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나 “대리일화” 에 들어가 보면 매일 우리들의 하소연을 접하곤 합니다. 손님에게 치이고, 회사에 당하고, 프로그램사의 횡포에다, 존만한 업소 주인한테 무시당하고, 택시기사에게 엮이고, 개인연합이나 지역대리와도 한 판 뜰 각오를 해야 합니다. 심지어는 같은 일을 하는 광역대리 기사의 “길빵” 도 경계해야 할 의무까지 있습니다. 거기다가 한 달에 한 번 꼴로 밤이슬을 통해 알려지는 동료 기사의 사고 소식에 비장해 지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가장 약하고 모두가 우리의 적인 듯 보입니다.
왜 이럴까요. 광역대리는 “대리업계” 라는 먹이 사슬의 맨 아래에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받는 오더들은 최소 두어 번 걸러져서 나오는 것들입니다. 가장 짧은 것이 회사를 통한 자사오더 입니다. “손님 – 대리회사 – 자사기사 – 연합기사” 의 과정을 거칩니다. 만약 강남 업소에서 오더가 나온다면 “손님 – 업소 주인(웨이터나 지배인) – 업소대리 – 업소대리와 잘 알고 있는 주변의 지역대리(또는 개인연합기사) – 대리회사 – 자사기사 – 연합기사” 와 같은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 만약 기사 개인에게 개별 오더를 주는 회사라면 한 단계 더 늘어나게 됩니다. 바로 옆에서 뜬 오더를 받아 1분도 걸리지 않고 갔는데 왜 이리 늦게 오냐고 손님이 투덜 된다면, 위와 같은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동안 시간이 지체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욕은 광역기사가 먹게 된다는 겁니다. 광역기사는 천사표고 업소나 지역대리는 나쁜 놈들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때때로 같은 대리기사의 입장을 걱정해주고 도와 주는 업소나 상황실, 지역대리 분들도 있어 가슴이 훈훈해 지곤 할 때가 있으니까요.
광역대리는 말 그대로 “광역”을 넘나드는 대리입니다. 강남만 고집해서는 절대로 수입을 올릴 수 없습니다. 저 역시 고수가 아니므로 언제 어디서 어떤 오더가 뜰지는 모릅니다. 설령 안다고 해도 여러분이나 심지어 제 딸에게도 절대로 알려주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외곽에 나가서 서울 복귀나 다른 외곽으로 나가는 콜을 한 두 번 잡다 보면 노하우가 쌓이게 되고 조금씩 수입이 늘게 됩니다. 아마도 여러분들의 수입은 계단형으로 늘어 갈 것입니다. 일정기간 비슷한 금액에서 들락거리다가 어느 순간 한 계단 높아지고 다시 들락거리다가 한 계단 높아지는 것 입니다. 그 계단이 가파른 계단이 될지 아님 평평하고 긴 계단이 될지는 여러분의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지리를 몰라 외곽이 겁나시나요? 아래 지역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김포 풍무, 감정동 / 인천 작전, 간석, 가좌, 관교, 구월, 검단, 연수, 부평, 계산 / 부천 소사상동, 심곡, 중동 / 안산 선부, 성포, 고잔 / 수원 영통, 조원, 인계, 구운, 권선 /의정부 금오/ 포천 송우리 / 시흥 정왕 / 군포 산본 / 양주 덕정 / 용인 동백, 수지 / 안양 평촌 / 일산 탄현, 화정, 백석, 장항 / 파주 금촌 / 남양주 호평 / 오산 원동 / 분당, 정자, 수내, 야탑, 오리 / 구리 인창 / 화성 병점, 동탄
눈치 빠른 분들은 벌써 아시겠습니다만, 다음 빈 칸을 마우스로 드래그 해 보시기 바랍니다. è <홈플러스나 이마트, 홈에버, 대형 백화점> 등이 있는 지역입니다. 지난 번에도 말씀 드렸지만 저 업체들은 철저한 시장조사 후에 돈이 되는 곳에만 영업장을 차립니다. 또한 위 지역들의 공통점은 주변에 대규모든 소규모든 유흥가가 있다는 겁니다. 다행히 셔틀도 열심히 다니는 지역입니다.(셔틀 타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외곽에 자신이 없다면 위 지역들부터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마도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 오더나 서울로 향하는 오더를 볼 수 있는 지역들입니다. 하나 하나씩 지리를 익히며 점령해 가다 보면 여러분의 활동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수입도 늘게 됩니다.
