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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소리' 원희룡 인수위, 제주해군기지 어떤 해법? |
[데스크논단] 강정갈등 문제,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의 과제
"윈윈해법은 사기 다름없어"...주민설득 '카드' 갖고 있나?
2014. 06. 15
역대 최대 규모로 꾸려진 원희룡 민선 6기 제주도지사 당선인의 인수위원회(새도정준비위원회)에서 현 도정을 크게 힐난한 일이 회자되고 있다.
일련의 구설수는 인수위 산하 강정치유분과위원회가 제주특별자치도 민군복합형관광미항추진단으로부터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관련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현 도정을 비난하고 나선데서 비롯되고 있다.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우근민 지사의 공약인 해군기지 '윈윈' 전략은 사기를 친 것이나 다름없다"는 취지의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점령군' 처럼 업무보고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원 당선인의 말 때문인지, 전반적인 흐름은 다소 온화한 듯 하면서도 위원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송곳같은 날이 서 있었다.
현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앞으로 추진계획을 잡아나가기 위해서는 토론과정에서 다소 쓴소리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 잘못된 것이 있다면 분명히 꼬집어주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이번 업무보고에서 쏟아진 힐난은 분명한 미래대안이 전제됨이 없이 나온 것으로 보이면서 공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행해진 발언내용만 본다면, '네 탓' 책임추궁 내지 비판 아닌 비판에 다름없다.
◆ 민선 4기 도정, 강정갈등 문제 최초 발단은?
8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강정갈등 문제는 전임도정, 현 도정의 책임도 크지만, 국책사업이라는 명분하에 공권력을 투입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중앙정부와 해군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었다.
일련의 상황을 되짚어보면 이렇다.
강정 갈등문제는 최초 민선 4기 김태환 제주도정 당시인 2007년 5월14일 강정마을이 제주해군기지 입지로 선정돼 발표되면서 터져나왔다.
최초 입지선정 과정에서의 절차적 논란이 일기 시작하면서 친척과 우의 좋던 이웃끼리도, 심지어 형제끼리도 제주해군기지 찬반입장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불목하며 마을공동체는 일순간에 붕괴되었다.
이어 2009년 1월 고시된 국방부장관 국방.군사시설 실시설계획 승인을 비롯해 환경영향평가, 절대보전지역 해제 등과 관련된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이 시점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도의회 본회의장 단상을 점거해 절대보전지역 해제 동의안을 '날치기' 통과하면서 갈등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강정주민들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하며,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이 사업은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해 왔다. 민선 4기 도정 내내 주민들의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고, 제주도청 앞에서는 규탄집회가 벌어졌다.
급기야 사상 첫 현직 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청구까지 이뤄졌다.
원 당선인이 이번 선거에서 공약으로 제시하며 '제주해군기지 진상조사'를 하겠다는 내용도 따지고 보면 바로 이 최초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비롯해, 이후 진행상황을 짚어보겠다는 것이다.
◆ 민선 5기 도정, '검증' 갈등과 '윈윈해법'은?
민선 5기 도정에서는 크게 두가지 기조로 나갔다. 하나는 민선 4기 때 이뤄진 정부와의 협약내용에 대한 검증이고, 다른 하나는 '윈윈해법'의 추진이다.
이중 윈윈해법은 2010년 7월, 민선 5기 제주도지사로 취임한 우근민 지사가 강정마을과 제주도민, 국방부(해군)의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갈등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히면서 처음 제시됐다.
엊그제 인수위에서 '사기에 다름없다'라는 거친 표현을 크게 힐책했던 바로 그 윈윈해법이다.
우 지사가 제시한 윈윈해법의 내용을 보면 △해군의 '윈'은 국가안보사업인 민군복합항을 정상적으로 건설하는 것, △제주도민의 '윈'은 민군복합항이 제대로 되어서 크루즈관광 활성화 등을 통한 경제적 실익을 챙기는 것, △강정주민의 '윈'은 지역발전을 통해 현재보다 나은 삶의 질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조 속에 취임 초기 첫번째로 행해졌던 것이 화순, 위미 등을 포함한 입지변경 추진이다. 그러나 화순과 위미에서 모두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이어 2011년에는 제주도지사와 제주도의회 의장, 여야 제주도당 대표 등이 참석하는 회동이 마련되면서 한때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기도 했다.
