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가는자님이 올려주신 기사를 보고 생각나는게 있어서 글을 올립니다.
일단 자본시장법(공식명칭 :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내 2020년 2월에 신설된 조항입니다.
구체적인 개정연혁 등은 당장 확인이 어려워서 생략하겠습니다.
토탈앙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기본적으로 회사 성립, 규정 등을 정하는 법률은 상법입니다. 흔히 회사법이라고 하는 부분이 상법 내 회사편에 나온 규정을 따로 칭하는 것입니다. 대부분 특별법 등에 의해 성립된 법인을 제외하고는 대한민국의 상사 법인(민법상 사단법인, 재단법인 제외)은 회사법 규정에 따라 신설되고 사라집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주식회사 등도 상법 내 주식회사 규정에 나와있는 부분이지요.
회사는 법인, 즉 법률상 만들어진 가상의 인격체이기 때문에 법인이란 개념이 의사결정을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법인의 의사결정을 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이게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대표이사, 이사회 등의 기관입니다.
이사회는 회사의 정책결정 등을 하는 공식적인 기관이고 이사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정 자본금 이상의 법인은 3인이상의 이사를 두어야 하며, 특정 자본금 이상의 법인은 전체 이사의 1/3을 사외이사로 채워야 합니다.
(사외이사 설치 목적은 회사 외부의 사람이 회사 이사들을 견제하도록 한 것이지만 실제는 거수기에 가깝고 교수들이나 유명인사들 월급주는 용도로 쓰입니다.
사내이사의 경우 실제 해당 기업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사내이사라 함은 보통 기업 임원을 말합니다.)
여기까지가 이사회 구성을 설명드리기 위해서 간략하게 설명드린 것입니다.
자본시장법은 그 공식명칭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서 알 수 있듯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참여하는 법인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입니다.
지금이야 오래된 법이지만, 제가 대학에서 학사나부랭이 때 레포트 쓰던 시절에는 자본시장법이 미국의 여러 법률을 참고하여 국내로 끌고들어온 사례 중 하나였고 막 자본시장법이 등장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저도 레포트 쓸 때 좀 점수 좀 따볼까 해서 대충 찾아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뭐 아무튼 해당 법률의 적용대상은 여러분이 흔히 ‘금융회사’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법인에 적용되는 조항입니다. (이 부분은 수정합니다. )여기서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일반 기업에 적용되는 법률이 아닙니다.)
카페에서 이슈가 되는 조항은 이사회 구성을 한 가지 성별로 전원 구성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오해하실까봐 말씀드리는 데 조항에 “여성”을 넣으라고 한 것이 아니라 “한 가지 성별”로 구성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남성 전원 / 여성 전원으로 이사들을 구성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사를 보면 기업들이 여성이사를 찾기 위해서 난리가 났다 + 대부분 사외이사로 채우려고 한다라고 되어있습니다. 대부분의 회사가 남성으로만 이사회를 꾸렸다는 것이겠지요.
사실 저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왜냐면, 법률 상 이사가 될 수 없는 자격이 그렇게 까다롭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미성년자, 피성년후견인 또는 피한정후견인 등의 흔히 말하는 무능력자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않거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자 등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입니다.
(기타 여러 가지가 몇 개 더 있으나 지금 얘기와 관계가 없어서 생략합니다.)
대학을 나와야 된다, 척척석사나 척척박사여야 한다 등의 조건은 법률상 규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사로 선임될 수 있는 범위는 넓은데 기업들이 왜 애를 먹고 있을까요? 이게 첫 번째 의문입니다.
두 번째 의문은 왜 사외이사로 채워넣으려 한다는 것일까? 입니다.
앞서서 말씀드렸듯이 사외이사는 그 처음 취지와 다르게 대학교수들이나 유명인사들에게 월급주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대신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교수 입장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이사회 나가서 손 한 번 들어주고 돈 받으니까 서로 좋은 것입니다.) 왜 굳이 사내이사로 여성을 채우려 하지 않는 것일까요?
카페에서 제 댓글 등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혀 페미니즘에 우호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무작정 해당 법의 취지를 “페미니즘 빼에에에엑” 이라고 외치는 것보다는 좀 더 건설적으로 생각을 해보자는 것에 있습니다.
1. 왜 기업들은 여성들을 사외이사로 찾을까요?
다르게 생각하면, ‘ 너가 위에서 말한 것처럼 대충 여자 교수들 월급 주려고 하는 거 아니야? 이게 바로 뷔페미니즘이다.’ 라고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외이사는 공짜로 부려먹는거 아니죠. 돈을 줘야 합니다. 회사마다 사외이사 급여(?)가 다르지만, 그래도 매월 직장인 한 달 월급 정도는 매달 줍니다. 더 좋은 회사는 이사회 출석 시마다 교통비 명목으로 추가 금액을 주죠.
기업입장에서 굳이 거수기가 여성이냐 남성이냐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남성이나 여성이나 같은 돈을 줘야 하니까요. 대신에 회사 내에서 여성임원을 사내이사로 임명해놓으면 어짜피 임원 급여 나가는 거로 퉁칠 수 있기 때문에 몇 백만원이라도 아낄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로 여성을 찾아야 한다..? 다른 이유가 있는 거 아닐까요?
2. 사내 여성 임원이 없다.
