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부진에 빠져있는 잉글랜드 토트넘 핫스퍼는 여객선 타이타닉으로 묘사된다.
토트넘 올시즌의 2무·5패라는 성적은 지난 1912년 이후 최악이다. 타이타닉호는 1912년 첫 출항에서 차가운 바다 속으로 깊게 가라앉았다. 잉글랜드가 아니라 스페인, 이탈리아였다면 토트넘팬들은 조난당한 배에서 구조 요청을 위해 사용하는 홍염을 피우는 항의 퍼포먼스를 할만도 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첼시, 아스날, 리버풀 등 빅4의 철옹성을 깨고 프리미어리그 4위권에 진입한다는 토트넘의 숙원을 해결하기 위해 부임한 후안데 라모스 감독은 이제 시한부를 선고받은 처지에 이르렀다.
공격적인 투자로 올시즌 빅4의 아성을 깰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토트넘의 현재 분위기는 UEFA컵 출전권 확보도 힘겹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라모스 감독은 앞으로 6경기 결과에 따라 진퇴가 결정된다. 스토크 시티, 볼튼 원더러스, 아스날,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풀럼 등이 라모스 감독의 지위를 결정할 상대들이다. 강호들이 많아 결코 쉽지 않은 일정이다.
라모스 감독과 함께 해임 가능성이 거론되는 인사는 데미안 코몰리 단장이다. 코몰리 단장은 선수의 영입과 방출하는 결정권자로서 토트넘의 부진에 직간접으로 중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인물이다.
라모스 감독이 세비야서 UEFA컵 2연패 등의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천재적일 정도로 수완이 좋은 몬치 단장의 배후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세비야의 백업 골키퍼로 활약하다 지난 2000년부터 프런트서 활동 중인 몬치 단장은 영입, 방출의 귀재다. 훌리우 밥티스타(AS 로마, 전 레알 마드리드), 안토니오 호세 레예스(벤피카, 전 아스날), 세르히오 라모스(레알 마드리드), 다니엘 알베스(바르셀로나) 등 좋은 선수들을 비싸게 팔고, 수준급의 선수들을 헐값에 영입한 주역이 몬치 단장이다.
몬치 단장은 밥티스타, 알베스, 크리스티안 폴센(유벤투스), 프레데릭 카누테, 아드리아누, 루이스 파비아누, 헤나투, 안드레스 팔롭, 엔조 마레스카, 줄리앙 에스쿠테 등 '흙속의 진주'들을 자유계약 혹은 싼값에 영입했다. 몬치 단장은 혜안은 정확했고, 영입한 선수들마다 성공작으로 귀결됐다. 특히 브라질 출신들에 대박이 많았다. 가난한 구단의 이상적인 경영 모델인 '저비용고효율'을 성공적으로 실천한 셈이다. 이는 라모스 감독이 세비야의 전성시대를 열수 있었던 밑거름이 됐다. 세비야도 곳간이 채워지면서 구단 살림에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마틴 욜 전 감독, 라모스 감독에게 선수를 공급하는 코몰리 단장은 몬치 단장과 크게 대조적이다. 부자구단의 총책답게 거액을 투자하지만 실패작이 상당수다.
잉글랜드서는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처럼 감독이 선수의 영입과 방출 등 경영에 적극 관여하는 것이 전통적인 특징이다. 감독을 매니저(manager)로 칭하는 이유다. 이런 특징은 경영진의 독자 행보에 반발해 사임한 뉴캐슬의 케빈 키건 전 감독, 웨스트햄의 앨런 커비슐리 전 감독에서 잘 드러났다.
반면 스페인, 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서 선수단 운영은 경영자들의 임무다. 선수 이적은 경영진이 주도하고 감독은 지도자(coach) 본연의 역할로 한정된다. 잉글랜드서 감독은 경영자지만 그 외의 국가서는 전략전술가인 셈이다.
