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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기지개
개그맨 김제동씨가 무명시절 경험을 털어놓는 걸 봤다. 지방 콘서트였는데 약속한 가수가 오지 않자 객석에서 난리가 났다는 것이다. 기다리는 동안 온갖 짓(?)을 다해도 진정되지 않던 관객들이 2시간이나 늦게 나타난 가수에게 야유를 퍼붓긴커녕 순식간에 쥐죽은 듯 고요해지더라는 얘기였다.
서러워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펑펑 우는데 비까지 쏟아지더라고 했다. 그런 그가 쓴 '앞니에 김을 붙이세요'라는 글을 읽었다. '가족들이 꽉 막힌 도로 위에서 지쳐 있거나 꽉 막힌 삶의 피로에 찌들어갈 때,바로 그 순간에 김을 조금 떼어 앞니에 붙여보세요. 그리고 가족들을 향해 활짝 웃어보세요.'
글은 이렇게 이어졌다. '가족들이 잠시는 놀랄 겁니다. 하지만 장담컨대 곧 웃음이 터져나올 겁니다. 부끄럽다고요. 부끄럽기로는 웃기지도 않는 직장상사나 고객 농담에 한껏 웃어 보이는 쪽이 훨씬 더합니다. 가족들을 위해 그 힘든 웃음도 억지로 지어보인 당신이었는데 가족들을 위해 앞니에 김을 붙이는 게 뭐 그리 어렵습니까.'
김씨는 그러면서 '월요일엔 원래 웃고 화요일엔 화를 내려다 어이없어 웃고…일요일엔 일부러라도 꼭 웃어보라'며 웃음도 사랑도 건강처럼 노력이 중요하다고 썼다. 왜 아니랴. 억지로 웃어도 웃음은 건강에 좋다고 하거니와 언짢은 일을 잊지 못한 채 곱씹고 있으면 마음은 물론 몸까지 상한다.
새해다. 지난 해 무슨 일이 있었든 툭툭 털고 '올해엔 모든 게 다 잘될 거야' 자기최면을 단단히 걸고 호탕하게 웃어보자. 또 수시로 기지개를 켜자. 가슴을 좌악 펴고 두 팔을 쭉 뻗으면 뭉친 근육은 물론 마음도 풀어진다. 허리를 젖혀 하늘을 보면서 심호흡을 하면 기분전환이 되면서 새 힘이 솟는다.
누군가 말했듯 희망이야말로 가장 큰 축복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터널 끝엔 밝은 하늘이 있다. '휘면 온전해지고/굽으면 곧아지고/움푹 파이면 채워지게 되고/헐리면 새로워지고/적으면 얻게 된다/(曲則全枉則直 窪則盈 幣則新少則得)'고 하지 않는가(묵자). 모두들 기지개 활짝 켜고,아자 아자 파이팅!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지평선] 호라이즌(horizon) |
욕지도라는 외딴 섬이 있다. 경남 통영시 욕지면, 통영 부둣가에서 남남서로 뱃길 32㎞. 36개의 섬이 하나의 면을 이루고, 9개 유인도 가운데 가장 큰 섬이다. 해발 392m(서울 남산 262m) 천황산이 그 섬의 전부다.
산에 올라서면 사방이 수평선이다. 그 너머 미지의 세상만 그리며 살아왔다. 그 곳은 옛날 헛된 욕심을 꿈꿨던 자들의 귀양지이기도 했다. 먼 데 소식을 알고 싶을 때면 천황 산에 올랐다. '알고 싶어서' 욕지(欲知)가 되었단다. 욕심의 '욕(慾)'에서 '심(心)'이 빠진 것은 '사심(私心) 없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 수평선 너머 이상향이 <유토피아(Utopia)>다. 영국 정치가이며 인문주의자인 토머스 모어(1478~1535)의 공상소설로, 1516년 라틴어로 씌어졌으나 사망 후 영어로 간행돼(1551) 유명해졌다.