그해 하반기부터는 민선 4기 당시 제주도와 국방부, 국토부 간에 체결된 제주해군기지 기본협약서에 명시됐던 내용 중 15만톤급 크루즈 선박 2척의 안전한 동시접안 가능성에 대한 검증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문제는 당시 민군복합항이라는 명칭과 달리 ‘군항’ 중심으로 건설된다는 숱한 의구심 속에서, 설계오류 논란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정부는 2012년 2월29일, 국가정책조정회의 통해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를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천명하고, 3월부터는 구럼비 해안 발파와 함께 본격적 공사를 강행하면서 물리적 충돌상황은 극에 달했다.
이 발파공사가 시작되기에 앞서 제주자치도는 여야 제주도당, 도의회 등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검증이 끝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해줄 것을 호소했으나,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제주도가 제주해군기지 공유수면 매립공사 정지처분 청문을 실시하는 초강수 대응으로 맞서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대립각이 세워졌다. 이 시점 공유수면매립 면허 부관과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명분으로 해 몇차례 공사를 중단하게 하는 조치도 이뤄졌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둔 2012년 11월 국무총리실은 선박조종 시뮬레이션 검증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지난해 2월 시뮬레이션 검증이 이뤄졌다. 이 결과 2척의 안전한 입항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제시됐는데, 이 결과를 근거로 해 제주자치도는 정부 해군기지 정책의 수용을 선언했다.
지난해 3월14일 제주도지사와 국방부장관 및 국토부장관간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공동사용협정서'가 체결됐다. 크루즈선박에 대한 해상교통관제는 국토부장관(현 해수부 장관)이 시행하고, 국방부장관은 군함의 위치 정보를 국토부에게 제공하도록 하고, 관제권을 국토해양부 장관이 갖도록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크루즈부두 항만시설 및 부대시설의 유지, 보수와 관련해서는 제주도지사가 전담하고, 국토부장관은 그 비용을 지원하도록 했다. 이는 군항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도민사회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초점을 둔 것이다.
제주자치도는 이 협정서 체결을 기점으로 해 민군복합항을 거점으로 하는 '크루즈산업 진흥 특구' 지정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여기까지 흐름을 놓고 보면, 제주도정과 정부당국간의 정책적 논의에서는 큰 진전이 있었다고 할 수 있으나 갈등문제의 당사자인 강정 주민들 설득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오히려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며 도정과의 '결별'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원희룡 당선인의 새도정준비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헤드라인제주> |
◆ '윈윈해법'의 시각차...대립점은?
제주도정은 현재까지 '윈윈' 해법의 3가지 중 2가지는 해결됐다고 보고 있다.
즉, 제주해군기지가 정상적으로 건설되는 것은 국방부의 '윈', 민군복합항 건설로 크루즈관광 활성화 등을 통한 경제적 실익이 있게 된데 따른 제주도민의 '윈'을 설명하고 있다.
문제는 강정주민의 '윈'에 대한 현격한 시각차다. 우 지사가 내놓은 강정주민의 '윈'은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결정 2021년까지 37개 사업에 1조 771억원이 투자되는 강정주변지역발전계획이었다.
그러나 강정주민들은 '경제적 실익'이 아니라 최초 잘못된 입지선정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인정하고, 파괴된 강정마을 공동체를 회복시키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요구하면서, 지역발전계획 카드는 사실상 무산됐다.
이후 올해 지방선거 전의 최대 화두는 사법처리된 강정주민에 대한 사면문제, 그리고 국가차원의 대화협의체 구성 문제 두가지였다.
강정주민 사면문제는 제주도를 비롯해 도의회, 정치권 등에서 일제히 건의됐으나 박근혜 대통령 취임 1년 설 특사 때 제외되면서 오히려 반감만 더 키웠다.
