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전차
서대경
가을이 내 목을 조르는 듯하였다. 육교도 천변도 천변에 피어 있는 코스모스도 내 목을 조르는 듯하였다. 퇴근을 해도 갈 곳이 없는 나는 낡고 허름한 상가 골목을 쏘다니다가 양복 입은 흡혈귀 소설가와 마주쳐도, 백반집에서 혼자 밥 먹는 서대경 씨가 소리쳐 불러도 대답하지 않았다. 가을 햇살 부서져 내리는 고가도로 아래서, 가을 전차에 오르는 내 마음은 쓸쓸하기만 하였다. 하늘이 너무 파래요. 거리의 웃음이 너무 커요. 내 옆에 앉은 굴뚝의 기사가 자기 머리를 양손으로 붙들고 중얼거리는 동안에도, 종을 딸랑이며, 빨랫줄에 걸린 색색의 옷들 단풍처럼 나부끼는 좁은 골목을 가을 전차가 달려가는 동안에도, 내 마음은 몹시 아득하기만 하였 다. 나는 답답한 가을 넥타이 풀어헤치고, 철공소 앞 가을 바다 넘실대는 골목 끄트머리에 그냥 내려버린다. 이곳에 언제 바다가 생겼지, 플라스틱 바구니에 든 생선에 소금 뿌려 박박 문지르던 시장 아줌마가 삼사 년 됐어요, 말해주었지만, 편의점 앞 파라솔 의자 다리에 철썩이는 파도 우두커니 바라보는 동안에도, 가을은 그저 내 목을 조르는 듯하였다. 퇴근을 해도 갈 곳이 없는 나는 가방을 바다에 던져버린다. 바닷물 철벅이며 바삐 오가는 사무원들 바라다보이는 언덕바지에, 햇볕 따사로운 가을 닭장 곁에 나는 앉아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