 외 화법과작문, 비문학(?), 소설, 극수필은 그냥 잘 읽고 잘 푸는게 답인 것 같아서 따로 공부하지는 않았어..........................................................................................................까지는 내가 1학년 때 국어를 공부했던 방법이야.
이렇게 공부하면 1년 동안 적어도 현대시 200편 정독, 고전시가 책 한권 처음부터 끝까지 2번 완주, 문법 마스터 정도는 가능할걸?..
이렇게 쌓아놓은 기초를 바탕으로 2학년 땐 그냥 기출 문제집만 조금씩 풀었어.
그리고 3학년 때도 마찬가지로 기출 문제집만 조금씩 풀면서 김동욱 선생님 현강을 들었지..... (대성 마이맥 국어 선생님이고 비문학의 신이셔 세상에나 동욱쌤 선생님 사랑해요)
내가 1학년 때 비문학 공부 따로 안했다고 했잖아. 3학년 땐 그렇지 않았어..ㅎ..... 기술....철학......(절레절레) 하지만 나는 동욱쌤과 함께 이겨나갔어! 물론 홍보는 아니야. 하지만 이건 정말 솔직하게 내가 공부했던 방법들을 쓰는거라 어쩔 수 없어. 절대 동욱쌤이 좋아서 그런건 아니야. (코가 길어진다)
흠흠.. 어쨌든 나도 학원을 다녀서 해결했기 때문에 비문학에 대해서는 딱히 조언할 공부방법이 없어. 그냥 쌤한테 배우면서 내가 느낀거라도 말을 해주자면, 비문학을 풀면서 흔히 말하는 스킬들 있잖아. 내용일치 문제는 지문을 하나씩 찾아가며 동그라미 쳐서 선지를 지우고, 지문을 읽기전에 문제를 보고 파악하고, 낱말 문제가 나오면 먼저 푸는 등 그런 스킬들이 나는 전혀 필요 없다고 생각했어.
사실 국어가 어렵게 나오면 문학보다는 비문학이 어려운 경우가 많거든. (나는 주관적으로 그렇게 생각했어. 문학 공부를 많이 해서 그런가..?) 거기에다 수능은 문제 배치 자체가 1~15번은 화작문, 그다음 비문학, 문학 순서라서 비문학을 풀면서 뒤에 문학 풀 시간이 모자랄까봐 후딱후딱 읽고 문제를 푸려고 하잖아. 근데 그 습관이 오히려 문제 풀이 시간을 늘리고 있다는걸 동욱쌤 수업을 들으면서 깨달았었어.
비문학이라는거 자체가 사회, 과학, 예술 등에 대해 내가 몰랐던 사실들에 대한 글을 읽고 이해하고 문제를 풀어야 하는건데, 그동안 나는 문제>지문 이라고 생각하고 읽느라 지문을 너무 대충 읽고 문제를 오랜시간 걸려서 풀었던거야. 근데 지문>문제라고 생각하고 좀 더 차분하게 지문을 집중해서, 한글자도 놓치지 않고 이해하겠다는 생각으로 읽고나니까 정말 문제 푸는데 한문제에 한 10초 걸리나? 그렇더라..
하고 싶은 얘기는, 비문학은 분석하고 스킬을 써서 시간을 줄여 푸는게 아닌 것 같다는 거야. 오히려 지문을 완벽하게 이해할 때 까지 반복하고 반복해서 읽고 나면 문제가 저절로 풀리는 경험을 하게 될테니까. 지문에 정말 집중하다보면 어느순간 문제를 미리 읽고 풀지 않아도 어떤 문제가 나올지 예측까지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거야.
물론 그렇다고 지금 당장 김동욱 비문학 강의를 결제하고 들으라는 얘기는 아닌거 알지? 우선 혼자서라도 연습해봐. 힘들면 동욱쌤 작년에 3월 모의고사 대비 무료강의 이런거 하면서 아마 비문학 강의 2편정도 찍으셨는데 그거 한번 듣고 공부해봐. 비문학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많이 달라질거야.
어쨌든 나는 3학년 때는 현강 들으면서 동욱쌤이 내주는 숙제들만 풀었고 따로 개념을 정리하지는 않았지만, 그건 1학년 때 내가 나름 기초를 튼튼하게 다져 놓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라고 생각해. 게녀들도 혹시 문제만 푸는게 불안하다면 나의 방법을 짧게라도 시도해봐..!
(대신 고3한텐 비추천이야... 시간을 많이 뺏길 수 있는데.. 특히 이과는 수학 과학 해야하는데ㅠ 국어가 3등급 이상인 예비 고3은 이방법을 되도록 쓰지 않길 바라. 4등급 이하로는 기초가 부족할 확률이 있기 때문에 괜찮을 것 같기도 하구.. 게녀의 판단에 맡길게!)
2. 수학
1학년 때는 정말 아무생각 없이 그냥 개념원리 풀고 쎈 풀고 일품 풀었어. 학원이나 과외 뭐 이런것도 1도 안했고 선행도 전혀 네버 안돼있는 상태였지만 모의고사는 간당간당하게나마 1등급을 계속 유지했어.( 거의 컷에 걸린 1등급이기는 했어..)
