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으로 빠리를 향해
2003년 7월 27일 일요일 (휴전협정 체결)
날씨 : 계속 하늘이 흐리다.
난 지금 유로스타를 타고, 해저터널을 지나고 있다. 아침 8시에 호텔을 출발해서 유로스타가 출발하는 워털루 역에서 맨 앞쪽인 18호 차에 탑승했다.
지금은 빠리의 호텔에 있는데, 계속해서 쓰겠다. 일단 영국의 철도는 일직선으로 되어 있지 않고, 커브가 많아 제아무리 유로스타래도 어쩔 수 없이 천천히 가야한다. 그러나 20분 동안 바다 밑(도버해협)을 지나고, 프랑스 땅이 나오니까 시속 300㎞ 정도로 달리는 것 같았다. (실제로 더 빨랐을 수도 있다) 가다가 반대편에서 오는 유로스타, TGV, 탈리스 등의 기차를 보았는데, TGV가 가장 빠르게 달리고 있는 것 같았다. 9:50 분에 런던을 출발해 1:40분에 빠리에 도착하였다. 유로스타의 내부는 지금까지 봐왔던 다른 기차의 내부구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았다. 그러나 ICE, TGV, 탈리스 등의 기차를 타고나면 별 것 아니라고 한다.
우리는 빠리 북역에서 바로 버스를 타고, 순환선을 이용하여 베르사유 궁전으로 갔다. 당연히 베르사유 궁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베르사유 궁전 앞에 들어서자 태양왕 루이 14세 기마상이 '잘 왔소이다' 하며, 나를 반기는 것 같았다. 궁전 안에 들어갔는데, 1789년 7월 프랑스 대혁명으로 거의 모든 것이 없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궁전 내부에서는 거울의 방을 제외하고는 볼 것이 없었다. 그러나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은 요금을 따로 받을 정도로 멋있다. 루이 14세가 만들고, 루이 16세가 즐긴 정원에 나도 가본 것이다. 무서울 정도로 큰 정원을 보면 '악!' 소리가 날 만하다. 뒤로는 분수와 꽃밭, 양옆으론 정원과 꽃밭, 별장, 정면으로는 십자가(+)모양의 호수와 끝이 안 보이는 정원 등이 그 원인들이 되었다. 그런 것들만 멋있는 게 아니다. 옆으로 멋있게 심어진 나무들의 경관도 빼어났다. 나중에 선생님들께서 소궁을 구경하러 가신 사이에 다른 선생님들하고, 큰 맘 먹고 십자가(+)모양의 호수를 자전거를 타고 돌았다. 너무 큰 호수라서 가다가 지름길로도 가고 해서 사력을 다해 호수 한 바퀴를 돌았다. 호수둘레가 경포호수의 4배 정도는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베르사유 궁전의 자유여행 일정을 마치고, 호텔로 갔다. 식사를 다하고, 저녁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참고로 우리 호텔이름은 Ever green Laurel Hotel인데, 영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다. 지금 기억해 낸 건데, 참고보다 더 중요한 건 김치를 먹은 일이다. 김치 맛이 시었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저녁엔 지하철을 타고, 개선문이 한 눈에 들어오는 샹젤리제 거리에 나갔다가 나와 영권이가 피곤해서 빨리 호텔로 돌아왔다.
프랑스는 영국보다 1시간이 더 빠른데, 너무 피곤하다. 우리는 오늘 유로스타라고 이름이 붙여진 TGV를 타고, 초고속으로 런던에서 빠리를 3시간만에 올 수 있었다. 실제로 4시간이 걸린 이유는 시차가 1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피곤한 오늘은 빠리의 좋은 호텔에서 자야겠다.
빠리는 짱 이다!
2003년 7월 28일 월요일
날씨 : 맑았지만 제법 쌀쌀하다.
간밤에 잠을 잔 호텔은 참 좋았다. 런던의 호텔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침실, 거기에다 아침식사도 바게트 빵, 소시지, 베이컨, 햄, 여러 가지 과일들이 많이 있어서 버터, 빵으로만 먹던 영국과는 차원이 다르다.
아무튼 대중교통수단인 지하철을 타고, 루브르 박물관으로 갔다. 거대한 유리피라미드와 큰 외관에 크게 놀랐다. 아무리 가도 끝이 안 보이는 박물관 내부에 또 한 번 놀랐다. 가이드 아저씨께서 중요한 것만 설명하셨는데도 2시간이 넘게 걸렸다. 대표적으로 밀로의 비너스, 모나리자, 루브르 성벽 등을 보았다. 미술품이 너무 많아서 나는 루브르 박물관을 싫어한다. 그 곳을 나왔을 땐 천국을 본 듯한 느낌이었다. 점심식사 후, 지하철로 이동한 노틀담 사원, 그 곳은 세느 강의 옆에 있으면서, 나폴레옹의 대관식으로 유명하고, 그렇기 때문에 그 규모 역시 매우 큰 곳이다. 그 안에는 1250년대의 스테인드글라스 빼고는, 빅토르 위고의 '노틀담의 꼽추'가 출간된 뒤에, 내부구조를 새로 하였다. 내가 성당에 많이 안 가서 그런지는 몰라도 매우 규모가 컸다. 노틀담 사원 주위에 사원 남쪽에 있는 다리에서 멋있는 노틀담의 풍경을 찍었다. 그리고 룩상부르 공원을 갈 팀, 퐁피두센터를 갈 팀으로 나눠졌는데, 난 당연히 공원 쪽이었다. 꽃밭과 분수대, 숲, 궁전으로 이루어진 이 룩상부르 공원은 파리시내에서 가장 멋있는 공원이라고 자신한다. 이 곳엔 비둘기들이 정말 많았는데, 어떻게 보면 비둘기 먹이를 줘서 올바른 일을 한 것 같기도 하지만, 책 읽는 사람들을 방해해서 나쁜 일을 한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우리는 가는 곳마다 최소한 20마리 이상의 비둘기를 이끌고 다니는 재미있는 일을 했다. 영권이가 그 곳에서 바지에 비둘기 똥을 묻히긴 했지만, 정말 편하고 재미있어서 또 오고 싶었다. 저녁에 한식식사를 했는데, 된장국, 김치, 콩나물무침, 불고기, 밥 등의 음식이 있었는데, 된장국과 김치가 제일 맛있었다. 우리 것이 최고라는 '신토불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식사 뒤에 개선문에 올라갔다. 개선문이 생각보다는 굉장히 크고 높았다. 12거리가 하나로 만나는 개선문에선 샹젤리제 거리의 끝 콩코드 광장, 에펠탑, 라데팡스, 신개선문, 몽마르트 언덕 등 안 보이는 곳이 없다.
