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증명서로 밥도 먹고 학원도 가라고?

[청라]

가난증명서로 밥도 먹고 학원도 가라고?

홍준표 경남 도지사의 저급한 노이즈마케팅은 죄악

임두만 | 2015-03-13 10:38:23

경상남도는 각급학교 무상급식에 사용될 도비 257억 원과 시군비 386억 원 등 총 643억 원을 무상급식 사업에 지원하지 않고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을 벌이는데 쓰겠다고 발표했다. 이름은 바우처사업, 맞춤형 교육지원사업, 교육여건 개선사업 등 거창하지만 실상은 부모가 가난해서 학원에 가지 못하는 애들 학원비 지원사업이다.

하지만 경남에서 ‘가난하기 때문에’ 학원비를 지원받아서 아이들이 공부하려면 4인 가구 기준, 월 실제 소득이 250만 원이 안 된다는 증명서를 내야 한다. 즉 자신의 부모가 돈을 잘 벌지 못해 집안이 가난하다는 가난 증명서를 내야 한다. 이 가난 증명서에는 소득, 부동산재산, 금융재산, 심지어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의 가액을 증빙하는 서류까지 필요하다.

더구나 이 가난증명서는 학원비 지원을 받을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학원비를 지원 받을 때는 읍면동사무소에 관련 서류를 내며 지원신청을 하고, 아이가 급식비를 내지 않고 학교에서 밥을 먹으려면 읍면동사무소에서 발행한 가난증명서는 또 학교에 내야한다. 결국 학원에도 학교에도 “난 가난한 집 자식입니다”를 광고하면서 공부도 하고 밥도 먹으라는 것이다.

임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게 할 수 없다며 시위하는 아파트 부녀회가 있다. 그런 부모에게서 기초적인 삶을 체득한 아이들은 유치원에서부터 아파트 평수와 아빠 직업을 놓고 친구를 가려가면서 사귄다. 그렇게 사귀라고 부모들이 가르친다. 이것이 정상인가? 정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현실로 불거지면 언론이 시끄럽다.

가난한 집 자식이기 때문에 당하는 왕따는 이미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우리 사회에 이미 만연한 이런 왕따현상은 이 같은 부모들 밑에서 자라는 애들이 스스로 만들어 냈다. 그렇다면 정치는 교육은 이를 해소하는 것이 최우선 정책목표이고 교육목표여야 한다. 그런데 홍준표의 정책은 아예 대놓고 가난한 집 아이들은 차별을 당하고 왕따를 당해도 된다고 하는 것과 진배없다.

위키백과에 기록된 홍준표는 1954년 12월 5일에 경상남도 창녕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이후 합천으로 이사를 가서 성장했다고 한다.

그리고 위키백과는 또 “어린 시절에는 가족들과 함께 리어카에 보리쌀 두 말을 싣고 대구로 이사했으며, 대학에 가기 위해 14000원을 가지고 서울로 갔다.”고 기록되어 있다. “사법시험에서 떨어진 어느 겨울밤, 아버지가 있던 울산에 내려갔다가 바닷가 모래밭에 모닥불 피워놓고 플라스틱 목욕탕 의자에 앉아 있는 일당 800원짜리 현대조선의 경비원이었던 아버지를 보고서 눈물을 흘리며 불공평한 세상을 바꿀 결심을 했다고 한다.”는 기록도 있다.

그런데 그의 삶을 좀 더 자세하게 기록한 책은 그의 저서 ‘변방’이다. ‘변방’에서 홍준표는 “대구 신천동 산동네에 단칸 월세방을 얻어 다섯 식구가 살게 되었을 때 가족은 구호물자인 강냉이 죽에 의존하며 살았습니다. 여동생과 큰 고갯마루에 있는 동사무소로 가 줄을 서서 하루에 한 번씩 강냉이 죽을 타 오곤 했습니다”라고 쓰고 있다.

또 집이 가난하여 국민학교(초등학교) 6년을 다니면서 다섯 번이나 전학을 다녔으며 도시락을 싸가지 못하여 점심시간에 수돗가에서 물로 배를 채우고 뒷산에 올라갔다는 기록도 있다.