한 선원이 항해 도중 들른 섬에서의 경험담이라지만 유토피아는 희랍어로 '어디에도 없 는 곳'이라는 뜻이다. 산업혁명 급진전과 제국주의 ! 풍조 때문에 황폐해지고 골병 들었던 당시 유럽사회의 반면상(反面相)을 그렸다. 신의 은총에 의해 인간은 선천적으로 행복할 수밖에 없는 권리를 갖고 있지만, 그것은 수평선 너머에서만 실현된다는 의미다.
■ 지평선 저 쪽의 낙원은 '샹그릴라(Shangrila)'다. 영국의 소설가 제임스 힐턴(1900~1954) 의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ㆍ1933)>에 ! 묘사된 곳으로 히말라야 산맥 속 어느! 마을의 이야기다.
샹그릴라는 티벳어로 '마음 속의 해와 달'이라는 뜻인! , 만년설에 덮인 에베레스트산 속엔 존재할 </! FONT>수 없는 '푸른 계곡이 펼쳐진 무릉도원'이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 경제 공황의 여파로 사회는 종교와 이념과 파벌로 갈갈이 찢어지고 생명마저 경시되던 상황 이었다. 주인공이 비행기를 타고 지평선을 넘어가 실제 경험했다고 기억하는 내용이다.
■ 호라이즌(horizon)은 수평선과 지평선을 함께 일컫는 말이고, 희랍어로 '한계(限界)나 한정(限定)'이 어원이다. </! FONT>다가갈 수 있는 곳과 그럴 수 없는 곳의 경계가 그것이다. 유토 피아나 샹그릴라는 살아선 갈 수 없는 천국이나 극락을 상상한 것이 아니다. 현실의 부조리와 모순에 대한 비판을 근거로 그것을 넘어서려는 인간의 의지와 희망을 강조하고 있다.
수평선이든 지평선이든, 호라이즌 저 쪽에서 이 쪽으로 넘어오는</! SPAN> 일출을 본다. 행복이 라는 천부의 기본권을 지키고 화해와 통합을 꿈꾸며 또 새로운 지평을 여는 새해를 시작한다. |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
여적] 새해 덕담
새해 아침 집안 어른들께 세배를 올리면 의례이 덕담 한마디씩 듣게 마련이다. 대체로 공부를 잘 하라거나, 부모님 말씀 잘 들으라거나, 사업을 번창시켜 돈을 많이 벌도록 하라든지 하는 얘기들이다. 대학을 졸업하는 사회 새내기에게는 “취직하길 바란다”거나, 과년한 노처녀에겐 “올해는 꼭 결혼해서 국수를 먹도록 해 달라”는 덕담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처럼 옛 어른들은 세뱃돈을 주시면서 붓글씨로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같은 덕담 하나씩을 써주시곤 했다. 이웃 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리기 위해 동네를 한바퀴 돌고나면 이런 덕담만으로도 배가 불렀다.
이른바 ‘황금돼지해’인 올해는 재물 덕담이 줄을 이을 것 같다. 벌써 “새해에는 돈(돼지, money) 꽈악 잡으세요”라는 카피 문구도 등장했다. 몇해 전 “여러분 부자 되세요”, “로또 당첨되세요” 등의 유행어 가 널리 쓰이기도 했지만, 최근 경제가 어렵다는 점에서 돈 많이 벌라는 덕담이 가장 무난할 것이라 는 얘기다.
더욱이 요즘처럼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판국이라면 아파트 당첨과 관련한 덕담이 오갈만도 하다. 이미 인터넷에는 휴대폰으로 문자를 전송할 수 있도록 각종 맞춤주문형 덕담이 넘쳐나고 있다. 정치 권에서도 올해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굳은 의지를 담은 덕담 경쟁이 뜨겁다.
