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자전거를 타고 수영천을 거슬러 올라갔더니
코로나19로 거리두기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날이 따뜻해지니까 마스크를 착용하고
산책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고수부지와 둑길에는 쑥을 캐는 아낙네들도 더러 보였다.
이른 봄에 나온 쑥은 예전에는 구황식품이었다.
보리고개에 들 무렵 양식이 떨어져 먹을 것은 없고 나무껍질을 벗겨 연명하던 때에
쑥은 인삼보다도 더 귀한 생명을 지켜주는 만나였다.
쑥을 뜯어다가 쌀을 조금 넣고 물을 많이 부어 쑥죽을 끓여 먹기도 하고
쑥국을 끓여 반찬으로 먹기도 하고, 쑥 털털이, 쑥떡 등 여러가지 먹거리를 만들었다.
쑥은 또 약재로도 쓰인다. 위장이 쫗지 않은 사람에게 쑥을 찧어 즙을 마시면 나았다.
근육통에는 쑥뜸으로 치료약으로도 쓰기도 하고 화장품회사에선 쑥냄새가 나는 로션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배를 탈 때 일본에 가서 동경 백화점 화장품코너에서 남성용 시세이도 로션을 샀더니 쑥 냄새가 향긋하게 났었다.
쑥은 우리나라 하천부지나 들 언덕 등 어디에나 지천으로 있다. 그런데 내가 영국에 잠시 살 때 주변 풀밭에서는
쑥을 보지 못했다.
쑥도 봄철이 지나면 세아서 먹지 못한다.
여름철이 되면 뙤약볕에 쑥도 무럭무럭 자라 쑥대가 올라와 꽃이 핀다.
쑥이 무성하게 우거져 있는 거친 땅을 쑥대밭이라 한다. 비유적으로는 매우 어지럽거나 못 쓰게 된 모양을 쑥대밭에라 표현하기도 하는 데 좋은 의미라기 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크다.
'당신네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겠다'함은 가족들을 몰살시켜 집이나 논밭 심지어 조상의 묘소까지도 아무도 돌볼 후세가 없어
쑥대밭이 되도록 만들겠다는 무작스런 공갈이다.
내가 자라난 까막골은 6.25사변으로 인민군과 연합군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여 쑥대밭이 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