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있는 정전 60주년 기념행사
어느새 6.25전쟁 정전(停戰) 60주년이 되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의 불법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이 3년 1개월간 지난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이 채결되었다. 올해는 6.25전쟁의 총성이 멈추고, 한미동맹을 맺은 지 60주년이 되는 뜻있는 해로서 한미 양국정부는 이번 정전 기념일은 대규모 기념행사를 열었다. 그리고 북한도 역대최대 규모의 행사를 가졌다.
먼저 우리나라는 7월26일 도라산 역에서 참전국 교향악단의 평화콘서트를 시작으로, 7월27일 오전 10시부터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박대통령을 비롯한 정부관계자와 유엔참전국 정부대표 등 27개 국가와 국제기구 대표, 국내외 참전용사 시민대표 4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차원의 첫 공식 감사(感謝)행사가 열렸다. 이번행사는 ‘함께 지켜온 60년, 함께 나아갈 60년’ 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으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메시지 낭독과, 유엔참전국 대표인 존 키(John Key) 뉴질랜드 총리의 축사에 이어, 유엔참전국 감사패와 참전유공자 기념메달 전달식을 가진 뒤, 박대통령의 기념사와 국립국악원의 축하공연 ‘헌신무’를 끝으로 기념식을 마쳤다. 그리고 27일 저녁에는 총리주최 공식 감사만찬이 열렸고, 28일에는 참전국 10개국 대표가 부산 유엔 기념공원을 찾아 참배를 하였다.
존 키 총리는 축사에서‘ 대한민국국민은 6.25 전쟁을 통하여 수많은 사상자와 이산가족 등 엄청난 아픔과 고통을 겪었으며, 북한은 앞으로 반드시 정전협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박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7월27일을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해 올해부터 ‘유엔군 참전의 날’로 정하였으며,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해준 유엔참전용사들과 국군장병들의 희생과 헌신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고, 정전 60주년을 맞이하여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희망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특히 북한은 핵개발을 포기하고 진정한 평화의 길로 나와야 하며, 한반도에 자유와 평화,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해야한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비무장지대(DMZ)를 무기가 없는 평화지대인 평화공원 조성을 제의하고 참여를 부탁하였다.
미국도 워싱턴 한국전쟁기념공원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과 한국전 참전용사 약 3천여 명과 한국 주미대사, 합참의장을 포함하여 한미 일반시민 8천여 명이 참석하여 성대한 행사를 거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전 정전 60주년 기념일은 전쟁의 끝을 기념하는 날일뿐만 아니라 번영과 평화의 시작을 기념하는 날’이라며 이 기념비적인 날을 기리기 위해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에게 특별한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미국의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권능에 따라 7월 27일을 한국전 참전용사 정전 기념일로 선포하며 모든 미국 국민에게 이날을 기념할 것을 촉구하고, ‘3년간의 전쟁에서 특별한 용기를 보여준 사람들을 기억하자’며 3년이란 긴 시간동안 집을 떠나 알지도 못하는 나라,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불굴의 용기를 보여주었다.‘고 치하했다.
북한도 6.25전쟁이 실패의 전쟁이었음에도 지금까지 ‘전승절(戰勝節)’로 정하고 자축행사를 해왔으며, 올해는 많은 해외 고위인사 및 언론기자들을 초청하여 대규모 기념축전을 벌렸다. 그러나 외부인사는 중국의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부주석과 중국군 노병대표단, 평양주재 외국 무관들이었다. 북한은 이번 행사에 1,650여억 원을 들여 5개월간 준비하였으며, 7월27일 김일성광장에 열린 행사에는 300여점의 장비와 1만여 명의 군인이 동원되었다. 그리고 22일부터 아리랑공연과 25일 6.25전쟁 전사자 묘역인 ‘인민군 열사 묘’의 준공식에 이어 각종군중대회와 경축행사가 있었다. 이는 6.25 전쟁이 조국해방전쟁으로 한미의 북침으로 시작되고, 김일성의 탁월한 영도아래 미국이 정전협정에 서명하는 등 북한체제의 우월성을 대내외에 선전하고 주민결집을 통한 김정은 체제안정도모를 위해서이다.
이번 기념행사는 여러 면에서 의의가 크다. 첫째는 6.25전쟁에 대한 인식의 변화다. 특히 6.25전쟁에서 최대 참전국인 미국과 중국의 인식변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전 기념식에 참석하여 ‘6.25전쟁은 무승부가 아닌 한국의 승리였다’고 선언했다. 오늘날 5천만 한국인이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 역동적인 경제는 전쟁의 승리임을 웅변하며, 억압과 빈곤에 허덕이는 북한과 비교할 때 6.25전쟁은 소중한 승리이지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 전승절에 참석한 리위안차오 중국부주석은 ‘정전을 기념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를 원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하고, 중국 언론들도 종전의 항미(抗美)조선해방전쟁에서 조선전쟁으로 바꾸고, 여론조사에서도 소련 위한 알바로 참전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인식을 바꾸고 있다. 따라서 6.25전쟁은 미국을 위시한 유엔군이 참전한 최초의 전쟁이며, 자유민주주의가 공산주의 세력과 싸워 이긴 전쟁이었다. 그리고 유엔참전국들은 공산주의로부터 한국을 지켰고, 한국은 자유민주주의와 번영을 이룬 가장 성공적인 시례로서 지금까지 잊혀진 전쟁( Fogotten War)에서 승리한 전쟁, 명예로운 전쟁( Honored War)로 인식의 대전환이다. 그래서인지 한미양국 모두 ‘유엔군 참전의 날’로 지정하고 처음으로 대통령이 참석했다. 미국은 2009년 이후 해마다 한국전 참전 기념일 포고문을 발표하고 있고, 우리정부도 7월27일을 ‘유엔군 참전의 날’로 제정하고 참전유공자 예우와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7월2일 국회를 통과 시켰으며, 7월22일 박대통령이 부산 유엔군 묘지도 직접 참배하였다.