초심을 지키겠다는 ‘처음처럼’에서부터 ‘다른 뜻은 미뤄두고 같은 뜻부터 협력한다’는 ‘구존동이(求同 存異)’, ‘우물을 파서 물을 긷는다’는 ‘굴정취수(掘井取水)’, ‘어려운 처지에 있어도 한걸음씩 내딛는 다’는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에 이르기까지 </! SPAN>그야말로 즐비하다고 할 정도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갖가지 덕담들이 ‘</ SPAN>말의 성찬’ 차원을 넘어 국민들의 마음을 얼마 만큼 절실 히 파고들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하나의 말장난이요, 단순한 글귀 경쟁에 지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오가는 덕담이 평범할수록 오히려 건강한 사회일지도 모른다. 서로 마음 속으로 웃음을 나누며 한해를 시작할 수 있는 믿음과 이해의 분위기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새해 복많이 ! 받으십시요. 〈허영섭 ! 茨냅㎰阪
씨줄날줄] 돼지가 꾸는 꿈/이용원 수석논설위원 |
저는 돼지입니다. 전세계에 1000여종이나 퍼져 있는 보통 돼지가 아니라 한민족과 수년천 고락을 함께해 온 이 땅의 돼지입니다. 여러분이 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압니다. 비록 요즘은 잘 쓰지 않는 말이지만, 한두 세대 전만 해도 제 자식을 남에게 낮춰 표현할 때 ‘가돈(家豚)’이라고 했습니다.
‘우리집 돼지’라는 뜻이지요.‘돈아(豚兒)’‘돈식(豚息)’‘미돈(迷豚)’도 같은 말입니다. 그밖에 자식을 비유한 말로 ‘돈견(豚犬)’이 있지만, 역시 저를 개에 앞세웠습니다. 그만큼 개보다 가깝게, 어여쁘게 봐주신거죠.
한민족 역사에서 저는 계층에 구분없이 사랑받았습니다. 가장 오래된 역사서인 ‘삼국사기’를 보아도 고구려·신라에서는 하늘에 제사 지낼 때 저를 선택했고, 제 덕에 도읍을 옮기거나 아들을 본 고구려 왕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정말 사랑한 건 역시 서민들입니다. 지금도 혼인·환갑 등 경사로운 동네 잔치에는 제가 당연히 주역입니다.
고사 상에도 제가 올라앉지 소머리 올린 거 보았습니까. 흔히들 소 한마리 잡으면 버릴 게 없다지만 저도 뒤지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이 삼겹살입니다. 함경도에서 제주도까지 전국 팔도에서 두루 발달한 순대, 최근 들어 가족 단위 외식으로 사랑받는 감자탕, 이 모두 제가 살과 피와 뼈 등 온 몸을 제공한 덕에 탄생한 음식들입니다.
올해는 12년 만에 찾아온 저의 해입니다. 게다가 ‘황금돼지 해’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들 하시더군 요. 그런데 저 요즘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 저를 그토록 사랑해 주시는 서민 여러분의 삶이 너무나 고단하기 때문입니다. 저를 꿈에서 만나면 재물운이 있다고 다들 좋아하십니다.
저 사실은 게으른 동물 아닙니다. 밤마다 부지런히 여러분 꿈에 찾아가겠습니다. 그러니 어려운 일 있더라도 희망 잃지 마시고 돼지꿈 이루십시오. 여태껏 그래왔듯 건강은 제 온몸을 던져 지켜드릴 테니까요.
정치하시는 분, 기업하시는 분들에게도 부탁드립니다. 올해는 정말 서민들을 위해서 뛰어주세요. 욕심만 차리다 ‘돼지보다 못한 ×’ 소리 들으면 얼마나 부끄럽겠습니까. 저도 싫고요. 서민 여러분 모두가 열심히 살아서 ‘부∼자’되는 일, 이것이 저 황금돼지가 올해 꾸는 꿈입니다. |
새해 첫 출근날 보통 직장 동료와 선후배 사이에 덕담을 나누고 업무를 시작한다. 주로 건강이나 승진,행운을 기원하는 말이 오간다. 말대로 다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실현 가능성을 떠나서라도 일단 희망을 안고 출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종합일간지들의 신년호 역시 국민을 위한 덕담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다. 경제의 역동성이 넘치고 국가적 목표가 뚜렷했던 시절에는 ‘대망의 새해’가 신년호 키워드로 자주 등장했으나 올해는 소박하게 기대 수위를 낮춘 ‘전진’ ‘희망’ 등을 제시한 신문이 많다. 하지만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겨냥하고 나선 예비주자들에게는 올해가 그 어느 해보다 큰 뜻이 담긴 ‘대망(大望)의 해’로 다가왔을 것이다.