개선문은 주위와 건물배치가 알맞게 되어있는 것 같은데, 에펠탑은 멀리서 보면 그게 아닌 것 같았는데, 나폴레옹이 아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사이요 궁 에서 본 것은 그래도 멋있었다.
그 곳에서 원반던지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완전히 고수였다. 거기서 원반던지기를 구경하며 계속 있고 싶었지만, 세느강 유람선을 타기 위해 세느강으로 이동했다. 유람선을 타고, 세느강변에 위치한 주요건물들을 구경하고, 유람선에서 피곤해 졸기도 했다. 조는 것을 반복하다가 에펠탑의 야경을 보니까 졸음이 달아났다. 사진도 몇 방 찍고보니, 뱃머리가 어느새 항구에 닿았다. 지겨운 지하철을 타고, 호텔로 왔다. 파리의 저성능 지하철들은 모두 다 고성능의 고속지하철 RER로 바꿔야 한다. 원래 오늘 로댕미술관, 오르세미술관까지 가야하는데, 휴관이라 오늘이 천국의 날이 된 느낌이다. 아쉽게도 내일 밤은 독일 행 야간열차에서 잠을 잘 것 같다. 그러나 매일 하던 샤워를 하지 않게 되어 반갑기도 하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
2003년 7월 29일 화요일
날씨 : 맑고 더웠다.
아침에 일어나서 맛있는 아침식사를 했다. 몽마르트언덕에 가기 위해 버스를 정말 여러 번 갈아타서 짜증이 났다. 몽마르트언덕은 해발 150m쯤 되는 곳에 위치해서 빠리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이 곳은 몽마르트성당과 추상화의 거리, 소매치기 등으로 유명한데, 계단을 올라오기까지 꽤 힘들었다. 그렇지만 몽마르트언덕에서 보는 전망이 멋지다고 하여 기를 쓰고 올라왔다. 정상에 올라왔을 땐 전망보다는 추상화의 거리에서 사람들이 그리는 풍경화, 추상화, 인물화 등의 그림이 더 멋졌다. 우리 팀 중에서도 이정자 선생님과 김윤경 선생님께서 그림을 사셨다. 몽마르트성당은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고, 우리가 들어갔을 땐 예배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무척 조용했었다. 몽마르트언덕에서 할인이 많이 되는 면세점 'PARIS LOOK'에 갔다. 그 곳에 가서 우리 부모님은 살 것이 없으신지 점심식사를 위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미국의 치사한 놈들이 만들어 놓은 맥도날드에서 또다시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고 난 뒤에 로댕미술관에 갔는데, 내가 아는 작품이라고는 초등학교 5학년 미술교과서에 나오는 '생각하는 사람' 밖에는 없었다. 그 것이 야외에 있어서 사진을 찍고, 실내는 대충 보고 아기자기한 로댕미술관의 정원으로 갔다. 베르사유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나와 영권이가 나무 작대기로 칼싸움을 할 수 있어서 좋았던 곳이다. 영권이의 실력도 많이 늘었는데, 내가 영권이의 칼을 부러뜨리는 바람에 영권이가 나한테 졌다.
로댕미술관을 뒤로하고, 그 유명한 오르세 미술관으로 걸어서 갔다. 프랑스는 교사자격증, 학생들은 무료여서 편했다. 오르세 미술관에 사람들로 가득찼는데, 움직이지도 않는 미술품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된다. 나와 영권이, 아빠는 그런 쪽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서 그냥 세느강변에서 아버지는 주무시고, 나와 영권이는 표적 맞추기, 나뭇잎 배 만들기, 돌갈기 등의 매우 원시적인(?)놀이를 즐겼다. 프랑스의 일본라면 전문점에서 김치 라면을 먹었는데, 김치찌개 국물에 돼지고기를 썰어 넣고, 스파게티 면발을 넣고서는 11000원을 넘게 받는 도둑놈심보 식당이었다. 엄마가 해주던 김치찌개가 생각난다. 빵만 먹고 다니니 이건 정말로 끔찍한 식사의 연속이다. 근처의 오페라 광장에 갔었는데, 그럭저럭 멋있었다. 우리한테 남은 과자 부스러기를 뿌려주니 비둘기가 몰려들어 여러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 호텔에 8시 30분에 사람들이 모두 집합해서 파리 동역으로 갔다. 파리를 뒤로하고 오는 기분이 아쉽기도 하고,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생각에 기대되기도 했다.
첫댓글 아...프랑스 오르세..... 정말로 좋았어요 그리고 세느강 아직도 있지 못합니다....파리의 기억이 아직도 선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