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성수동 ‘프리미엄’
‘자동차 고장이 나면 성수동으로 가져가는 게 상책(?)’.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이 자동차 애프터서비스(AS) 정비사업소들의 메카로 자리매김했다.자동차 업계에서는 ‘성수동 프리미엄’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더 이상 정비사업소를 낼 만한 땅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포화 상태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물론 수입 자동차 딜러까지 대규모 정비사업소를 지을 때면 너도나도 성수동으로 몰려 들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에서 성수대교를 건너 북단에 다다르자마자 나오는 용비교를 두고 화양사거리 방향으로 꺾어져 들어가다보면 르노삼성자동차, GM대우 서비스센터가 모습을 드러낸다. 성수역 방향으로 방향을 돌려 내려가면 1979년 10월부터 성수동 일대에서 가장 큰 규모의 위용을 자랑해온 현대자동차 동부사업소가 자리하고 있다. 그 옆 골목에는 기아자동차 서비스센터가 있다. 설립연도로는 기아차가 1975년 1월로 네 살 위다.
뚝섬역과 성수역, 성동세무서로 이어지는 일대를 한 바퀴 돌다보면 렉서스,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혼다, 재규어, 푸조, 크라이슬러 등 수입자동차 딜러들이 세운 자동차 정비업소들로 즐비하다. 국내 업체들보다 역사는 짧지만 종합 자동차정비업소 규모는 모두 수준급이다. 수입차업체 관계자는 “성수동에 AS공장이 있는 브랜드는 한국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인식이 있다”고 했다. BMW 정비업소였던 한독모터스 AS센터가 성수동에서 떠난 뒤 그 자리를 페라리 공식 수입업체인 FMK가 차지하는 등 자리다툼까지 벌어진다.
성수동에는 60년대부터 종합(당시 1급)자동차정비업소들이 생겼다. 당시에는 서울시가 도시계획상 기름 때가 나오는 혐오시설이라며 정책적으로 서울의 중심부와는 멀리 떨어진 이 곳으로 정비업소들을 내쫓았다. 격세지감을 느끼듯 지금 성수동은 강남.북을 잇는 서울의 중심이 됐다. 정비업소들도 하나둘 늘어나 종합정비업소 56개를 비롯해 100여 개 업체들이 몰려 있는 대규모 자동차정비 타운이 됐다. 이들 종합정비업체는 서울시에서 제정한 ‘자동차관리사업등록 기준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1000㎡ 이상의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대다수의 정비 업체들은 이미 이 기준의 몇 배에 달하는 작업장에 10여 개에 달하는 리프트(정비시 차량을 들어올리는 기계) 시설까지 갖췄다. 시설면에서 특급을 방불케 한다.
각종 자동차업체들이 성수동에 집중 투자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먼저 지리적 이점이 꼽힌다. 한강변을 끼고 있는 성수동은 성수대교나 영동대교만 건너면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가 지척이다. 특히 수입차업체에는 상대적으로 고객이 집중된 지역 가까이에 위치해 매력적이다. 강남, 서초, 송파 지역으로 직접 정비업소가 들어가기에는 1000㎡ 이상의 땅을 마련하는 것도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다. 주거지역 사이에 위치하려면 주민동의 절차까지 받아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강남구청 교통지도과 관계자는 “구내 종합정비업소는 9개에 불과한데 이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며 “땅값도 땅값이거니와 업무지구 혹은 주거지구가 많다 보니 등록 자체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이에 비해 성수동은 도시계획상 ‘준공업지역’을 갖고 있는 몇 안되는 도심 한복판이라는 특수성이 있다. 뚝섬운동장 동측 도로를 기점으로 영동대교 북단을 따라 진행되는 동2로까지는 ‘준공업지역’이다. 이 지역에는 폐차장을 제외하고는 자동차 관련 시설이 입주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성동구청 교통행정과 자동차정비팀 김상동 팀장은 “예전에는 준공업지역 내 공장들이 많았지만 성동구가 도심의 중심이 되면서 모두 수도권으로 빠져 나가도록 유도했다”며 “하지만 자동차 정비업소들은 현대인의 도심 생활에 꼭 필요한 특성 때문에 오히려 수도권 공동화로 인한 빈 자리를 꿰차고 들어와 더욱 크게 성장, 타운이 형성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