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 181
[포상 휴가 5]
새벽 5시 30분, 심하게 고는 콧소리에 잠이 깼다. 아니 내가 일어나는 시간이 5시 30분 기준으로
일어나는 편이니 다른 날과 별다를 것 없는 기상시간이다. 하지만 새벽 2시가 넘어서 잠이 들었
기에 편하게 잠을 잔 시간은 아니었고, 그 시간에 집에서 하던 것처럼 할 일도 없으니 다시 눕는
다. 하지만 코고는 소리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일어나 앉는다.
커피 생각이 난다. 하지만 부인이 없는 집에서 내가 무엇을 찾고, 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밖으로
나가 하늘을 본다. 깊은 산골이라 그런가, 몸이 썰렁해진다. 다시 거실로 들어와 씻고 옷을 입는
다. 티브이도 없고, 컴퓨터도 없는, 더구나 내 핸드폰은 잘 터지지도 않는다. 도무지 내가 할거리
가 아무것도 없다. 그저 뒤척거리며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6시 40분, 그는 아직 자고 있다. 많이 피곤한 모양이다. 인사도 없이 떠나기로 결정을 한다. 그래
도 시동 거는 소리에 깰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기우였다. 네비를 켰지만 소용이 없다, 전파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을까지 내려와서 네비를 켠다, 마산 드라마 세트장까지는 40분 거리,
우선 간절한 커피 생각이 출발하게 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고, 그가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것도
내게는 불필요한 시간 낭비였기 때문이다.
세트장 까지 40분 거리를 나는 1시간 20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서 갔다. 그만큼 천천히 시골의
정겨움을 눈으로 담고 가는 길이다. 이곳 시골 마을의 특징 중 하나는 모든 마을에 고목이 있다는
것과 그 고목 밑으로 정자가 세워져 있다는 것이다. 하긴 대부분 시골 마을들의 풍경이 그렇지만
유독 마을 마다 눈의 뜨이는 고목과 정자, 나무의 우람함 때문일까 싶은 생각도 들고, 그만큼 오
랜 세월을 지켜온 그 지역의 주민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씨족 사회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구성원으로 모여 사는 마을들이 많다고 하니 더욱 그럴 것이다.
마산까지 가는 내내 커피가 그리운 것은 내 몸이 그만큼 커피에 물들어 있다는 것이고, 고집스러운
습관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편의점이 보이지 않는다. 커피생각은 간절하고, 편의점
은 보이지 않고, 어쩔 수 없는 길, 결국 마산의 초입에서야 편의점을 만났고, 들어가서 아메리카노
블랙을 큰 잔으로 주문한다. 가격은 1,500원, 서둘러 한 모금 마시니 그제야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
이 든다. 그 시간이 오전 8시 경이었으니 거피가 늦어도 너무 늦었다. 별것 아닌 것이 내 삶의 영역
에서 이처럼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행정구역으로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해양관광로(석곡리)에 있는 드라마 세트장, 6년 전 마산
에 모임이 있어서 저녁모임에 참석하고 수산물경매장 주변에서 숙박을 한 후 새벽 어시장을 들러 경
매하는 모습을 보고, 오전에 드라마 세트장을 돌아본 후 시내를 지나면서 중앙분리대로 만들어 놓은
화단에서 본 장미 꽃, 그 꽃이 연작시 “꽃”을 쓰게 했고, 그리고 서둘러 올라왔기에 이번에는 조금 둘
러보기로 계획한 길,
오전 8시가 되어서야 나는 세트장 입구에 도착하면서 은근한 설렘을 갖는다. 그 때 보았던 그 모습 그
대로이기를 기대하면서, 세트장은 주차장에서 오 분 여 걸어가야 만날 수 있다. 주차장 옆에 있는 화장
실, 만일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았다면 세트장을 돌아보는 내내 조급할 뻔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리고 변하지 않았음에도 변한 모습에 조금은 아쉬운 시간이 되어버린 세트장 돌아보기, 그 이야기를
다음 회에 소개해 드리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