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사보 제33집 출판기념회를 마치고/안성환
조용한 휴일 아침. 벌써 출판기념일 행사 3일째, 제 33집 향토사보집을 본다. 책속에 있는 훌륭한 자료들을 보며 대단한 노고를 느낀다. 그리고 이정숙선생님 시 낭송, 이상순국장님의 팥죽과 연잎밥. 아직도 생각이 삼삼하다. 팥죽은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지만 한 살 만큼 더 성숙하라는 의미로 생각했다. 연잎밥은 성인병을 예방하고 노화를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다 하니, 더 늙지 말라는 의미로 준비 한 것 같다. 맛까지 더 했으니 곱빼기로 먹었다. 아마 새해에는 더 늙지 않고 한 살 만큼 더 성숙하리라~
내가 울산향토사연구회를 알게 된 동기는 지금으로부터 5년 전 2018년 겨울이다. 울산향토사연구회 행사장에 하모니카연주 부탁을 받은 인연이 본 단체에 가입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 그때는 정말 가슴 부푼 한해였다. 전통과 역사를 가진 훌륭한 단체, 이 단체의 소속원이 되었다는 것이 영광이었다. 내가 문화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도 울산향토사연구회 덕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조금 더 자유롭고 친근하게 다가왔던 문화단체였기 때문이다. 나는 2019년도에 ‘고인돌 조사’를 시작으로 해마다 ‘태화강 교량 조사’, ‘반고사 터 조사’ 그리고 이번에 ‘방어진 목장과 마성’에 대하여 자료를 찾고 현장을 다니며 조사를 하였다. 이번 글이 네 번째이다. 나에게 네 번째는 누드모델 같은 느낌이다. 홀랑 벗고 카메라 앞에 선 기분. 어쩌면 나의 속살까지 다 보여 주는 느낌이었다. 사실 해가 갈수록 더 쉽고, 더 재미있어야 되는 데 그렇지 않았다. 해가 갈수록 더 어렵고, 더 큰 부담으로 이어졌다. 이런 부담은 청람 최이락선생님의 인사 말씀을 듣고 더욱 부끄러웠다. 책을 뒤지며 자료를 확보하고 현장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숨어 있는 흔적을 어디까지 찾으려 했는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가 처음 향토사연구회에 발을 넣었을 때의 신념과는 온도차이가 있었다.
사실 향토사(鄕土史, local history)란 지리적으로 국소적인 영역과 거기에 사는 지역 공동체의 역사를 연구하는 분야다. 대개 그 지역의 현지인들이 현지에 학회를 꾸려 연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고장에 살았던 토착노인들에게 여쭈어 보고 향토의 유래․ 연혁 등은 물론 지명의 유래, 전설 등의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서 기록하며 발굴하는 것이 원칙이 아닌가 생각했기 때문에 나 자신이 더욱 부끄러웠다. 울산의 역사는 아직 베일에 가려 져 있는 유물, 유적, 인물들은 한 없이 많을 것이다. 아마 온 몸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찾지 아니하고 알지 아니하고 지키지 아니하면 그 누가 할 것인가? 그들은 더욱 우리를 설레게 하고 그 설렘은 우리의 마음을 더욱 흥분시키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무거운 부담으로 느끼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마지막으로 김구선생님의 『백범일지』 ‘나의 소원’ 중 한 구절을 여기에 옮기며 펜을 접는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 되게 하고, 나아가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