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슴이 벅차 오르는 것을 느끼며 동시에 더 큰 비탄에 빠져드는 것을 느꼈다. 마틸다와 같이 행복해지라고 부탁했는데... 왜 돌아온거죠... 마틸다와 아기는 어쩌고 이 절망적인 곳으로 돌아온건가요... 하지만 나는 사무치도록 그리운 사람이 한사람이라도 돌아왔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내 자신에 혐오감을 느끼며 고개를 돌려 에드워드 왕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미 예견하고 계셨던건가요? 맹수가 안심한 순간에 나타난 매복한 사냥꾼이... 그들이 돌아올거라는 걸..."
"네에... 제가 아는 그분들이라면 분명히 노리는 타이밍이 성벽이 무너지는 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다른분들은 괜찮지만... 저 녀석은 오면 안되는데. 와봤자 저 상태라면 몰살될게 뻔한데... 아니, 애초에 난입하는것 자체가 그냥 자살이랑 다를게 없는 미친짓인데요... 아니 왜 기대했던게 안나타나고 예상하지도 않았던 놈이 갑자기 튀어나와? 저기... 이걸 어쩌면 좋죠?"
그는 진심으로 당황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그걸 당신이 나한테 물어보면 안되지.
그 시간, 에라드는 언덕받이에 올라 프랑스의 대군을 바라보며 회상을 시작했다. 그 시작은 거친 싸대기였다.
"병신 새끼, 겁쟁이, 비겁한 놈, 이 배신자 자식...."
그녀는 미친듯이 손을 휘둘러 에라드의 뺨을 후려쳐댔다. 처음에는 묵묵히 그녀의 모욕을 받아들이며 얻어 맞던 에라드는 그녀가 멈추지 않고 광분해하자 더 참지 못하고 그녀의 손을 붙들었다.
"그만 좀 하라고!!! 나도 내가 원해서 도망친거 아니라고!"
"그 거짓말이나 늘어놓는 입 닥쳐! 이 거짓말쟁이... 뭐? 서로 병력을 쪼개서 앙주를 탈출해서 후일을 도모하기로 했고 우리가 선발대고, 곧 조안도 따라온다고? 그런 허술한 거짓말을 치는 너도 한심하고 그걸 믿고 일주일이나 그냥 멍하니 따라온 나도 병신이다. 더는 말안하겠어. 당장 앙주로 돌아가!"
"마틸다... 제발 좀... 총독님도 너를 위해서 지시하신거야. 너만은 살리고 싶다고 하셨어. 거긴 이제 끝났어. 이미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을거라구... 이건 우리 힘으로 어쩔수 없는거야..."
"어쩔수없어? 야이 병신 새끼야. 넌 그럼 어쩔수 없으면 모친이 죽음의 위기에 처해도 도망칠거냐? 내가 목숨이 위협받고 있어도 도망칠꺼야? 네가 남자라면... 그게 어쩔수 없는 상황인줄 알면서도 최후의 최후까지 버티는게 정상이잖아! 왜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고 도망칠 생각만 해! 너한테 실망이다. 겨우 내가 사랑한 남자가 이런 겁쟁이 쓰레기였어? 정신차려! 이 자식아! 넌 앙주의 대장군이야. 넌 최후의 순간까지 앙주를 지킬 의무가 있어. 우리들의 도시... 우리들의 나라를 지키는 너를 모든 사람들이 믿었고 이방인 점령자가 아니라 우리의 수호자로 생각했어. 지금 이게 뭐하자는 짓거리야!!!"
"내 아버지도 앙주의 수비대장이셨어. 리처드 왕의 누이를 지키기 위해 몇안되는 병사로 끝까지 프랑스의 군대와 싸우다 장렬히 전사하셨어.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덕분에 지지리 못난 딸내미는 명예롭게 싸우다 죽은 아버지를 뵐낯도 없이 고아가 되서 거리의 여자로 몸이나 팔며 살았지만... 그래도 난 아버지 원망해본적 단한번도 없었어. 아니, 되려... 힘든 순간마다 나를 지탱해준건 아버지가 지키려고 노력한 이 땅에 남겨진 삶에 뭔가 의미가 있을꺼란 믿음때문이었어.
자만하지마. 네가 없어도 나랑 아이는 잘 살수 있어. 너없으면 가족도 다 죽는다는 망상은 집어치워. 우리가 이 상황을 외면하고 도망친다면... 목숨을 구할수는 있겠지. 그리고 평생을 후회하며 살아갈꺼야. 그리고 아이에게 얘기해줄수 없을꺼야. 엄마와 아빠는 너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그러고 싶어? 정말 그렇게 하고 싶어? 머물곳도 없이 정처없이 방황하며 평생을 후회하고 싶은거야? 그런거야? 대답해봐!!!"
에라드는 힘겹게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손을 들어 마틸다의 손을 잡았다.
"그래... 내가 어리석었다. 돌아가자. 나도 돌아가고 싶어. 나의 주인이 있는 곳으로... 우리가 만든 우리의 나라로... 어차피 절망적인 상황이라면.., 최소한 후회없는 삶을 살도록 하자. 그게 설사 개죽음일지라도..."
마틸다도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다.
"그래... 그래야 내가 사랑한 잉글랜드 개자식이지..."
에라드는 그녀의 말에 웃으며 뒤돌아보았다. 병사들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소리쳤다.
"나는 돌아간다. 너희들은 도망쳐라. 너희들까지 개죽음에 동참할 이유는 없다."
부대원들이 웅성거렸다. 그리고 그의 앞에 부관이 나서며 좀 짜증난다는 듯이 대답했다.
"닭살돋는 짓거리는 대장 혼자만 하고 우리보고는 겁쟁이가 되라는 거요? 사실... 말씀은 못드렸지만 우리 부대가 앙주에 주둔한지도 제법 시간이 많이 흘렀고... 그 중에서 여자랑 눈맞은 사람이 대장만 있는건 아닙니다. 몇몇 녀석은 몰래 동거나 결혼도 하고 애도 본 녀석들도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이제 고향은 잉글랜드의 시골마을이 아니라 앙주입니다. 같이 돌아가시죠. 우리도 앙주에 남겨두고 온 프랑스 마누라랑 애인들한테 쪽팔리지 않게 죽을 권리는 있지 않겠습니까?"
"하... 이 난봉꾼 자식들... 언제 그렇게 나 몰래 살림차렸냐? 아아.. 됐다. 어차피 말할수 없었겠지. 들켰다가는 앙리 주교가 국적과 신분에 무관하게 아구창을 날려버렸을테니깐. 좋아... 그러면 나랑 같이 여기서 오래 굴러먹은 8중대는 그렇다 치고... 이번에 합류한 왕자님 휘하들은? 너희들은 여기 온지도 얼마 안되었으니 미련 없지 않냐? 그냥 가지?"
다른 장교 한명이 나서며 말했다.
"사실... 우리도 앙주에는 마음의 안식을 얻었습니다. 스코틀랜드에 쫓겨서 두달간의 죽을번한 퇴각전을 마치고 피폐한 몸과 마음을 정성껏 치유하고 위로한건 앙주의 시민들이었습니다. 몇몇 애송이들은 하숙집 주인아주머니를 어머니라고 부르며 지내고 있더군요. 우리도 어차피 갈곳은 없습니다. 같이 가시죠. 기왕에 개죽음을 할꺼면 100명보다는 500명이 폼나지 않겠습니까?"
"젠장할... 앙주는 정말 마성의 땅이로구만. 그래 고맙다 이 불속에 날아드는 하루살이 같은 놈들아. 너희들이 같이 온다니 대장이 좀 덜 빠져보이게 죽을수 있겠구나. 다같이 가자. 그동안 받아 쳐먹은 월급값은 해야겠지. 가자! 우리들의 집으로..."
"와아아아아!!!"
이 장면에서 에라드의 회상은 끝났다. 아주 잠깐동안 사기가 충천하였다. 마치 당장이라도 도착하면 뭔가 방법이 생겨서 모든 일이 잘풀릴것만 같았다. 그래서... 도착한 다음 다행히 앙주가 적의 손에 넘어가지는 않았지만... 곧 성벽이 무너지기 직전이고 그 틈새를 공격할 프랑스의 4만 대군이 집결한 장관을 보며 모든 병사들은 질려버리는 것을 에라드는 목격하였다.
"정말... 엄청난 군세네요. 우리 부대는 바다에 던진 각설탕 처럼 녹아 버릴것 같습니다."
"그러게... 특히 저 너머에 왕의 막사 주변에 포진한 프랑스 중장기병대를 봐라. 유럽 최강의 부대가 저기 있다. 저 부대에 걸리면 병력이나 지휘관의 역량따위는 물건너가고 그대로 부대가 녹아내린다고 하더군. 아니, 실제로도 봤다. 플랑드르 반란군 1만 대군이 저 녀석들 2천명에게 작살나는 희극을... 다들 중장보병이고 밀집진형을 취했는데도 허수아비 취급해버리더군. 에드워드 왕자도 저 부대랑 정면 대결은 하지 말라고 전 왕립 기병대에게 지침을 내렸었지..."
"2천명으로 1만 중장보병을요? 하아... 근데 오늘은 더 많은것 같은데요. 대략... 4천명 정도는 되보이는데요?"
"국왕이 직접 왔단 얘기다. 플랑드르에서는 2군이 출정했는데 오늘은 1군과 2군이 전부 몰려왔단 얘기다. 하하하... 이것 참 하도 절망적인 상황이니 웃음 밖에 안나오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우리가 저 부대와 마주칠일은 없으니깐."
"무슨 방법이 있으신 겁니까?"
"방법은 무슨... 어차피 우리 병력이라면 저 주력부대가 나오기도 전에 경보병대랑 장창병들에게 박살나 있을꺼다. 저런 지체 높으신 귀족자제 분들이 우리 같은 어설픈 하급 기사랑 평민들이 섞인 부대랑 제대로 싸울 일은 없을꺼다."
에라드는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잠시나마 나눈 농담에 조금씩 얼굴에 표정이 돌아오고 있다. 그는 웃으며 소리쳤다.
"자... 이제 죽으러 갈 시간이다. 잉글랜드 왕립기병대 제 8중대 최후의 전투를 시작하자."
그러나 그의 비장한 발언에 태클을 거는 병사들이 있었다.
"너무 깁니다. 그리고 폼이 안나요. 어차피 죽을꺼면 좀 폼나는 이름으로 죽읍시다."
"그래요. 그리고 우린 나중에 합류한 4중대라고요. 8중대는 100명 밖에 없잖습니까. 나머지 400명은요?"
에라드가 사납게 웃으며 대답했다.
"뒈지러 가는 놈들이 불평들은 무슨... 하지만 의견 수렴해서 다시 명령하겠다. 전진하라. 기병들아. 우리들의 이름은 지금부터 퀸스가드(Queen`s Guard) 다! 이걸로 불만없겠지? 가자! 우리들의 나라를 지키러! 가자! 우리들의 여왕 폐하를 위해서! 멋지게 살진 못했지만 멋지게 죽을순 있겠지. 퀸스가드 돌격하라!!!"
"와아아아아아!!!!!!"
