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의 내용
이 책은 한국 최초로 역사 속 영웅들의 삶의 궤적을 추적한 인물유산 답사기로서 <서울․수도권>, <지방권>의 2권으로 구성되어 36명의 인물을 소개했으며 <서울․수도권>편에서는 17명, <지방권>편에서는 19명이 소개되었다.
인물유산 탐사기이자 답사기인 이 책은 우리 역사에 뚜렷이 흔적을 남긴 서른여섯 명의 인물에 관하여 탄생에서 죽음까지, 외형에서 내면까지의 전체를 심층적으로 관찰, 분석, 추론, 평가하였다. 또한 지은이가 ‘대동풍수지리학회’를 이끌며 풍수 답사를 다닌 자료를 근거로 하여 인물별 초상화, 생가, 유품, 유적, 묘지 등의 사진들을 다양하게 수록함으로써 박제된 과거 인물들의 전기를 읽는 것이 아니라 각 인물들이 역사의 현장 속에 남긴 역동적인 흔적들을 웃어른을 찾아보는 느낌으로 만날 수 있다.
오늘날 한국이 G20국이 되어 세계무대에서 위상을 자랑하고 또 단군 이래로 가장 잘 먹고 잘 사는 나라가 된 뒤에는 분명 반만년 우리 역사에 점점이 살다간 위대한 역사 속 영웅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의 삶의 흔적이 서려 있는 유적지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DNA가 머무는 ‘파워스폿(power spot:영험한 氣를 받는 특정 장소)’이기에 개발과 파괴에 맞서 발굴 내지 보전하고 나아가 보다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역사 속 영웅들을 총체적으로 탐사, 추적하고 일목요연하게 안내하는 책이 아직까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유산에는 기록유산, 인물유산, 문화유산이 있으며 기록유산이나 문화유산에 관한 도서는 비교적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반면 인물유산에 관한 자료나 평가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역사 영웅은 잘 몰라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다는 사고는 진부한 생각이다.
예전에 그저 하찮게 봤던 그들이 태어난 생가, 평생을 살던 집과 터, 한숨과 울분이 서렸을 유배지, 정자, 별서, 역사에 남긴 업적이나 오점, 인물을 만든 가문의 배경, 배향된 서원, 죽음의 순간과 죽음 이후의 자취인 무덤(왕릉) 등등. 이제는 다른 각도에서 새롭게 봐야 할 우리의 귀중한 정신적 인물유산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이 그저 있는 게 아니다.
책을 따라 역사 속 영웅들의 삶의 궤적을 좇아가다 보면 파편처럼 뜻밖의 사실들과도 마주하게 된다. 입신양명, 구도장원, 언어천재, 임금의 총애 그리고 유배, 당쟁의 소용돌이와 같이 명암이 선명하게 교차하는 사건들을 겪으며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시대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 아찔한 장면들을 만나게 된다. 또한 일국의 정승이 되었으나 자식 농사는 흉사였던 황희의 안타까움, 똑똑한 아내 신사임당에 주눅 든 남편의 외조, 검은 소를 타고 타닌 맹사성과 소 무덤, 실수로 죽은 웅단과 윤관 장군, 한글 창제에 대해 억울함을 하소연하는 최만리, 권력에 눈먼 한명회와 왕비 딸들의 속풀이, 방랑 삼천리 김삿갓과 그런 아버지를 찾는 데 일생을 바친 아들 등등 인간적 연민마저 느껴지는 순간들도 만나게 된다. 그리하여 변화무쌍한 인생의 고개를 여러 번 넘어서 마침내 삶의 정상에 도달한 ‘인생의 영웅’이 ‘역사의 영웅’이 되었음을 알게 된다.
