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지의 비극'이라는 개념이 있다. 한 목초지를 소를 키우는 모두에게 개방하면 저마다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더 많은 소를 목초지에 풀어 놓게 되고, 결국은 목초지의 풀이 남아나지 않아 소들이 굶어 죽어 모두가 함께 망한다는 이론이다. 미국의 생물학자 가렛 하딘(G. J. Hardin)이 1968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이다.
2013년 대한민국에서도 '공유지의 비극'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네이버 유봉석 미디어서비스실 실장은 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의 주최로 열린 '온라인 뉴스 유통 서비스의 현황과 쟁점' 토론회에서 '공유지의 비극'을 언급하며 언론사들의 선정적인 트래픽(조회수) 경쟁을 비판했다.
ⓒ프레시안(김하영)
유 실장은 "뉴스스탠드 실시 이후 언론사들이 줄어든 뉴스 트래픽을 늘리기 위해 더 선정적으로 편집을 한다고 하는데, 뉴스캐스트 시절에도 트래픽이 높았지만 더 많은 트래픽을 얻기 위해 더 선정적으로 뉴스 편집을 했다"며 "선정성으로 트래픽이 높아졌을지 모르지만 그만큼 이용자들의 불만은 높아졌다"고 말했다.
뉴스캐스트는 지난 2009년 네이버가 첫 화면의 뉴스 서비스를 계약된 개별 언론사들에게 편집권을 넘겨주고 기사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볼 수 있게 한 서비스이다. 이로 인해 언론사들은 트래픽이 10배 이상 높아져 언론사들의 수익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
그러나 선정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네이버는 2013년 4월 '뉴스스탠드'로 뉴스 서비스 방식을 바꿨다. 이용자들이 언론사를 먼저 선택한 뒤 해당 언론사의 기사를 직접 보게 하는 식이다. 언론사의 트래픽은 급감했다. 이용자들도 '한 번 더 클릭' 해야 하는 불편에 뉴스 서비스 이용률이 급감했다. 일종의 '공유지의 비극'인 셈.
유 실장은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목초지를 사유화하거나 정부에서 규제를 하는 것이지만, 네이버는 사기업이기 때문에 언론사를 상대로 규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제3의 해법은 '셀프 가버닝'(self-governing), 즉 자치 관리이다. 앞으로 언론사들과 뉴스스탠드 공간을 활성화 하고 싶고 더 나은 저널리즘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용자 불편'에 대해서도 유 실장은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널리즘의 가치가 살아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이 많다"며 "단기적으로는 이런 고통을 감내하고 더 나은 개선책을 찾아야 중장기적으로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네이버 측의 이런 입장은 언론사들과 이용자들 모두에게서 비판이 쏟아지는 '뉴스스탠드' 서비스를 당분간 계속 가져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 뉴스의 연성화, 선정성의 책임을 언론사에 전적으로 돌리고 있다는 점에서 무책임한 시각이라는 비판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