2학년 때는 1학년 때랑 똑같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올라가자마자 처음 본 4월 사설 모의고사에서 3등급을 받았어. 이과의 위엄을 느끼고 좌절했고, 너무 겁먹어서 엄마를 조르고 졸라 150만원짜리 대치동 수학 과외를 듣기 시작했어. (선행이 하나도 안된 나를 보며 과외쌤은 한숨을 내쉬셨지....하하) 하지만 뭐랄까 성적이 안나오기 시작하니까 의욕도 안생기고, 내가 2학년 때 동아리다 올림피아드다 뭐다 하도 일을 벌리고 다니느라 공부할 시간도 많이 뺏겨서 결국 3등급을 벗어나지 못했어....................................... 150만원 짜리 과외는 내가 엄마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서 그냥 그만두겠다고 했고, 그 때부턴 동네에 있는 학원을 그냥 다니기 시작했어. (11월 쯤부터)
3학년 때는 물론 정신을 차렸으니까 내가 이 글을 쓰고 있겠지..? 하하..
3학년이 되고 정말 수능과 입시라는게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 이 드니까 정신이 퍼뜩 들었어. 뭔가.. 그때부터 내 성적에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고 해야 하나? 이전까지는 3등급이 나와도 좌절감만 들었는데 3학년 4월에 또 3등급을 받고 나니까 내가 왜 3등급이지?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어.
문제도 그렇게 많이 풀었는데.. 나 나름 열심히 했는데..... 왜 내가 3등급일까? (학원에서 주는 문제 꼬박꼬박 푼게 다라서 딱히 추천할 문제집은 없오...8ㅅ8)
혹시 지금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게녀가 있다면, 거기서 한 발만 더 나아가면 분명 점수가 오를거라고 말해주고 싶네. 내가 그랬으니까!
나는 그 원인을 너무 알고 싶어서 한 발 더 나아갔어. 개념을 처음부터 다시 정리해보기로 한거야. 고3 이과 4월에 그런 결정 하는거 쉽지 않다? ㅠㅡㅠ 나 많이 힘들었오.. 그냥 시간만 뺏기고 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내 안의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수능 때까지 성적을 올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렇게 개념 정리 수학 노트를 만들었어. (사실 학원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방법이야. ㅈㅈㅅ쌤 사랑해여!) 일단 어느 교과서나 개념서에 다 있는 뻔한 내용들도 정리했지만, 그게 다라면 그냥 개념서 사서 보면 되지 왜 내 힘으로 굳이 정리하겠어??? 나는 내 수준과 내 성향에 맞는 개념서를 스스로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노트를 만들었어. 그러니까 흔한 개념들은 간단히만 정리하고 그 개념과 관련된 고난도 문제, 틀렸던 문제들을 찾아서 같이 정리하면서 개념이 문제에 적용되는 과정? 팁? 같은걸 함께 정리했어.
쉽게 말하자면 개념서에 개념이랑 관련예제가 정리되어있어서 예제에 그 개념을 적용해서 푸는 거잖아. 그것처럼 노트에도 개념이랑 예제를 정리하면서 그 개념이 적용되는 과정을 세세히 적은거야. 물론 나에게 어려웠던 문제들로만 구성했으니까 시중에 나온 개념서들과는 난이도가 달랐겠지! (기출 고난도 문제, 학원에서 나눠준 문제 등등 상관없어.)
이렇게 모든 단원을 쭉 정리하다 보면 내가 갖고 있던 개념 사이 사이의 구멍들을 조금씩 찾을 수 있었고, 그 구멍을 메꿔나가면서 성적도 조금씩 올랐던 것 같아. (정말 서서히 올랐어...4월, 5월에 3등급 6월에 2등급, 7월에 컷에걸린 1등급, 9월은 다시 2등급, 10월 1등급, 수능 때 처음으로 100점)
또, 내가 미적분 하면서 식 해석이 좀 느린 것 같아서 한 번은 문제집 하나를 그냥 펼쳐 두고 미분단원에 나오는 모든 방정식의 그래프를 그려본 적도 있어. 미분해서 극점찾고, 한 번 더해서 변곡점 찾고, 정의역 찾고, 점근선 찾고... 그걸 질리도록 반복해서 속도를 줄였어.
공간도형 할때도, 내가 공간지각력이 부족한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자꾸 정사영이랑 그림자가 헷갈리고 문제도 많이 틀려서 그냥 문제집 한권에 나오는 모든 공간도형(구 6개 쌓인거, 원기둥 기울어진거, 정사면체 기울어진거, 구 안에 정사면체 들어간거 등등 어려운 것들) 을 그리고 그림자랑 정사영을 빗금쳐서 표시해보기도 했어. 나 열심히했찌? 8ㅅ8
그리고 일대 루트삼 법칙, 로피탈의 정리 같은 소소하지만 시간을 줄이는데 좋은 꼼수들도 당연히 정리해두고 외웠어. 혹시 둘 중에 모르는게 있다면 나한테 물어보지 말고 수학 선생님께 찾아가서 질문해봐.. 대부분 친절하게 알려주실거야!