“도시락을 싸가지 못한 홍준표는 점심시간이면 우물가에서 물로 배를 채우고 학교 뒷산에 늘 올라갔습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교실로 들어오면 반찬 냄새와 밥 냄새 때문에 배고픔의 고통이 더 심했습니다. 허기진 몸으로 집에 돌아오면 보리밥과 쉬어 빠진 김치 쪼가리, 간장만이 홍준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홍준표 자전에세이 <변방>중에서-

그래서 나는 홍준표에게 당시의 기억, 구호몰자인 강냉이 죽을 타기 위해 동사무소로 가서 줄을 섰을 때의 심정을 묻고 싶다. 굶어죽지 않기 위하여 가난을 증명하는 줄에 섰을 때의 심정이 어땠는지 묻고 싶다. 그러나 물을 필요도 없이 홍준표는 ‘변방’에서 스스로 대답한다.

“그날도 점심시간이 되자 수돗가에 가서 물로 배를 채우고 뒷산에 올라갔습니다. 동산에 누워 하늘의 흰구름만 보고 있는데 누군가가 다가와서 '니 밥묵었나' 하고 말을 걸어왔습니다. 돌아보니 같은 학년에 다니는 여학생이었습니다.(중략) ‘내가 본께 니 매일 밥도 안 묵고 물배 채우던데 어디 아푸나.’ 그렇게 말하면서 그 여학생은 군감자와 고구마를 내어 놓고 먹으라고 했습니다.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그것을 먹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침밥 먹은 것이 배탈이 나서 그런다고 둘러대고 둘이 동산을 내려왔습니다.” -홍준표 자전에세이 <변방>중에서-

앞에 인용인 대구 신천동 동사무소에서 배급 죽을 탈 때는 초등학교 1학년 정도이고, 뒤의 인용인 수돗물 사건을 기록한 합천 학남분교 이야기는 초등학교 6학년 무렵이다. 따라서 초등 1학년 때는 부끄러움이 덜한 관계로 배급 죽을 타기 위해 줄을 섰으나, 초등 6학년 무렵은 배고픔 때문에 물로 배를 채우면서도 배탈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즉 그 나이쯤이면 자아가 생겨서 가난이 부끄럽고, 부끄러운 가난 때문에 동정을 받는 것이 싫다는 것을 알았다는 말이다.

결국 홍준표는 가난 때문에 차별을 받는 것이 그 나이에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 스스로 깨달았음에도, 지금 그런 나이의 아이들에게 50년 전 자신이 느꼈던 비참함을 스스로 느끼라고 강요하고 있다. 저급한 노이즈마케팅을 위해 자신의 인성이 얼마나 피폐해졌는지를 고백함이다.

하지만 홍준표가 강냉이죽을 먹고 도시락을 싸지 못한 시기에 학교는 미국 원조품인 우윳가루를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 배급했으며, 강냉이 가루로 죽을 쑤거나, 빵을 만들어서 급식을 했다.

그 희한한(?) 맛이 궁금한 부잣집 애들은 자신의 도시락을 내주면서 강냉이 빵과 바꿔먹거나, 우윳가루를 타간 애들이 집에서 밥 위에 얹어 찐 우유(식으면 딱딱해져서 먹기도 힘들지만 오묘한 맛 때문에 인기가 있었다)덩어리를 점심 대용으로 가져오면 자신의 도시락과 바꿔먹기도 했다.

홍준표는 1954년생이다. 우리나이로 예순 둘, 만으로 61세다. 그가 어렸을 당시는 가난이 보편적이었으니 부끄럽지 않다고? 먹는 것으로 차별을 당하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러므로 나는 홍준표 정도의 머리에다 정치적 경력이면 지금 자신이 얼마나 나쁜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일당 800원짜리 현대조선의 경비원이었던 아버지를 보고서 눈물을 흘리며 불공평한 세상을 바꿀 결심을 했다”는 홍준표다, 불공평한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공평한 세상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지사가 가진 권력으로 그가 바꾸려는 공평한 세상은 가난해서 왕따를 당해도 좋은 세상이라는 말이 된다. 이런 어불성설을 말하면서 홍준표는 당당하다. 스스로 어불성설인지 알면서도 당당하다. 그러니 “밥 먹으러 학교 가는 것 아니다”라고 뻔뻔하게 말한다.