함성과 함께 에라드가 이끄는 500여명의 경기병대는 4만 대군을 향해 돌격을 감행했다. 그것은 마치 만용을 넘어 광기라고도 표현 하기 어려운 비장한 공격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듯했다. 언덕에서 폭풍같은 기세로 프랑스군의 후방을 난입한 그들은 혼비백산하여 개미새기처럼 흩어지는 보조병들과 병참부대들 사이로 거칠게 쇄도했고, 함성과 비명이 울려퍼졌다. 그런 그들의 돌격덕분에 어느새 먼지는 가라앉았지만 무너진 성벽으로 난입하려고 대기하였던 부대들이 잠시 멈추고 전장의 양상이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잠시후 나는 병참부대의 배후 진지와 보급창고를 지나 적의 후방에 대기하고 있던 경보병대들과 조우하여 본격적인 전투를 시작하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프랑스군 역시 잘 훈련된 정예병력답게 신중하게 부대를 움직여 거칠게 전장을 휩쓸고 다니는 경기병대를 압박해 들어가기 시작했고, 그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병대는 복잡한 기동을 개시했다. 그것은 마치... 나는 그들의 거침없는 기동에 감탄하며 에드워드 왕자에게 말했다.
"대단해요, 에라드경... 적을 유인해서 유리한 위치에 끌어들여 싸우기 위해, 마치 무서워서 도망다니는 것 같은 기동을 하고 있어요. 대단한 연기력이네요. 같은 편인 저조차도 정말 그들이 겁먹은 것 처럼 보일 지경이예요."
나의 감탄에 에드워드 왕자는 조금 난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어... 대단히 죄송하지만... 저건 적을 유인하려들거나 끌어들이려는 기동이 아니라... 정말로 겁먹고 우왕좌왕하는 겁니다."
그의 창피해 죽겠다는 표정에 나는 어처구니 없음을 느낄수 밖에 없었다.
"네에? 그게 대체 무슨 소리죠? 저렇게 용감하게 압도적인 대군에 뛰어든 부대가 어째서..."
"이상과 실제는 항상 다른 법이죠. 기세좋게 뛰어들기는 했는데 실제로 아무런 계획도 없이 그냥 속수무책으로 난입한걸 꺼라고 추측됩니다. 에라드는 대단히 고지식한 친구입니다. 때로는 그런 점이 군인으로서 장점이 되기는 하지만 지휘관으로서는 약점이 되기도 합니다. 아마 본인도 지금 갈수록 첩첩산중이라는 사실에 대해 패닉에 빠져 있을꺼라고 생각합니다."
"그럴수가... 그러면 어떻게 해요. 어떻게든 도와줄 방법이 없나요? 저렇게 놔두면 말이 기진맥진하는 순간 모두 몰살당할꺼예요."
"하아... 그래서 제가 당황한겁니다. 곁에서 조언을 줄수 있는 경험많은 참모 하나만 붙였더라도 이 정도 지경은 이르지 않았을 것인데... 아! 한가지... 에라드의 장점이 떠올랐습니다. 이 상황을 헤쳐나갈수 있는..."
"그게 뭔가요?"
"저 녀석 운이 무지하게 좋다는 겁니다."
속으로 생각했다. 왕자 뺨때리면 잡혀갈까? 지금은 내가 왕이니깐 한대 후려쳐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상황에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운이 더럽게 좋은 녀석이니깐... 분명히 저 녀석을 도울 경험많은 참모가 반드시 나타날겁니다. 아! 벌써 나타났군요."
나는 왕자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복받치는 감정을 느낄수 있었다.
"회피기동! 회피기동! 적에게 너무 가까이 붙지마! 끌려들어가면 다죽어! 움직여! 멈추지 말고 움직여! 창은 들지마! 돌격은 당분간 무리야. 고삐를 단단히 쥐고 부대 뭉쳐서 흩어지지 말고 계속 움직여!!!"
"대장! 이거 아무리 좋게 생각해봐도 우리 하고 있는 짓은 지금..."
"알고 있어! 그냥 무의미한 삽질이라는거! 그래도 어쩔꺼야? 이럴꺼 모르고 왔어? 일단 성벽에 적들이 난입하는 건 잠시 멈췄으니 그걸로도 우리는 앙주의 생을 몇시간이라도 연장한거야. 그거면... 우리가 할수 있는 한계까지 해낸거야. 꼴랑 허접한 500명의 경기병으로 4만 대군의 발목을 잡았어! 이 정도면 대단한거 아니냐? 크흑..."
"대장..."
부관은 희미하게 흐느끼는 듯이 스스로를 조소하는 에라드를 동정적으로 바라보았다. 에라드는 말을 쉴새없이 채찍질하며 속도를 늦추지 않고 달리며 말했다.
"젠장할... 그래 미안하다. 다 내가 못난 탓이다. 에드워드 왕자님이라면 뭔가 기발한 방법으로 적을 기만하거나 도발해서 방법을 찾았겠지만... 나는 그냥 시키는대로 하는 것 밖에 못하는 못난 지휘관이다. 그런 나를 믿고 따라와준 너희들까지 개죽음시키는구나. 다들 나를 욕해라. 병신같은 에라드라고 욕하고 죽어라."
그때 부관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대장! 오른쪽에! 오른쪽을 봐요!"
순간! 할버드의 칼날이 박차에 걸렸다. 강한 힘으로 참호속에 숨어있던 소대 병력의 보병들이 튀어나오며 에라드의 부대에 공세를 가했다. 에라드가 황급히 몸을 틀며 외쳤다.
"제기랄! 무대 흩어져! 좌측으로 선회! 좌측으로 선회!"
그리고 동시에 박차를 결박한 할버드를 쳐내려 했지만 적군의 병사도 지휘관을 처치할 욕심에 단단히 창을 잡고 그를 끌어내려 안간힘을 썼다. 곧 무게중심이 무너지는 것을 느끼며 에라드는 최후의 순간임을 짐작했다. 그는 눈을 질끈 감고 외쳤다.
"병신같은 에라드가 여기서 죽는다! 마틸다! 아이를 잘키워줘!"
'채앵!'
에라드는 귓가에 울려퍼진 맑은 금속성을 들으며 눈을 떴다. 휘청거리며 당장이라도 낙마할꺼라는 생각과는 달리 누군가 그를 잡고 끌어 당기고 다른 손으로는 여유롭게 경보병대를 창으로 휘저어 흩어버리는 신기를 보이는 기사가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에라드는 도움을 받았다는 생각에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순식간에 붙잡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거리를 둔 다음 의문의 기사를 관찰하였다. 자기가 걸친것보다 고풍스럽고 훨씬 우수한 장비를 전신에 감싸고, 저 너머 동방에서나 볼법한 거마를 타고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기사... 그는 뭔가 동화속에 나올법한 이상적인 기사의 모습에 잠시 넋을 잃었고, 그래서 그의 가슴에 장식된 문양을 제대로 볼수 없었다. 그 기사가 투구속에서 울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사가 투구의 안면부를 들어올렸다. 하얀 수염이 성성한 노인의 얼굴이 나타났다. 필립 카페, 그가 나타났다.
"이게 몇년만에 전장인지 모르겠군. 감회가 새로워... 함성과 비명, 그리고 격한 열정과 잔혹한 폭력... 이제는 더이상 나와 무관한 일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시 전쟁터에 서게 되는군. 반갑네... 참사회의 동료여."
"젠장할... 더럽게 반갑고 죽도록 고맙고 그리고 대단히 한심합니다. 당신을 만난건 좋지만... 솔직히 실수하셨다고 말씀드려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군요. 왜 오셨어요? 그것도 모양새를 보니 혼자서 오신것 같은데... 지금 여긴 절망적인 상황이란 말입니다. 이제 우리는 다 죽는다고요!"
"흠... 일단 저기 일대의 보병대들이 몰려오니 자리를 피하면서 이동중에 대화하지."
그리고 그는 말을 몰아 달려오는 보병대를 피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흩어졌다 웅성거리며 모여든 에라드의 부하들도 필립 재상과 에라드를 따르며 부대를 다시 합류시켰다. 필립이 말했다. "확실히... 좋은 지형은 아니군. 기병을 운영하기는 좋지만 적의 밀집도가 높아서 복잡한 기동을 지속해야 하는군."
"지형만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영감님은 바위를 향해 돌진하는 계란에 탑승하신거라구요. 우리가 전멸하는 건 시간문제라구요. 왜 하필 여기로 돌아오신겁니까? 차라리 성으로 진입할 방법을 찾으시지..."
"흠... 상황이 그렇게 나쁜가?"
"보시면 모르겠습니까? 당신 눈앞에 있는 머저리가 말같지도 않은 자살 돌격을 명령해서 아무 대책도 없이 이곳으로 밀고 들어와 버렸다구요. 당신은 지금 이곳에 있으면 안되요. 나같은 병신같은 놈이랑 동반자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하셔야 한다구요.'
필립은 그의 말에 심드렁하게 웃으며 말했다.
"병신? 누가 자네를 병신이라고 했는데? 데려오게나. 내 손으로 입을 찢어 버리겠네. 왜 자네가 병신이라고 생각하지? 아무런 계획도 없이 들어와서? 모든 계획은 전쟁이 시작되는 순간 휴지조각이 되는게 일상이지. 계획에 집착하는 자칭 전문가들의 엉덩이를 걷어차버려! 그건 최전방에서 인간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나가는걸 목격하지 못한 놈들의 언어 유희일 뿐이야.
그게 아니면 말도 안되는 병력차에도 불구하고 게란으로 바위치기를 한것이 병신인가? 그게 뭐 어때서? 전쟁에서 페어플레이로 모든 준비가 완료된 상태로 시작되는 경우가 있던가? 모든 전쟁은 불공평하고 불리한 상태로 시작해. 그 상황에서 병신은 상황을 타개할 생각도 하지 않고 도망칠 생각부터 하는 버러지들이야.
가슴을 당당하게 펴고 전투에 임해라. 4만 대군에 오합지졸로 달려든게 뭐 어때서? 주인을 위해 목숨을 건 충신의 귀감일지언정 병신이라 욕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20년전, 레반트에서 자네보다 열배나 많은 최정예 병력을 가지고도 왕의 개전 명령이 오지 않았다는 핑계로 겨우 1만 5천 오합지졸들에게 공세를 가하지 못한 어느 정말 병신 중에 상병신을 조롱하는 일이네. 자네는 이미 한걸음 내딛었어. 이미 그것만으로도 자네는 그 상병신보다 더 훌룡한 지휘관이야."
"재상님... 당신... 설마 그 유명한 예루살렘 왕국의 마지막 전투때 클라크 데 슈발리에에서 발이 묶였던... 아니, 됐습니다. 지금은 과거사나 물어볼 상황이 아니죠. 자... 이제 정말 끝장이 다가오고 있군요. 열맞춰서요."
필립 재상은 고개를 들어 정면에 다가오는 거대한 병사들의 물결을 바라보았다.
"장창병대로군... 기병은 쥐약이지."
"이제 돌아갈수도 없습니다."
