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초록 불빛이 깜빡깜빡
집에 가서 충전해야겠어
난 예민한 아이니까
“우리 동시에 ‘예민한 아이’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조명해야 할 몫이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_유강희(시인, 심사위원)
제12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제12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임희진 시인의『삼각뿔 속의 잠』이 출간되었다. 어느덧 12회를 맞이한 문학동네동시문학상은 그동안 새로운 동시와 동시인을 주목하고 발굴하며 꾸준히 지평을 넓혀 왔다. 『삼각뿔 속의 잠』은 이번 공모전에 응모된 작품들 중 “날카로운 촉수로 독자를 찔러 화학적 반응을 유발”(김개미)하며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동심의 가장 근원적 형태인 ‘질문’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유강희) 주며 “뚜렷한 목소리로 감정을 공들여 매만지면서 화자의 상을 구체적으로 그려”(김준현) 냈다는 찬사와 함께 대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삼각뿔’이라는 생소하면서도 흥미로운 시적 공간으로 안내하는 임희진의 동시 세계로 들어가 보자. 골목마다 ‘나’를 찾는 질문들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미로 찾기의 시간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목차
1부 초록 배터리가 깜빡깜빡
별 그리기
찐 체험 후기
일찍 일어나는 트럭 운전사
모르는 척해 줘
뭐 하는 사람
숭어
한 문장 아닌 한 문장
겹
예민한 아이
삼각뿔 속의 잠
2부 너한테만 말하는 건데
도미노
비밀의 귓속말
순간 포착
무표정한 ㅇ
끈질기다
달팽이 집
나도 모르게
나비 핀
미로에게
3부 꼭대기에서는 볼 수 없어
우물 안
모르겠어
마트 네잎클로버
퍼즐
꼬마야 꼬마야
강물처럼
옷장 테트리스
너는 괜찮댔지만
인형
나를 기다려
4부 커다란 풍선을 안겨 주었어
우린 아직 친구일까
대여 불가
바람이 불지 않아서
제자리걸음
아직 있어
연필 톡,
아리송
풍선을 불어 주었어
다시 돌아오겠다!
해설 김개미(동시인)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글 : 임희진
국어교육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아이들에게 국어와 논술을 가르쳤다. 난독증임상지도사로 난독증과 다문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읽기 개선 연구에 힘쓰고 있다. 신춘문예 동시 부문에서 ‘숭어’로 등단해 아이들을 위한 동화와 동시를 쓰고 있으며, 그림책 『달과 토끼』를 집필했다. 동심을 담은 이야기를 사랑하고, 마음에 여운이 남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특히, 두려움을 이겨내는 성장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고 싶다.
그림 : 나노
그림을 그리며 10살 강아지와 함께 지냅니다.
출판사 리뷰
제12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나는 몇 개짜리 퍼즐일까요?
나를 얼마나 발견해야 나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처음부터 끝까지 멈추지 않는 ‘나’에 대한 질문
정교하게 찾아낸 감정의 주파수
내 눈은 고성능 카메라야
미세한 표정 변화도 놓치지 않아
내 귀는 고성능 음성 증폭기야
아주 작은 소리도 크게 들려
내 신경은 고성능 안테나라서
사람들 기분을 살피느라 늘 곤두서 있어
_「예민한 아이」 부분
이 동시집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단연 ‘예민한 아이’에 대한 집중 조명이다. 그간 많은 동시들에서 씩씩하고 당찬 아이, 착하고 맑은 아이, 소심하고 부끄러운 아이들이 등장했지만 “미세한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고, “아주 작은 소리도 크게” 듣고, “사람들 기분을 살피느라 늘 곤두서 있”어 스스로를 예민하다고 소개하는 아이는 드물었기에, 동시에서 만나는 낯선 얼굴이 반갑다.
얼음!