민선 5기 출범 3주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국가차원의 대화협의체' 구성제안은 수용되지 않았다. 오히려 총리실의 '갈등과제 48개 추진현황'에서는 공동협정서 체결을 이유로 해 강정마을을 '갈등해소' 지역으로 분류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을 빚었다.
이에따라 현재 남아있는 갈등문제의 과제를 정리해보면, 하나는 강정주민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새로운 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공동체 회복 등을 위한 국가차원의 조속한 대화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강정 현장에서 제기되는 인권유린 문제 등도 후속조치 내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부분이다.
◆ 민선 6기 원 당선인, 갈등문제 해법은?
그럼, 지난 선거과정에서 원희룡 당선인의 해법으로는 어떤 내용이 제시됐나.
당선인의 공약을 살펴보면 사실 세밀한 갈등문제 해법은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지 않다.
다만 강정주민의 명예회복과 강정마을 공동체 복원을 목표로 △제주해군기지 최초 절차적 논란사항에 대한 진상조사 실시 △민.형사상 법적 책임 조기 해결 △각종 사업지원책 마련 등이 제시됐을 뿐이다.
첫번째 진상조사 실시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2개 사항은 사실 식상함을 준다. 타이틀을 열거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힘있는 여당 도지사'로서 보다 구체적으로 강정주민 사면문제 및 '벌금 폭탄' 문제에 대한 확실한 해결을 약속한 것도 아니다. 각종 사업지원채 마련 역시 현재의 강정주변지역계획의 지원규모 등과 비교해 무엇이 다른지 명확한 설명도 없다.
진상조사의 경우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빚어졌던 마을총회, 환경영향평가, 절대보전지역 해제 등 모든 문제들에 대해 객관적이고 철저한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의 실효성 또한 미지수다.
물론 여당 소속 도지사의 입장에서는 다소 파격적인 약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조사의 실시방법 등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조사가 끝난 후 후속조치를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점에 있어서는 이미 예상된 프레임을 제시하고 있다.
즉, 제주도에서 책임질 부분이 나타나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TV토론 과정에서, 또는 강정마을회의 공개질의서 답변 내용을 볼 때 '상응하는 조치'의 내용이 원천무효 내지 백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최초 입지선정의 문제나 환경영향평가, 절대보전지역 해제 등과 같은 사안에 있어 행정당국의 오류 내지 잘못이 분명하게 드러날 경우, 이는 '원천 무효' 사유에 해당하나 이에대한 분명한 설명이 없다.
'도지사 사과' 수준으로 매듭짓겠다는 계산을 미리 하고 꺼내든 '진상조사' 카드이기에 진정성은 여전히 의심받고 있다.
여기에 원 당선인이 강정마을회의 제주해군기지 건설 타당성에 관한 질문에, "당시 어떠한 명분으로 해군기지 건설이 추진됐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 역시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또한 당시 정부의 건설명분에 대해 제가 답변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고 밝히며 답변을 유보한 것도 의아스럽다.
어쨌든 인수위 활동이 이제 보름도 안남은 현재까지 민선 6기 도정의 갈등문제 해법은 사실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 각종 지원사업책 마련으로 강정주민을 설득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민선 5기 도정에서 얻었던 교훈이다.
인수위가 '윈윈해법은 사기에 다름없다'는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으나, 보름 후면 도정을 운영하게 될 민선 6기의 '미래대안'의 실체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다만, 진상조사에 기대를 걸어본다. 하지만 '도지사 사과'를 위한 진상조사는 의미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오히려 분란의 되풀이, 시간낭비의 결과를 초래할 개연성이 크다.
반면 조사를 통해 잘못된 절차를 바로잡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밝히고 실제 이행하겠다고 선언한다면, 그것은 주민설득의 유일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
강정 갈등문제 해결은 원 당선인이 곧 떠안게 될 과제이자 책임을 공유해야 할 사안이라는 점을 인수위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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