본보 신년호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중 누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나서도 범여권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릴 것으로 나왔다. 예상 후보별 지지도에서 1위를 독주하는 이 전 시장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그렇다고 여권이 이를 수수방관할 리 없다. 판을 다시 짜거나 참신한 인물을 영입해서라도 차기 대선에서 정권을 재창출하고야 말겠다는 결의가 다부지다.
대망은 예비주자들만 품은 것이 아니다. 유권자인 국민은 그들의 웅지와는 또 다른 의미의 대망(待望)을 안고 새해를 맞았다. 민심을 외면하는 정치권 행태와 좌·우 이념대립,날로 심해지는 빈부격차와 경제난을 겪어온 유권자들도 정치권을 표로 심판할 대선의 해를 기다리고 기다려 왔다는 말이다.
개개인의 이념적 스펙트럼과 시국을 보는 눈이 달라 민심 흐름을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다. 지난 사례에서 보듯 대선 직전에 또 무슨 일이 터져 표의 향배에 영향을 줄지 모를 일이다. 다만 본보 신년호의 이미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에 바라는 국민 여망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민심을 제대로 읽는 덕목과 경제에 관한 판단 및 예측 능력,그리고 도덕성을 갖추기를 국민은 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진보적 성향의 지도자를 원하는 응답이 약간 우세한 것을 보면 기득권 안주를 경계하는 민심을 읽을 수 있다. 굳이 특정인의 공과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민심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김성기 수석논설위원 kimsongk@kmib.co.kr |
옛 선인들은 마음에 맞는 짝을 </ FONT>도반(道伴)이라고 했다. 함께 진리를 추구하는 길 동무라는 뜻이다. “길은 길로 이어지고/ 그리움은 그리움으로 이어진다 하였는가/ … 길을 가다가 같은 눈물을 흘리! 는 사람을 만났다.”라는 김경훈의 시 ‘길을 가다가’처럼, 마음을 비운 길손의 눈엔 세상사가 선하게 보이는 순수의 경지에 들어설 수 있기에 그랬나 보다.
이처럼 길은 ! 인간의 삶과 운명을 같이했다. 금의환향이라는 영광의 길이 있는가 하면 허리 가 휘는 빚을 감당 못해 고향 논두렁길을 밟으며 야반도주했던 비통함의 길 등 천태만상의 길이 있다. 도시화에 따른 길의 변천도 빼놓을 수 없다. 오솔길, 지게길, 우마차길, 신작로</ SPAN>, 포장 국도, 고속도로에 이르기까지 길은 인간 역사의 상징이다.
고속도로는 우리나라에서 이젠 산업의 대동맥이자 생활 속에 가장 가까이 대하는 친근한 존재로 자리하고 있다. 1968년 12월 서울∼인천 경인고속도로가 완공되면서 우리 곁에 성큼 다가선 고속도로는 전국을 반나절권으로 묶으면서 국토의 균형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히틀러가 “수레와 말에 의한 교통이 수레와 말 자신을 위한 도로를 만들었듯 자동차를 위한 자동차도로를 건설해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시작된 독일의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 아우토 반이나, M-1, M-4의 이름으로 불리는 영국의 모터웨이, 그리고 태양도로라는 < SPAN style="COLOR: black; FONT-FAMILY: 굴림; mso-bidi-font-size: 10.0pt; mso-hansi-font-family: u; mso-bidi-font-family: 굴림; mso-font-kerning: 0pt; mso-ascii-font-family: u">이름의 이탈리 아의 아우토스트라다델솔레 등은 유럽의 대표적인 고속도로로서 한때 우리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우리나라가 ‘고속도로 3000㎞ 시대’를 열었다. 세계 11번째다. 여기에 더해 전국 어디에 서나 30분내에 고속도로망에 접근할 수 있도록 남북 7개축, 동서 9개축의 격자형 고속도로망이 수년내 완성되고 철도가 대륙과 연결되면, 한반도는 첨단의 공항·항만의 시너지 효과로 ‘광속의 통합국토’! 를 형성해 동북아 교통의 허브로 우뚝! 설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한때 문주란의 ‘안개낀 고속도로’, 나훈아의 ‘이별의 고속도로’처럼 비탄조 가요의 대상이 었던 고속도로가 ‘고속도로 로망스< FONT face=바탕>’라는 낭만의 노랫말로 바뀌었듯, 고속도로처럼 쭉쭉 뻗는 국운 융성을 소망한다. 황종택 논설위원
· 김대중 칼럼] 통치 공백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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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고문
o 우리는 지금 대단히 위태로운 정치적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나라를 경영하는 중심기능! 없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통치기능이 상실돼 있다.
