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ituary]무학无學 최창학 원장님을 그리며

무학无學 최창학 원장님을 그리며  카톡을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나는 부고訃告를 받았다. <성균관 총무처는 최창학 성균관 자문위원장이 11월 8일 별세했다고 밝혔다. 향년 85세이다. 빈소는 한양대 구리병원 장례식장이며, 발인은 11월10일이다. 상주는 최진욱(010-5350-9206)이다.> 유교신문 11월 8일자 단신이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팔순의 사모님 손이라도 잡아주며 위로를 해드려야 하는데, 너무 멀고 개인사정으로 가지 못하니 안타까움이 더했다. 1936년생, 향년 85세. 종씨宗氏 형님뻘로 알고 지낸 지 30년이 넘었다. 대학 졸업 후 전자사업으로 큰돈을 벌었으나, 미련없이 포기하고 오로지 ‘성균관成均館의 개혁改革과 부흥復興’만을 위하여 끝까지 헌신하셨다. 오늘날의 성균관은 심산 김창숙(1962년 별세) 이후 ‘부유腐儒(썩은 선비)’들의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면 지나친 말일까? 아니다. 진짜로 시급하게 거듭나야 할 곳이 성균관인 것을. 성균관중앙청년회장, 성균관유도회 실천예절본부장, 교육원장 등을 역임하여 사재를 털면서까지 노력하셨건만, 돌아온 것은 번번이 ‘도로徒勞(헛수고)’였다. 게다가 말년에는 터무니없는 공금횡령 혐의로 소송에까지 휘말렸다. 개혁을 꿈꾸는‘진보인사’에 대한 성균관 ‘구악舊惡’들이 벌인 참담한 무고였으나 무죄로 판결난 게 그나마 다행일까. ‘생활예절지도사’ 국가자격시험이 실시되도록 그분이 기울인 노력은 가히 초인적이었다. ‘예절이 바로서야 국가가 바로선다’는 신념으로 똘똘 뭉치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말년엔 어느 작자의 농간으로 중단된 ‘천안 유교회관’ 건립을 위해 마음을 쓰셨다. ‘현대예절의 아버지’로 자타가 공인하는 화원 김득중 선생의 평생지기로서 든든한 버팀목역할을 하셨건만, 지금껏 뵌 분 중에 말년운이 가장 좋지 않으셨던 것같다. 큰 교통사고에 참척까지 당하시다니, 그 고통과 고독을 범부들이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끝끝내 지나간 일들의 선택과 노력을 후회하지 않으셨다니, 그것으로나마 작은 위안을 삼을 수 있을 것인가. 성균관 종신관장의 노욕을 부리던 어느 유자儒者는 관장 선거때 그렇게 매달리더니 관장이 되자 외면을 했다한다. 개혁은 혁명보다 더 어렵다고 했다던가. 조선 500년을 지탱해온 국가의 정신적 수양이념인 유교儒敎을 한갓 종교로 탈바꿈하여 행세깨나 하고 다닌 분의 변신에도 그저 허허롭게 웃을 뿐이었다(유교는 종교가 아니다). 그분을 뵐 때마다 느낀 것은, 누구나 늘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며 인자한 미소를 띠셨고, 어려운 고비마다 여러 가지로 참 의연하셨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나서면 ‘조선 사대부이자 선비’가 따로 없을 정도로 점잖고 우아했던 분. 말년에 호를 남천南泉에서 무학无學으로 바꾸신 것도 ‘돌아보니 남길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겸양의 마음에서였으리. 하지만 어찌 개혁이 중단될 수가 있을까. 그분의 흔적이 성균관 곳곳에 배어있으므로, 언젠가 ‘21세기의 성균관’으로 거듭날 때, 그분의 공로를 회억하며 기리게 될 것임을 믿는다. 항상 젊은 친구들과 얼마든지 대화로 소통이 가능했던, 늘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던 ‘생각이 젊으신’‘꼰대가 아니었던’ 분으로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나에게 우천愚泉이라는 호를 지어주며 “자네 호를 짓는데 1년이 걸렸네. 자네는 결이 참 고와. 마치 남을 위해 태어난 사람같아”라는 상찬賞讚을 하곤해 몸둘 바를 모르게 하셨던 어른이었다. 더욱 속상한 것은, 폐렴으로 일주일째 입원한 줄도 모르고, 이틀 전에 대봉 한 상자를 보내드렸건만, 그 맛조차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신 것이다. 5, 6년 전인가,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끝내 의연했던 분이 직장까지 찾아와 얼마 안되는 돈을 융통해줄 수 있냐 했을 때, 만사 제치고 들어드리지 못한 것이 이렇게 마음에 걸릴 줄을 어떻게 알았으리오. 참으로 송구한 일이었다. 뒤늦게나마 사죄를 드린다. 수구초심首丘初心, 고향인 전북 임실군 청웅면 남산리 선영으로 오신다한다. 존경하는 최창학 원장님, 이제 이승에서 지셨던 그 무거운 짐들은 다 내려오시고 부디 영면하소서. 오호라, 삼가 최창학崔昌學 원장님의 명복을 빕니다.                                                                                            2020년 11월 10일                                                                                      불미한 후학, 우천 최영록 곡배哭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