필립은 뒤를 돌아보았다. 퀸스가드가 난입한 이후 뚫린 배후로 돌아간 프랑스군은 도망칠 공간을 틀어막고 진열을 갖추고 빈틈없이 밀집 대형과 방패를 들고 움직이는 충차처럼 서서히 그들을 향해 도열하여 다가오고 있었다. 정면화 후면 양쪽이 모두 막혔다. 에라드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혼란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필립은 차분하게 전장을 주시하며 말했다.
"침착하게... 내가 도와주겠네. 더이상 자학하지 말게나. 자네는 내가 아는 그 어떤 지휘관보다도 곧고 바른 사람이야. 자네는 반드시 역사에 이름을 남길 명장의 반열에 설수 있을꺼야. 그런 재능과 성품이 있어. 내 눈에는 보여. 그러니, 솔직히 살짝 자격미달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우리 앙주 참사회에 자네를 동료로 받아들이는데 아무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던거야."
"것참... 고맙네요. 사기쳐서 직책 떠맡기고 월급도 챙겨주고... 병주고 약주고..."
"아무렴 어떤가? 이제 자네는 이 전쟁을 주도해야 해. 끌려다녀선 안되네. 방법을 모르겠다면 내가 알려주지. 내 수업을 잘따라오길 바라네. 그러면... 자네는 이 전쟁이 끝났을때 자네도 생각하지 못한 곳에 서있는 자신을 보게 될꺼야. 일단... 부대에 지시하게... 정면 장창병대를 향해 저속으로 전진."
"젠장... 맘대로 하시죠. 야! 다들 앞으로 가자! 끌려들어가서 처맞고 죽는 것 보다는 장창에 꼬챙이가 되서 죽는 쪽으로 결정하신 모양이다!"
부대는 일제히 보통 속도로 열을 지어 정면에 천천히 다가오는 장창병대에게 다가갔다. 필립이 입을 열었다.
"장창병들은 중거리의 강자들이지. 의외로 원거리도 강한 편이야. 숲의 나무처럼 후열에 세운 장창들이 날아드는 화살의 기동력을 감소시켜 큰 피해를 안입거든. 그래서, 그들과의 전투는 최근접전으로 격퇴하거나, 아니면 기동전으로 끌어내야 하지. 하지만 오늘은 시간이 없으니 그냥 흘려보내기로 하세. 속도 높여!"
부대는 에라드의 지시를 기다리지 않고 일제히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필립이 말했다.
"전쟁 수업 레슨 1, 방어는 넓게, 공격은 좁게. 최대한 공격의 힘을 점에 집중시킬때 공간의 우위를 점할수 있다. 자, 소개하지. 나의 친구들이 자네들을 지원할꺼야."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부대의 배후에 다가오는 프랑스 경보병대에 소요가 일었고, 그틈으로 일대의 부대들이 쏟아져 쇄도해 들어왔다. 머리에 두건과 터번을 갖춘 가벼운 차림에 작은 말을 탄 레반트 풍의 남자들... 필립이 소리쳤다.
"성지에서 우리를 도와 천상의 왕국을 수호했던 아르메니안 기독교 궁기병대다! 전 부대 카라콜(Caracole)!" 그리고 폭풍같은 기세로 경보병대를 뚫고 나온 그들은 전진하는 퀸스가드를 둘러싸고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돌았다. 그리고 그 거대한 원은 잘 연습된 예비동작을 마치고 활을 들어 장창병대에 화살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것은 장전에 시간이 걸리는 방식을 개선해 이동중 적정 사격위치에 도착하며 화살을 쏘는 방식을 채택해 사격이 끊이지 않게 이어지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그 공격의 방향은 부대의 전체가 아닌 중심의 단 한곳의 점에 맞춰졌다.
처음 그들의 난입에 당황한 퀸스가드들은 곧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들은 도열해서 다가오는 장창병대의 중심에.. 돌파할 길을 만들고 있었다. 순식간에 폭풍처럼 한점에 쏟아부어진 사격은 장창병대의 진을 흐트러뜨리고 중심에 부대가 이동할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내었다. 에라드가 소리쳤다.
"전 부대 저 사이로 돌입해! 장창병대를 지나쳐서 적진의 중심으로 파고든다."
"와아아아아!!!"
병사들은 함성을 지르며 말을 달려 장창병대의 사이로 빠르게 기동하여 부대의 포위망을 탈출했다. 아르메니아 궁기병대는 그런 그들을 끝까지 엄호하며 부대의 뒤를 지키고 같이 따라오지 않고 남은 장창병대와 경보병대를 상대하며 위치를 지켰다. 에라드는 달려가면서 필립에게 말했다.
"얼마전에 대거 이주한 레반트에서 온 당신이 신원보증한 지인들이 저 사람들이었군요."
"그렇다네. 아이유브쪽은 신사들이지만 럼쪽은 개자식들이지. 그들의 공세에 입지가 불안정해서 망명을 시도했는데 받아주는 사람이 없어 난감해하다 나를 찾아왔더군. 나보다는 우리 주인에게 감사하라고 했네. 이교도로 보이는 레반트의 망명자 2천여명을 별다른 고민도 하지 않고 받아주는 주인은 찾기 힘들다네."
"것참... 운이 더럽게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군요. 잠시나마 유예된것 뿐이지만."
"우리 주인은 그 유예를 평생 짊어지고 사셨다네."
그렇게 한참을 장창병대의 포위를 벗어나 달리던 그들은 어느새 앙주의 성벽이 근접해 보이는 중간 능선에 다다랐다. 앙주를 끼고 흐르는 강을 측면에 두고 펼쳐진 평야지대... 그곳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적들이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자, 이제 어떻게 하실껀가요? 저 녀석들도 제대로 우리를 잡기로 작정한 모양이군요. 앙주로 돌입할 병력들이 선회해서 이쪽으로 공격할 포진을 마쳤군요. 숫자만 해도 대략..."
"1만 5천, 좌측에 제노바 석궁병대 4천, 중앙에 프랑스 주교령주들을 주축으로 하는 중장보병대 6천, 우측에 베드포드의 경보병대 4천, 정확하게 파악하게. 전쟁수업 레슨 2, 적을 알고 나를 아는 것이 승리의 지름길이다. 명심하게나. 보는 즉시 적정을 파악하고 즉시 대응을 할수 있어야 해. 전쟁터에서 지휘관의 판단력과 결단력에 따라 수천명의 병사의 생사가 오간다네."
"아아... 그렇죠. 그럼 이제 어쩔까요? 지금 우리 상황은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꼴랑 500명, 톡치면 몰살될 분위기. 그리고 저쪽은 유럽 최강의 용병궁수부대, 프랑스의 방패라고 할만한 주력부대, 그리고 잉글랜드에서 나름 명성을 떨치던 정예부대... 이제 뭘 어쩌죠? 그냥 아까전에 장창병대에게 꼬챙이가 되서 죽는데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군요."
"하긴... 확실히 좀 난감하긴 하구먼. 이렇게 난감한 상황일때 예전에 참사회에서는 우리 어떻게 했었지?'
"하... 지금 상황에서 그건 또 무슨 소리입니까? 그야 참사회 회의를 했죠. 그리고 할때마다 이게 제 정신인가 싶은 아이디어를 내놓고 그걸 또 착실하게 실행해서 어쩌다 보니 위기를 피해나갔죠."
"아아... 그랬었지. 그리운 시간들이지. 그 회의를 거치면 이상하게 고민하던 문제가 말끔하게 해결되고 유쾌한 분위기로 하루가 마무리 되었지. 그럼 방법이 나왔군. 회의를 하세. 평소에 회의를 시작할때 어떻게 소집시켰지?"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노망드셨어요? 지금 여기서 무슨 회의를..."
"대답해보게."
"마틸다가 차주전자를 들고 참사회 직무실들을 돌아다니며 소리쳤죠. 티타임이라고."
"아, 그래... 맞아맞아... 그렇게 했었어. 그럼 한번 불러보자구. Let`s tea time!!!"
제노바 석궁병대의 대장은 파비스 방패를 정면에 내밀고 신중하게 접근했다. 그래서... 필립이 외친 소리를 듣고 조금 어이없는 기분이 드는 것을 느꼈다.
"뭐? 저 노인이 뭐라고 소리치는거야? 티타임을 가지자고? 잉글랜드인인가? 지금 여기서 무슨..."
그리고 그는 더이상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의 왼쪽귀에 날아든 쿼렐이 오른쪽귀로 빠져나갔기 때문이었다.
"기습이다!"
유럽에서 명성을 떨치던 제노바 석궁병대는 대장이 쓰러진 상황에 당황하지 않고 순식간에 부대에 습격을 경고하고 화살이 날아든 방향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순간 부관은 놓치고 있는 사실을 떠올렸다. 석궁의 화살인 쿼렐의 관통력이 너무 강하다. 그것은 아주 근거리에서 발사된 화살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그 화살이 날아든 방향은 분명 강이 있을... 그리고 그는 경악하고 말았다.
그의 눈에 들어온것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강을 따라 전장에 난입하고 이미 강변에 배를 대고 하선하여 화살을 쏠 간격조차 주지 않고 그들을 향해 달려오는 적군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는 두번째로 경악했다. 갑자기 난입한 그들의 모습이 의외로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머리에 날아든 투석에 나뒹굴어지며 나지막히 소리쳤다.
"저 녀석들은 베니..."
그리고 그의 말을 선박용 커틀라스와 석궁을 들고 제일 앞에서 달려온 늙은이가 받았다.
"아름다운 베니스의 도제 안젤모 로시니가 돌아왔다. 이 더러운 제노바 양아치 새끼들아! 자랑스러운 베니스의 사자의 아이들아! 미인을 겁박하는 놈은 이탈리아 남자가 아니다. 저 양아치 새끼들을 죄다 쓸어버려라! 수천명의 과부와 고아들을 만들어라!"
그의 잔인한 말에 곁에서 칼을 들고 달려가던 장교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도제님, 그건 좀 너무 심한..."
"그 과부들 다 니들꺼다."
"뭣들 해! 포로잡지 말고 그냥 죄다 죽여버려!!!"
안젤모 재무관은 사납게 웃으며 측면을 공격당해 붕괴되는 제노바 궁병대를 바라보며 얼마전의 일을 회상했다.
"안젤모 교수님이 돌아오셨다!"
"도제님이 베니스에 오셨어... 얼른 달려가. 지금 리알토 다리에 계신데."
젊은이들이 수로를 끼고 달려갔다. 그들이 도착한 곳에는 이미 수많은 군중들이 모여서 사납게 웃고 있는 노인을 숨을 죽이며 바라보고 있었다. 젊은이들이 다가오자 그 노인, 안젤모 재무관은 크게 대소하며 말했다.
"오오... 내 옛 제자놈들이 왔구나. 잘있었으냐? 안토니오, 기욤... 꼴보아하니 여전히 가난뱅이 못면한 모양이구나."
"교수님... 지금 여기 계시면 안됩니다. 베니스 정부에서 교수님에게 내린 추방령은 아직 유효합니다. 곧 사람들이 교수님을 연행하러 올꺼예요."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군중들을 밀치며 고장꼬장한 인상의 관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여전히 싱글거리는 안젤모에게 다가가 소리쳤다.
"안젤모 로시니, 그대는 베니스 정부에서 추방당한 자이다. 이곳에 돌아오면 연행당한다고 분명히 공지했을텐데?"