이 어려운 시점에 국정을 효율적으로 다루는 리더십이 부재(不在)한 상태다. 대통령이 있다는데
그는 연일 말싸움 말씨름 말장난에 휘말려 있다.
o
o 그나마 1년 남짓 남은 임기에 5~6회 해외순방에 나서 상당기간을 국외에서 보낼 모양이다.
집권당이 있다는데 그 집권당 꼴이 말이 아니다. 연일 모여서 헌집 버리고 새집을 지을까
,집을 둘로 쪼갤까, 아니면 이것 저것 모아서 잡탕으로 만들까 하는 고심에 나라 일은 안중에
없는 상태다.
o
o야당(한나라당)이 있다는데 그 집안 역시 떡 줄 사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김칫국 마시느라고
벌써부터 치열하게 상대방 씹는 일에 여념이 없다. 정부 또는 내각이라는 것이 있다는데 벌써
파장의 분위기가 역력하다. 대통령이 저리 뛰고 집권당이 이리 날고 있는데다가 정권은
레임덕으로 간 지 오래인데 무슨 열정으로 집을 지킬 것인가.
사람들은 그래서 걱정이 태산이다. 대통령직에 있는 사람이 연일 쏟아내는 저 분노의 열기,
그가 보여주는 저 다변(多辯)의 융단폭격, 조금도 반성하거나 물러서거나 관용할 줄 모르는
저 대단한 집착증으로 미루어 그가 “언제 일을 낼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어떤 기업인은 ! 저러다가 아무데나 사인하고 도장찍는 것 아니냐! ?”며 불안해 했다.
사실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또는 작심하고 정계, 재계, 검찰, 언론 할 것 없이 전방위 공격을
해대는 상황으로 보아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어떤 깜짝쇼가 연출될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지경이다.
어느 정권이나, ! 어느 대통령이나 레임덕 상황은 있어왔지만 지금과 같은 위험하고 불안한 레임덕은 일찍이 없었다.
어느 대통령이나 정권 말기에는 인기가 떨어지는 것이 상례였지만 지금처럼 바닥을 긴 적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통령이 있으되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정부가 있으되 없는 것처럼 여겨진 적이 있었는지 기억이 없다.
이 같은 리더십 공백은 당연히 지나간 것에의 향수를 불러오고 앞으로 올 것에 대한 기대를 무리하게 부채질한다. 사람들의 입에는 30여 년 전의 박정희< /SPAN>(朴正熙)가 다시 오르내리고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씨 등 흘러간 별들이 고개를 내미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성급한 대통령 선출 무드 역시 사람들의 공허한 마음을 파고 들 수밖에 없다.
그런 세월 동안 바깥 세상은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에너지확보 경쟁, 자원의 모색, FTA 체제의 파급 등으로 세계는 분주히 돌아가고 있다. 북핵과 한미관계의 이완은 안보의 불안요소다.
우리가 리더십의 공백으로 허송세월하고 있는 동안, 정치권력이 서로 손가락 질하고 대통령이 언론과 사생결단(?)하듯이 돌진하고 있는 동안, 세계는 이미 저만치 달려가고 있다.
지금 세상이 어느 때인가? 검찰과 재계와 언론이 무슨 ‘결탁’을 하고 무슨 ‘유착’을 했다고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입만 열면 ‘때리고’ ‘싸우고’ ‘권력이 세고(强)’하는 등등의 품격없는 용어를 써가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가?
