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때
서정주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속에 푸른 풋콩 말아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아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 마디 하면
대수풀에 올빼미도 덩달아 웃고
달님도 소리내어 갈깔거렸네
달님도 소리내어 갈깔거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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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위한 기도
*허영자
내가 함부로
당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게 해주세요
쓰리도 고단한 삶 때문에
당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게 해주세요
알 수 없는 **궁륭
어두운 죽음의 두려움 때문에
당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게 해주세요
운명의 굴레를 헤쳐나와
만신창이 얼굴이 꽃같이 피어날 때
신이여
비로소
당신의 이름을
부르게 해주세요.
*1962년 '현대문학'통해 박목월 추천으로 등단
**궁륭 [穹窿] 활이나 무지개처럼 높고 길게 굽은 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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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
사는 게 너무나 즐겁다고 하길래
그런 줄 알았지
어제도 오늘도 봄날같다고 웃길래
그런 줄 알았지
이만하면 잘 사는 거라고 하길래
그런 줄 알았지
몸 맘 아픈 데도 없이 괜찮다고 하길래
그런 줄로만 알았지
그래서, 그만하면
너가 한 그루 씩씩한 나무려니 했다
그대가 한 줄기 올곧은 풀이려니 했다
당신이 한 송이 찬란한 꽃이려니 했다
아, 그래서 이제 무심코 사는구나 싶었다
그만하면 더 뭘 바라리
여여하게 살아가는 그 발길
허허롭게 감싸안는 그 순정
영롱한 그리움도 이제는
산산이 부서져 은하수처럼 흩어졌으니
어이하리야
그러려니, 그러려니 믿고
무덤덤한 무덤처럼 가야지
저 하늘 바람에 씻기는 별처럼 흘러가야지.
ㅡ산경 김향기, 7년 전 가을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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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30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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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름다운 시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저 달 드립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산경님!
추석 잘 보내고 계신지요?
여수나 일산이나 바라보는 달은 똑 같이 아름답겠지요?
어제 한가위 달은 유난히도 밝았습니다.
꼭 향기님의 얼굴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김향기님의 이 아름다운 시 <안부>는
<우리들의 운문방>에 옮깁니다.
앞으로는 손수 올려 주시면 더욱 빛날 것입니다.
부탁합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