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무등산
일시 : 2006.11.26. 일. 가랑비(갬)
참석인원 ; 16명
위치 ; 광주, 전남
안내 : 대구, 산과계곡
코스 : 주차장-새인봉-중미리재-중봉-장불재 임도-서석재-입석대-장불재-중머리재-증심사 -주차장
소요시간 : 6시간30분
‘모든 산의 정상에는 아무것도 없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표현인가
하지만 왜 ,다들 산에 오를까? 라고 물으면, 나는 ‘가보면 알 것이다’라고 말 하련다. 오늘도 전번 주처럼 비가 올 거라는 예보가 있었으나 김밥을 싸들고 집을 나선다.
오늘 버스는 리무진. 안락의자는 푹신하고 좋았으나 손님이 적어 멋쩍다.
버스는 남원 시내를 지나 지리산 휴게소에 도착 하니 그냥 갈수가 없어 김치볶음 우동 한 그릇을 하고 차에 오른다. 버스는 어느새 남원터널, 담양터널, 광주시를 벗어나 무등산 주차장에 오니 09:40. 오늘은 이곳에 팔도 사람들이 다 모였을까. 인산인해다. 광주는 내가 몇 년 만에 찾았을까 기억조차 없다. 오늘 산행에 안 왔으면 언제 또 광주에 오랴. 요즘은 전국의 유명산을 가다 보니 팔도마다 친구 한 명씩 두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무를 옮겨심기는 쉬우나 사람 심기는 정말 어렵다.
입산 초반부터 안내원과 함께 걸으니 길이 쑥쑥 줄어든다. 산중에서 이상한 새소리가 들려온다. 무등산의 합창소리는 멀리서 온 손님을 아는가보다. 이 소리는 남도의 민요 일까. 지팡이를 짚고 길을 내려오니 검은 옷차림의 수녀 몇 분이 내려온다. 맑은 아침 공기를 마시고 내려오나 보다. 조금 더 오르니 암벽 끝에 누군가 앉아 하모니카를 분다. 곡명은 봉선화. 무슨 사연 있어 애절한 노래를 이곳 산중에서 부를까. 바로 옆에서는 암벽을 타는 사람들이 보인다. 모처럼 보는 장면. 사나이들은 곧 날개를 펴고 하강하리라. 11;05분, 중머리 재에 도착하니 갈대밭 사이로 중봉이 보인다. 오늘 코스는 8자형. 오르락내리락 굽이치는 산길 걸어보니 정말 재미있다. 귀 암들은 곳곳에 널어서 시선을 끈다. 산 꾼들은 다들 그냥 가지 못해 사진을 찍는다. 11:45분, 중봉에 도착하니 군부대 안테나가 두 개소 있다. 억새풀 사이로는 안개, 비바람이 몰려온다. 어느새 지친 몸은 비를 맞아 힘이 솟네. 이곳 갈대밭은 1998년 군부대가 이전함에 따라 1999년 자연환경 보전을 위해 조성한 안내문이 서 있다. 잠시 쉬어 임도를 오르니 서석 대 앞 320m지점이다. 가면 갈수록 암석들의 위용은 자랑스럽다.
12:30분, 서석 대에 오르니 억새풀 사이로 바람소리가 들린다. 안무 속에서 나는 광주 댐과 광산구 언저리를 내려다본다. 오싹 몸이 춥다. 여기서 만난 한 광주인은 ‘겨울 설경은 더 좋습니다, 라고 말했다. 바위 아래를 내려다보니 어지럽다. 정오를 지나니 배가 고파온다. 안개 속에서 얼른 바위 능선을 오르니 어느 부부가 소리 지른다, ’아이고! 여기가 천국이네’ 라고.... 층층바위를 지나 내리막길로 접어드니 12:55분, 입석대가 (1,017m)개선장군처럼 서 있다. 산 꾼들은 여기저기서 몰려온다. 나는 마치 고대 유적지라도 발견한 듯 기뻐하며 천태만상의 암석들을 사진에 담았다. 이 일대는 도민의 신앙대상이 되어온 신산으로 알려졌다. 입석 대 앞 무덤 하나는 과연 누구 묘일까? 장군 봉처럼 누웠다. 산 꾼들은 우스개소리로, ‘이 모든 돌은 광주사람들이 옮겨 놓았다.’ 라고 하자 다들 웃는다. 여기서 우린 군부대가 주둔한 산꼭대기까지는 못가고 입석 대를 돌아 장불 재로 향했다. 배는 고파오고 더 지체 할 수 없어 갈대밭에 풀석 앉아 중식을 든다. 이상하게 오늘 등반은 내 앞 서 가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는가 보다.
14:00분, 억새풀 사이를 내려오니 어느새 장불 재다. 돌아 온길 뒤 돌아 보니 서석 대, 입석대가 정말 가관이다. 귀암 괴석 위로 안무가 흐르는 모습은 한 폭의 동양화다. 어디서 몰려올까. 여기서도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경상도, 전라도 사투리가 섞여있다. 이제 서서히 바람도 잠이 드니 하늘도 맑다. 여기서 난 도면을 확인 후, 중머리재로 향한다. 무수한 돌계단을 내려가니 14:25분, 용추삼거리다. 막상 여기오니 궁금증이 생긴다. 평소 들어오던 무등산 수박은 어디에서 재배될까? 나는 한 청년에게 물었다. ‘옛날에는 산장 주변에서 재배하였으나 지금은 없어지고 인근 비닐하우스에서 재배 할뿐이라고’ 하였다. 14:18분, 다시 중머리에 도착하니 대구 팔공산 생각이 난다. 광주시내 산이 무등산이라면 대구는 팔공산이다. 무등산이 여성다운 산이라면 팔공산은 사나이답다. 무등산이 절묘한 코스라면 팔공산은 믿음직스럽다. 여기서 난 우리 안내원을 만났다. 나는 돌에 앉아 쉬며 일행이 오길 기다린다. 이제 하산 길은 안 멀고 날씨마저 풀린다. 툭툭 바지를 털며 돌계단을 내려오니 단풍 꽃들이 열광을 한다. 단풍 길은 이쪽이 훨씬 좋다. 묵은 당산나무아랜 철없는 아이들이 논다. 그 아래 교회 부근에도 물든 은행잎들이 나풀나풀 춤춘다. 난 걸으며 생각했네. ‘오늘 같은 날에 신(神)이 살아 숨 쉬면 저처럼 작은 교회에 강림하지 않을까. 15:45분, 증심 사에 도착하니 젊은 아낙네들이 마당에 들락거린다. 계단을 내려와 절 안내문을 보려니 어느 인자하신 스님의 사진이 찍힌 교양 강좌 광고지가 벽에 도배를 하였으니 다들 놀라워하네.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은 온통 먹자골목 어디가든 천편 일율 적인 메뉴다. 나는 이런 생각에 잠겨 버스에 오르네.
그리운 광주 땅! 이번에 잘 왔어.
州여, 州여, 빛 나리라!
광주민주항쟁의 목소리
무등산의 바람소리
흩어지는 안개 춤
유구한 세월
귀 암 괴석 등을 타고
하늘 끝자락에 훌훌 빛나리라...
만고강산 빛나리다.
첫댓글 무등산 기행문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