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 크루즈가 상하이의 고층 건물 위에서 미끄러지며 뛰다가 갑자기 고풍스런 수변 마을로 옮겨가 마작 두던 노인들 옆으로 뛰고,
기와지붕위로 달리던 영화...
그 영화속 고풍스런 마을이 실제로 상하이 근처에 있다는 말을 듣고는 언젠가 가보리라 생각했던 곳,
그곳이 바로 시탕(서당, 西塘)이었다.
상하이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그 기억이 떠올라시탕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면서 일정에 넣었다.
서당이라고 찾으니 검색도 잘 되지 않는다. 중국 발음이 시탕이라고...
상해에서 1시간 30분 거리라니 하루 코스로 갔다오려다가 사진 설명을 보고는 숙박하기로했다.
그 많은 고풍스런 집들이 식당 아니면 숙소라니 그런 곳에서 하룻밤 자보자!
상하이에서 시탕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라고 한다. 하루 코스로 돌아오는 관광버스와 시외버스.
상하이에서 묵었던 팽과 첸 집을 나와 그들이 권유한 데로 상하이마시청역의 터미널을 갔더니 공사로 문을 닫았다....
첫 좌절...
다음, 향한 곳은 상하이체육관.
관광버스는 상하이체육관 5번 계단아래의 관광버스 터미널에서 아침 8시 30분 출발, 오후 4시 30분 돌아오고 입장료 60위안 포함 130위안.
관광버스는 갈아타지 않고 한번에 갈 수 있다기에 갔더니 하루 여러 편이 있다는 말과 달리 딱 한 편이어서 못 탔다.
안내소에 시탕가는 차편을 영어와 한자를 섞어 문의하니 쟈산 안내 팜플릿을 주며 상해 남역으로 가란다.
흑...
트렁크를 끌고 다시 남역으로 향한다....
상하이남역과 연결되는 장거리 버스 터미널에서 쟈산(가선, 嘉善)행 시외버스(25위안, 약 1시간)를 타고 쟈산에 도착한 후,
시탕(4위안, 10분)행 버스로 갈아타니 시탕 버스 정류장에 내려준다. 쟈산행 버스는 30분 단위로 있었고 시탕행은 10분 간격으로
출발했다.
시탕에 내리니 사진 속 수변 풍경은 보이지 않고 막막한 거리에 인력거꾼들이 몰려든다.
트렁크까지 들고 있던 참이라 인력거꾼의 호객 행위를 순순히 받아들여 3위안에 탑승.
중국말 하나도 안되는 가운데.... 팜플릿의 사진을 보여주며 출발!
5분여만에 도착한 수변마을!
바로 이거야!
다소 빠듯한 일정의 이번 여행 중 시탕에서만큼은 여유있게 지내리라 마음먹고 이 작은 마을에서 하루를 묵기로 한 결정에 스스로 만족 ^^
인력거꾼은 미리 알아서 숙소를 소개해주기 시작한다. 숙소 소개하면 소개비가 있는지 자기가 먼저 앞장을 선다.
객잔이라 불리는 숙소가 수두룩하다.
여러 곳을 들어가보는데 70위안에 1층 방에 묵었다는 어느 여행기와 달리 방값이 100 위안 이상이다.
물가의 숙소는 더 비싸다며 주인들이 70위안이라는 나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런데 원래 중국은 제 값주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은 터라 계속 여러 숙소를 보고 다녔다. 인력거를 탔으니 짐 이동의 불편도 없고 gogo...
싼 곳은 방이 너무 좁고, 답답하다....
2층의 넓고 에어컨 있던 방은 200을 부르더니 150까지가 한계라고 한다.
7,8 곳을 보았을까... 아니다 싶었다. 싼 것도 좋지만 모처럼 여유있는 하루를 보내려는 데 골방같은 데 들어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秋雨閣 이라는 숙소에서 주인이 120 부른1층 방을 한동안 실랑이 끝에 70 위안으로 주인이 합의해주려는 순간, 좋은 숙소로 가자고 발길을 돌렸다.
아까 그 150을 부른 집을 되찾아가려는 데 이름을 보지 않은 터이라 다시 여러 집을 찾아들어가 樓上(루상, 주인과 말하다보니 2층이 루상이라는 것을 자연히 배웠다.) 을 외쳐댔다. 2층에 묵어야해!
루상을 찾아 다시 여러집을 간 끝에 한 집에서 100위안을 부른다.
오호!
당장 묵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직원이 다른 직원들과 이야기하더니 150을 잘못 부른거라고 다시 정정한다.
그래도 자기가 한번 100을 부른 후여서 인지 100에 해달라는 요청을 몇번 거절하다 동의한다.
휴. 이제야 방 잡았네.
그렇게 찾은 숙소가 노가반점(老街飯店).
이곳의 다른 많은 숙소처럼 1층과 거리 쪽은 식당, 물가쪽과 2층은 숙소인 곳이다.
한번쯤 중국풍 침대에 딱딱한 의자가 놓인 방에서 묵어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실현이다~
(여러 숙소와 흥정하다보니 대충 방값 기준이 있긴 한데 흥정의 여지가 많다는 인상을 받았다. 내가 묵었던 때는
숙소마다 빈 방도 많고 식당에 손님도 적던 때여서 그런지 더 그렇다.
물가에 면한 곳, 에어컨이 있는 곳이 가격이 조금 높고, 100 위안을 기준으로 그보다 위면 에어컨+ 물가 가 제공되는 듯했다.)
열쇠보증금 50위안을 포함해(퇴실시 돌려준다.) 150위안을 주고 입실.
그 열쇠보증금이 뭔지를 이해하기 위해 한참 필담을 주고 받았다.