36명의 역사 속 영웅들이 남긴 위대한 유산을 통찰함으로써 서른 살, 마흔 살, 쉰 살, 인생 후반부에 진정한 승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또한 인걸은 지령이라고, 역사에 큰 획을 긋고 이름을 남긴 그들의 영험한 기가 서려 있는 특별한 장소 즉 파워스폿을 둘러봄으로써 자신의 삶에 색다른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매 인물마다 원고 끝에는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라는 소제목을 달고 저자가 각 인물의 일생을 들여다보고 느낀 인물별 촌평을 실었다. 이 부분은, 흥선대원군 편에서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공(功)은 공대로, 과(過)는 과대로’ 평가될 단락이기에 독자들이 역사 속 영웅들에 대해 어떤 잣대를 가지고 만날 것인지도 사뭇 궁금해진다. 각 인물들이 역사에 남긴 유산을 둘러보고 그들에게 박수를 쳐줄지, 삐딱한 시선으로 이견을 토로할지, 또 저자가 남긴 최종의 평가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것은 이제 오직 이 책을 읽는 독자의 몫이다.
- 차 례
<서울․수도권>
01. 때를 잘못 만난 한국 최대의 실학자, 정약용
* 파워스폿_ [마재 생가] 세상을 어떻게 살까 하고 고민할 때, 생의 의지가 샘물처럼 분출하는 터
02. 조선의 최연소 대제학, 이덕형
* 파워스폿_[용진 별서] 박인로가 ‘사제곡’을 지었을 정도로 시상(詩想)이 잘 떠오르는 시 명당
03. 조선을 세운 혁명적 제왕, 이성계
* 파워스폿_[마이산] 내가 존재함으로써 세상에 다른 것이 남기를 바라는 개척자의 출세 터
04. 쿠데타로 왕권을 강화한 임금, 세조
* 파워스폿_[상원사] 문수보살을 친견한 세조가 피부병을 치유한 아토피 치료의 명소
05. 격동의 시대를 산 비운의 황제, 고종
* 파워스폿_[홍릉] 일제가 조선의 왕맥(王脈)을 끊기 위해 감행한 풍수 침략의 쓰라린 현장
06. 안동 김씨 명문가의 초석, 김번
* 파워스폿_[소산마을] 한국 최고의 권세가였던 안동 김씨가 일어나 발복한 터전
07. 조선의 정승 맹고부리, 맹사성
* 파워스폿_[흑기총] 세상에서 유일하게 전하는 소 무덤으로 축산업 발전의 기도처
08. 기업은 사람이다, 삼성의 이병철
* 파워스폿_[의령 생가] 부자의 기가 싸~ 하고 뿜어져 나오는 집안의 떡바위
09. 정조의 지팡이가 된 명재상, 채제공
* 파워스폿_[어제뇌문비] 난세에 ‘인간경영’의 리더가 되고자 하는 CEO가 반드시 만져야 할 비석
10. 한글 창제의 으뜸 공신, 신숙주
* 파워스폿_[나주 생가] 외국어를 잘하는 언어 천재의 기가 꽉 찬 터
11. 조선이 낳은 으뜸 충신, 이항복
* 파워스폿_[필운대] 스트레스에 지친 현대인이 기력을 되찾을 숨겨진 명소
12. 대구 서씨 명문가의 배경, 서성
* 파워스폿_[고성이씨 묘] 장애우가 되어 세상살이가 힘들 때 실컷 울 수 있는 눈물의 성지
13. 3대로 이어진 대제학, 이정구
* 파워스폿_[묘역] 문학을 통해 출세하고픈 사람들이 영험한 기를 받는 장소
14. 한국을 잘사는 나라로 이끈 정치가, 박정희
* 파워스폿_[구미 생가] 국가를 부강케 할 꿈과 야망을 가진 정치가들의 메카
15. 구도장원한 조선 최고의 천재, 이이
* 파워스폿_[판관대] 세계적인 천재를 낳기 원하는 신혼부부들은 이곳에서 잠을 자라
16. 18년 조선의 최장수 영의정, 황희
* 파워스폿_[반구정] 속 썩이는 자식을 둔 부모라면 이곳에 가 마음의 위안을 받으라
17. 여진을 정벌한 고려의 명장, 윤관
* 파워스폿_[상서대] 사랑을 약속한 연인들이 반드시 찾아봐야 할 약속의 명소
▣ 풍수 용어 해설
▣ 참고문헌
- 차 례