"어이구, 무서워라... 로베르야, 꿍쳐둔 연초나 한대 좀 줘봐라."
로베르라고 불린 그들의 리더처럼 보이는 조금 젊은 관료는 조금 삐질거렸지만 다시 정색하고 소리쳤다.
"경고했소. 그리고 경어를 쓰시오. 나는 예전엔 당신 제자였지만 지금은 베니스의 치안관이오. 지금 당신을 즉시 체포하지 않는건 겨우 3년만에 탄핵당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 도시의 도제였던 당신의 예우 덕분인줄 아시오. 그리고 연초는 관세분쟁으로 인해 수입 금지된 품목이오. 이곳에 그런건 없소."
그는 마지못해 자켓에서 숨겨둔 연초를 안젤모에게 건내주었다. 안젤모는 그것을 받아들고 맛나게 한대 빨고 말했다.
"너도 입장이 있으니 곤란하게 할 생각없다. 나 돌아온거 아니다. 그냥 베니스는 지나가는거야. 분명 난 추방당했지만 추방명령에 거주를 금했지, 이동중 통행까지 금하는 조항은 없었다. 그냥 걸어온 이 두 발로 오늘 안에 걸어서 나갈꺼야. 지금 여기서는 잠깐 노인네 아픈 다리를 쉬고 있는 중이야."
"그... 그렇다면 어서 떠나시오. 더 머무른다면 당신의 안전을 보장할수 없을지도 모르오."
"왜? 단돌로 가문에서 기어이 나 죽이라고 그러디?"
"베니스에서 개인의 복수는 범죄요. 그런 사실은... 젠장! 못해먹겠다. 교수님, 그만 난처하게 하고 어서 가시라구요. 지금 왜 돌아오셔서... 지금 베니스의 상황이 안좋아서 대가문들이 잔뜩 곤두서있다고요. 그런데 교수님까지 오시면 여긴 폭동이 일어 날지도 몰라요."
안젤모는 다시 한대 연초를 빨고 콧방귀를 뀌며 일어섰다. 그리고 군중들에게 외쳤다.
"자, 오랜만이외다. 베니스의 시민 여러분. 안녕들 하셨소이까? 표정들 보아하니 안녕 못한 모양이구려. 그간의 사정은 대충 멀리서도 들었소이다. 부는 대가문들에게 독점되어 시민들은 피폐해지고, 관직은 가문간의 결탁으로 독점되고... 쓸데없는 전쟁에 애국심을 강요하며 과부와 고아가 양산되고 있다지? 그러게 내가 뭐랬소? 빈자와 중산층의 부가 커져야 나라가 안정된다고 했었지 않소?
교단에서 20년... 망할대로 망한 베니스에 도제자리에 앉아서 그거 복구시킨거 2년... 근데 내 정책이 부자들의 세금을 증대시키고 자유로운 경제를 막는다는 구실로 대가문들이 선동해서 탄핵을 주장했을때... 이 몸을 내친건 베니스의 시민들 당신들이었소. 그렇게 이 몸을 내치시고, 몇몇 가난한 사람들 보조하던 세금들 줄이고선... 그 대신 부자들 되셨소이까? 행복하게 지내고 계시오? 쯧쯧쯧..."
그의 말에 많은 시민들이 숙연해지고 얼굴을 돌렸다. 그리고 그의 제자 중에 한명인 안토니오가 소리쳤다.
"모든 시민들이 탄핵에 동참한건 아닙니다. 그리고 그때 어리석은 선동에 넘어간 시민들도 지금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돌아와 주십시오. 도제님... 당신이 돌아오기를 모두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어리석은 우리들을 이끌어 이 베니스의 번영과 안정을 다시 구축하여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교수님."
"모범생 안토니오... 네 대답은 항상 정석이구나. B 학점을 주겠다. 그리고 교수가 아니라 도제다. 네가 A를 못받은 이유는 대상의 역량을 변수로 포함하지 않은 분석 때문이다. 이미 여기 있는 모든 시민들도 알다시피 나는 실패한 도제다. 그것은 나의 정치적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보좌에 어울리지 리더를 할 그릇은 아니다. 그래서... 설령 내가 돌아온다고 해도 결국에는 같은 이유로 다시 추방될것이 뻔하다."
안젤모의 말에 안토니오를 비롯한 시민들은 풀죽은 모습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안젤모의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나는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할수는 있다. 어차피, 이곳 베니스의 체제는 한 개인의 뛰어난 역량으로 뒤집기는 너무 고착화되어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명예롭고 도전하는 베니스의 시민이라면, 차라리 이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대업을 건설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 묻겠다. 우리 베니스인들의 천국은 어떤 모습인가?"
그의 엉뚱한 질문에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그의 제자중에 한명은 오래전 수업에서 했던 농담을 기억해냈다.
"진귀한 보물이 널려있고, 섹시한 여자 상사의 구둣발에 밟히고, 제노바 양아치 새끼들을 죽일수 있는 곳입니다."
"푸하하하하!!!"
시민들은 다들 사납게 웃으며 동의했다. 안젤모도 웃으며 말했다.
"그래 맞다! 기욤, 너에게 B+를 주마. 장소의 제시까지 했으면 A였겠지 아쉽구나. 베니스의 시민들이여. 내가 지금 한가지 제안을 하겠소. 그런 장소가 있소. 나는 오랫동안 그곳에서 일하며 내가 생각한 이상의 나라를 세우는데 전념해왔소. 하지만... 지금 그곳은 오래전 내가 도제로 있던 베니스와 같이 기득권의 공세에 촌각의 위기를 다투고 있소. 그곳은 바로 앙주요. 나는 이제 이 다리를 건너 내 주인이 있는 곳으로 갈것이오.
만약, 지금의 현실에 절망한 사람이 있다면? 이탈리아 남자라면 응당 그래야 하듯이 죽여주는 여자를 만나고 싶다면? 제노바 놈들의 항문에 불침을 놔주고 싶다면? 그런 정신나간 친구들은 나를 따라오시오. 내가 피리를 불테니 쫓아오면 될것이오. 그곳에서 우리들의 새로운 나라를 만나게 해주겠소. 이상이요."
그리고 그는 몸을 돌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리알토 다리를 건너 베니스를 빠져나갔다. 모였던 군중들은 멍하니 서로를 쳐다보았고, 안토니오와 기욤을 다시 어디론가 달려갔다. 해가 질무렵... 어느새 베니스를 빠져나와 해안절벽을 따라 걸어가던 안젤모를 부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안토니오, 기욤... 그렇게 급하게 달려오지 않아도 좋다."
안토니오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따르겠습니다. 다른 시민들은 몰라도 저희들은 이곳에서 아무런 희망도 볼수 없습니다. 교수님을 따르겠습니다. 데려가주세요."
"교수가 아니라 도제다. 그래, 앙주에서는 모든것이 환영받는다. 같이 가자꾸나."
하지만 기욤은 볼맨소리를 했다.
"조금 아쉽네요. 교수님이 오시면 다들 몰려나올꺼라고 생각했는데... 겨우 우리 두명 뿐이라니..."
"D 학점을 주겠다.
"아니 왜요?"
"시민들을 너무 쉽게 폄하해서 감점, 자신들만 똑똑하다고 생각해서 감점, 아무런 준비도 없이 맨몸으로 와서 감점... 너희들은 좀더 신중하게 생각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저기를 봐라."
안토니오와 기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것은 베니스의 항구에서 순서를 다투듯 쏟아져 나오는 수백척의 함선들이었다. 그 함선들은 해안절벽을 걷고 있는 노인에게 발맞추어 걷듯이 속도를 맞추어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선두의 배의 갑판에 낯익은 얼굴... 로베르가 있었다.
"봐라, 저게 바로 나에게 유일하게 A+ 학점을 받은 수제자의 레포트다. 명심하거라."
측면을 공격한 베니스 해병대의 난입은 우측에 배치된 베드포드의 병사들에게도 긴장을 주었다. 그들은 정면으로의 전진을 멈추고 전황을 주시했다. 그리고 중앙에 마치 일국에 왕처럼 차려입고 당당히 서있는 베드포드 공작은 곧 상황 파악을 종료하고 곁에 왕의 봉신처럼 조아리고 있는 부하들에게 말했다.
"우리가 신경쓸 부분은 아니군. 차라리 잘되었다. 저 용병대 놈들이 앙주에서 약탈을 해서 급여 챙겨갈거 생각하니 아깝기 그지 없었는데... 저대로 밀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하지만... 공작님... 저대로 좌익이 무너진다면 모든 부대에 위기가..."
"상관없다. 아무리 그래도 결국 승리하는 것은 우리다. 후방의 중장기병대가 투입되면 모든 전투가 무의미해지고 그저 의미없는 저항이 될뿐이다. 우리는 차라리 이번 기회에 전공을 나눠 먹을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이 더 좋을수도 있다. 어차피... 우리가 배치된 이곳에서는 딱히 공격받을 일도 없고... 그대로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승리자의 반열에... '핑!' 어?..."
그의 말이 멈췄다. 그것은 방금 그의 귓밥을 찢어버리고 날아든 한대의 화살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베드포드 공작의 귓가에 흐르는 핏줄기를 보고 그리고 시선을 돌려 바닥에 꽂힌 화살을 보았다. 대체 어디서? 그들은 다시 시선을 돌려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의문에 빠졌다. 그 경로에는 프랑스 중장보병대와 유린되고 있는 제노바 석궁병대가 있었고 적군은 없었다. 그렇다면 그 화살을 쏜것은 도저히 상상하기도 어려운 베니스 해병대 너머에 강변에 정박한 선박... 그 경악할만큼 먼 거리에 다시 시선을 돌린 그들은 화살의 모양이 낯익다는 사실에 다시 경악했다.
"잉글리쉬 롱보우... 웨일즈 전통 방식에 가까운 물건이군요. 잉글랜드에서 이런 스타일의 화살을 사용하는 것은..."
"데후바스와 몽고메리... 빌어먹을... 앙주파가 돌아왔다! 부대 사격에 대비해!"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수천발의 장궁이 메드포드의 사병들에게 비오듯 쏟아졌다.
"정해진 열로부터 순서대로 사격하라. 교체 순서를 잊지 마라. 팔힘을 아껴!"
몽고메리 백작은 긴장된 얼굴로 부대를 지휘했다. 작위를 정식으로 승계된지 얼마되지도 않아 수천명의 부대를 지휘하게 된 상황에 긴장한듯 그는 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시선이 마주친 순간 나지막히 말했다.
"고맙소. 당신 덕분에 명예로운 선택을 할수 있었소."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한 남자가 노인과 함께 전쟁터의 아비규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체스를 두고 있었다. 그는 말없이 몽고메리 백작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비숍을 옮기며 말했다.
"체크메이트."
노인이 대답했다.
"졌소이다. 한번만 더할수 있겠소?"
"물론입니다. 얼마든지요."
"아뇨, 이번판이 마지막이요. 이미 당신은 잉글랜드의 체스 챔피언에게 9판을 따낸거요. 10번이면 나도 승복해야 할듯 하오."
남자는 장기말을 배치하며 얼마전의 일을 회상했다. 그는 어둡고 우울한 런던의 뒷골목을 따라 어느 퍼브를 향했다. 도착했을때 이미 안에서는 시끄러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었다.
