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글 박세연 기자/사진 지형준 기자]
SBS '
웃음을 찾는 사람들'(
웃찾사) 내 장수코너 '
웅이아버지'가 7월 16일 80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2007년 10월 첫 선을 보인 '웅이아버지'(
오인택 이용진
이진호 양세찬)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은 사랑 속에 지난 1년 8개월간 '웃찾사' 대표코너로 자리매김했다.
'웅이아버지'는
강타 표도르 장서희 등 많은 스타들이 게스트를 자청해 출연하는가 하면, 코너에 삽입된 노래가 인기를 끄는 등 많은 이슈와 화제를 낳았던 코너였기에 폐지 결정 이후 팬들의 아쉬움이 컸다.
'웅이아버지'로의 마지막회 녹화를 앞두고 뉴스엔과 만난 '웅이아버지' 팀은 "마지막회인데 다른 때와 똑같은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예상보다 더 담담하고 덜 상기된 표정의 그들이었지만 인터뷰 초반, '웅이아버지'와의 작별에 대해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는 이들에게서 진한 아쉬움이 느껴졌다.
◆ '웅이아버지' 하는 동안 군대에 갔던 친구가 돌아오고~ "처음엔 길어봤자 8개월, 50회 정도로 생각했어요. 코너의 기본 수명이라는 게 있는데 오늘 이 딱 80회차니까 예상보다 훨씬 오래 간 거죠. 솔직히 마음 같아선 좀 더 반응이 좋을 때 내릴 걸 싶기도 해요." 장수 인기 코너를 이끌었던 탓일까, 예의 쿨하고 담담했다.
'그래도 여전히 반응이 좋다' 반문하자 '웅이' 이용진은 "여기까지 오다 보니 우리가 지쳤더라고요. 정말 마지막 젖먹던 힘 짜낼 수 있을 때까지 했어요. 한 12라운드 정도까지 쉼없이 뛰었달까요? 잽이 안 되는 거죠"라며 허허 웃는다.
"제가 웅이아버지를 하는 동안 친구가 군 입대했다 전역을 했어요." 개그로 치면 강산이 변했다 할만한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한결같이 '웅이아버지'로 살아온 이진호는 "인생의 10분의 1을 웅이아버지로 보내서 오늘도 좀 실감이 안 나는 게, 너무 오래 해서 몸에 뱄다"고 남다른 소회를 드러냈다.
'웅어멈'오인택은 "팬카페에 가보면 1회부터 지금까지의 동영상이 쭉 올라와있는데 너무 많아서 오래 걸려 다 못 보겠더라"며 "요즘도 다시보기로 모니터를 하곤 하는데 1회부터 40회까지는 정말 좋았던 것 같다"는 진지한 자기성찰적 발언을 내놨다.
"초창기 때가 확실히 재미있었죠. 솔직히 지금은 많이 나태해진 게 사실인데, 언제부턴가 너무 설렁설렁 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이용진) 냉철한 자기반성도 빼놓지 않는 그들. 하지만 이날 녹화 이후 더 이상 변사 목소리를 낼 일이 없게 된 이용진은 "아침에 일어나 녹화에 안간다 생각하면 그제야 비로소 실감할 것 같다"며 머쓱해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게스트는 강타, 표도르, 이영자... 1년 8개월간 '웃찾사' 대표 코너로 활약해 온 '웅이아버지'는 '멋져부려~'라는 최고의 유행어를 낳았다. 유행어 개그가 힘을 잃은 시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랑을 받은 데 대해 묻자 이용진은 "원랜 (이)진호씨 아이디어였는데 (오)인택형에게 담배 한 갑에 판 거에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이는 '웅어멈'의 유행어라기보단 코너 자체의 유행어가 된 까닭에 정작 오인택은 담배 한 갑을 손해 본 셈이 됐다고.
인기를 실감하겠다 묻자 돌아온 답은 예상외로 싱거웠다. "우리 멤버들 마인드는 이거에요. '반응 좋네' '아,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는구나' 이 정도지 성공했다 이런 건 아니죠. 그냥 우린 개그를 좋아하는 애들이니까." 남들에게 변했단 소리 듣기 싫어서 좋은 기분도 더 숨기기도 한단다.