저는 사실 이 두 번째 이유가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내에 여성 임원이 없는 겁니다. 자본시장법에서는 이사회 구성을 같은 성별로 맞추지 말라고 한 것이기 때문에 사외이사가 아니라 사내이사로 여성을 임명해도 됩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사내이사는 보통 그 회사의 임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이사로 여성을 임명할 수 없다는 것은 회사 임원 내에서 여성이 한 명도 없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임명된 여성이 딴죽을 걸 수도 있어 이사회의 이사로 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대충 사내이사들 구성은 회사 내부자로 구성되는게 일반적인 상황에서 반란표 하나 나와봐야 다른 찬성표로 뭉개버리면 그만입니다. (이사회 결의가 반드시 만장일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이사를 사외이사로 찾는다는 것은 여성 임원이 없다는 것입니다.
3. 왜 여성 임원이 없을까?
저는 이 부분에서 건설적인 방향을 찾아야 된다고 봅니다. 많은 카페분들이 페미니즘을 우려하시지만, 대한민국이 자본주의와 시장주의를 택하고 있는 이상 페미니즘은 클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자본주의 효율성을 쫒다보면 페미니즘은 방해가 될 뿐이니까요. 그래서 페미니즘이 아무리 꽥꽥거려도, 돈 맛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다시 하던 얘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왜 여성 임원이 없을까요? 임원이 아니더라도 여성 중간관리자는 없는걸까요? 그 사람들을 키워서 임원으로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
저는 남성과 여성 비율이 거의 같은 회사에서 근무중이고, 여성 중간 관리자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지, 경영진 내부로 여성을 진입시키지 않습니다. 능력있는 여성도 많은데 이들이 올라갈 수 있는 선은 한계가 있습니다. 여성임원을 키우려고 하더라도 키우지 않는 것이지요.
사실 저는 그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민을 해봐야 되는 거 같습니다. 여성임원이 없는 것이 여성의 능력문제인가, 아니면 회사 내 보수성 때문에 여성임원을 꺼려하는 것인가?
이거는 제가 이 글에서 단언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같이 일을 하면서 여성 임원이 없는지는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4. 그냥 대충 아무나 임명하면 되는 거 아닌가?
아까 이사 결격사유를 말씀드렸지만, 범죄 안 저지르거나 파산선고 받지 않거나, 민법상 무능력자가 아니면 됩니다.
과장해서 말씀드리면 대표이사실 청소하시는 김여사님도 이사가 될 수 있습니다. 즉, 여성이라면 누구나 이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찾기 위해서 난리가 났다는 것은, 최소한 기업의 ‘격’에 맞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 난리가 났다는 것입니다.
그럼 그 격에 맞는 사람이 누구냐? 기업들이 선호하는 사외이사군은 대학교수(그거도 어디 지방 전문대 교수 말고 국립대나 서울 명망있는 대학)나 전문직(회계사, 세무사, 변호사 등인데 같은 국가 시험이면서도 신기하게도 법무사 노무사는 싫어하더라구요)입니다.
즉, 해석을 해보면 위에서 말씀드린 교수나 전문직군에 여성이 많지 않다는 것이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찾기 바쁘다는 거죠.
5. 결론
그냥 장황하게 얘기하다가 끝나는 느낌입니다만, 제가 던져보고 싶은 것은 ‘왜 굳이 여성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가? + 왜 굳이 사내이사가 아니라 사외이사로 여성을 찾으려고 하는가? ‘ 입니다. 이게 단순 여성할당제로 보아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회사의 보수성을 깨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하는가?
또 교수나 전문직군에 여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봐야 되는가?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 역시 페미니즘을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해당 법률을 악법으로 보는 것은 이런 배경을 단순하게 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직까지 회사생활을 하면서 유리천장이란 것이 있다고 느끼고 있고 많은 여성들이 임신 후에 도태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회사 내에서 여성임원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첫댓글 저걸 시작으로 여성할당제를 더 넓히려 하겠죠.
제가 필력이 좀 딸리는군요
@초록마르스 님이 말씀하신 요인외에도 미국에서 다양성을 이유로 자본시장에서 강제력을 부여하는것도 있죠.그거 대비한 것도 있다고 봅니다만..
남성카르텔로 여태 유지한 대기업들이 괜히 선한 마음이나 정부가 무서워서 그럴리가요.52시간제나 최저임금도 언론 동원해서 깔아뭉개는 인간들인데
@마카롱 저는 결론을 내릴려고 쓴 게 아닙니다 왜 내부에서 여성임원이 없어서 외부 여성인사를 동원하려 하는지, 그 조차도 여성이 부족해서 난리인지를 보자는 거죠
동감합니다. 오히려 그동안 한명이라도 없다는 게 신기하긴 하네요.
여성이 지금까지 경력에 있어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는 얘기입니다. 상위직급으로 가기 위해서는 최소한 중간관리자급 이상에서 여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 기간은 여성이 육아 등을 위해 회사를 떠나 있는 기간 즉, 경력 단절기간입니다. 이와 같은 경력 단절 기간이 '당연하게' 여겨진 건 불과 얼마 전까지도 그랬습니다.
즉, 기업 내 여성은 30대 후반쯤에는 직장경력을 내려놓는 경우가 많았죠. 복직을 하더라도 기존 경력이 보장되는 공직 등이 아닌 이상에야 임원급 여성이 별로 없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가정에서의 여성의 지위와 육아 책임의 분담이 비교적 최근에야 균등하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졌기 때문입니다.
여성 사내이사라... 쉽지 않죠. 애초에 여성이 많은 특정 업종이나 외국에서 교육기회를 받은 특정한 계층의 사람들이 '여성 이사'가 되는 셈입니다.
대부분 여성 근로자들은 출산이며 육아를 하다보면 실적이 좋기 힘들고 직급이 올라가는 것도 힘들며 사측에서는 자를 궁리만 하는게 현실이지요. 자기들이 사내에 있는 사람들 다 치워놨으니 밖에서 모셔오는 수 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