"더는 못참겠소. 돌아갑시다."
"그렇소 고향에서는 하루에도 몇통이나 급보가 날아들고 있소. 스코틀랜드의 하이랜더들이 각 영지에 파고들어 백성들과 군대를 유린하고 있소. 어서 가서 그들을 막고 가족을 지켜야 하오."
"하지만... 둘째 왕자... 아니 폐하는 모든 영주들 중에 런던을 이탈하는 자는 반역자로 간주한다고 명했소. 여기서 움직이면 가문이 몰락할꺼요."
마지막 말을 끝으로... 논의는 잠시 중단되고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래서 수십명도 넘는 잉글랜드의 영주들은 정면에 세운 경비를 소리없이 제압하고 들어온 남자의 존재를 인지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남자가 입을 열었다.
"여기... 잉글랜드의 머저리들이 다 모여있다고 해서 왔는데... 그 말이 사실이었군. 계속하시오, 몹시 웃기고 흥겹소이다. 더 웃기는 자에겐 박수를 쳐드릴테니 계속 하시오."
갑작스럽게 나타나 그들을 야유하는 남자의 존재에 영주들은 긴장했다. 누군가 소리쳤다.
"당신은 누구요?"
"나? 당신들이 알만큼 알려진 사람은 아니요. 오히려... 그 누구도 알수없는 사람에 가까우니 내가 내 이름을 말한다고 해도 그 누구도 그게 누군지 알지 못할것이오. 굳이 밝히자면... 나를 잘 모르는 어리석은 자들이 내게 붙여준 이명 정도나 조금 익숙할까? 네명의 황제와 열한명의 왕에게 장기말과 같이 죽음을 동봉하여 선물한자외다."
"허억... 체스마스터?"
그 남자, 루이 첩보관이 후드를 벗었다. 몇몇 영주들은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난, 못봤어. 난 당신 얼굴 못봤으니 죽이지 마!"
"그것 또한 제법 유쾌한 광대짓이구려. 박수를 쳐드리지. 짝짝짝..."
영주들 사이에서는 긴장이 흘렀다. 몇몇 사람은 그가 누군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몽고메리 백작이 나서며 말했다.
"당신은... 조안 총독님의 첩보관이군요. 과연... 당신이었군. 근데 여긴 왜 온것이오? 당신의 주인을 배신하고, 쥐새끼처럼 베드포드에 붙어서 삶을 연명하다가, 지금은 스코틀랜드의 공격에 위기에 처했지만 여기 붙잡혀 움직이지도 못하는 우리를 비웃으러 온것이오?"
"뭐 그것도 없지 않소. 다들 붙잡는 사람도 없는데 발에 못이라도 박힌듯 가족을 걱정하는 척만 하면서 가지는 않는 모습... 이것도 제법 웃기구려. 다들 지금 마누라가 어지간히도 지겨운가 보지요? 다 죽여버리고 새 마누라를 얻으려는 거 보면."
영주들이 슬슬 열받기 시작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시오? 누가 가족이 소중하지 않아 남아 있는 것이오? 가고 싶어도 왕이 가면 반역자라고 선언하는 바람에 가지 못하는 것 아니오?'
그러나 루이 첩보관은 비웃듯이 말했다.
"왕? 지금 잉글랜드에 왕이 어딨소? 당신들이 생각하는 왕은 참 저렴한가 보구려. 제 형제들과 조카를 몽땅 도륙하고, 위기에 처하자 외세의 힘을 빌어 자기 백성과 신하를 쥐잡듯 잡는 그런자를 왕이라고 부르다니... 그딴게 왕이라면 지금 웨스트엔드에 널려있는 부랑자를 데려와서 왕을 세우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이 될듯 하오."
"하... 하지만!"
뭔가 저항해보려고 했던 영주들의 말에 루이 첩보관은 소리치며 말을 멈췄다.
"정신 차리시오! 지금 이땅에 왕은 없소. 자기 나라를 외세의 손을 빌어 불바다로 만드는 자를 왕으로 부르다니... 부끄럽지도 않소? 지금 스코틀랜드와 프랑스에서 밀려온 병사들에게 강간당하고 살해당하고 약탈당한 백성들에게 가서 그딴 개소리를 해 보시오. 퍽이나 좋아들 하겠소."
"빌어먹을! 그럼 대체 어쩌라는 거요? 지금이라도 박차고 고향으로 달려나가라는 거요? 그래봤자... 고향에서 다같이 개죽음을 할따름이오. 수천도 넘는 스코틀랜드의 병사들은 우리를 짚단처럼 밟아버릴꺼요. 우리들 각각의 힘은 미약한데 차라리 명예롭게 죽음을 택하라는 그런 말을 하고 싶은거요?"
그들의 처절한 절규에 루이 첩보관은 빈정대듯 대답했다.
"죽음을 스스로 택한다고요? 당신들이? 그딴거 기대도 안하니 걱정마시오. 내가 아는 범주에서 그런 일을 실제로 해낸 사람은 단 두명뿐이오. 예수 그리스도와 또다른 한 사람... 내가 방법을 알려주겠소. 당신들이 살아날 방법을... 여기서 더이상 이몸의 앞에서 개그하지 않고 이 상황을 벗어날 방법을..."
영주들은 서로를 보며 눈이 휘둥그레 졌다. 그리고 입을 모아 물었다.
"그게 뭐요?"
"앙주로 가시오. 각자 고향으로 가면 흩어져 각개격파 당할뿐이오. 다같이 그곳으로 가서 결집하고 힘을 모으시오. 그러면 당신들도 큰 힘을 낼수 있소."
"하... 하지만 지금 그곳은 프랑스의 4만 대군에 포위되어 멸망직전이라고... 그리고 그곳에 우리가 가면 고향은 누가 지키고..."
영주들의 물러나는 듯한 말에 루이 첩보관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렇소. 그곳은 멸망직전의 위기에 처해있소. 댁들이었다면 당장 줄행랑을 치거나 엎드려 항복했을 상황에... 나의 주인만이 유일하게, 잉글랜드에서 유일하게 외세의 침공을 막아내며 힘겹게 버티고 있소. 당신들은 쓰레기 같은 자를 왕으로 부르지만... 대답해보시오 누가 당신들을 지키고 있소? 누가 이땅에 정의를 말하고 있소? 누가 포기하지 않고 절망적인 상황에 일어나 걸어가고 있소? 누가 당신들에게 섬김 받기에 타당한 자요? 대답해보시오!"
그러나 아무도 그의 말에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루이 첩보관은 고개를 저으며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오. 다들 좋을 대로 하시오. 다만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단한번만이라도 후회없는 선택을 하고 싶은 사람은... 내일 새벽 도버로 모이시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을것이오."
그는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한걸음, 한걸음... 영주들은 서로의 눈치만 보고 아무도 제지하거나 말하지 못했다. 그가 한숨을 쉬며 문고리를 잡았을때 누군가 일어서며 소리쳤다.
"몽고메리는 참전하겠소."
다른 영주들이 화들짝 놀라 그의 손을 잡아당겼다.
"자네 젊은 치기로 그러면 안돼. 고향에 계신 노모는 어쩌고..."
"어차피... 그냥 돌아가면 장로님들이 절 산채로 각을 뜰겁니다. 고향은 장로님들을 믿고 맡기고, 저는 저를 구해주신 그분이 계신 앙주로 가겠습니다. 다른 분들에게 강요하진 않겠습니다."
그러나 두번째 지원자가 일어섰다.
"나도 가겠소. 우리 버틀러가는 어차피 나만 남았소. 불쌍하게 눈도 제대로 못감고 죽은 안나 누님... 복수를 위해 참전하겠소."
그러자 연이어... 사람들이 일어서기 시작했다.
"콘웰도 가겠소. 우리는 거기 투자한 돈이 아까워서라도 가야겠소."
"헤리포드도 따르겠습니다. 우리는 미친 왕자님도 구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왕립해군이 배를 준비하겠소. 윌리엄 폐하를 지키지 못한 불명예를 씻을 것이오!"
루이 첩보관은 미소지으며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그는 회상에서 깨어나 물끄러미 자신이 들고 있는 장깃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무덤덤히 전장을 흘깃 바라보았다. 오랫동안 베드포드에 압제에 시달려온 앙주파의 병사들은 강력한 기세로 화살비를 베드포드에 군대에 퍼부어 군단의 전력을 와해시키고 있었다. 부대의 사기가 올라갔다. 하지만 그는 그저 무덤덤하기만 했다. 모든것은 그의 계획대로 진행된것일뿐... 이미 모든 상황이 이대로 흐를 것을 예상하고 있던 그는 동요하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어런 작은 전장의 인간을 장깃말로 삼는 대국은 시시한 유흥에 지나지 않았다.
그보다는 눈앞에서 우연히 앙주파에 지원한 병사로 왔다 나이 제한으 돌려보내질뻔 했던, 왕년에 잉글랜드 체스 챔피언이었던 노인을 만나 두는 대국이 훨씬 흥미로웠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에게 있어 가장 흥미로운 대국은 그가 들고 있는 장깃말을 보면 떠오르는 한 사람... 이 세상에 유일하게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 장깃말... 그의 주인이자 그에게 있어 유일하게 장깃말이 아닌 존재... 그는 퀸의 말을 킹의 사선에 내려놓고 말했다.
"체크메이트"
"졌습니다. 훌룡한 실력이십니다. 흡족한 패배입니다. 역시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군요."
노인은 겸손하게 루이 첩보관의 체스 실력을 칭찬하며 패배를 인정했다. 루이 첩보관은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저도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제 가장 최근에 둔 대국 상대였던 어떤 아가씨에게 무려 한판도 따내지 못하고 200번을 넘게 판을 뒤엎는 수모를 당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실력이 그저 그런줄 알았는데... 국가간 챔피언쉽이 있었다면 유럽의 챔피언이 되셨을 당신을 꺽고 보니 조금은 자신감이 생기는 군요."
"호오... 그런 아가씨가 있었나요? 당신 만큼의 실력자를 그렇게 무참하게 이기는 기사라니... 그렇다면 두가지중에 하나겠군요. 하나는 저와 당신 둘다 우물안의 개구리라서 더 넓은 세상의 고수를 만나지 못한것일지도 모르겠군요."
"하하하... 그럴수도 있겠군요. 다른 하나는 뭔가요?"
"그야 당연히... 그녀가 당신을 능가하는 체스마스터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겠죠."
그는 틀림없이 장기로서의 체스를 말한것일것이다. 하지만 그 노인의 말에 루이 첩보관은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웃음을 머금으며 대답했다.
"좋은 지적이십니다. 이번일을 마치면 한번 본격적으로 새로운 체스마스터를 양성시키는 일을 고민해봐야 할것 같군요."
"허허허... 좋은 제자를 두시겠소. 축하드리오."
중앙에 집결한 중장보병대는 다행히 우선 공격 목표가 된 베드포드의 군대 덕분에 화살세례를 덜맞을수 있었다. 그들은 곧 양쪽에서 전열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을 목도하며 움직임을 결정했다.
