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년 말에 보이차 시장에서 인터넷 상으로 네티즌간에 중국차의 유통과 관련된 열띤 논쟁이 있었습니다. 그 논쟁은 카페와 블로그를 통해 일어났는데 그 간접적 원인은 그 동안 중국차 정보의 독점을 통해 엄청난 이윤을 추구하던 시장에서의 지위가 붕괴되면서 나타난 현상이었을 것입니다. 분야는 다르지만 이러한 현상에 대한 예측은 이미 20년 전에 일찍이 정보통신분야에서 향후 10년 후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를 분석한 1985년도의 보고서에 의해 제시되었었습니다. 당시에는 네트웍이 매우 국지적이었으나 이후 전세계적으로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더욱 빠르게 사업환경을 격심하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요즈음 차(茶)가 속해 있는 전반적인 음료시장을 보면 다른 사업분야와 마찬가지로 이미 상당부분 글로벌화 되어 있고 대형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이 소위 위에서 언급한 보고서에서 제시된 글로벌화와 양극화 현상입니다. 즉 1990년대에 들면서 이미 세계적인 경쟁환경의 도래로 인해 지역구도가 붕괴되고, 자본과 정보의 고도화 및 집중화로 인해 기업은 ‘덩치를 키워서 경쟁할 것이냐 아니면 작은 규모로 경쟁할 것이냐?’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이미 예측 후 세월이 꽤 흘렀기 때문에 우리 주위에서 확실하게 볼 수 있습니다. 과거 생필품 유통의 핵심이었던 동네의 구멍가게와 동네 시장을 생각해 보면 이미 과거에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대형의 할인점과 체인점에 의해 거의 붕괴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음료시장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고, 스타벅스의 진출 등이 이미 일어났고 또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까?한편 글로벌화에 걸림돌이 되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의 차이일 것입니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들이 현지인 채용 등 현지화 전략을 펼치는 것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이러한 현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어떻게 차 사업을 해 나가고 소비자는 어떻게 보이차를 구입하는 것이 좋을까요?
앞에서 예측한 내용을 녹차(綠茶-앞으로 이 글에서는 녹차 잎으로 만든 모든 차와 차도구 즉, 전통차, 중국차, 자사호 등등을 의미)시장에 적용한다면, 마찬가지로 글로벌 경쟁환경에 노출되게 될 것입니다. 즉 화교, 일본, 미국 등의 자본과 대항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경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유통 업체들은 마찬가지로 대형화할 것인가 아니면 소형화할 것인가를 결정하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여기서 대형화의 의미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수준의 규모가 아니다는 것을 우선 알아야 합니다. 비관적으로 얘기하자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 규모에 해당하는 녹차 전문업체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즉 대형화를 추구할 수 있는 자금 등 여력이 없다면 지금 사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모든 업체는 모두 소형업체로서 생존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범위를 넓힌다면 이미 스타벅스 등과 경쟁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업체들이 시장에서 퇴출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일반적인 경쟁우위전략으로서 대형화를 추구하는 유통 업체들은 원가절감을 통한 대량공급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즉, 신제품의 발굴, 적절한 구매선의 확보와 단계별 품질경영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대량공급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도소매가의 수준은 중국현지의 도소매가에 관세 등 제비용을 고려하였을 때 해외에서 활동하는 업체들과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국내시장만 대상으로 해서는 해법이 없으므로 해외경영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소형 업체들은 전문화된 기술과 서비스를 가져야 하며, 이러한 전문화된 기술과 서비스에 우리의 문화가 접목된다면 더욱 차별화 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녹차를 제조하는 생산업체는 세계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기술능력, 표준화 및 품질관리 능력을 보유함으로써 대형 유통 업체들이 그 제품을 가지고 국내외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단순히 유통만을 전문으로 하는 소형업체는 경쟁력을 잃고 도태될 것으로 추정됨으로 이러한 업체는 현재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제품의 발굴 또는 고객발굴 등을 통해서 유통사업을 해 나가되 가능한 한 빠른 기간 내에 제조나 서비스 부문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서비스 전문 소형 업체들은 스타벅스 등과 직접적인 경쟁이 불가피 해지는데 우리 국민 특유의 소비자 의식과 전통적인 다문화를 접목함으로써 차별화할 수가 있을 것으로 보나 과연 우리의 전통적인 다문화가 무엇인가는 의문입니다. 일본이나 중국의 차문화를 모방한 다예는 경쟁력이 없다고 봅니다. 본 고장이 있는데 경쟁력이 있을 수 없지요.