왜 그럴까? 다급해서다. 전임 대통령과 현 대통령을 상대로 후보경선을 했던 거물(?)인데 자신의 지역구인 동대문구에서 ‘민병두 정도’에게 졌다.

홍준표로선 이 충격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구세주가 있었다. 김두관이다. 대선후보 경선에 나온다고 경남지사를 내던졌다. 홍준표에겐 불감청이언정고소원이었다. 검사부터 정치인까지 라이벌로 생각했고, 당 대표 경선에서 자신을 이긴 안상수가 도지사도 아니고 창원시장에 도전할 정도인데 도지사라면 대권후보로 다시 거론되기에 더없이 적합하다고 봤다.

계획대로 경남도지사가 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진주의료원 사건으로 사고를 쳤는데도 손쉽게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김혁규도 김두관도 꿈을 키워봤지만 경남도지사로는 역부족이었다. 홍준표도 이것을 도지사가 되고서 더 실감했다.

결국 중앙언론사의 이슈메이커가 되면서 이목을 집중시켜야 잊혀지지 않는다는 계산을 했다. 그 1차적 행보가 진주의료원 사건이고 2차적 행보가 이번의 뻘짓이다. 그리고 홍준표는 자신의 계산대로 전국적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오세훈처럼 순진하게(?) 정면승부를 건 것이 아니라 이슈메이커가 되면서도 절대로 질 수 없는 예산권으로 건 승부인데 질 수 없는 게임이다. 그리고 겉으로는 성공했다. 누구도 도지사의 고유권한인 예산권을 두고 제어할 수 없다. 특히 대통령도 ‘복지축소’ 의지 때문에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지 못할 것이란 계산까지 끝냈다. 그러니 김무성에게 ‘잘했다’는 칭찬도 받는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노이즈마케팅으로 존재가치는 증명했는지 모르고, 박근혜에게 앓던 이 빼주는 효과를 얻었는지 모르겠으나, 박근혜가 홍준표를 차기 대안으로 생각하는 일은 꿈에도 없을 것이다.

홍준표는 박근혜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대선후보 경선에서의 비판은 정치이기 때문에 누구나 감당해야 하고 끝나면 다 이해할 것이라는 판단, 그것은 박근혜에게 통하는 말이 아니다. 박근혜는 자신의 약점을 어떤 이유에서라도 건드리는 사람과는 다시 친분을 맺지 않는다.

설사 아니라고 해도 이미 새누리당의 차기 구도에서 홍준표는 자리가 없다. 여론조사가 사업인 회사에서 이미 차기 대안의 명단에도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이 홍준표가 지금 서있는 자리다.

학교에서 아이들 밥먹는데 돈을 받지 않는 것은 이미 전 국민이 암묵적으로 합의한 사안이다. 그런데 홍준표로 인해 경남도만 급식비 청구서를 집으로 보내고, 경남도 산하 읍면동사무소에서만 ‘가난증명서’를 떼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그 직접 당사자들이 느끼는 배신감으로 인해 홍준표는 배척의 대상 1순위다. 새누리당 텃밭이라서 다음 도지사에 또 될 수 있을 거라고? 아마도 다음에는 도지사 공천도 받기 어려울 것이다. 다음 지방선거는 대선이 끝난 다음이라는 것 때문이다.

그래서다. 단언컨데 홍준표 도지사의 지금 행보는 뻘짓이다. 자신도 속이면서 얻으려는 유명세는 자신을 더 죽이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다. 남을 속이려면 자신을 더 잘 속여야 하는데, 그렇게 자신도 남도 속이는 것은 죄다. 홍준표는 검사 출신이므로 사기꾼들의 심리는 너무도 잘 알 것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지금 악랄한 죄를 짓고 있다.

그 죄업은 2017년 대선가도에서 2018년 도지사 선거 가도에서 철저하게 자신이 받게 될 것이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8&table=c_flower911&uid=264

[청라]

공감 2015년3월14일 21시12분

권력에 눈이 멀어 시정잡배로 변해가는 자신의 처지를 과연 당사자는 알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말 천하고 비루하게 늙어가는 한 인간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