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군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다른 지자체의 정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군에서도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우주항공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민 스스로가 주변 지자체의 정책을 살펴보고 고흥군의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유럽항공산업의 입지 조건을 사례로 고흥군이 추진하는 항공산업이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프랑스 툴레즈의 사례를 예로 들어 항공산업을 위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은 고흥군의 상황에서 과연 군이 추진하는 항공산업 계획이 현실성이 있는지를 생각해보고자 했습니다. 굳이 먼 나라의 예가 아니라도, 사천시의 경우에는 이미 항공산업을 위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고 국내 항공산업의 5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사천시의 홍보를 살펴보면, 사천시는 다음과 같은 항공산업을 위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1. 생산기반: KAI 등 항공기업(40여개), 항공 임대전용 산업단지(12만평), 사천공항
2. 연구지원 경남 테크노파크(항공우주센터), 경상대(항공기부품기술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KAI 항공기개발센터
3. 교육훈련 경상대(항공우주시스템학과), 한국폴리텍 항공대(항공전자과), 공군교육사령부, 경남항공고, 공군 항공과학고, 제3훈련비행단, 마이스터고
4. 문화·교류 : 경남 항공우주산업 교류회, 사천 항공우주 클러스터, 경남 사천 항공우주엑스포, KAI(항공우주박물관 및 에비에이션센터), 사천 첨단 항공우주과학관
항공산업 입지 조건에서 중요한 요소는 인프라의 구축입니다. 항공산업은 인프라가 구축된 지역을 중심으로 확장되는 성격을 띠고 있어 새로운 지역에 항공산업이 구축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정부/대학/연구소/기업/교통(공항/철도 등)의 인프라를 고려하면 고흥군의 항공산업은 자칫 속빈강정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51만평의 생명의 땅을 내어주고 얻는 것은 수질.대기.토양 오염과 소음 공해,그리고 자연 환경과 생태계의 파괴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국가경제의 거시적인 차원에서 볼 때도 항공산업에 대한 중복 혹은 과잉 투자로 볼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지자체의 사례는 순천시입니다. 순천시는 11월 11일에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궁전 의사당에서 유럽 최고의 친환경상인 그린애플 어워즈 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그린애플 어워즈는 유럽연합(EU), 영국왕립예술협회(RSA), 영국환경청이 공식 인정하는 대회로 1994년부터 매년 500개 이상 단체가 참가하는 대회입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순천시는 ‘순천만의 보전을 통한 지속 가능한 도시 성장’이라는 프로젝트로 응모해 500개 이상의 후보자들과 경쟁해 ‘친환경실천 부문’ 금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고 합니다. 수상 선정의 주된 이유는 순천시가 굴뚝 산업이 아닌 연안, 갯벌 등 생태계의 보전 정책을 추진해 온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곧 보전을 통한 지속 가능한 도시 성장을 위해 세계5대연안습지 순천만 습지 보전에 나섰던 순천시의 노력이 결실을 본 셈입니다. 순천만습지 보전으로 인해 지난 해에는 흑두루미 1432마리가 순천만을 찾아와 국내 최대 흑두루미 도래지로 부상했으며, 540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 지역경제 활성화에 견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상 소감에서 시장은 “생태와 자연 그리고 21세기 시민의 행복에 대한 해답은 순천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우리 지역이 가지고 있는 것을 활용해서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해야 한다고 본다면, 진입장벽이 높은 항공산업을 지향할 것인지 아니면 생태친화적인 정책을 꼼꼼히 연구하고 계획해서 추진할 것인지를 곰곰히 궁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없는 것을 외부에서 무리해서 가져오려고 한다면, 결국에는 그 외부에 어떤 형태로든 예속되고 정작 지역과 지역민의 어려움만 가중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가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는 시점에서 항공우주산업의 미래는 어두울 수가 있는데 그 어둠의 막막함을 고흥이 안고 갈 필요는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