"전진! 방패를 들고 앞으로 나가라! 전진! 화살세례나 측면의 공격을 두려워 하지 마라. 우리는 주님이 축복하신 성스러운 이땅을 정화하는 신의 군대다. 저런 무도한 자들에게 주님은 수천의 천사를 보내어 양 날개를 지켜주실것이다. 전진하라."
그것은 현명한 판단이었다. 중앙 부대의 핵심을 차지하는 보기에도 묵직해 보이는 중장보병의 진격은 양 날개의 여력의 혼전에도 불구하고 전장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양쪽 부대에서는 중앙군의 종심 돌파를 환호했고 그들이 울리는 무거운 발걸음은 지축을 울리며 정면에 도열한 퀸스가드에게 공포를 안겨주었다. 그대로 적의 종심을 뚫어버린다면 그대로 우회해서 좌익에 배치된 함선을 의지한 적의 부대를 물리칠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들이 오기 전까지는...
"부대 정지! 부대 정지! 저... 저 녀석들은 설마..."
일부 더 상류로 올라간 상륙선을 타고 조금 먼거리에서 내렸는지 전장을 크게 우회해서 퀸스가드의 앞에 차분하게 나타난 부대는 조금 꾀죄죄해보였다. 낡은 갑옷과 먼지묻은 얼굴이 그들이 오랫동안 정비를 제대로 받지 못한 부대임을 짐작케 하였다. 그들은 차분히 적진의 앞에서 도열하고 중장보병대와 동일한 넓이의 부대 배치를 서두르지 않고 진행하였다. 중장보병대가 완전히 멈추자 곧 그 사이에 정적이 일었다. 그리고 한참 후 부대의 중심에서 한 노인이 걸어나왔다. 붉은색 추기경의 옷을 갖춰입은 노인... 그가 한손에는 성경책을 들고 한손에는 철퇴를 들고 소리쳤다.
"모두 처단하라. 주께서 가려내실것이다."
"와아아아아아아!!! 주여! 우리 교황을 보호하소서. 우리 스위스 용병대를 보호하소서, 우리의 눈앞에 도열한 이단의 무리들 앞에 지옥의 무저갱을 여시고 심판의 날까지 불타게 하소서. 공격하라!!!"
할버드를 든 거친 스위스 용병대가 적들을 향해 달려나갔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움직이지 않고 부대원들을 격려하는 노인... 앙리 쿠시 추기경은 얼마전의 일을 회상하기 시작하였다. 그가 앙주에서 추방되고 나서 발걸음을 옮긴 곳은 아비뇽에서 멀지 않은 어느 시골마을의 수도원이었다. 그가 도착하였을때는 이미 밤이 어두워져 있었고, 그안에서는 술에 취한 사람들의 노랫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는 수도원의 회랑에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술과 여자들을 끼고 헤롱거리며 난장판을 벌이고 있었다. 그가 후드를 벗으며 소리쳤다.
"당장 그만 두시오. 형제들이여..."
그의 일갈에 음악소리가 멈추고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난 앙리 주교를 바라보았다. 몇몇 사람들이 그에게 술에 취한듯 비틀거리며 다가와 입을 열었다.
"아이고... 이게 누구신가? 카톨릭의 최후의 양심인 꼬장꼬장 앙리 쿠시 아니신가? 앙주에서 주교자리 안뺐기고 잘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여긴 어쩐 일이신가? 세속 군주에게 주교자리 빼았기고 유폐당한 쓰레기들 구경하러 오셨나? 앙?"
"내가 이곳에 온것은 성하의 뜻을 받들고 무너진 교회의 권위를 다시 세우기 위함이요."
"하이고... 말은 청산유수요. 성하가 아비뇽에 끌려가는 동안 순종이나 논하면서 주교들의 무장봉기를 저지한 양반이 이제 와서 무슨 바람이 불었나? 왜? 댁도 영지 빼았기셨나? 그래서 자기가 직접 겪어보니 배알이 꼴리던가? 이제라도 한판 떠보자고 그럴 셈인가? 사람이 말이야 그러면 안되는 거지, 이 양반아... 뭐? 성하의 뜻을 받들어? 그래그래... 그 라틴어도 못하는 무식한 교무처장이 성하에게 강제로 빼앗은 어부의 반지 찍힌 서류라도 한통 가져오셨나? 그걸로 뭐 한마디 해보려고 그러시나?"
빈정거리는 술취한 주교들에게 앙리 주교가 나지막히 말했다.
"오푸스데이(Opus Dei)..."
"응? 오푸 뭐? 허억!!!"
순간 사람들이 그에게 물러섰다. 그리고 술이 확깬듯 소리쳤다.
"당신 지금 여기 뭐하러 온거야?"
"이제 유폐되서 낙담한 나머지 타락하고 방탕해진 주교 연극은 관두기로 한 모양이구려. 보기 좋소."
"병사들 불러! 문 틀어 막아. 당신 어떻게 우리 작전 암호를..."
"말했잖소. 성하께서 명하셨다고..."
"증거를 대봐!"
그는 말없이 편지를 한통 내밀었다. 그것은 얼마전 보에몽 주교가 앙주에서 내쫓길때 앙리 주교가 교황청에 질의한 자신의 문책 요청서였다. 프랑스인 교무처장이 적고 어부의 반지를 빼앗아 날인한... 그는 그것을 넓게 펼져서 그들에게 내민 다음 옆에 있는 촛불을 들어 편지지에 비췄다. 그리고 그곳에 여백으로 보이는 곳에 글씨가 나타났다. 사람들은 라틴어로 적힌 그 글씨가 교황의 필적임을 확인했고 그 글을 읽어나갔다. 그런 그들에게 앙리 주교가 말했다.
"나도 얼마전에 알게 되었소. 당신들이 모의하고 있는 교황 성하를 얼마 남지 않은 스위스 근위대와 자원자들로 편성한 군대로 구출하고 로마로 복귀한다는 탈출 계획, 하나님의 사업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따온 오푸스데이의 실체를... 거기에는 분명하게 교황께서 그 작전을 금한다는 듯을 전하고 계시오."
"하지만... 원통하고 억울합니다. 저런 세속군주들에게 성하가 포박되어 교회의 뜻과 하나님의 복음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이 미친 현실이... 성하를 무력으로라도 구하지 않는다면 이 지옥은 영원히 이어질것입니다."
"형제들이여... 성지를 탈환하러 갔다 생겼던 비참한 사건을 기억하시오. 이제 더이상 교회는 세속의 일에 관여해서는 안되오. 세속군주의 억압에 교회가 대항하면 우리 또한 마찬가지로 여느 세속군주와 같이 타락의 길로 접어들 것이오. 시저의 것은 시저에게 돌리고, 주님의 것은 주님에게 돌리라는 말씀처럼... 그들을 벌하는 것은 우리가 되어선 안되오. 다른 주님의 말씀에 승복하고 교회의 권위를 존중하는 세속군주가 되어야 함이 마땅하오."
"하지만... 이 땅에 어디에 그런 군주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대답했다.
"나는 오랫동안 죄지은 소녀를 지켜보았소. 어린 시절부터 벌써 그 세계에서 사람들의 인망을 얻었고 타인을 위해 희생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신의 분수와 겸양을 알고, 오로지 바른 길로 나아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소녀... 나는 여기 계신 형제분들에게 소개하고 싶소. 어쩌면 그녀는 당신들의 혐오를 받을지도 모르오."
"그건... 당신이 있는 앙주의 총독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 거리의 여자라는..."
"성경에서 말씀하셨소. 저 여인에게 죄없는 이만이 돌로 치라고... 그대들은 원죄외에 다른 모든 죄에 대해서 당당하시오? 그래서 그분께서 십자가에 매달려 헌신하실때 그 곁에 섰던 그녀처럼 용기를 가지고 살아갈수 있으시오?"
사람들의 말문이 막혔다.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한가지 문제가 있소. 그녀는 지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녀를 위협하는 자는 우리 교회를 겁박하는 프랑스왕과 그를 추종하는 세속귀족 출신의 젊은 주교들과 이단심문관들이오. 나는 여기서 제안합니다. 신앙을 믿는 형제들이여... 나와 함께 그곳으로 갈 형제가 없습니까? 여리고의 성이 주님의 손에 무너졌듯이 주님의 기적을 이땅에 보여주고 그대들의 제지된 분노를 풀고자 할 기회를 주겠소. 누가 나와 함께 가겠쇼."
그리고 사람들이 함성을 질렀다.
"우리가 주님이 정한 사람에게 함께 하리니, 그는 곧 주님이 정하신 기름부으신 자라!"
그리고 한사람이 붉은 옷가지를 들고 달려와 앙리 주교에게 내밀었다.
"이것은?"
"보여주신 서류에서 성하께서는 당신을 In pectore cardinalis로 언급하셨습니다. 성하께서 모두에게 비밀로 하시고 자신의 마음속으로만 지정하는, 교구를 가지지 않는 비밀추기경... 역시 예상대로 당신이셨군요. 추기경의 의복을 갖추시고 우리를 이끌어 주십시오. 따르겠습니다."
그는 말없이 그 옷을 받아들고 몸에 둘렀다. 그리고 그를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는 동료들에게 외쳤다.
"이 옷의 실린 책임의 무게 통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옷은 성하께서 로마에 복귀하시는 그날까지만 기한부로 입도록 하겠습니다. 그날이 올때까지 성하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성실히 직무를 수행할것을 맹세합니다."
"와아아아아아!!!"
그리고 그는 전장의 정면을 바라보았다. 겨우 수백명으로 프랑스의 대군을 상대로 성하를 지키겠다는 의지로 버티다 결국 성하의 만류로 눈물을 삼키며 물러나야 했던 지상에서 가장 용맹한 보병대가 신앙을 위해 이곳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경악하는 프랑스 중장보병대들, 과거 자신들에게서 교황을 빼았아가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활을 했던 그들에게 인정사정없는 공격을 가하기 시작하였다. 전장에서 피보라와 비명소리와 함성소리가 울려퍼졌다.
앙리 추기경은 스위스 용병대와 교회의 자원 병력들이 만만치 않은 기세로 적의 중장보병을 양단하는 모습을 보며 기도했다.
"주여... 우리 주군을 보호하소서."
에라드는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늘 믿음직한 영감님들... 그들은 추방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위기에 최적의 타이밍에 나타나서 그들을 구원하였다. 그는 눈앞에 펼쳐진 열세에 처한 프랑스 중군의 난전속에 부대에 이동을 명했다.
"진격하라! 중군을 지나쳐서 후방으로 돌아들어가라!"
그리고 그런 그에게 나란히 말머리를 두고 달리던 필립이 말했다.
"전쟁수업 레슨 3, 동료를 믿고 각자의 특기를 살려 최적의 위치에 배치하라. 이젠 얼굴이 좀 좋아보이는구만."
"네, 정말 고맙습니다. 이렇게 해주실줄 알았어요. 이제는 용기가 생깁니다. 이제 앙주도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호오... 그런가? 자신감을 가지는 모습을 보니 좋구만. 그렇다면 이제 막간 테스트를 한번 해볼까? 이제 다음 우리가 해야 할 행보는 어떻게 됭다고 생각하나?"
"물론, 프랑스 중장기병대를 물리쳐야 합니다."