책상도, 서랍도, 창문도, 커튼도, 이불도, 전등도, 안대도
그대로 멈춰요
모든 감각에 날을 세워
흐트러진 게 없나,
살펴봐요
삼각뿔의 뾰족한 쪽을
푹신한 쿠션들로 잘 받쳐 둬야 해요
엎어지면, 잠이
깨지거든요
_「삼각뿔 속의 잠」 부분
표제작 「삼각뿔 속의 잠」은 불면의 밤을 건너느라 뾰족한 삼각뿔처럼 신경이 곤두선 아이의 모습을 그린다. 김개미 시인은 해설에서 “특별함의 강박”에 빠진 사회 속에서 “모든 감각을 동원해 주변을 파악하느라 빠르게 방전되고” 있는 오늘날 어린이들이 처한 현실을 언급하며 “자신의 예민함 때문에 곤란을 겪기도 하지만 고쳐야겠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고, 다만 자신의 예민함을 이해”하는 새로운 아이의 등장에 주목했다.
나는 뱀이 무섭지 않아요
한 번도 보지 못했거든요
번지점프도 무섭지 않아요
한 번도 해 보지 못했으니까요
_「퍼즐」 부분
자신의 예민한 기질을 인지한 아이는 어디로 향할까. 외부의 자극을 수용하면서도 아이는 자기 안으로 더 깊이 걸어 들어간다. “가볍게 지나치던 일상의 장면들이 섬광처럼 떠오르고, 그 장면들을 의미 있는 순간들로 재감각하게” 한다는 심사평처럼, 아이는 돌파해야 할 질문들을 손에 쥐고 자신만의 답을 향해 나아간다. 이모티콘 없이 온 ‘이응’ 답장 하나에 줄줄이 따라오는 질문들과 복잡 미묘한 감정들(「무표정한 ㅇ」), 하나의 대상이 어떤 때는 좋다가도 어떤 때는 불편하다는 아이러니의 자각(「모르는 척해 줘」), 시들시들한 풀인 줄 알았던 친구가 팔딱거리는 숭어였음을 알아챈 순간의 경이로움(「숭어」), 꼴찌도 누군가의 사진 속에서는 일 등이 될 수 있다는 역발상(「순간 포착」) 모두 이 용기 있는 자기탐구의 성취다. 하루하루 새롭게 펼쳐지는 날들 속에서 구체적인 호오에 눈을 뜨고, 그렇게 나라는 존재를 구성하는 퍼즐 조각들을 수집해 나가는 아이의 단단한 내면이 편편의 동시에 그려져 있다.
“바람이 불지 않아서 내가 달렸어”
끝내 긍정에 이르는 경쾌한 발걸음
★★★★☆
*별은 하나 뺐어요. 우리 엄마는 동생이랑 내 이름을
가끔 바꿔 불러서요.
_「찐 체험 후기」 부분
아무리 복잡한 미로라 해도
한쪽 벽만 따라가면
출구가 나온댔어
돌아가더라도
확실한 길로 가야겠어
이제, 한쪽 벽에 손을 짚고
걸어갈 거야
끝까지
너를
완전히 통과할 거야
_「미로에게」 부분
「찐 체험 후기」에서 12년간 자신을 길러 준 엄마를 소개하며 별 다섯 중 하나를 빼는 아이의 목소리가 발랄하다. 이처럼 『삼각뿔 속의 잠』은 아이의 모자란 ‘별 하나’를 알아주고 대변하는 동시집이다.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었”던 마음을 “함부로 열어젖”히는 이를 향해 단호한 경고를 날리기도 하고(「옷장 테트리스」), 다툰 후에도 친구가 비를 맞을까 봐 걱정하기도 한다(「나를 기다려」). 끊임없이 외부 세계와 상호작용하며 증폭되기도 했다가 잦아들기도 하는 감정의 주파수가 세밀히 묘사된다. ‘나’를 탐구할수록 내가 낯설게 느껴지는 아이들은 물론, 예민함을 부정적으로 여겨 아이에게 무던할 것을 주문해 왔던 어른들도 곰곰이 들여다보아야 할 감정의 상(像)들이 동시집 안에 빼곡하다.
‘나’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겪는 환희와 실의를 일상적인 언어로 표현해 냈다는 것 또한 임희진 동시의 빼어난 지점이다. 시인은 아직 별을 그려 본 적 없는 아이에게 “자, 점을 찍어”(「별 그리기」)라고 편안히 말을 건넨다. 이리저리 헤매는 길의 끝에 결국 눈부신 자신이 있을 것이라는 위로와 희망도 햇살처럼 사뿐하다. “깜깜하면 깜깜할수록/ 빛이 가득해”(「강물처럼」), 제자리걸음 같아도 “디딜 때마다/ 다른 데야”(「제자리걸음」)라는 응원의 메시지가 진실되게 다가오는 건 예민한 아이를 그려 낸 시인의 예민한 감수성 덕분일 것이다. “고성능 카메라” 같은 눈으로, “고성능 음성 증폭기” 같은 귀로, 내면에서 샘솟는 치열한 질문들을 동심의 언어로 옮겨 적은 임희진의 첫 동시집을 예민한 감각의 촉수로 놓치지 않기를!