<지방권>
01. 조선 최고의 성군, 세종대왕
* 파워스폿_[영릉] 명당은 어디에? 조선의 국운을 백 년이나 더 잇게 한 대한민국 최고의 명당
02. 80만 거란군을 물리친 외교가, 서희
* 파워스폿_[서신일 묘] 사슴이 은혜를 갚은 터로 애완동물을 인생의 반려자로 생각케 하는 장소
03. 왕건을 위해 순절한 충신, 신숭겸
* 파워스폿_[춘천 묘] 한국에서 박사 학위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마을
04. 조선의 대표 암행어사, 박문수
* 파워스폿_[묘] 잠을 자면서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얻는 꿈 명당
05. 처신과 출세의 지략가, 한명회
* 파워스폿_[압구정] 갈매기를 붙잡아 길들여 놀겠다는 ‘기심(機心)’이 가득한 정자
06. 한국의 3대 명필가, 김정희
* 파워스폿_[추사고택] 서예가와 시각디자이너들이 반드시 찾아가야 할 문향이 짙은 고택
07. 2대 황제를 배출시킨 야망가, 흥선대원군
* 파워스폿_[운현궁] 정치가들이 총체적인 난국을 타개할 해법을 놓고 장고(長考)하는 곳
08. 백성의 마음과 소통한 기인, 이지함
* 파워스폿_[선정비] 사회봉사단체들이 봉사의 진정한 의미를 깨우치는 파워스폿
09.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성웅, 이순신
* 파워스폿_[묘]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무인의 영험한 기가 서린 곳
10. 술에 취해 충효를 노래한 시인, 정철
* 파워스폿_[송강정] 가요 작곡자들이 영감을 얻는 노래의 기가 뭉친 명소
11. 송자(宋子)로 추앙받는 큰 학자, 송시열
* 파워스폿_[암서재] 불로장생과 우화등선의 신선을 꿈꾸는 도인들의 집합처
12. 명나라 주지번의 스승, 송영구
* 파워스폿_[망모정] 외국인 친구가 한국을 방문할 때 꼭 데리고 가야 할 우정의 명소
13. 광산 김씨 명문가의 가교, 김극뉴
* 파워스폿_[말명당] 가문을 빛낼 자가 찾아가 봐야 할 명문가의 열쇠
14. 호남 유일의 문묘 배향자, 김인후
* 파워스폿_[맥동] 인생에서 좌절을 겪은 사람이 희망을 찾는 통곡의 단
15. 군주가 부럽지 않던 가인(歌人), 윤선도
* 파워스폿_[녹우당] 시․서․화(詩書畵)의 풍류가 깃든 예술가의 혼이 서린 곳
16. 동방의 주자로 추앙받는 학자, 이황
* 파워스폿_[도산서원] ‘옥불탁 불성기(玉不琢不成器)’의 의지로 세상의 인재를 가르칠 교육의 산실
17.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공신, 유성룡
* 파워스폿_[양진당] 활만인(活萬人)의 정신이 살아 있어 만사태평의 기가 서린 곳
18. 평생을 처사로 산 큰 선비, 조식
* 파워스폿_[산천재] 세상이 원하는 삶을 살 것이냐? 내가 살고픈 인생을 살 것이냐?
19. 죽장에 삿갓 쓴 방랑자, 김병연
* 파워스폿_[영월] 구름처럼 물처럼 자유로운 영혼들이 찾을 성지
▣ 풍수 용어 해설
▣ 참고문헌
◇ 내용 중 일부……
임금이 성군의 자질을 지녔어도 왕을 보필하고 이끌어줄 신하가 없다면 왕도정치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인데, 다행히 조선 전기에는 소통의 달인인 황희(黃喜, 1363∼1452)가 있어 깐깐한 세종과 꼬장꼬장한 집현전 학사들이 큰 갈등 없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태평성대를 이끌 수 있었다. 그래서 조선조 5백 년 동안 성군을 들라면 세종을 첫 손가락에 꼽고, 유능한 정치가를 들라면 세종을 도와 위대한 업적을 남긴 황희를 또 손꼽을 것이다. 이 거룩한 정치가의 파워스폿을 탐사하려니 떠나기도 전에 마음이 설렌다.