그리고 앞서 말한 모든 것들은 내 노트에 들어있는 내용이었어. 진짜 두꺼워 ㅎ
노트가 완성된 후에는 계속해서 기출문제, 학원쌤이 나눠주는 고난도 문제를 풀면서 시간이 오래걸리거나, 새로운 풀이법이 있거나, 틀리는 문제들을 노트 뒤에 남은 쪽에다가 오답 노트 식으로 정리했어. 물론 오답 정리할 때도 관련 개념이 어느 단원 어느 부분에서 나온건지 분석했고, 단순히 시간이 오래걸린건지, 어느 부분에서 발상이 부족했던건지, 뭔가를 까먹고 있었던 건지 등 틀린 원인은 정말 철저히 분석했어.
분석하다보니까 내가 싸인법칙이나 닮음 등 중학교나 고등학교 1학년 때 배운 내용들을 자꾸 잊어버린 다는 걸 깨달아서 그 내용들까지 다시 정리하기도 했었어!
그렇게 문제 풀고 오답 정리하는 과정을 수능 전날까지 반복했고, 수능 날에도 노트를 가져가서 국어 시험 보고 난 뒤 쉬는 시간에 쭉 넘겨봤어. 하도 여러번 펼처봐서 맨 앞 두 글자만 봐도 그 단원의 내용이 머릿속에 쭉 들어오는 느낌이었어. 내가 이렇게 열심히 했구나.. 하고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고 뭔가 힘이 되는 거 같았어. 그 좋은 기분으로 수학 시험을 쳤고, 올해 수학이 쉬웠든 어쨌든, 나는 목표했던 100점을 받아낸 데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
수학은 노력과 반복이 필요한 과목이야. 다른 어떤 과목보다 훨씬 더 게녀의 노력에 가장 성실하게 응답해 줄 과목이기도 하고.
지금 많이 힘들지?? 힘들어서 다행이야. 힘들게 노력하는 너에게는 반드시 좋은일이 생길거니까♡
3. 영어
일단 예비고1,2 들은, 1년 동안 반드시 해야하는게 두가지 있어. 하나는 문법 책 하나 사서 완독하기. 두 번째는 단어장 한권 적어도 2번 완독하기. (문법은 요즘 다 거기서 거기라서 딱히 추천 안할게. 나는 1학년때 어법끝이랑 신사고V수능, 맞수, 마더텅 고교영문법 네 권을 완독했고 2학년 때는 문법 공부를 할 필요가 없었어.. 재수없겠지만 틀리는 문제가 없었거든.....하하.. 대신 1학년 때 열심히 했어 진짜야ㅠ)
그렇게 문법은 되도록 3학년 올라가기 전에 마스터 수준으로 해놓길 바라고, 문법이 일정 수준 이상 완성됐다면, 독해에 내가 배운 문법 사항들을 적용하는 연습을 해봤으면 좋겠어.
이건 내가 했던 방법이고 누구한테든 당연히 해야하는거라고 추천이 아니라 강요하는 방법이야. 독해할 책은 학교에서 쓰는 교과서도 있을거고 (벗뜨 교과서는 모의고사에 비해 레벨이 너무 낮으므로 2등급 이상은 도움이 되지 않을거야), 학교에서 쓰는 부교재도 있을거고(우리 학교는 그 해 수능특강으로 공부했어.), 또 게녀들이 따로 풀려고 사는 독해 문제집들 시중에 정말 많잖아. 그 중에 수준에 맞는 걸로 골라서, 지문을 분석하는 연습을 하는거야.
I like to use e-mail through which I can keep in touch with my friends all over the world. 라는 문장이 있다고 해보자.
보통 학원이나 학교 수업에서 수업을 하는 선생님이라면 게녀들에게 뭘 알려주실까?
우선 해석을 해주시겠지?
I like to use e-mail / 나는 이메일을 사용하는 걸 좋아한다.
through which I can keep in touch with my friends all over the world. / 그 이메일을 통해서 전세계의 친구들과 연락할 수 있다.
이렇게 끊어서 해석할 수도 있고,
나는 전세계의 친구들과 연락할 수 있게 해주는 이메일을 사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고 이어서 해석할 수도 있을 거야.
그 다음은 모르는 단어를 체크해야지. e-mail 이 뭔지 모른다면 파란색으로 밑줄 긋고 이메일이라고 뜻을 쓰겠지? keep in touch with 은 연락을 취하다 라는 숙어니까 이것도 밑줄긋고 뜻을 쓰라고 하실거야.
다음은 문법 사항을 설명해주시잖아. through which는 전치사+관계대명사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을 해주시겠지. 나아가서 in which by which 등 다른 전치사+관계대명사의 예시를 보여주실지도 몰라. 또는 그냥 관계대명사, 관계부사 등과 비교를 해서 설명을 해주실지도 모르고.
내가 하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져? 대충 느낌이 오지?
그럼 게녀는 준비가 된거야. 이제 게녀가 한 번 선생님이 되어보는거야. 처음 보는 지문을 만났을 때 혼자 해석하고(끊든 안끊든 그건 편한대로), 단어도 찾아보고, 제일 중요한거! 문법 사항도 혼자 체크해 보는거야.