“나는 밤이 두려웠습니다. 나의 밤은 유난히 길고 캄캄했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동시를 만났습니다. 행운이었습니다. 간직하고 싶은 말들을 찾을 수 있었거든요. 어둠 속에서도 그 말들을 놓치지 않고 꽉 잡았습니다. 그리고 말의 귀퉁이를 꼭꼭 눌러 별을 만든 후 밤하늘에 하나둘 붙였습니다. 이제 나의 밤은 말의 별들이 반짝여 다정하기만 합니다. 앞으로 찾아올 많은 밤도 두렵지 않습니다.”
_「시인의 말」 중에서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성장의 순간을
높고 넓게 그려 낸 나노 작가의 일러스트
따뜻함과 유쾌함을 품은 그림으로 이야기에 유니크한 매력을 덧입히는 나노 작가가 일러스트로 참여했다. ‘나’를 향한 셀 수 없이 많은 질문들은 다채로운 일러스트를 만나 그 여운이 더 깊어졌고, 상승과 하강, 긍정과 부정, 불안과 환희를 수차례 오가며 자라는 아이의 순간들이 더 눈부시게 표현되었다. 시적 공간을 드넓게 운용하며 광활하게 펼쳐지는 일러스트는 언제나 어디서나 자신만의 상상 세계로 자유로이 진입하는 아이의 기질을 그대로 보여 준다. 『찐 체험 후기』 속 엄지 척 이모티콘처럼, ‘좋아요’ 꾹 누르고 싶은 장면들을 한가득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추천평
『삼각뿔 속의 잠』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예민한 아이’에 대한 예민한 반응이었다. 이는 우리 동시에 ‘예민한 아이’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조명해야 할 몫이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는 점에서 값졌다. 예민한 감각의 촉수를 가진 자만이 세계의 복잡한 내면과 존재의 의미를 드러낼 수 있다. 앞으로 그의 시적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삼각뿔 속의 잠』은 다채로운 사유의 내용을 당당한 목소리로 전달하였다. 난해하거나 애매하지 않아 어렵지 않게 읽히는 점과 실감나는 감정 표현도 강점이었다. 동시단에서 자의식이 드러난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데, 『삼각뿔 속의 잠』은 시인의 자의식이 불편하지 않게 잘 드러났다. 대상과 현상을 기술하는 데 치중하지 않고 그것과 작용한 내면을 짚어 과감하게 끄집어냈다.
- 김개미 (시인)
치열한 내면을 현실감 있는 질문을 통해 투사해 내는 힘이 있었다. 입체감이 느껴졌다. 뚜렷한 목소리로 감정을 공들여 매만지면서 화자의 상을 구체적으로 그려 내고 있었다. 표면상으로는 ‘나’의 이야기지만, 자기 안에 함몰되지 않고 외부 세계를 끊임없이 살피고 영향을 주고받는 주체를 통해 화자의 캐릭터를 드러냈다. 끝내 놓치지 않은 ‘나’에 대한 질문은 시인의 동시가 보다 물성이 뚜렷한 현실에 기반해 확장될 수 있는 여지와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었다. 작품을 읽다 보면 보다 나은 방향을 추구하는 태도와 앞으로도 변함없이 꿋꿋하게 작품을 쓸 거라는 분명한 의지, 그리고 단단한 내면이 느껴졌다.
- 김준현 (시인)
첫댓글 임희진 선생님!!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수상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동심이 가득한 선생님의 글이 무척 기대됩니다. 선생님이 만든 동시 세상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놀러갈게요. 출간의 기쁨 많이 누리시고 축하도 듬뿍 듬뿍 받으세요. ^^
임희진 선생님 동시문학상 수상작이 나왔네요 아이들의 동심을 어루만져줄 귀한 동시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