둘째로 최대 규모의 다양한 행사였다. 한국과 미국, 북한에서도 역대최대규모의 다양한 행사였다. 우리정부 행사에는 유엔참전지원국 63개국 가운데 유엔대표를 포함하여 참전국 16개 병력지원국과 5개 의료지원국, 중립국 감시위원국을 포함하여 27개국 대표가 참석하였다. 내용면에서도 정전 6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에서 마련한 공연사업으로 ‘유엔 참전국 교향악단 평화음악회, 미술대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종군기자 로버트 카파 탄생 100주년 사진전, 비무장지대 순례행사’ 등이 열린다. 그리고 참전국과 교류를 위한 ‘해군순양함대 참전국 방문, 내 기억속의 전쟁 앙카라 학교 방송, 지리산 빨치산의 참회록 발간 행사 등이 있었다.
셋째, 6.25전쟁에 대한 국제적 관심고조다. 6.25 전쟁은 당시 세계 93개국 가운데 북한공산진영은 중. 소 2개국의 지원에 비해, 대한민국은 지상군 지원 16개국을 위시하여 63개국이 지원과 지원의사표명을 하였다. 지금도 각국참전국 용사들은 한국전 참전에 대단한 긍지를 갖고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7월24일 미국참전전우협회(KWVA) 래리 키나드(84세) 회장은 ‘우리는 60여 년 전 포탄이 쏟아지던 한국에 있었고, 그것은 우리의 영원한 자랑이자 영광입니다. 한국전은 더 이상 잊혀 진 전쟁이 아니며, 오늘날 발전된 한국은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긍지이며, 미국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위하여 많은 희생을 했지만 한국만큼 값지고 의미 있는 나라는 없다면서 미국과 한국의 후대들은 한국전의 의미를 되새기고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프랑스군 참전사령관은 한국전 참전을 위해 현직 대장계급을 버리고 대령으로 참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참전국 수도에는 한국전참전비가 세워져 있으며, 영국도 내년에 런던 한복판에 세울 예정이며, 이번 정전 기념일을 전후하여 여러 참전국에서 각종 이벤트행사를 하고 있다. 7월 26일에는 미국, 태국, 터키, 에티오피아 등 참전용사 후손 41명(2세 15명, 3세 26명)이 워싱턴 근교 한 호텔에서 한국전참전용사 청년봉사단(KWV Youth Corps) 발대식을 갖고, 앞으로 전 세계에 퍼져있는 한국전 참전용사와 그 가족들에게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고, 6.25전쟁을 알리는 강력한 친(親) 한국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 계획에 있다.
넷째, 6.25전쟁 역사 바로잡는 계기가 되었다. 6,25전쟁은 북한 김일성의 주도하에 치밀하게 계획된 침략전쟁이었으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승리의 전쟁이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유엔 참전국들은 정전 60주년을 맞이해 ‘잊혀진 승리( The Forgotten Victory)로 새롭게 재조명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최대비극인 6.25전쟁의 의미와 평가에 지금도 가해자인 북한은 물론 대한민국 안에서도 엇갈리고 있다. 특히 20-30대 젊은 세대들은 전쟁의 원인과 실상을 거의모르고 있으며, 앞으로 통일의 과업을 달성할 젊은 세대들의 역사인식과 교육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북태세강화의 경종이다. 북한은 정전이후 지난 60년간 50만 건 이상의 정전협정을 위반했고, 2천여 건의 침투사건이 있었다. 지난해에도 북한의 고속단정이나 연안경비정이 17차례 NLL을 침범하였다. 그래서 지금은 전쟁(전투행위)이 멈춘 정전이라기보다는 적대행위를 일시적으로 정지할 뿐 전쟁이 계속되는 휴전(休戰)상태로 보아야한다. 6.25전쟁으로 1945년 미소가 임시로 설정한 38선도 지금은 포성이 잠간 멈춘 휴전선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리고 북한은 정전협정이후 1970년대 초반까지 남북 간 평화협정채결을 요구하다가, 베트남 공산화 이후 70년대 중반부터 미국과 평화협정체결을 요구하였고, 최근에는 정전협정무력화와 평화협정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대남적화통일목표의 불변과 주한미군철수 의도가 숨어있다. 정전협정에 서명한 클라크 장군의 휴전 징비록에서 ‘평화는 우리가 강하고, 이 사실을 공산주의자들이 알며, 만일 전쟁 발발 시 우리에게 막강한 힘을 사용할 결의와 용기가 있음을 공산주의자들에 확신시키는 경우에만 보장될 수 있다’고 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정전을 기념하고 전쟁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정전협정이든 평화협정이든 강력한 힘이 뒷받침 없으면 평화를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미국이 정전 60주년을 맞이해 6.25전쟁을 ‘잊혀진 승리로 새롭게 재조명하고, ‘유엔군 참전의 날’을 정하여 다행스럽다. 이번 대규모 정전일 기념행사의 목적은 6.25 전쟁당시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지켜준 유엔 참전국에 대한 감사와 정전협정 체결 후 혈맹으로 맺어진 유엔참전국과의 지속적인 우호관계를 통해 우리의 안보보장과 경제발전에 큰 도움이 된 것에 대한 감사의 뜻과 앞으로 행복한 통일시대 기반을 구축하고 향후 60년간 세계의 중심국가로 나아갈 미래도약의 계기를 마련하는데 있다고 본다. 이번 행사로 대한민국 수호를 위해 희생과 헌신한 유엔군과 국군 참전용사들에게 최고의 예우와 감사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