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한일교류(2)
김복례
11월 5일, 우리는 전철을 타고 세타가야구에 있는 쿄도(經堂)성서집회에 갔다. 후쿠시마 아츠시(福島 穆) 선생과 츠키모토 아키오(月本 照男) 선생이 우리를 위해 말씀을 준비해주셨다.
후쿠시마 선생은 특히 관동대지진 100년이 되는 해, 조선인 학살을 은폐만 하려는 일본 정부를 과감히 규탄하였다. 세타가야구청의 평화자료관에서 최근 '관동대지진의 기록'이라는 전시회를 했었나 보다. 거기서 조선인 살상의 기록을 보고 경악했다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장관이나 도쿄도지사는 부인을 한다는 말씀이었다.
그래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라도 '진실을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씀하셔서 한국인으로서 고마운 마음 가득했다.
츠키모토 선생은 이삭의 우물을 둘러싼 계약에 관하여 말씀하셨다. 세계적인 구약학자로 한국의 대학에서 교환교수로 일한 적도 있는 분이다. 자신이 가진 자료를 제시하며, 창세기 당시의 계약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다. 쿄도 성서집회 회원들은 우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시고, 어떤 남자 회원은 취미가 빵 만들기라며 작은 수제 빵을 이쁘게 포장하여 선물로 주시기도 했다. 우리도 홍성 갓골에서 가져온 쿠키를 선물로 드렸다.
원래 이날의 점심 식사는 각자 자유롭게 사먹기로 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츠키모토 교수님 내외가 우리를 근사한 레스토랑으로 데려가 정갈한 한국식 불고기 덮밥을 대접해주셨다. 식사 후 사모님과 잠깐 얘기를 했는데, 내 손을 잡고, 시아버님이 한국인이시라며 다정함을 표시해주셨다. 그렇다고 들은 적이 있어서 놀라지는 않았지만, 자라면서 자이니치라 하여 차별당했을 츠키모토 교수님의 어린 시절이 마음아팠다. 그러나 당당히 극복하고 뜻을 펼치셨으니 얼마나 멋진가. 우리는 깊은 감사를 표했다.
드디어 고려박물관으로 가는 시간. 신오쿠보역에 내렸는데, 벽에 붙어있는 고려대 대학원생 이수현 씨의 의로운 죽음을 기리는 비문을 보았다. 특히 이환종 선생님은 감격, 또 감격하여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셨다.
한인타운을 지나는데 떡볶이집의 웨이팅이 엄청 길어서 괜히 으쓱한 기분이 들었다. 고려박물관은 자그마한 공간이었다. 우리를 기다린 하라다 교코 쌤과 다른 봉사자 두 분이 반가이 맞아주셨다. '관동대지진 100년 특별전'을 하고 있었는데, 기획담당자께서 일일이 설명을 해주셨다. 100년 전의 일이지만 슬프고 참담하고 마음아팠다. 김인호 님의 아리랑 연주가 분위기를 살려주어 그곳에 있던 자이니치 청년의 이야기도 들으며, 고려박물관이라는 존재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몇 분은 먼저 가시고 우리는 '돈키호테 잡화점'에서 쇼핑을 했다. 나는 손자들을 위한 학용품 선물을 샀다.
11월 6일(월). 우리는 다마공원묘지에서 우치무라 간조, 후지이 다케시, 야나이하라 다다오 선생의 묘지를 찾아보기로 했다. 관리실에서 청소도구를 챙겨 묘역을 청소하고 간단한 예배를 드렸다. 우치무라家는 지금까지 이어지는지 비석도 많고, 잘 관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후지이 선생과 야나이하라 선생의 묘역은 덩그러니 비석만 하나 서 있었다. 두 분 묘지는 참으로 작고 초라했다. 야나이하라 선생묘지에는 화병조차 없어 맨땅에 꽂을 꽂고 왔다. 어쩌면 이런 모습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의 참면모가 아닌가 생각했다.
오후는 자유토의 시간. 고바야시 다카요시(小林 孝吉) 선생이 한일 화해를 위한 말씀을 해주셨다. 가해의 기억을 잊지 말고 주 안에서 사랑과 소망으로 함께 손을 잡고 살아가자는 고마운 말씀이었다. 말씀과 통역이 이어지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자유토의는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환영회에서는 노래도 들려주시고, 김인호 님이 하모니카로 아리랑도 들려드리면서 화기애애 하여 다들 하고 싶은 말들을 다 하였다. 참 좋은 시간이었다.
11월 7일(화) 드디어 마지막 날. 진영선 쌤의 요청으로 유일한 관광 일정이었다. 우에노공원에 있는 서양미술관 관람. 너무 일찍 서두른 바람에 개장 이전에 도착하여 우에노스벅에서 차담회를 했다. 참 좋은 시간이었다. 미술관은 고맙게도 65세 이상이 무료라는 것. 그래서 함께 간 젊은이 후루카와 쌤과 그의 따님 다혜 양까지 경로우대를 받는 행운(?)을 누렸다. 흐흐흐 !
기업인 마츠가타 가문이 소장하던 작품들을 국가에 기부하여 조성한 미술관인데, 로뎅을 비롯하여 모네, 피카소, 몬드리앙, 모딜리아니, 그리고 성화 판화로 유명한 듀레의 작품까지 참으로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여유있게 호텔을 떠나 다시 하네다 공항으로 고고씽~. 끝까지 돌봐주신 선생님들께 인사하고 허리숙여 인사하고 돌아왔다. 참 감사한 4박 5일이었다. 다들 함박 웃음 가득.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