"그렇지. 정답이야. 그래 어떻게 프랑스 중장기병대를 물리칠까?"
"이젠 알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적시적소에 나타난 지원 병력들... 그리고 재상님의 출신... 적의 정체... 이 모든걸 종합해 보면 다음에 나타날 상대는 바로... 구호기사단! 성지를 위해 최후까지 싸웠던 그들이 돌아오는거죠? 자칭 유럽 최강이라 말하는 저 프랑스 중장기병대에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 멋집니다. 피가 끓어 오르는 것 같아요."
그러나... 그의 격양된 말에 필립 재상은 조금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닌데?"
"네?"
에라드는 순간 낙마할뻔하며 그에게 되물었다. 필립이 말했다.
"구호기사단? 그 친구들이 왜? 확실히 내가 옛날에 거기서 단장 노릇한건 사실이지만 이제 거기도 새로운 단장이 총괄하고 있고, 최근에는 기마대도 해산하고 로도스에 짱박혀서 해적질을 주로 하고 있는데... 와도 무리야.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친구들은 같은 종교와는 싸우지 않아. 저들은 이단 소리를 들어도 같은 카톨릭이잖아. 그들이 싸울 이유는 없다네."
그의 말에 에라드는 적잖이 당황했다.
"그... 그럴수가... 그럼 저 프랑스 중장기병을 대체 누가 상대한단 말입니까?"
필립은 태연하고 아주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야 당연히... 자네지."
"......"
"......"
잠시동안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잠시 숨을 몰아쉰 에라드가 힘을 다해 소리쳤다.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귀 멍멍해라... 왜 그러나? 상황이 그렇잖아. 나올 영감들 다나왔어. 이젠 구해줄 사람 더 없어. 자네가 해결해야 해."
"산산조각 날겁니다. 시체도 못찾을꺼라구요. 압도적으로 약하단 말입니다."
"걱정말게... 나도 승산이 전혀 없는 상황에 등떠미는 건 아니니깐. 방법을 알려주겠네."
"그런게 있을리가... 일단 들어나 봅시다. 그게 뭡니까?"
"카우치드 랜스 차징(Couched Lance charging)! 방법은 그거 하나 뿐이야."
"하아? 그거 그냥 거창 돌격이잖아요. 누가 그거 모릅니까? 그리고 그건... 저쪽이 더 잘하는 거잖아요."
"아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다네. 기병이 창한 자루에 모든 것을 걸고 기수와 기마의 체중을 실어 전력을 다해 부딪치는 기사도 최강의 공격... 하지만 들리는 명성과 좀 다르기는 하지. 실제로 전장에 나오기는 좀 어려운 것이 그 공격이야. 실제 그 상황이 발생한다면 창한자루에 수백kg의 무게가 실리고 닿는 모든 것이 죄다 박살나버리지... 하지만 그런 어마어마한 공격은 공격자에게도 많은 부담을 주고, 적들이 카운터로 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하지.
제 정신 박힌 사령관이라면 공격 한번에 부대가 쌍방간에 몰살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절대 꺼리지. 그래서 대부분 양쪽 기변이 서로 창을 들고 돌격하면... 어느 한쪽이 격돌전에 부대를 선회하는 것이 일반적이야. 물론... 대부분의 경우는 장비가 빈약하고 수가 적은 쪽이 말머리를 돌리는 게 정상이지."
"그러니깐요... 우리쪽같은 허접들이라면 죄다 겁먹고 내뺄게 뻔하다구요."
"하지만... 단 한번, 역사상 단 한번 적은 병력이 많은 병력을 상대로 선회하기 않고 끝까지 돌격했고, 그 기세에 눌려 많은 쪽이 우회하다 참패한 전투가 있었다. 375명으로 1만 5천 대군을 박살낸 영광의 전투..."
"에? 말도 안되요. 그런 전투가 있을리가..."
"몽기사르... 나는 그날 문둥이왕 보두앵의 종자로 참전했었고, 죽음보다 깊은 신앙과 왕을 지키려는 의지로 뭉쳐진 기사들의 전설을 두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
"하하하... 몽기사르... 아, 네 거기가 있었죠! 무립니다. 절대 무리예요. 거기는 정말 신화속에서나 나올법한 괴수들만 총집합한 드림팀이었고... 우리는 그분들 종자로도 못써먹을 그냥 말만 탈줄 아는 놈들이라구요. 비교할곳에 비교를 하세요."
"태어날때부터 전설로 태어나는 존재는 없다네. 중요한건 나아가려는 의지와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그리고 지켜야 할 소중한 신념... 그것의 차이가 우회하는 자와 돌격하는 자를 결정할 뿐이야. 나는 자네를 믿네. 자네라면 충분히 이 난관을 타개할 의지와 용기, 신념이 있어. 전쟁수업 레슨4, 절대 포기하지 말고 자신을 믿어라. 이제 난 실례하겠네."
그말과 함께 필립 재상은 말머미를 돌려 부대에서 이탈했다. 화들짝 놀란 에라드가 소리쳤다.
"지... 지금 어디 가십니까? 돌아오세요."
"늙은이가 젊은이의 영광을 탐해서는 안되는 법이지. 이제 나의 시대는 끝났고, 앞으로는 자네의 시대라네. 여기서부터는 자네 혼자서 가야해. 가서 영광을 손에 쥐게 에라드..."
"으아아악!!! 안되요! 돌아오시라구요."
"참고로 자네가 진정 용기를 가지고 제대로 돌격했다면 그것은 자네의 창이 증명할꺼야. 창이 부러져 나가면 자네가 수업을 훌룡하게 마치고 졸업했음을 인정하지. 건투를 비네."
그 말과 함께 필립은 부대에서 이탈해서 후열로 선회하였다. 에라드는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보았다. 정면에서는 드디어 분노한 프랑스왕이 명령을 내린듯 오랫동안 대기하고 있던 프랑스 중장기병대가 열을 갇추고 천천히 돌격할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앙주의 성벽이 보였다. 그대로 성벽을 옆에 끼고 그대로 전진하면 정면으로 중장기병대와 부딪칠 수 밖에 없는 지형에 돌입하였다. 그는 고개를 들고 성벽을 바라보았다.
"지금... 뭐하는 거죠? 저대로 달려들면 프랑스 중장기병들에게 정면으로 부딪치잖아요. 어서 부대를 선회해야..."
"필립 재상이 지시한 모양이군요. 거창돌격으로 돌파하라구... 하아... 지금 상황에서 그것 밖에는 방법이 없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지나치게 무모한 작전입니다."
"그렇게 절망적인가요?"
"이 상황이라면... 솔직히 병력차와 장비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지휘관의 의지가 강한쪽이 승리합니다. 자신이 절대 패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끝까지 병력을 우회하지만 않는다면... 승산은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강심장은 나오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 에라드라면 더욱이 무리입니다. 저 친구는 제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고지식한 친구중에 하나입니다. 그래서... 필립 재상이 신뢰하는 만큼 역량을 보여줄수 있을지..."
"하지만... 실패하게 되면... 모든게 끝장이잖아요."
"그렇죠. 그러니 저도 난처할수 밖에요..."
나는 에드워드 왕자의 냉정한 분석에 고개를 돌려 다시 한번 전장을 바라보았다. 부대는 확실히 문외한인 내가 봐도 기운을 잃고 두려움을 가득 안고 전진하고 있었다. 정면에서 기세등등하게 열을 정렬하고 돌격준비를 갖춘 적들에 비하면... 누가 봐도 중과부적인건 확실하게 보였다.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내 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말했다.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에드워드 왕자님의 말씀은 현실적이예요. 하지만... 저는 그가 그것을 할수 없는 무능한 인물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무슨 근거로 그런 생각을 하셨죠?'
"그는... 제가 선택한 사람입니다. 제가 왕이라면 그는 왕의 대장군입니다. 왕의 대장군은 능력없는 자가 오를 수 없는 위치입니다. 설령 다른 왕의 대장군은 무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내가 진정한 왕이라면 나의 대장군은 그럴수 없습니다."
계속 왕으로 행동하라고 독촉했던 에드워드 왕자도 나의 말에는 조금 황당함을 느꼈는지 말을 잃었다. 그래서 나는 계속 말했다.
"하지만 필립 재상의 지시에도 완전하게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에라드 경을 신뢰하지만 그에게 그것을 해낼 가장 중요한 힘을 주지는 못한것 같아요. 그래서... 저들은 저렇게 두려움을 가득 안고 죽음의 행군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면...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그에게... 힘을 주겠습니다. 적을 무찌르고 영광을 거머쥘 힘을 주겠습니다."
"그게 대체 무슨..."
그때 망루로 올라오는 일대의 사람들이 있었다. 하도 오랫동안 적의 공세가 없자 의아해져서 적진을 정찰하고 나의 안부를 확인하러 올라온 참모들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소리쳤다.
"지금 당장 소리치세요. 그리고 내가 내린 명령을 전하세요. 지금 당장 올라올수 있는 모든 앙주의 백성들은 성벽위로 올라 오라고 지시하세요."
"폐하... 위험합니다. 성벽위에는 군데군데 균열이..."
"지금! 우리의 수호자들이 적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요. 우리는 그들에게 알려줘야 해요. 그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를요. 시행하세요. 이제 곧 이 전쟁의 최후의 전투가 시작되요."
에라드는 멍한 표정으로 부대에게 정렬을 명했다. 그리고...천천히 전진해나갔다. 처음에는 걷는 속도로, 그리고 조금씩 속도를 높이다 돌격 직전에 일제히 최고 속력으로 난입하는 것이 정석이다. 적과의 거리는 대략... 1000보 정도... 양족이 정상적인 상황이면 10분후면 이 돌격의 결과가 나온다. 그는 머리가 터질것 같은 기분으로 귀신에 홀린것 처럼 전진했다. 원치 않는 사람처럼... 무기력하게... 부관이 말했다.
"적이 8열로 정렬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정비할까요?"
"1열... 어차피... 후위라는 게 의미가 없다. 그냥 한순간에 모든게 끝날텐데 뭘..."
"알겠습니다. 1열로 정렬!"
부대가 걸어가며 그들은 500명이 길게 한줄로 늘어선 1열로 정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관이 말했다.
"앙주의 성벽이 보이는 군요. 다행히 아직 함락되지 않았습니다. 제 아내도 무사하겠죠?"
"그렇군... 당장이라도 성문에 달려가 문을 열어달라고 징징거리고 싶어지는군. 아아... 그것도 무리다. 지금 성벽위에는 아무도 없군. 투석기의 공세에 위험해져서 다들 성벽 아래에 내려가 있나 보군. 열어달라고 외쳐도 들어줄 사람도 없군."
"그렇죠... 어? 잠시만요... 저기 혹시 사람 아닌가요?"
"무슨 헛소리야? 지금 이 무너지는 성벽위에 사람이 있을리가..."
"아닙니다. 저기 성문위의 망루에 사람이..."
에라드가 고개를 들어 멀리 내다 보았다. 그리고 경악했다.
"조안 총독님? 왕자님? 지금 저기서 저분들 뭐하시는거야? 맙소사... 이걸 어떻게...'
"뭔가... 외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얼른 내려가시지 않고 저 위험한 곳에서 무슨 소리를..."
