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 /><br /><br />출처: 여성시대 겨울, 이른 새벽<br /><br /><br /><br /><br /><br /><br />슬픈 기쁜 생일<br /><br />최 승자<br /><br /><br /><br /><br /><br /><br />1.<br /><br />시간의 구정물이 쏟아지는 순간<br />삶은 푹 젖은 휴지 조각이 되고<br />오나가나 인생은 퓨즈 타는 냄새를 풍긴다<br />쏟아져라 구정물아 타거라 퓨즈야 인생아<br />누가 불러도 난 안 나갈 거다<br />청파동에서 베를린까지 눈 꽉감고 모른 척할 거다<br /><br /><br /><br />2.<br /><br />너무도 자유로와 쓸쓸한 세상<br />너무도 자유로와 무서운 세상<br />너무도 자유로와 버림받는 세상<br />아무도 나의 사랑을 받지 않아요<br />때로 한두 푼의 동전<br />시들은 장미꽃을 던져 주지만<br />아무도 나의 손을 잡아 일으키지 않아요<br /><br /><br /><br />3.<br /><br />애비는 역시 전화도 주지 않았다<br />그는 내게 뒤통수만 보인 채<br />하늘 목장 한가운데서 양귀비 꽃에 물만 주고 있었다<br />간간이 내 방까지 빗물이 튀어내렸다<br />어머니가 머릿속으로 들어오셨다<br />아가야 뭘 먹고 싶으냐 술이요 알콜이요 술 빚을 누룩이 없으니 그건 안되겠구나<br />그런데 얘야 네 머릿속이 왜 이렇게 질척질척하느냐 예 노상 비가 오니까 습기가 차서요<br />어머니 저기 저 방을 드릴 테니까 거기서 죽은 듯이 사세요 무슨 날이 되어도 무슨 일이<br />있어도 나와서 참견하지 마세요 네가 에미를 생매장하려드는구나 그래요 나 죽기 전에<br />엄마 먼저 죽어요 그리고 엄마 엄마 구슬픈 엄마 나 죽어도 내 머릿속에서 나오지 말아요<br /><br /><br /><br />4.<br /><br />이 꿈에서 저 꿈으로<br />마음은 옷을 벗고<br />늙은 살 늙은 말(馬)<br />아아 병이 올 것 같아<br />기어갈 힘이 없어<br />따뜻한 무덤 속에 들어가<br />감기가 들면 감기약을 먹고<br />누군가 죽으면 부의금을 내리라<br /><br /><br /><br />5.<br /><br />아무도 없다<br />누구나 가 버린다<br />그리고 참으로 알 수 없는 날에 나는<br />또 다시 치명적인 사랑을 시작하고<br />가리라<br />저 앞 허공에 빛나는 칼날<br />내 눈물의 단두대를 향하여<br />아픔이 아픔을 몰아내고<br />죽음으로 죽음을 벨 때까지<br />마침내 뿜어오르는 내 피가<br />너희의 잔에 행복한 포도주로 넘치고<br />그때 보아라 세상의 어머니 아버지여<br />내가 내 뿌리로 아름답게 피어오르는 것을<br />나의 불모가 너희의 영원한 풍요가 되는 것을<br />그리고 마음껏 기쁘게 마셔라<br />오늘의 나의 피, 내일의 너희의 포도주를<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같이 읽자<br /><br /><br /><br /><br /><br /><br /><br /><br /><p><img src='https://t1.daumcdn.net/cfile/cafe/23110D385285273529'/><br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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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제목이 대박이네...모닝감성터진당..
하나하나 와닿는다..
아침부터..정신이 반짝 든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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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 이 시는 최승자 시인의 '이 시대의 사랑'이라는 시집이야 좋은 시 많으니까 사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
최승자 시인 진짜 좋아하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날카로운데 따뜻하고 먹먹해
ㅜㅜ 좋다 좋아 언니 거마워
아 좋다 저거다 최승지? 님 시야?? ㅠㅠ
우워ㅠㅠ완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