하지만 토트넘은 일반적인 잉글랜드 클럽과는 달리 단장이 역할이 크다. 실무 책임자인 코몰리 단장은 프랑스 출신으로 아스날의 스카우터로 7년 동안 활동하며 콜로 투레, 엠마뉴엘 에보우에 등을 발굴했다.
프랑스 생테티엔서 단장직을 역임한 코몰리 단장은 능력을 인정받아 첼시로 떠난 프랑크 아르네센의 후임으로 지난 2005년 9월 토트넘의 단장에 부임했다. 이후 토트넘에 들어오거나 나간 선수는 코몰리 단장의 손을 거친 셈이다.
코몰리 단장이 부임한 이후 토트넘은 수많은 영입을 단행했다. 하지만 성공작은 많지 않다.
대런 벤트(1,650만파운드), 디디에 조코라(820만파운드), 유네스 카불(820만파운드·포츠머스), 케빈 프린스 보아탱(540만파운드), 베노아 아수 에코토(350만파운드), 호삼 갈리(325만파운드), 히카르도 호차(320만파운드), 아델 타랍(270만파운드) 등이 대표적인 실패작들이다.
벤트는 토트넘 역대 최고 이적료에 입단했으나 찰튼 시절의 폭발력을 상실했다. 조코라, 에코토는 기대치 이하며 보아탱, 갈리, 호차, 타랍 등은 2군에 있다.
근래 영입한 가레스 베일(1천만파운드), 앨런 허트(9백만파운드), 크리스 건터(2백만파운드), 루카 모드리치(1,650파운드), 데이비드 벤틀리(1천5백만파운드) 등은 판단 유보다.
성공작도 있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1천9십만파운드·맨유), 파스칼 심봉다(525만파운드·선더랜드) 등이 그나마 제 역할을 다 했다.
특히 토트넘서 2시즌 동안 46골을 터트린 베르바토프는 3천75만파운드에 이적시켜 금전적인 측면서도 대박작이다.
하지만 거액의 수입은 올렸으나 웃을 수가 없다. 베르바토프를 마지막날 이적시킨 것은 장고 끝에 악수였다. 베르바토프는 토트넘을 떠나고 싶어했던 모습이 지난 시즌부터 역력했다. 하지만 토트넘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질질 끌었고, 고자세를 취하다 결국 이적 시장 마지막날 이적시켰다. 이는 토트넘의 부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베르바토프의 잔류가 불가항력이었다면 토트넘은 더 빨리 이적시켜 대체요원 확보를 위한 시간을 벌었어야 했다. 하지만 시간 부족으로 실패했다. 이적 시장 마지막날 러시아 대표 공격수 로만 파블류첸코를 영입해 급한 불은 껐으나 베르바토프보다 기량이 뒤쳐진다. 설상가상으로 벤트와 특징이 겹쳐 투톱으로 활용할 수도 없다.
질 뿐만 아니라 양적인 충원에도 실패했다. 토트넘은 지난 겨울 공격수 저메인 데포(9백만파운드·포츠머스)를 이적시켰다. 이어 올여름 로비 킨(리버풀), 베르바토프와 결별했다. 올해에만 즉시 전력감인 공격수가 3명이나 떠났으나 영입은 1명에 그쳤다.
이에 토트넘이 가동할 수 있는 전문 공격수는 벤트와 파블류첸코 등 2명 뿐이다. 일반적으로 팀이 공격수를 4명 보유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맨유서 임대 영입한 공격수 프레이저 켐벨이 있지만 라모스 감독은 윙어로 더 적합하다고 판단한 분위기다.
토트넘이 올시즌 치르는 대회는 프리미어리그, FA컵, 칼링컵, UEFA컵 등 4개다. 강행군을 치러야 하지만 공격수는 2명 뿐이다. 1명이라도 부상당한다면 치명상을 입게 된다.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겨울 이적 시장서 공격수 영입이 절실하다. 여름에 마무리지었어야 할 일을 겨울에 해야하는 셈이다.
조병호 기자 coloratum@imbc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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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뉴스 - iMBC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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