에라드는 귀를 기울였다.
"...한다."
잘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명령했다.
"속도 높여"
적에게 남은 거리는 900보... 부대가 속력을 높였다. 그것을 본 적군도 속력을 조금 높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에라드는 적에게 관심을 두지 못하고 좀더 가까워진 거리에서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제서야 그는 들을수 있었다.
"짐이 명한다. 앙주의 수호자들이여. 싸워라! 이겨라! 살아 돌아와라!!!"
그는 울컥하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명령하고 있다. 도망치거나, 피하라는 것도 아닌... 싸우라고, 이기라고, 살아돌아오라고 명령하고 있다. 그는 어께에 실리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순간... 그녀의 개미같은 소리가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들의 함성으로 변했다.
"적을 물리쳐라! 승리하라! 우리 병사들아!"
"돌아와주서 고마워요. 사랑해요!!! 반드시 살아서 다시 돌아와요!"
"너희들은 모두 앙주의 아들들이다! 돌격해서 쓸어버려! 저 개자식들을 처발라버려!!!"
여기저기서 성벽위에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무너질것 같은 불안한 성벽... 하지만 수많은 앙주 시민들이 성벽에 올라 구원을 위해 가장 먼저 용기를 내어 나타난 그들을 환영하고 이기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그는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여보... 나 열심히 싸울께!"
"자기야, 이 전투 끝나면 살아남으면 결혼하자!"
"어머니, 위험해요. 거기서 내려가세요. 집에서 기다리세요. 곧 돌아갈께요."
그의 병사들은 성벽에 나타난 시민군이 아닌 일반 시민들과 그들의 가족을 보며 반가워하고 소리쳤다. 성벽을 두고 먼 거리에서 가족과 소중한 사람들을 재회한 그들은 에라드에게 밀착해서 소리쳤다.
"갑시다! 대장... 가족들이 보고 있어요. 죽을 각오로 싸워서 이기고 살아남읍시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비웃어도 좋으니... 우리 소중한 가족들 앞에서 쪽팔리지 않게 멋지게 싸워봅시다."
800보가 남은 순간... 그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래... 이 자식들아... 가자! 뱃심 단단히 넣고 몸을 안장에 고정해!"
"Sir, yes, sir!"
"방패와 보급품은 버려! 창과 세이버만 무장해. 전원 거창!"
"Sir, yes, sir!"
남은 거리는 700보, 프랑스군도 마찬가지로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충격에 대비하라. 명심해라. 쫄면 뒈지는 거고 아무 생각이 안들면 이긴다."
남은 거리는 600보, 속도는 점점 전속력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창이 뿌러지지 않은 놈은 겁쟁이란다. 나중에 끝나면 검사할꺼다. 알아서 들이박어! 창값은 청구안할테니 제대로 쳐발라!"
"크하하하하!!!"
그의 유머에 병사들은 사납게 웃었다. 500보, 그들의 간격은 이제 서로의 얼굴이 확인될 정도로 가까워졌다. 에라드는 적진을 살폈다. 그들은 아직... 여유로운 얼굴이었다. 그는 결심했다. 곧... 울게 해주마. 그는 창끝에 집중하며 좀더 말에 박차를 가했다. 그를 따라 병사들도 속도를 높였다. 400보... 어느새 그들은 앙주의 성문을 옆으로 지나치고 있었다. 에라드가 소리쳤다.
"진격중에 전달한다. 퀸스가드, 전원 우리 여왕님에게 경례!"
"Sir, yes, sir! 와아아아아!!!"
그리도 그들은 창을 높이 치켜들고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조안에게 거칠게 경례했다. 에라드와 조안의 눈이 마주쳤다. 에라드는 오래전 기억을 떠올렸다. 프라이팬을 들고 불안한 표정으로 나타났지만, 흔들림없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던 그녀... 그날, 그녀를 만난건 그의 운명이었고, 그 운명은 그에게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펜을 쥐어주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그녀에게 감사하며 눈빛으로 안심하라는 인사를 보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적진을 바라보았다. 300보...
그들이 달려나가고 나는 난간에 힘을 주어 강하게 잡았다. 에드워드 왕자가 다급하게 물었다.
"이런걸로 그가 성공하리라고 생각하신겁니까? 되려 부담감만 잔뜩 짊어질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를 압니다. 그는 한없이 고지식하기 그지 없는 사람... 그는 남들이 어리석다고 하는 길도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고 누군가를 위해 중요한 일이라면 아무런 불평도 없이 묵묵히 걸어갈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확실히 이런 응원이 부담이 될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에게는 다릅니다. 그는 자신이 짊어진 책임의 무게를 저버리지 않는 사람... 그는 지금 알았을 겁니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4천명의 적보다, 자신이 지켜야 할 수만명의 시민들의 목숨을... 그 무게를 짊어지고 달려가는 사람을 막을수 있는건 그 누구도 없습니다. 잊으셨나요? 그날 저 역시 수만명의 목숨을 짊어지고 홀로 길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왕을 모욕하는 순간까지 저를 제지할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저와는 조금 상황이 다르고, 그 사람 스스로 선택할수 없는 길이기에... 제가 그를 인도하였습니다. 죽이는 자가 아닌 지키는 자의 길... 왕의 대장군의 길로요... 많은 사람들의 축복과 함께...
저는 군사에 대해서는 무지하지만 감히 단언할수 있습니다. 지금 에라드를 막을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지간하다는 그도 질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탄식했다. 그리고 말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저희가 할수 있는 일은 결정된 일을 그저 바라볼 뿐이겠군요. 손을 잡아드릴까요? 난간을 쥔 손이 떨리고 계시는군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래도 마음속으로는 아직 두려움이 남아 있네요. 네, 손을 잡아주세요. 저는 부축을 해드릴께요. 같이 지켜보도록 하시죠. 이 전쟁이 끝나는 최후의 순간을..."
에라드는 달리고 있었다. 그는 이제 아무런 미련도 없었다. 마음속이 청량하리 만큼 맑고 깨끗하게 비워졌다. 그는 자신이 지켜야 할 수많은 소중한 시민들을 생각하며 말에 박차를 가하며 속도를 좀더 끌어올렸다. 그리고 잠시 후... 드디어 적들의 얼굴이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이 정도에서 에라드가 선회하거나 성문으로 도망치는 것이 정석이었다. 하지만 에라드는 좀더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 소리쳤다.
"우리는 퀸스가드...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여왕을 위해서 돌격하자. 소리높여 함성질러!!!"
"God save the Queen, Glory for the Queen. Charging for the Queen!!!"
200보, 이제 양쪽은 멈추는 것은 도저히 무리인 최고 속력에 돌입했다. 군마들은 일렬로 거칠게 난폭한 숨을 몰아쉬며 적들을 향해 쇄도해 들어갔고 전장의 소리가 멈추고 수많은 사람들이 싸움을 멈추고 그들의 장엄한 일격을 주시했다.
100보, 에라드는 조금 실망했다. 이 시점까지 버티면 그들이 혹시나 선회하지 않을까 하는 실날같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의 명성에 맞게 속력을 줄이지 않고... 그는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들었다. 이제는 울것 같은 프랑스의 선봉대장의 다급한 외침을...
"미친놈들... 다같이 죽자는거냐? 부대 선회해! 그대로 들이박으면 다 죽는다!"
그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울렸다. 그리고 그는 갑작스러운 선봉부대의 양익 분산으로 진형에 혼란이 생긴 프랑스 중장기병의 중심에 창을 부대원들과 나란히 하고 소리쳤다.
"들이박어!!!!!!"
그의 명령과 함께 퀸스가드의 창이 프랑스 중장기병대의 정면에 거칠게 들이 박혔다. 그리고 엄청난 굉음과 함께 500개의 창이 일제히 부러져 산산히 사방으로 흩어졌다.
전투가 어찌되든,. 주인공이 황제가 되든 남작이 되든 상관없으니 시장과 광대가 백년해로 하는 결말 부탁드리옵니다. 그나저나 중세식 전투 답게 기병전에서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게 될 것인데... 프랑스군이 제대로 된 군대라면 8개 전열로 제파식 돌격으로 경기병대를 박살내거나 양식으로 산개하여 포위섬멸을 시도할 것입니다. 따라서 경기병이 돌파 성공을 하더라도 프랑스군은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전장을 회전하여 포위공격이나 제파공세를 재개할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경기병의 기동력으로 양익에 물고늘어져서 격파하거나 적 사령부를 유린하는 참수공격이 답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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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선회한 선택 덕분에 살아남을듯 couched lance caharge vs hesitant commander 전술이 터진거죠
물론 크킹에서는 500명으로 4천명에 꼬라박으면 죽지만...
@일등따라하기 ㅋㅋㅋ
@일등따라하기 딱히그렇지도않아요; 제가 재수없는타입이라그런지 중군500에 4천갈려서 졌어요
3배수였는데 처발린 대참사;
오오 갓세이브 퀸!!!
으어어어!! 지금 플레이 하는데 로시니가문 털어버렸는데ㅠ 다시 살려줘야겠음
ㅋㅋㅋ
전투가 어찌되든,. 주인공이 황제가 되든 남작이 되든 상관없으니 시장과 광대가 백년해로 하는 결말 부탁드리옵니다.
그나저나 중세식 전투 답게 기병전에서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게 될 것인데... 프랑스군이 제대로 된 군대라면 8개 전열로 제파식 돌격으로 경기병대를 박살내거나 양식으로 산개하여 포위섬멸을 시도할 것입니다. 따라서 경기병이 돌파 성공을 하더라도 프랑스군은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전장을 회전하여 포위공격이나 제파공세를 재개할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경기병의 기동력으로 양익에 물고늘어져서 격파하거나 적 사령부를 유린하는 참수공격이 답이겠네요.
생각있는 지휘관이라면 그러겠지만, 일단 저쪽 기병단장이 멘붕와서 브레이크를 건 관계로 제파식 돌격이나 양익 포위섬멸로 바로 답하긴 힘들겠는데요. ㅎㅎ
그리고 주인공이 마녀고 시대가 격동의 13세니 전투의 극적 결말을 악마의 무기인 화약으로 장식하는게 어떨까 생각합니다. 유럽에서 화약 제조공식을 최초로 남긴 사람이 13세기 영국 수도승 로져 베이컨이니..
프랑스 왕 전사로 앙주 클레임 전쟁 끝나면 광대왕자의 약한 클레임으로 잉글랜드 왕위계승전쟁 가나요?
음... 창녀와 광대의 결말은 앙주+잉글랜드 조합이 되는건가요? 이러면 플랜타지넷가문의 헨리2세 판박이군요... 나중에 아들은 아키텐공작 외동딸하고 결혼시키면 되겠네요... 천재+매력+외교력4단계 찍은 엄마랑 수재+강인+마샬4단계 찍은 아빠 사이에 설마... 쓰레기가 나올리가... 저 허덜덜한 참사회가 포진한 이상 빡세게 교육시킬것을 생각하니... 브리타니아제국이나 프랑시아제국 만드는것은 식은 죽먹기...가 아닐지... 교황님이 주시는 프리인베이전만 시전한다면... 말입니다!ㅋㅋㅋ 잘 보고갑니다!
눙물 ㅠㅠ 감동의 폭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