불행히도 그의 세계에는 최고 권력자인 ‘그’와 언론! , ‘그’와 반노(反盧)·비노(非盧)정치인,
‘그’ 와 재계 등의 대결구도만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것 말고는 ‘보이는 것’ ‘들리는 것’ ‘생각하 게 하는 것’이 없는 것 같다. 그는 자기를 비판하는 그 어떤 것도 적(敵)으로 돌리는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져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남은 임기 동안 자신이 시작했던 일들을 정리하고 모자랐던 것을 보완하는 등, 조용한 ‘뒤끝’을 마무리할 것을 많은 사람들은 조언했고 또 기대했다.
하기 한다면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그럴 생각도 없고 그럴 여유도 능력도 없는 것 같다. 그는 시종 ‘싸움꾼’으로 남기를 작정한 모양이다.
청문회에서 전직 대통령에게 명패를 던지는 이미지, ‘언론’! 을 향해 돌진하는 ‘풍차’의 연상 작용에서 벗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다. 그러니 국민도 그런 저런 기대는 접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만 대통령 자신이 즐겨 쓰는 구어체 수준으로 말한다면 제발 남은 기간 “사고나 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새 대통령을 뽑는 일도 중요하지만 올 한 해 나라가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지혜를 모으는 일도 중요하다.
배인준 칼럼]實利의 중국, 失利의 한국
연말연시 국내 신문 방송에는 크게 나지 않은 외신 몇 꼭지가 중국을 거듭 생각하게 만들었다. 80세로 와병 중인 쿠바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가 세밑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새해인사를 보냈다는 쿠바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의 보도가 그 하나다.
미국과 ‘맞짱’ 뜨던 카스트로가 중국 주석과는 직접 통화한 것이 아니고 쿠바 주재 중국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했다니 중국에 ‘몸을 낮춘’ 쿠바가 그려진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07년 지구촌의 화두 가운데 하나로 ‘아프리카가 중국의 영향권에 편입될 것인가’를 꼽았다.
FT는 ‘어떤 면에서 아프리카는 이미 중국의 영향권에 들어가고 있다. 중국이 아프리카 에 대한 약속을 모두 이행한다면 아프리카에 도로 철도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있어서 서방보다 더 많은 기여를 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이미 국내총생산(GDP) 세계 4위, 수출 규모 세계 3위, 구매력 세계 2위, 외환보유액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중국경제가 ‘무착륙 비행’의 고공성장을 계속해, 세계경제가 미국 중국 2극(G2)체제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그럴싸하다.
팍스 아메리카나와 대칭되는 팍스 시니카(Pax Sinica·중국에 의한, 중국을 위한, 중국 중심의 국제질서)가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인 “對미일관계 가장 중요”
그런 중국에서 지난해 말에 보도된 ‘중국 5대 도시민의 세계 인식’도 곱씹어 볼 만하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계열 환추(環球)시보가 중국 후이충(慧聰)국제정보 매체 연구센터를 통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다.
‘중국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양국(兩國) 관계’의 상대국(지역)을 두 곳까지 꼽으라고 했더니 미국이 78%로 단연 1위였고 이어 일본(48.7%) 러시아(19.8%) 유럽(13.2%) 아프리카(6.2%) 기타(0.1%) 순이었다. 한국! , 북한 또는 한반도는 보이지 않는다.
중국 당국의 대미관계 인식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미국이 중국을 전략적 적(敵)으로 볼지라도 중국은 경제발전에 초점을 맞춘 국가전략상 미국에 대해 수세적인 상황을 수용한다.’ 위의 조사결과를 보면 중국 도시민들은 이런 국책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중국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인근 관계국’으로는 일본(60.2%) 러시아(51.5%)가 높은 1, 2위였고 뚝 떨어져서 인도(9.7%) 남북한을 합친 한반도(9.4%) 동남아(9.4%) 중앙아시 아(8.3%) 몽골(7.7%) 등이 열거됐다. 마침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어제 발표한 신년사 에서 “일본과 중국은 신뢰에 기반한 전략적 호혜관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미일관계는 계속 찰떡궁합이다. 미국과 중국은 글로벌 차원의 전략적 대화를 진전시 키고 있다. 중국은 지역패권국(覇權國)의 모습을 띠면서도 미국에 몸을 낮춘다. 중국은 북한 핵문제에 대해 북-미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하지만 미국을 감정적으로 긁지 는 않는다. 중-일관계도 이미 복원이 시작돼 상호 윈윈의 길을 찾고 있다.
