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의 승훈이 소식을 정리해서 올립니다. 상황을
이해하시는 데 조금 더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글을 씁니다.
우선 승훈이의 소개를 잠시 드리자면, 울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법학과에 지금은 휴학 중인 제 친구입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이구요.
10월 28일- ( 승훈이는 ) 설사 증세가 나타나면서 몸에 이상을 느꼈습니다.
10월 31일- 몸에 서서히 힘이 빠지는 걸 느끼는 승훈이는
이 날 수업을 겨우 듣고서, 몸살인 줄 알고 잠을 자러 자취방으로 갔습니다.
잠이 들기 전( 밤 9시 경 ),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느끼고서,
같은 과 친구인 근용( 울산고등학교 43회 )이한테 전화를 걸어
서울대학교 병원 응급실에 실려왔습니다. 이 때 까지는 겨우겨우
걸을 수 있었구요. 처음에는 급성 근육마비로 진단되어
내과계 중환자실로 옮겼습니다.
11월 1일- 오후 3시 20분 경에 근용이한테서 승훈이가 위독하다는
내용의 음성 메시지 하나가 들어왔습니다. 소식을 듣고 제가
서울대병원에 도착한 것은 5시 40분 경입니다. 제가 승훈이를 보았을 때는
이미 발은 움직이지 않았구요. 겨우 팔을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말도 할 수 있었구요. 의식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11월 2일- 식도 쪽의 근육마비로 침을 삼키지 못하기 시작했구요.
매분마다 침을 받아주면서 간병을 시작했습니다. 이 날 근육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구요. 신경과 쪽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이날 저녁부터 인터넷을 이용하여 모금 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울산고등학교와 성균관대학교, 그리고 제가 소속된 한국교원대학교와
등불야간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렸습니다.
11월 3일- 새벽부터 호흡 곤란을 호소한 승훈이는 아침 7시 경에
인공호흡기를 설치하였구요. 계속 상태는 악화되는 중이었습니다.
계속 나빠질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구요. "마음의 준비를 해두셔야할 거예요"라는
말을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일단은 바레증후군으로 의사선생님께서
병명을 '추측'하셨습니다. 분명히 병명을 밝히시지 못하는 것은 승훈이의 경우가
워낙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랐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경우는 비록
아니더래도 바레증후군이라면 분명히 낫는 병이구요. 2 년 전에 같은
증상으로 침상에 누워있다가 1년 6개월만에 걸어나가신 분이 있었답니다.
하루 이틀 걸릴 병이 아니라고 판단되어, 저는 야간학교를 휴임하였구요.
11월 4일- 성균관대학교에 휴학 신청을 하였구요. 다행히 상태는 더 이상
나빠지지 않았습니다. 중추 신경, 감각 신경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으나,
말초 신경 중 운동 신경만이 마비되었다는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병원 파업으로 인해 주치의 선생님이 배정이 되지 않으므로, 하는 수 없이
특진 신청을 하였습니다.
승훈이를 격려하기 위한 '사랑의 메일' 주소( 82ghlqhr@dreamwiz.com )를
개설하였습니다. 보내주시는 메일을 프린트해서 승훈이에게 읽어주고 있구요.
11월 5일- 승훈이에게 희망이 될 만한 소식을 미친듯이 조사하고 다녀습니다.
병역 면제에 관한 사항이며, 학생 의료 보험 공제에 대한 사항...등등등.
11월 6일- 새벽부터 호흡기 쪽이 회복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회복기에 들어섰음을 의미하는 건 아니구요.
그래도 너무 반가운 소식이죠?!
모교인 창강 재단 울산고등학교에서 모금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11월 7일- 의사 선생님께서는 일반적인 바레 증후군의 경우 길어야
두 달이면 다 회복하지만, 승훈이의 경우는 워낙 '특이한' 타입이라서 최소 5개월
이상 걸릴 것 같다는 진단을 하셨습니다. 반드시 낫는다고 하셨구요.
어떤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것이구요.
처음으로 진료비 청구서가 나왔습니다. 11월 1일부터 6일까지 총 178만원이
청구되었습니다. 승훈이는 일반 병실로 옮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하루 평균 28만원~30만원 정도의 진료비가 청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11월 11일- 성균관대학교 신문사 여러분이 다녀가셨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총학생회가 선거 기간 등의 이유로 재역할을 하고 있지 못한
현실에서, 신문사를 루트로 하여 성균관 대학교 측과 계속 접촉할 것이구요.
승훈이의 경과와 학내에서의 반응을 보면서 일을 진행시킬 것입니다.
11월 12일- 갑작스런 약물 투여를 견디지 못하진 탓인지 간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구요. 우선은 모든 약물을 중지시켰습니다.
11월 13일- 계속 간이 나빠지고 있구요. 주말에 예정되어 있던 수술
( 목으로 호스를 넣어 인공호흡기 설치 )도 현재는 연기된 상태입니다.
11월 14일- 간의 악화는 우선 멈추었구요. 서서히 회복되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사회면에 승훈이에 관한 소식이 처음으로 실렸습니다.
11월 15일- 가족·친척 중에서 유일하게 승훈이를 간병할 수 있는
어머니께서는 회사를 퇴직하시고 서울에 계실 계획이랍니다.
저는 계속 모금 활동과 격려의 메일 운영, 간병 등등을 하고 있으며,
의외로 길어질지 모르는 이번 서울행을 위해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도,
저는 이번의 일이 희망의 소식이 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그러기에 제가 아는 여러분에게 메일을 보내드리는 것이구요. 때로는 더 증세가 악화되어서 우리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할 지 몰라도 저는 믿는답니다. 승훈이가 일어나리라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