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 180
[포상 휴가 4]
실수라기보다는 판단 잘못으로 어이없는 수고를 더 해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여러 해 째 진주의 후배
시인의 집에 휴식 차 내려가곤 했고, 활동하는 단체를 이끌고 진주 유등축제에 다녀오기 위해 가기도
했으며 내게 잠시 시 창작의 도움을 받던 후배 시인을 도와주기 위해 가기도 했던 진주,
늘 그랬던 것처럼 후배시인의 집에 갈 때는 고기와 술, 그리고 약간의 간식거리를 사가지고 갔다, 우선
그의 집을 소개하자면 “망금당”이라는 저수지를 앞에 두고 오직 한 채의 집만 있는, 마을에서도 한 참
이나 올라가야 했고, 그 집 마당에서 바라보면 온통 산이 둘러있을 뿐, 어찌 보면 항아리 속에 갇혀있
는 느낌이 드는 곳에서 오직 부부가 생활하는 공간이다. 버스를 타려면 아마 내 걸음으로 한 시간 가까
이 걸어 내려가야 할 만큼 외진 곳이기에, 그 집에 가려면 차는 필수인 곳이다.
실수는 일반도로를 택한 것이었다. 예전에 갈 때는 진주에서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해서 진성 으로 나가
면 바로 진성면 소재지가 있고 그곳에 큰 마트가 있어서 늘 그곳에서 물품을 구입해서 들어갔던 것인
데, 일반도로를 이용해도 그곳을 지날 것이라는 착각을 했던 것이다.
네비를 따라 들어가다가 눈에 들어온 풍경, 바로 후배의 집으로 꺾어 들어가는 작은 길, 아차 싶었다,
그곳까지 이르는 동안 마트가 없었던 것이다. 차를 돌려 나온다. 마침 여학생 한 명이 걸어오는 것이
보인다. 그 학생 곁에 차를 세우고 마트가 있는 곳을 물으니 단성으로 가야 한다고 한다. 단성면 소재
지가 더 가깝다는 말이었다.
차를 끌고 단성면으로 가면서 생각한다. 예전 같으면 그 여학생은 또래들과 함께 하교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혼자 걷는다. 그만큼 마을에 어린 학생들이 없다는 의미이다. 젊은이들이 보이지 않는 시골마
을들, 빈 집들이 늘어가는 마을, 함양을 지나면서 본 허물어진 정미소, 내가 본 정미소들의 지붕은 모
두 양철지붕이었다. 왜 양철지붕을 덮었을까? 하긴 요즘은 가정집에 작은 정미기계가 있어서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벼를 정미해서 먹는다고 하니......
단성면의 하나로 마트에서 고기와 술, 그리고 부인을 위해 음료와 과자를 산다.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구입한다. 후배에게 한 끼의 음식을 대접하는 것, 그것은 대접 받는 것만큼이
나 즐거운 일이다. 그것도 하늘의 별을 보며 삼겹살을 굽고 한 잔의 술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야 말로
작은 행복의 시간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장장 일곱 시간이나 들여서 도착한 후배의 집, 내가 도착하자 후배는 부지런히 집 안에서 필요한 반찬과
도구들을 꺼내다 놓고, 불을 지핀다. 두께가 칠 센티 정도는 되어 보이는 돌판, 마침 부인은 시내에 중
요한 일이 있어 외출했고 오늘 귀가할 수 없다고 한다. 내게 미안해하더라는 말을 한다. 어두워지고, 마
당에 작은 외등이 불을 밝힌다.
그때부터 새벽 세시 가까이, 우리 둘은 그의 집에 있던 페트병 소주 두 병과 내가 사간 소주 세 병을 마셨
다. 병소주로는 여섯 병이 더 될 양인데, 그래도 취하지 않는다. 삶과 문학 그런 대화가 취하지 못하게 했
을 것이다. 방으로 들어간다. 황토로 방을 만들고 아궁이를 거실에 설치해서 아궁이가 거실 장작 난로
역할을 하도록 한 구조의 집,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