이제부터는 이러한 경쟁상황에서 우리 소비자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많이 나아지고 있지만 지금의 소비 시장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환경에 비해 녹차를 마실 수 있는 환경은 매우 열악합니다. 커피와 같은 음료는 고급품이라도 카페에서 테이크-아웃을 통해 특정 장소에 별 영향을 받지 않고 마실 수 있습니다만, 티백이 아닌 경우 녹차는 부족한 전문점과 한정된 공간에서 스스로 차도구를 이용하여 우려 마시거나 아니면, 배달된 것을 마셔야 되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차를 애호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차를 구매하여 비축하고 시간을 내서 음다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차에 대한 불신과 높은 소요비용도 소비자의 증가를 억제하는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장애 요인들은 이제 서서히 주변에서 사라져가고 있으며 또 사라질 것입니다. 이제 소비자들에게는 서적과 인터넷을 통해 거의 모든 정보가 노출되어 있습니다.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높은 수준의 차 관련 지식도 얻을 수 있습니다.
최근까지만 해도 우리 소비자는 우리 전통 녹차는 소위 수제품을 제외하고는 티백을 비롯하여 일반 품질의 제품은 슈퍼마켓 등에서 흔히 접해와서 별 부담이 없이 필요하면 구입해 마셔오고 있어서 구매에 있어서 특기할 만한 것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차로 흥미를 가져 가면서부터는 바로 혼란에 빠져온 게 사실입니다. 지금은 꽤 정리가 되어가는 것으로 느껴집니다만 그래도 청병, 숙차, 습창, 건창 , 자사니 등 용어에서부터 신경을 쓰게 만드니 말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화하면 신경 쓸 일이 적어질 것 같습니다. 그 것은 악퇴공법에 의한 숙차 제품들이 지금까지의 신비를 벗고 조금씩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보이차나 흑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국차들은 고가제품의 경우가 아니면 가격대가 별로 비싸지 않기 때문에 구매에 신경 쓸 일이 별로 많지 않으나 이 발효차들은 가짜 제품들 때문에 혼란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지 않습니까? 이러한 발효차는 생차인 상태로 바로 마시기 어렵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진기가 좀 된 차를 마셔야 한다는 것, 그로 인해 고가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짜가 아닌 진짜 제품을 구해야 한다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된 것이지요.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그 것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서 바로 마실 수 있도록 악퇴 공법에 의한 숙차가 생산되니까요. 물론 인공적이니 자연 발효된 것 보다야 나을 것은 없겠지요. 산 고등어 사서 고등어 찌게 해 먹는 것 하고 고등어 통조림 사서 고등어 찌게 해 먹는 것과 비슷하겠지요. 악퇴 공법에 의한 숙차를 마시는 것이 괜히 비싼 돈 주고 습창차 사서 마시는 것 보다야 비용이나 건강 측면에서 훨씬 나은 것이 아닌가 하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소비자를 혼란에 빠뜨린 것은 악퇴 공법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도 물론 있었겠지만 한편으로는 상인들의 의도적인 허위조작도 있었다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60~70년대부터 매점매석하여 보관하고 있는 보이차가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공법의 등장에 의해 팔려 나가지 않는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끔찍한 일이지 않습니까? 이러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가급적 사실을 왜곡하여 소문을 퍼뜨릴 필요도 있지 않을까요? 너무 생각이 지나쳤나요? 그러나, 이제는 세계경영이 되면서 중국 자체에서도 품질관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니 더 이상 숨길 수도 없게 되지 않나요?
이제는 소비자의 보이차 구입에 대해서 제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리려고 합니다. 여기서의 소비자는 카페에서 노차를 마시는 사람보다는 차를 보유하면서 적절한 다도구를 준비하여 차 생활을 하고자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합니다. 처음 보이차를 시작하는 소비자들은 몇 년간은 마시는데 필요한 양을 해마다 악퇴 공법에 의해 제조된 숙차를 구입하여 우려 마시고, 몇 년마다 품질을 신뢰할 수 있는 고급품의 생차를 최소한 15년이 지난 후에 마신다고 생각하고 1편씩 보다는 통 단위로 사서 소장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여아차나 춘차 등 여린 잎의 고급품을 사면 발효기간을 더욱 단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시면서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진기 있는 발효차를 자신 있게 구입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통조림 김치보다는 손으로 담가 자연발효시킨 김치가 맛이 있지 않습니까! 경력이 오래 되신 분은 때로는 악퇴공법에 의한 숙차를 마셔보고 스스로 지금까지의 차 경력에 잘못된 점은 없는지 점검도 해 보실 수 있다고 봅니다. 항상 열린 마음으로 생활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니까요. 차 도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고가품보다는 1~2개의 보통제품을 써 보는 것이 좋은 자사호는 무엇이 다른 가를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저가품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차 도구의 구입요령은 여러 카페에 나와 있는 정보들을 검토하면 될 것 같습니다. 간단한 결론이지만 쓰다 보니 상당히 길어졌네요. 많은 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참고로 저는 현재 차 사업과는 관계없는 단순한 소비자의 입장에 있으며 이 글은 요즈음 주변에서 느끼는 차시장의 환경을 보고 오늘 짧은 시간동안 적어 본 것이므로 논리적인 비약이나 제 개인적인 주장일 수 있으며, 토의를 위한 내용이 아니니 의견이 다르시더라도 이해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