그런 가운데 미일에서는 북핵 해결을 위한 다국 공조의 큰 훼방꾼으로 한국 정부를 꼽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이 미 외교안보 전문가 180명에게 ‘미국에 가장 중요한 파트너’ 순위를 물었더니 한국은 5년 뒤 14위, 25년 뒤 25위로 점쳐졌다. 중국은 계속 1위이고 일본은 3위에서 4위로 미조정된다는 관측이다.
민족 외치며 ‘홀로서기’는 환상
한국이 미국과 멀어질수록 중-일은 한국을 가벼이 여길 것이다. 한국이 국제공조를 해쳐 북핵 문제가 안 풀리면 일본의 군사적 대응체제도 강화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아베 총리는 신년사에서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헌법을 우리 손으로 써야 한다”고 천명했다.
군비(軍備)와 교전권(交戰權)을 부인한 평화헌법의 개정이 시야에 들어오고 있는 것 이다. 한국이 미국 대신 중국과 가까워지려 한다고 중국이 비빌 언덕이 돼 줄 리는 없다. 고구려사를 비롯한 우리의 고대사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이른바 동북공 정(東北工程)도 이미 깊숙이 진행됐다.
우리는 외교의 실리(實利)와 실리(失利) 사이에서 언제까지 방황할 것인가. 국가나 지도자나 자존(自尊)이 필요하지만 자대(自大·스스로 큰 체함)가 지나치면 외로워지기 십상이다. 배인준 논설주간 injoon@donga.com
분수대] 시작
새로운 시작이 갖는 의미는 늘 각별하다. 매년 새해를 맞아 하는 다짐은 새로 운 시작을 스스로에게 각인시키는 성스러운 의식이다. 설사 연초의 다짐을 다 지키지 못하더라도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시작이 없으면 끝도 없고, 성취도 없다.
옛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시작'에 특별한 관심을 가졌다. 플라톤은 "어떤 일이 나 처음이 가장 중요하다"며 "잘 시작한 일은 반은 벌써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공화국') 호라티우스 역시 "(일단) 착수한 사람은 이미 일의 반을 끝낸 셈"이라고 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작이 반이다'라는 격언이 오래전부터 전해지는 것을 보면, 어느 사회나 시작이 갖는 중요성에 일찍부터 주목했음을 알 수 있다. 옛사람들은 어떤 일이든 시작이 갖는 효과를 전체의 50% 이상으로 본 셈이 다.
우리나라 프로 바둑에서 흑돌을 잡고 먼저 두는 데서 얻는 이득을 말하는 이른바 '선착(先着)의 효'는 6집반으로 본다. 먼저 시작하는 효과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시작의 중요성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이론은 이른바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다. 작은 눈뭉치가 언덕을 굴러내려가면서 스스로 몸집을 불려나가는 것처럼 처음에 미약하게 시작된 일이 점차 걷잡을 수 없는 기세로 확대되는 현상을 말한다.
일정한 힘으로 전달되는 도미노 효과(Domino effect)에 비해 눈덩이 효과는 가속적으로 증폭된다는 점에서 시작의 중요성이 훨씬 강하다. 물론 눈덩이가 어디로 구르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天壤之差)로 달라진다. 처음에 방향 을 잘 잡으면 그 이득이 엄청나지만, 자칫 엉뚱한 쪽으로 구르기 시작하면 결과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시작의 중요성을 극단적으로 강조한 이론이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다. 중국 베이징에서 일어난 나비의 날갯짓이 다음 달 미국 뉴욕에서 폭풍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과학이론이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 Lorentz)가 1961년 기상관측에서 생각해낸 이 원리는 '초기 조건에 대한 민감한 의존성'을 강조한다.
처음의 작은 변화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해년의 첫날은 어제였지만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오늘 시무식을 하고 올해 업무를 시작한다. 눈덩이 효과든 나비 효과든 새해 첫발을 잘 내딛는 게 중요 하다. 무엇보다, 작은 다짐이라도 새롭게 시작해볼 일이다. 김종수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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