이제 막 초보 티를 벗으려는 필자 역시도 경기도 광주와 화성은 잡았다가 무조건 뱉는 오지입니다. 워낙 그 쪽 지리에 자신이 없어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 곳입니다. 올 여름까지의 제 목표는 “광주, 화성 완전정복” 입니다. 이 두 곳만 자신 있게 들어간다면 파주, 양주, 동두천, 포천, 남양주, 오산, 평택, 김포, 강화를 아우르는 서울을 둘러싼 수도권을 대충 알게 되는 겁니다. 물론 오더가 나오는 시간대나 장소를 파악 하려면 더욱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왜 광주를 알아야 할까요. 광주를 모르면 광주 오더가 많은 성남, 분당, 하남을 자신 있게 갈 수 없습니다. 성남 분당을 못 가면 그 쪽 오더가 많은 강남, 송파, 강동을 망설이게 되고, 강남을 못 가게 되면 서울에서 일을 할 수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광역대리는 지역별로 연결고리가 있어서 한 쪽이 구멍 나면 절름발이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마도 올 여름 광주나 화성의 들판을 하염없이 걷고 있는 머리털 별로 없는 사람을 보신 다면 담배나 한 개피 주시기 바랍니다.
추운 겨울 개들만 짖어대는 화성이나 양주 골짜기의 시골길을 혼자 걷다 보면, 대리기사는 작고한 김수영의 시에 나오는 들풀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비바람에 굵은 나뭇가지는 부러져도, 넘어졌다 다시 일어섬을 반복하며 끝없이 생존하는 가녀린 들풀들 말입니다. 너무 감성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염없이 걷다 보면 별 생각이 다 든답니다.
광역기사. 자기비하를 하자면 넓은 지역에 퍼져있는 모래알 같이 흔한 대리라는 뜻도 되겠지요. 우리는 먹이 사슬 맨 끝의 오더 처리 반이며 어디든지 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물론 아쉬우면 똥콜도 마다 않고 탑니다. 바퀴 달린 건 미제, 일제, 독일제, 중국제를 불문하고 뭐든지 끌고 갑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대리 판에서 우리가 제일 강하다는 것입니다. 언제나 행복하게 일하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대리일 자체를 즐길수도 있는 여유를 가지셨으니 복받으실겁니다!!
정보 고맙습니다.......
항상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고수가 되는 그날까지~~
한수 배우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안전운행하세요.^^*
퍼갑니다
광주 셔틀 이제 다니 던데요 30분간격 이라서 좀기다리지만 점점 좋아질거 같아요,,,
멋진 양반 이십니다..^^
SD혈계님 귀한 정보 감사합니다. 건강 행복하세요.
짝.짝.짝 박수 3번........^^ 행복하세여~~~~
제가 10년동안 터득하지 못한 것을 님은 단 1년도 안되서 터득하셨군요. 맞습니다. 우리가 제일 강합니다. 하지만 정말로 강해지려면 그들을 인정해야 합니다.
좋은 말씀에 박수를 보냅니다... 가슴깊이 새겨 두겠습니다.
감동적으로 글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백배동감~~ 글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내용 부탁드립니다.^^
정말 잘 읽었읍니다.....건강하시고 안전운전하세요,,,
초보대리에개는 필수적인 정보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오늘 저녁 부터는 뭔가 달라지는 내모습을 발견할것같습니다~! 제가 항상 2%부족하다고느꼇는데 오늘에야비로소 이해하고 갑니다!
귀한정보, 항상 궁금하던걸 말해주네요
동감 또 동감합니다..
마음이 따뜻한 분 같군요. 잘읽고 갑니다. 좋은말씀이었습니다. 복받으세요
마음 깊이 새기도록 하겠습니다..대리업계에 교수님이시군여..
저는 수도권지하철을 중심으로 달달 외워볼려구하는데요~~ㅎ~~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좋은 글을 쓰시는 분을 뵙고 싶습니다. 존경합니다~~ 아주 유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