'웅이아버지'를 거쳐간 수많은 게스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스트를 꼽자면 누가 있을까요? 네 사람은 이구동성 가수 강타(본명
안칠현)를 꼽았다. "강타씨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우리 코너 첫 게스트이기도 했고, 강타씨가 먼저 나오겠다고 자청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웅이아버지를 비롯한 개그프로그램 광팬이셨는데, 군대 가기 전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우리 코너에 나와줘 정말 고마웠죠."
격투기황제 표도르나 개그계 대선배 이영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특급 게스트였다. 웅이아버지는 "원랜 게스트 원하지 않았어요. 개그프로니까 우리끼리 보여주다 끝내려 했는데 아무래도 게스트에 의존하게 되는 그런 게 생기더라고요"라고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웅이네 의상이 그리울 것 같지 않느냐 묻자 이진호는 "이 옷만 입으니까 정말 제일 편해요. 사람들이 우리 실제 나이를 얘기하면 깜짝깜짝 놀라시더라고요. 우리 평균 연령이 25세인데, 3~40대인 줄 아시는 분들이 많아요"라며 "그만큼 캐릭터에 잘 녹아들었단 얘기라 생각하니 뿌듯하다"고 배시시 미소지었다.
◆ "대부업 CF 러브콜 마다, 돈보다 더 큰 팬사랑 택했죠" 대화 도중 이진호는 "'웅이아버지'를 하면서 결코 돈을 택하지 않았다"고 화제를 전환했다. 코너의 인기가 많아져 여기저기서 섭외가 들어오던 중 대부업체 CF의 유혹이 적지 않았던 것. "돈의 유혹이 있었어요. 몇 억 짜리 대부업체 CF였죠. 지금까지 번 것보다도 더 많은 액수의 제안이라 솔직히 살짝 흔들리기도 했죠."
하지만 이들은 결코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이진호는 "인택이형이 이미지를 위해 하지 말자고 해 결국 안 했다"고 덧붙이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수많은 팬들이 보내준 사랑에 대해 결코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이들의 굳은 결의가 전해졌다.
'웅이아버지'로서의 마지막 무대에 서면 눈물 날 것 같지 않느냐 직설적으로 묻자 이진호는 "인택이형이
악어의 눈물을 흘린다 했다"고 눙쳤다. 당사자인 오인택 역시 지그시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여 왠지 개그 코너의 일부를 보는 듯 재미난 상황이 연출됐다.
대박 중의 대박 코너를 해온 만큼 차기 코너에 대한 대중의 기대가 큰 만큼 부담도 남다를 터. 이들은 "다른 코너에 대한 부담은 없어요. 재미없으면 또 하면 되니까 그런 부담은 없어요. 그런데 사람들의 기대치라는 게 사람을 위축되게 하고 그런 건 좀 있는 것 같다요"라고 솔직하게 토로했다.
하지만 이내 "'웃찾사'를 대표로 이끌어 나간다기 보단, 저희가 자존심이 좀 센 편이거든요.(웃음) '웃찾사'에서 재미있는 다른 코너가 있으면 그건 이겨야겠단 승부욕이 있죠"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멀지 않은 시점 제대로 웃긴 코너 하나, 나올 것 같다.
마지막으로 멤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릴레이 식으로 해달라 주문했다. 왠지 쑥스러운 듯 한 기색으로 말문을 연 '왕눈이아버지' 양세찬은 "형들에게 진짜 서운한 것도 없고 고맙단 말 밖에 할 말이 없어요"라고 막내다운 표정을 지었다. 서호에 대한 칭찬이 오고 가는 사이, 결국 릴레이는 이어지지 못했다. 다만 "고맙다"는 말만 연신 오고가는 훈훈함이 가득했다.
*인터뷰 후 불과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진행된 마지막 녹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저 '웃긴' 그들의 무대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유쾌했다.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은(?) 노래는 폭소를 자아냈으며 마지막 녹화를 기념해 깜짝 등장한 오봉이(한승훈 분)의 표정연기도 여전했다.
하지만 팬도 당사자도 마지막이란 걸 알기에 아쉬움으로 가득했던 무대. 방청객들은 '웅이아버지 잊지 않을게요'라고 써진
플랜카드를 들고 아쉬움과 함께 박수를 보냈으며, 이를 본 네 사람의 눈에는 '악어의 눈물'이 아닌 '진짜 눈물'이 촉촉하게 맺혔다.
박세연 psyon@newsen.com / 지형준 jeehouse@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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