평소 현지인과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나이지만 이번 여행은 일하다보니 별 준비없이 오게 되어 중국말은 그야말로 일언무식이다보니
느는게 한자실력이다. ㅋㅋ
일단 영어로 말해보고 안되면 오래전 학교 시절에 배운 한자를 총동원해서 쓰면서 뜻을 통했다.
그렇게 들어온 방은 중국풍 침대에 에어컨, TV, 샤워부스가 있는 욕실까지 호화스럽지는 않지만 있을 건 다 있는 분위기있는 곳이다.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던 인력거꾼에게 3위안을 주었는데 이 분은 계속 시탕을 한 바퀴 돌자고 한다.
시탕은 걸어다녀도 한시간이면 충분할 작은 마을이라 식당까지 데려다 달라고 했다.
배를 띄워놓고 만든 식당에서 점심 메뉴를 고르는데 역시 난감이다. 마침 앞에 서양인 여럿이 있기에 물어봤다.
오랫만에 영어가 잘되는 사람들을 만나니 속이 다 시원하다... ㅋㅋ
그들의 추천으로 돼지고기 조림, 야채를 계란에 싼 만두류, 청경채 볶음을 시켰다. 상하이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의외로 많은 시간이 걸렸기에 맥이 탁 풀린다. 맥주 한병을 시켜놓고 시탕의 물(결코 맑지 않은....)을 감상한다.
메뉴 선택을 도와준 이들에게 다음 날 항주가는 차편도 물어보니 다음날 할 일도 처리됐고,, 이제는 편하게 시탕을 돌아다닐 때다.
시탕은 대단한 명승지는 아니다. 그저 작은 물가 마을일 뿐이다. 그런 작고 조용함, 그리고 아직 대대적인 관광지가 되지 않아
사람들의 일상생활이 살아있는 곳이다. 어마어마한 볼거리가 있는 곳도 좋지만 이런 작고 독특한 매력을 가진 곳에도 끌린다.
수변 마을은 저장성의 여러 곳에서 비슷한 형태를 볼 수 있는데 (쑤조, 주장, 퉁리 등에도 수변 마을이 있다.) 이곳 시탕이
가장 잘 보존되었다고 한다. 미션임파서블 3 덕분에 널리 알려지기 전에는 정말 조용했다고.
과연 마을 몇 곳에 영화 촬영지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다행히 영화로 유명해졌음에도 여전히 이 마을은 소박한 맛을 지니고 있다.
관광객이 더 많아지면 분명 물가의 집들은 모두 숙박업소, 식당, 기념품 판매소로 바뀌겠지만, 아직은 관광지라기보다
'마을'의 느낌이 더 강하다...
상점들이 몇 곳 있기는 하나 한산하고 관광객 대상이라기보다 주민을 위한 곳이 많았다.
먹거리를 직접 만들어 파는 곳도 여럿이었다.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건 큰 재미다.
곡류에 고기를 섞어 찐 분증육을 파는 집에서는 세 명의 아주머니들이 열심히 작업중이었다.
몇 개를 사먹고 사진 찍기를 청하니 기꺼이 웃음을 보여주신다.
마을 여기저기를 다니며 주민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콩 까는 사람이 왜 그리 많은지 여럿이 모여 콩을 까고 삶고, 말리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나라도 콩을 많이 먹지만 중국은 멀건 콩물을 아침에 음료로 마시고 요리에 두부를 많이 쓰며
간식으로 콩을 먹는 등 콩 사랑이 더하다.
순두부에 양념을 얹어파는 분도 있었는데 시탕 특산이라고 써놨다.
그래서 먹었더니 우리나라 순두부와 차이점은 없는 듯.^^
이 분도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하니 다소 어색하지만 포즈를 취해주셨다.
막상 촬영하니 자기 모습을 보고 싶어하신다. 그래서 두어번 다시 시도했으나 계속 어색하신 모양이었다.
아,, 그리고 점심에 식당에서 먹었던 고기 조림을 낱개로도 파는 집이 많았다.
호.. 한개에 2위안이라..
남자들은 밖에서 장기를 두거나 실내에서 마작을 두는 사람들이 여럿 눈에 띤다. 정말 중국은 마작이 어르신들의 오락인 모양.
실내에서 여럿이 마작하는 곳이 많았는데 차마 카메라를 들이대지는 못하겠다..
숙소로 돌아오니 손님없는 숙소에서 직원들이 마작에 열중이다.
양해를 구하고 한 컷.
하릴없이 시간 보내는 남자들이 먼저 눈에 뜨이더니,,
앗, 탐 크루즈를 빰치는 분이 나타났다.
지붕에서 에어컨 수리를 하신다. 흠.. 탐 크루즈가 지붕위를 뛰어다닌 것이 실제로 말이 되는 구나 ㅋㅋ
가다보니 내 숙소도 보인다. 물가쪽으로도 간판을 달아놓았네.. 노가반점
이층 중간 방이 내가 묵었던 곳이다. ^^
그야말로 세월 좋게 여기저기 다니다보니 저녁이 다가온다.
각 업소의 붉은 등이 어둠을 재촉하는 듯 아직 밖은 밟은데 등불이 어두워질 때임을 알려주는 듯 하다.
물가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다시 동네를 거닌다.
첫째 배가 불러서 이고,,ㅋㅋ
둘째, 붉은 등이 빚어내는정취 때문이다.
나같은 이들이 많은 듯 관광객들이 마을의 이곳 저곳을 서성인다.
때는 추석, 보름달이 두둥실 떠올라 이 작은 마을을 비춘다.
우연히 한국분을 다리 위에서 만났다. 다리 난간에 앉아 야경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독특한 분위기를 즐겼다.
첫댓글 좋은 정보네요.
이제 봅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