문법을 이렇게 체크하다보면 문법 문제가 어떻게 나오는지 흐름이 좀 보이기도 하고, 지문을 분석하는 힘도 생기고, 문장 해석도 좀 더 매끄러워 질거야. that이 접속사일 때와 관계대명사일 때 쓰임이 완전히 다르듯, 해석할 때 둘을 헷갈리면 완전히 꼬일 수 있잖아.
이 공부는 1학년 때부터 3학년 초반까지 했어. 문제집을 풀든, 내신 공부를 하든, ebs 연계 교재를 하든 수업을 듣기 전에 먼저 내가 이렇게 분석을 해보고 수업을 들으면서 내용을 수정하거나 추가했어.
그리고 단어에 대해서도 많이 물어보는데, 나는 단어 외우는 요령같은거 없었어. 그냥 무작정 양으로 승부한 다는 생각으로 외웠지...
대성마이맥의 이명학 선생님이 하신 말씀인데 하루에 20개씩 꼼꼼히 외워서 18개를 기억하는 것보단 대충이라도 100개 외워서 40개 기억하는게 낫지 않겠어?
나는 이말 듣고나서는 나중에 까먹을거 걱정안하고 정말 그냥 외웠던 것 같아.. 하루에 50개씩 외우고 외우고 또 외웠어. 한 단어장을 적어도 5번은 돌려봤으니까 말야. (나 영어도 동네 학원 다녔는데 학원에서 준 단어장으로 외웠어. 그래도 한마디 보태자면 1학년은 능률보카, 2~3학년은 워드마스터 주황색이나 어휘끝 같은거 많이 보는거 같더라.)
게녀들도 같은 단어장을 5번 보고 나면 아마.. 그게 어떤 단어장이든... 수능 문제를 풀어도 한 지문에 모르는 단어가 5개를 넘어갈 일은 거의 없을걸..?
마지막으로 안하고 넘어갈 수 없는 연계교재 얘기를 할게. 지금은 어떤지, 또 예비 고1 예비 고2들 때는 어떻게 바뀔지 잘을 모르지만 우리때는 수능특강, 인터넷수능2권, N제, 수능완성까지 총 5권의 책을 공부해야했어. 지문이 수능에 똑같이 나오기 때문에 대부분 공부 좀 한다는 친구들은 적어도 두세번씩을 보고, 거의 외우다시피 5번 넘게 보는 친구들도 있었어. 나도 마찬가지로 수특이랑 인수는 초반에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을 때 나온거라서 3번 정도 자세하게 봤고, 엔제랑 수능완성은 좀 수월하게 한번 쭉 훑듯이 보고 수능 한달 전쯤부터 한 번 더 쭉 훑듯이 봤어.
수특이랑 인수 풀 때는 앞서 설명한 방법으로 자세히 분석했고, 엔제랑 수완은 분석없이 내용만 흡수하겠다는 생각으로 쭉 읽었어. 2년 넘게 분석연습을 하다보면 사실 대부분 수능 수준의 지문은 별 탈 없이 쭉 읽히거든... 재수없어하지마....8ㅅ8
대신 한가지 더 팁을 주자면, 문제 풀 때 채점을 하지 않는 습관을 들여봐. 채점하기 전에 분석부터 하는거야.
자세하게 알려줄게. 이건 우리 학교 영어 선생님이 알려주신 방법이야.
1. 먼저 지문을 읽고 문제를 풀어. (채점하지마!!!!!!!!!!!!!)
2. 해석할 때 막혔던 단어를 찾아봐. (채점하지마!!!!!!!!!!!)
3. 문법, 문장구조 분석하고 다시 해석해봐. (채점하지마!!!!!!!!!!!!!)
4. 친구에게 채점해달라고 부탁하고 몇 개 틀렸는지 물어봐. (몇 번 틀렸는지 물어보지마!!!!!!!!)
5. 친구가 2개 틀렸다고 하면 2개가 뭘지 고민하면서 다시 한 번 꼼꼼히 봐.
6. 이제 직접 채점하고, 필요하다면 해설지를 펼쳐봐도 좋아.
나는 이렇게 수특이랑 인수 두권을 봤고 정말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 일단 4번 친구가 채점해 주는거.. 이게 진짜 대박인 것 같아..
어려운 문제는 다 맞는데 맨날 쉬운 2점 짜리 실수로 틀려서 고민인 게녀가 있다면 4번 강추..!
4. 과탐
과탐은 선택부터가 고비였지 하하.. 다들 그렇지 않니?
근데 나는 그냥 쉽게 선택했어... 나는 생명과학을 제일 좋아하고 잘했고, 서울대에 가고 싶었기 때문에 생명과학 2를 선택하고 화1 물1 중에 고민하다가 내가 더 잘하는 화1을 선택했었어.
게녀들도 원하는 대학의 조건을 먼저 찾아보고, 거기에 맞게 잘하는 과목, 좋아하는 과목을 골라. 화1생1이 보편적이니, 지구과학이 쉽니 어쩌니 해도 내가 좋아하는거 하는게 나는 가장 맞다고 생각해. (물론 지구과학은 꿀과목이 맞는거 같긴 해..)
그다음, 1~2학년은 사실 그냥 내신만 열심히 하면 돼.. 어차피 다 까먹어!^^
3학년이 문제지.. 우선 과탐을 시작할 시기는 지금이야 바로 지금 롸잇 나우 시작해!
