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20살 풋풋한 그때
서울 이사오자 마자
막내딸을 사랑하던 아버지는 가셨다.
아버지를 야탑묘원에 안장하고
너무 우셔서
눈이 퉁퉁 불었던 엄마와 고모...
그때 나는 엄마와 함께 울지 않고
책에서 본 어느 귀절을 믿고
"엄마! 아버지는 우리가 기억하는 한
우리 마음에 영원히 살아 있으니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지금 돌이켜보면
한 없이 부끄러웠던
20살의 개뿔같은 철없는 소리였다.
마음에 살아 있다는 것은
심장을 칼로 저미듯
절절히 사무친 그리움이
가슴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란 것을
몰랐으니깐....
40대 어느 가을 날..
1분 이상 말하지 못하고 살다가
스피치 연습을 죽어라고 몇 년 한 끝에
어느 날 말문이 트이면서 무모한 도전을 했다.
KB* 방송 앵커도전....
최종 10인 안에까지 들어갔지만
주식지수와 날씨 온도 등등의 숫자를
잘못 읽어 탈락이었다.
하긴 0을 영인지 공인지 어떻게 읽는지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깐....
그때는 자막방송도 없었으니깐....
맨땅에 헤딩했던
무모한 도전도
어느 가을날의 고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50대 후반 마지막 고비를 넘기면서
그때의 즐거운 추억하나는
스페인 다녀왔던 거..
곡선건축의 아름다움이 특징인 가우디를
그때야 비로소 알았다.
그때의 추억이 너무 인상 깊어
작년가을에 다시 갔다온 스페인..
누군가 좋은 사람 생기면
다시 손 잡고 여행가고 싶은 곳....
오늘 월요일 같은 화요일...
오전 수업을 마치고
주차를 좀 먼 곳에 해서
외진 길을 천천히 걷다가
가을 들꽃들과 대추나무와 감나무에 눈길이 갔다.
떨어진 대추는 달디 달았고
대봉감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었다.
대추는 절로 달디 달아졌을까?
감은 절로 익어가고 있었을까?
아니다
가을은 그냥 오지 않았으리라...
대추 한 알의 시귀처럼
태풍과 천둥과 벼락...
무서리 내리는 밤과
땡볕과 초승달이 함께 한 것처럼...
내 삶도 설익은 20대와
시련의 30대를 거쳐서
그리고 폭풍속에 중심잡고 살아내느라
노를 젓는 것 같았던
일만 하였던 40대와 50대를 지나
벼락도 맞고 무서리내리는 밤도 지나
인생의 가을,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
다행히 이곳에는
나와 같이 삶의 가을을 맞은
글벗들이 참 많아
가을의 쓸쓸한 무게가
못 감당할 만큼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참
고마운 일이다.
첫댓글 학교 때는 그렇게 외우기 싫었던 교과서에 실린 시중에 하나...
내 영혼 굽이치는 파도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무 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이 시가 머리에서가 아니라 가슴 어디쯤엔가에서 나와 저절로 읊어지는....
저는 인생의 가을에 와있음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ㅎㅎ
굽이치는 파도같던 시절도
백합의 골짜기 같던 시절도
다 지나고
이제
마른나무 가지 위에 다다른 저는...
근데 왜 까마귀처럼 초연하고 멋지지 않은 걸까요...?ㅎ
좋은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맞아요
그때는 머리로만
때로는 가슴으로만 ~
그랬지요 ㅋ
발바닥과 몸으로
세월을 살아낸 지금
너도나도 까마귀입니다
까마귀처럼 초연하고 멋지지 않은것은
까마귀는 자신을 볼 수없으니
그리 생각하지 않을까요?ㅎ
거울이 있어
까마귀가 거울 볼 줄 안다면
어랏! 내가 삼족오가 되었네 ~
하고 깜놀할지도 몰라요 ~^^
나이는 비슷하나 살아온 환경이나 방법이 다름에 많이도 놀라는 요즘 입니다.
다방면에 탁월한 재주가 있으심에도 놀랍니다..
척 봐도 부군께도 자녀들에게도 큰소리 한번 안내시고~
올바르고 현명한 말로 대하시리라 믿습니다.
올바른 삶의 이야기 눈으로 읽고 마음으로 느끼고 갑니다..
부군은 없어진지 수십 년~~ㅎ
자녀들과도 평범한 모녀지간입니다
경상도기질있어 한창때는
자갈치아줌마 처럼도
억센 소리 했는데
지금은 시들~저절로 세월덕분에
조신해졌어요 ㅎ
평온한 밤되세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장석주 시인의 시를 인용했군요.
아주 적절한 인용이네요.
그 잘난 아름문학 상 수상했다고 크고작은 시샘도 있었으니
남다른 어려움을 견디느라 얼마나 서러웠을까요.
이젠 누가 무어라 해도 환경과 시간을 즐기세요.
표현의 행복이
그냥 오지 않겠지요
휴강생겨 여유있는 수요일 오전
느긋이 산책가려고요
평온한 나날 되세요^^
굽이진 세월들 잘 견뎌낸 동년배들이 참 많이 모인 중에도
단연 돋보이는 분이세요.
그냥 오지 않은 가을
이제 좀 반가이 맞으며 즐기자구요.
대추 한 알도 가볍지 않은 세월을 지나
요즘 넘 고운 모습입니다.
그냥 오지 않은 가을
가을이 모시고 온 것들 하나 하나
새롭게 맞이 하며
겨울을 준비하고 있어요
평범과 겸손이가
장 좋은 평안한 자리이고
모든 것은 지나갈터이니깐요..
수수깡님
고맙습니다
평온한 수요일 되세요
늘평화님
마치 서정주시인의 국화앞에서를
읽는 느낌입니다.
긴 세월 지나
마주한 지금
바로 이순간
너무 소중하답니다.
바로 이 순간 너무 소중하지요
오전 휴강이 생겨
오후 수업까지
시간부자가 되어
산책하러 나가려고 해요 ㅎ
운 좋은 하루가 또 감사히 시작되네요
평온한 수요일 되시길요
늘 고맙습니다 ㅎ
항상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수고많으셨어요
고맙습니다
평온한 밤 되세요
행사 뒷 올라오는 사진 어디서나
로사리님이 반짝 보이셔서 좋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