황희가 신선이 되도록 천수를 누리며 조선의 최장수 영의정을 지낸 것은 그가 이이처럼 과거에서 여러 번 장원했거나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진실된 청백리였거나 또는 그 후손이 조선의 명문가로 이름을 날렸기 때문이 아니다. 모든 것이 반대이다.
그는 혼란이 극에 달했던 고려 창왕 때 문과에 급제해 실력이 제대로 평가되었는지 의문이고, 한때는 ‘황금대사헌’으로 불릴 정도로 청백리와는 거리가 멀었으며, 음서로 관직에 나간 자식들은 ‘아버지는 정승, 아들은 망나니’란 소리를 들을 만큼 아버지 체면에 먹칠을 해댔다. 정치적 기반이 취약했던 그는 한번 밀리면 끝장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개국 공신들이 활개를 치는 조정에서 자신의 약점을 잘 꿰뚫고 처신할 만큼 지혜로웠다. 그래서 까칠한 개성은 발로 꾹 밟고 남에게 흠 잡힐 만한 행동은 알아서 피했으며, 정치인으로서 소신과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때론 자기를 낮추고 관용을 베푸는 처세로 세종을 도와 나라를 안정시켰다. 또한 문물을 정비해 문화를 융성히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진정 유능한 정치인은 임금이 호된 벌을 주고 싶어도 뭔가 아까워서 벌을 줄 수 없도록 스스로 관리하는 사람임을 그에게서 배운다.
- <서울․수도권> pp.357~376, “18년 조선의 최장수 영의정, 황희” 중에서
김병연(金炳淵, 1807∼1863)은 재치와 기행의 천재로‘김삿갓’이라 불리며 한국인치고 모르는 사람이 없다. 어떤 사람은 죽장에 삿갓 쓰고 한평생을 떠돌며 술과 밥이나 얻어먹다 객사한 ‘거지 시인’으로 알고 있으나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그는 한국 역사상 가장 걸출한 생활 시인이고, 선미(禪味)가 넘쳐나는 수많은 시를 지은 독보적 괴짜였다.
사람이 위대하다는 평가는 무엇으로 내려야 하는가. 지위가 높으면 위대한가, 학문이 깊으면 위대한가, 돈이 많으면 위대한가? 아닐 것이다.
위대한 사람은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많은 사람에게 정신적으로 훌륭한 영향을 끼친 사람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병연은 어느 누구보다 매력적인 시인이요, 위대한 영웅이다. 우리 삶은 스스로가 선택하기보다는 뭔가에 떠밀려 어떤 길을 간다. 그런데 일단 어떤 길을 들어서면 후회돼도 그냥 가는 도리밖에 없다. 그게 인생이다.
사람은 저마다 결(나무, 돌, 살갗 따위에서 조직의 굳고 무른 부분이 모여 일정하게 켜를 지으면서 짜인 바탕의 상태나 무늬)을 지녔지만 자기 결대로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 자기가 어떤 결을 지녔는지 아예 모르며 사는 경우도 허다한데, 사람은 자기 결대로 살려고 노력할 때 가장 행복해하며 인생은 위대해진다.
김병연은 삼천리 방방곡곡을 두루 유랑하며 수많은 시를 뿌려 놓았다. 그리고 화순의 적벽 강에 뜬 흔들리는 배에 누워 기구했던 인생을 회고하며 세상을 떠났다. 어찌 보면 김병연은 방랑 결을 타고나 어쩔 수 없이 그 길을 걸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인생을 가장 행복하게 살다간 사람일 수도 있다.
- <지방권> pp.407~432, “죽장에 삿갓 쓴 방랑자, 김병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