올해 졸업하는 고3들 수능이 끝나고,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시작했어야 했지만 지금 시작해도 괜찮으니 3월 되기 전에 두 과목 인강만 끝까지 들어둬도 정말 남들보다 몇걸음을 앞서게 되는건지 너희는 모른다..
나는 그냥 인강 들었어 화1은 김철준 생2는 한종철 둘 다 대성마이맥이고.. 프리패스 끊고 모든 커리큘럼(개념-문풀-심화-수능직전) 다 따라서 들었었어.
대신 개념 인강은 총 3번 들었어. 같은 거 들으면 질리니까 김철준선생님은 재학생버전이랑 N수생 버전(좀 더 심화?) 따로 찍으셔서 각각 한번씩 듣고 N수생 버전 한번 더 들었고 한종철선생님꺼는 2014버전 한번 2015버전 두 번 들었어. 이 외에도 외우는게 많은 생2 분류단원 같은거는 핸드폰에 다운받아서 들고 다니면서 지하철에서도 보고 그랬어..!
그리고 과탐은 한번쯤 노트 정리 해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 그냥 흐름 정리하고 세세하게 외워야하는 것들 손으로 직접 쓰면서 외워보기도 좋구.. 나도 화1 생2 둘 다 내신할 때 한번, 고3때 한번 총 2번 정리했거든.
이것말고는 딱히 더 해줄말이 없다... 기출 열심히 풀고 끝까지 손 놓치마 과탐은 기회의 과목이야! 내 친구 중에 과탐 때문에 재수하는 친구들도 많지만 그만큼 과탐 덕분에 재수 안하는 친구들도 많아..!
5. 그 외 전반적인 것들
일단 가장 많이 질문 받았던 공부시간, 취침시간!
1학년 때는 거의 고3때랑 맞먹게 공부했고 2학년 땐....쿨럭.......하루에..3시간은 했을까?...
고3 때는 초반에는 평일에 6~7시간, 주말에는 학원에만 있어서 잘 모르겠지만 학원시간 빼면 평일이랑 비슷하게 했어.
후반에는 평일에도 10~12시간 가량했고(학교 자습 시간이 많아져서), 주말에는 13시간 이상 했었어.
잠은 보통 4~5시간 자고, 후반에 페이스 조절 시작하면서 10월 정도부터는 7시간 넘게 잤어.
초반에는 11시~12시 쯤 자서 4시에 일어났고 후반에는 야자 끝나고 와서 바로 10시 30분 쯤에 자서 6시에 일어났어.
공부는 주로 학교 야자시간과 자습시간을 빼먹지 않고 이용했고, 1학년 3학년 때는 쉬는시간 점심시간도 웬만하면 놓치지 않았어. 대신 석식시간이랑 야자 끝난 후 시간에는 대부분 자유를 만끽했어..자유라고 해봤자 그냥 친구들이랑 수다떠는 거지만 ㅋㅋ
사교육은 1학년때는 전혀 안받고 학교 방과후 수업만 국영수탐 골고루, 정말 주구장창 들었고, 2학년 때는 수학 고액과외...! 3학년 때는 그냥 평범한 동네 수학 영어 학원 다니면서 대치동으로 논술이랑 국어 수업 받으러 다녔어. 화1화2생2 인강 들었구. (화2는 내신 하려고 그냥 들었는데 좀 쓸데없는 시간낭비였어..)
그리고 EBS는 솔직히 국어는 질이 별로.. 그래서 난 수특만 풀고 안풀었어.. 수학도 풀긴 했지만 한 번 더 풀거나 하진 않았고..(물론 틀린문제, 어려운문제는 따로 노트에 정리했어) 영어는 앞에서 말했듯이 당연히 해야되는거고, 과탐도 그냥 한번 쭉 풀기만 했어. 과탐 EBS는 난이도가 많이 쉬운 편이라서.. 영어만 빼면 EBS에 딱히 연연할 필요 없는 것 같아.
공부 시간 분배는 고3때 국어10영어10수학40탐구30기타10 정도로 분배했던 것 같아. 기타 20에는 논술이나 내신과목 준비 같은거 다 포함이야! 근데 사실 시간 분배를 이렇게 했다고 해서 막 여기에 얽매여서 오늘 국어는 한시간 했으니까 수학은 네시간 해야지! 이런 식으로 하진 않았고 그냥 융통성 있게 내신 기간에는 사회과목 공부도 두세시간씩 하고, 과탐이 급할 땐 하루 종일 과탐만 하기도 하면서 조절했던 것 같아.
여기까지가 일단 내가 공부법에 관해서 준비한 내용이야..
혹시 이것 말고도 또 질문할게 있다면 댓글로 해줘~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전부 답해줄게!
6. 3년간의 공부, 입시, 수능 후기
마지막으로 그동안 공부하면서 내가 느꼈던 것들, 했던 생각들을 써볼게. 나는 사실 공부법보단 이걸 더 쓰고 싶었어. 해주고 싶은 얘기들도 많고..
나는 1학년 중반까지만 해도 서울대 정치외교학과를 목표로 하는 문과 지망생이었어. 제일 잘하는 과목도 국어 사회였고, 제일 못하는 과목이 물리랑 수학이었어. 당연히 선생님이나 부모님들도 내가 문과에 갈거라고 생각하셨고..
