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에 업히다
푸른 달빛 아래
자지러지는 귀뚜리 울음에 업혀
갈대 숲을 지난다
푸른 달빛 속에
피를 토하는 소쩍새 울음에 업혀
새벽 길을 걷는다
살아온 내 생의 등 뒤
시린 울음에 업혀서 간다
쟁기질
아버지에게 쟁기질을 배웠다
아버지가 소를 몰면 이랑이 반듯하고
내가 소를 몰면 이랑이 비틀거렸다.
아버지가 내게 소치쳤다
야 이놈아!
소 엉덩이만 보지 말고
소처럼 먼 앞을 봐야!
그렇게 소는 나의 스승이 되었다.
허나, 내 생은 아직도 비틀거린다
*여기서 아버지란 하나님을 뜻함
화장
누나가 시집 가던 날
누나가 아니였다
딸내미가 시집 가던 날
딸내미가 아니였다
아내가 염 하고 가던 날
이미 아내가 아니였다
꾸민 생이 헛되고 헛 되었다.
말의 씨
복장 터져 죽겠다 하는 사람
배 터져 죽었다
환장 하겠네 하는 사람
창자 꼬여 죽었다
벼락 맞아 죽어라 욕 먹는 사람
벼락 맞아 죽었다
나는 보았다
소원 대로 되는 것을
언어
우물 속 청개구리와
우물 밖 청개구리가
날 이면 날 마다
하늘을 두고 다투고 있습니다
우물 속 청개구리는
하늘이 돈짝만 하다 하고
우물 밖 청개구리는
하늘이 멍석만 하다 하고
언어란 자기만의 체험인 것을
우리도 저 청개구리들처럼 지금
나만의 언어를 주장하고 있지나 않는지
카페 게시글
시 창작실
울음에 업히다 외 4편
송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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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20 11:4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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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찌어찌 사셨능감요? 오랫만에 찾아 와 글을 보니 반갑네요. 별일이 있었능가요? 싯귀가 섬뜩합니다. 그래, 우리 삐주 한 잔 헌지가 언제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