그러다가 어떤 책을 읽고 나서 마음이 많이 바뀌었거든. 나는 중학교 때부터 생물 공부를 좋아했고, 생명과학 연구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고등학교 올라오면서 외교관으로 꿈이 바뀐거였어. 근데 그 책을 읽은 후에 뭔가 확 정신이 드는 기분이더라. 내가 진짜로 해야 할 일을 찾은 기분? 그 때부터 내 꿈은 의학 (생명과학) 연구원이었어. 질병 치료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이 되고싶었거든..
그렇게 급하게 이과로 진로를 바꾸고 2학년이 됐는데 수학 선행이 하나도 안되어 있어서 그런지 정말 힘들었어. 내신은 4~5등급이었고 모의고사도 3등급.. 잘해야 2등급..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1학년때까지 서울대만 바라보고 달려 왔어서 그런지 맥도 많이 빠지고 우울했어.
마음도 싱숭생숭한데 동아리도 만들고, 생물 올림피아드도 나가고, 전교 부회장 선거도 나가고, 기타 등등 대회도 많이 나가고 하느라 공부시간도 자꾸 뺏겨서 (변명처럼 들릴수도 있겠지만) 성적이 좀처럼 오르지가 않았어..
그러다가 11월 모의고사가 어쩌다 대박이 나서 2학년 올라온 후 처음으로 수학 1등급을 받고 전국 백분위 99퍼를 넘어봤거든. 근데 기쁘기야 물론 기뻤지만.. 마음속에 불안함이 지워지지를 않았어. 이 성적이 진짜 내 실력으로 나온걸까.. 부담스러웠고.. 불안했고.. 더 초조했던 것 같아.
그정도로 자신감을 잃은 상태로 3학년이 됐고, 예상한대로 3월, 4월 모의고사를 거쳐서 성적은 다시 떨어졌어.
그런데 2학년 때랑은 뭔가 느낌이 다르더라. 고3이라는게 뭔가 진짜 현실로 다가오니까 정신이 퍼뜩 들었다고 해야할까? 앞에 수학 얘기 쓸 때 말하기도 했지만, 그냥 내가 왜 3등급일까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어.
그리고 그 때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부모님이랑 선생님 생각이었어. 학원비 생각도 나고, 내가 정말 존경하고 사랑하는 선생님이 있는데 그 선생님이 그동안 나한테 해주셨던 일들도 생각나고.. 물론 공부는 나를 위해 해야 하는 거지만 그때는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면서도 힘을 많이 냈던 것 같아.
그렇게 어쨌든 공부의 끈을 놓치 않고 그 좋아했던 JYJ 단콘까지 포기하고 계속 달렸고 7월에 처음 수학 1등급을 받았을 때 진짜 내가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그 때 나도 울었지만 우리 담임선생님도 우셨어. 내가 진짜 기를 쓰고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목표로 하는 대학이 엄청 높다는 것도 알고, 그 대학에 가기에는 터무니없이 모자란 성적을 받고 있다는 것도 아셨거든. 그래도 내가 상담 받을 때마다 고집 안꺾고, 꼭 성적 올릴 거라고 했을 때도 계속 걱정하셨는데, 처음으로 수학 1등급 받고 나니까 선생님도 다행스러우셨나봐.
근데 사실 그 때 수학이 1등급 되면서 항상 1등급이었던 국어 영어가 갑자기 2등급으로 떨어졌었거든? 그런데 진짜 아무 걱정도 안됐어. 한 번 내 힘으로 이뤄내고 나니까 내가 뭔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게 느껴졌거든. 그리고 2학년 11월 때는 시험을 잘 봤는데도 너무 불안했지만 7월에는 212라는 성적을 받고도 과장을 섞자면 눈앞에 서울대가 보이는 느낌이었어 ㅋㅋ
그렇게 얻은 자신감과 패기로 이제 11월까지 열심히 달리면서 공부해야지! 중간에 자기소개서 쓰랴, 논술학원 다니랴, 원서 접수하랴 바쁜 때도 있긴 했지만 딱히 슬럼프가 온 적은 없었어.
10월 쯤 부터는 시중에 나오는 실전 모의고사 문제집들을 많이 사서 풀었는데 (이해원 모의고사, EBS 모의고사 등등, 과탐도 인강쌤들이 만드는 모의고사들 많이 풀었어) 대부분 1등급대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고, 실력이 완성되어 간다는 느낌이 점점 들었어. 실제로 10월 모의고사에서도 11111등급을 처음으로 받았었구.
수능이 다가올수록 오히려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수험생활이 만족스러웠고, 내가 뭔가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배울 수 있었던 1년이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또, 대학에 집착하는 마음도 버리게 됐어. 1학년 때부터 3학년 중반쯤 까지는 서울대에 대한 집착이 심해서 뭐 그게 원동력이 될 때도 있긴 했겠지만 수능이 얼마 안남은 시점에는 부담이 될 수도 있거든. 내가 혹시 못봐서 서울대에 못가면 어떡하지.. 뭐 이런 걱정과 부담같은 것에 짓눌리는 친구들도 실제로 많고.
근데 나는 그런게 별로 없었어. 뭐라해야되지? 물론 서울대 내가 원하는 과에 가고 싶었지만, 거기에 가야만 내가 꿈을 이룰 수 있는걸까? 나는 대학 이름 때문이 아니라 나이기 때문에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 꼭 명문대를 졸업하지 않아도 내가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도 있었고, 그냥 지금은 내 눈앞에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자, 그러면 후회하지 않을거다 라는 생각으로 공부했어.
그렇게 대망의 수능일이 다가오고, 전 날 밤 10시쯤 아주 편하게 잠들고 다음날 6시에 편하게 깨서 간단한 도시락이랑 수학노트, 과학노트, 영단어장, 국어 미니 모의고사를 챙겨서 수능장으로 엄마 차를 타고 갔어. 차에서 내려서 동생이 내 손을 잡고 대문 앞까지 바래다줬고, 입실시간보다 40분가량 먼저 도착해서 국어 미니 모의고사를 풀고 준비해간 녹차를 한 잔 마시고 시험을 쭉 봤어.
같은 학교 친구들이랑 모여서 중간 중간에 얘기도 하고, 점심도 같이 먹고 평화롭게 시험이 지나갔고, 그 날 저녁에 채점을 했고, 예상 등급컷을 확인했고, 내가 전과목 1등급이라는걸 확인했고, 담임 선생님께 문자를 드렸고, 친구들이랑 모여서 약간의 음주를 하며 (안되는거 알지만 하루만 봐줘 ㅠㅡㅠ) 회포를 풀었고, 다시 집으로 가서 잠들었고 그렇게 3년간의 공부를 끝마쳤어.
그 후로 물론 몇차례 수시 광탈을 맛보기도 했고, 정시 공부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남들에 비하면 꽤 행복하게 몇 달을 보낸 것 같아. 여기 저기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결과적으로 내가 원했던 서울대에 합격하기도 했고..
난 여기 게녀들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어떤 목표를 위해 공부하고 있는지 잘 모르지만, 음 이거 하나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말인 것 같아.
수험생활의 반은 마인드컨트롤이다.
콘서트를 갔다 왔다고 해서, 주말에 런닝맨부터 개그콘서트까지 풀타임으로 티비를 봤다고 해서, 방학이라 오후 2시에 일어났다고 해서 나 자신을 자책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노라 다짐하고, 다시 실망하고, 자책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면, 이제는 그만두고 나 자신을 좀 보듬어주고 예뻐해주라고 말해주고싶어.
물론 가장 좋은 선택은 티비를 보지 않고 공부하는 것이었을지도 몰라. 그런데 너, 이미 티비 봤잖아. 내가 즐거움을 위해 스스로 선택한건데 왜 충분히 즐거워하지 못하는걸까? 그건 내가 나를 너무 가두고있기 때문이야.
나 자신을 조금만 더 사랑해줘.
지금보다 나아지고 싶어서, 잘하고 싶어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나름대로 노력했잖아. 고민도 많이 했고, 힘들었고, 마음 고생도 많이 했잖아.
그런 나를 자랑스러워 해줘.
내가 공부하지 않는다고 해서 나를 힘들게 하는게 부모님이니? 하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은 내가 설사 수능 날 시험을 못보고 시험장에서 펑펑 울면서 나와도 아무말 없이 나를 따뜻하게 안아줄 준비가 되어있으셔. 내가 지금 공부를 안해서 괴로운건 나 자신이 나 자신을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야.
수능을 못봐서 좋은 대학에 못가면 너는 너 자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거니? 나는 내가 공부를 잘해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나이기 때문에 나를 사랑해. 너도 그렇지 않니?
사랑하는 나 자신과 함께 앞으로의 수험 생활을 행복하게, 편안하게, 즐겁게 펼쳐 나갈 수 있도록 응원할게.
다들 내년 이맘때쯤 행복한 결과를 얻을 수 있길 바라면서,
장장 14쪽의 긴 여정을 마칩니다. 하하 다들 파이팅~
(마지막 말은 대성마이맥 국어 김동욱 선생님이 실제 강의에서 수오재기 라는 수필을 강의하시면서 하신 말씀을 많이 빌려온거야. 나도 너무 감동했었던 말이라서 게녀들에게도 해주고 싶어서.. 수오재라는게 나를 지키는 집 이라는 의미거든! 고3 게녀들아 1년 동안 나를 잘 지켜서 좋은 마무리 할 수 있길 바라....♡)
+추가
<3년간 푼 국영수탐 문제집 목록>단어장, 참고서도 포함
1학년: 현대시 즐겨찾기, 낯선시의 모든것, 해법 고전시가, 권규호 문학 개념어사전-운문문학편, 셀파 수능국어 종합편, 국어 문법 이투스 누드교과서
수학 쎈 (고등수학 상,하), 개념원리 고등수학 (상,하), 메세지 (고등수학 상,하), 일등급 수학(고등수학 상) 수학 일품(고등수학 상,하)
영어 EBS 포스 영어독해의 유형, 신사고V수능, 리더스뱅크4, 맞수, 마더텅 고교영문법, 어법끝, 능률보카 어원편
물리1 완자, 물리1 하이탑, 생명과학1 수능기출, 생명과학1 EBS 탐스런
그 외 기타등등 학교 방과후수업 부교재(국어, 수학, 영어 합해서 12권가량)
2학년: 국어 기출 미래로
수학 쎈(수학1, 수학2, 기하와벡터, 적분과통계), 수학 개념원리(수학1,수학2,기하와벡터,적분과통계), 수학 일품(수학1,수학2,기하와벡터,적분과통계), 과외 프린트(문제집 2권분량정도?)
영어 EBS 2014 수능특강
화1 수능특강, 화1 탐스런, 생2 수능특강, 생2 탐스런
3학년: 국어 김동욱 이것이 비문학이다, 이것이 현대시다, 국어의 절정, 이것이 파이널이다(2권), 김동욱 파이널 모의고사, EBS 수능특강, 국어 기출 마르고닳도록
수학 EBS 수능특강(수학1,수학2,기하와벡터,적분과통계), 수능완성(수학1,수학2,기하와벡터,적분과통계), 씨뮬 69수능 기출, 이해원 모의고사, 학원 자체제작교재(총 6권 분량, 사설,평가원,전국연합 등등 엮어놓은 것)
영어 EBS 수능특강, 인터넷수능(1,2), N제, 수능완성, E-solution, 쎄듀 파워업, 메가스터디 240제, 학원자체제작 단어장
화1 김철준 개념 문제집, 데카이론, 낚시특강, 사천왕, 파이널 모의고사, 수능특강, 수능완성, 생2 한종철 개념 문제집, 자료 분석의 기술, 굿바이301, 수능리허설 실전 모의고사, 수능특강, 수능완성, 화2 김철준 개념 문제집, 수능특강
그 외 국영수탐 EBS 7030, 국영수 EBS 만점마무리 모의고사, 직접 인쇄한 기출문제들까지!
++추가
쭉빵 내에서 보관하기를 하거나, 나를 즐찾해놓거나 하는건 상관없는데 어디로 막 퍼가거나 하지는 않을거지?ㅠ 한글 파일도 그냥 개인 소장만 해줘 부탁해.. 그리고 만약에~ 아주 만~약에라도 다른 곳으로 글을 옮겨가고 싶다거나 하면 꼭 댓글로 먼저 물어봐주라...!! 나 이거 어제 밤부터 오늘까지 하루종일 쓴거야ㅠㅠ 다른데로 무단으로 퍼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괜한 걱정일지도 모르겠지만..!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5.26 11:54
와 진짜 멋있따,,,
서울대 의대 오졌다....
와 진짜 너무멋있다,,,,,
진짜 너무 멋있다ㅠㅠ 혹시 이과로 가기로 마음먹으면서 읽은 책 뭔지 알 수 없나ㅠㅠ
진짜멋있다ㅠㅠ
너무 멋있어...
지우지 말아줘ㅠㅠㅠㅠ 지금 고1인데 꼭 외워야겠다 이거
이렇게 글 써줘서 너무 고맙고 나도 의대 꼭 가려고! 어렸을때부터 계속 꿈 꿔왔던 건데 너무 게을러서 일년 더 하게됐지만 이번에는 정말 노력할래
서울대.... 진짜 멋있다... 나도 오늘부터 진짜 열심히 해 봐야겠어 특히 국어 성적도 안 나오고 공부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했는데 고마워ㅜㅜㅠ
진짜멋있다ㅠㅠㅠㅠ ㅐ대단해
멋지다...
진짜 멋지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5.27 12:59
이따 정독해야지..
와씨 개멋있어..
대단하다ㅠㅠ 너무 멋있어
지우지 말아줘 ㅠㅠㅠㅠ 너무 고마워 ㅠㅠㅠㅠㅠㅠㅠㅠ
와..ㅠㅠ 나도 이렇게 살아야하는데...반성한다
대학생활도 써줘...ㅠㅠ
멋있어ㅠㅠ
고마오 축하해
고마워 지금 고1인데 큰 힘이되었다..증말..
김동욱썀 메가아니고 대성이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6.14 21:32
와수고했어 ㅠㅠㅠ
진짜.. 공부의 정석같다 멋있어 ㅜㅠ
와.....북맠할게 너무 멋지다..
진짜 너무 대단하다 정말 고마워 ㅠㅠㅠㅠㅠㅠ
ㅜㅜㅜㅜㅜ진짜고마워대박
고마워진짜루
가끔읽어본당 수능칠나이는 아니지만 ㅎㅎ
이 글도 벌써 네번째 보러온다. 작년에 볼땐 정말 멋있다라는 생각만 했다면 예비고3이 되고 방학이 되니 마지막 부분에서는 울컥 하는 날이 많네. 글 마지막에 적혀있는 것 처럼 나도 아직 방학인데도 내가 고3이라는 생각에 옭아 매여 나를 행복으로 부터 자꾸 억압해오고 있었던 것 같아 .. 마지막 글 보고 진짜 많이 공감가고 위로도됐어. 고마워!
내년에 다시 여기로 올게 안녕
글 고마워ㅠㅠ
ㅠㅠ
이 글 보고 정말 위로 된다 ㅠㅠㅠㅠ진짜 고마워 나도 꼭 노력해서 의대가고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