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4개월 전 이직해 세종시에서 지내고 있다. 갑자기 이직하게 되면서 다니던 대학원도 휴학하고, 아무 연고도 없는 이곳으로 이사와 짧은 시간 동안 삶의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아직 새 직장에서 맡겨진 일들과 새로운 곳에서의 일상에 적응하는 중이다.
2년 전쯤, 직장생활이 무료하고 답답하게 느껴지면서 이직을 간절히 바라던 시기가 있었다. 마침 석사도 졸업해서 나 스스로는 그때가 이직의 가장 적기라고 생각했고, 주일 예배 시간에 들었던 아브라함이 받은 말씀,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창 12:1)를 나에게 주신 말씀이라고 믿으며 확신했었다. 그러나 좀처럼 내게 이직의 기회를 잘 열어주시지 않아 무척 상심했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다시 직장이 다닐 만 해졌을 때, 결코 생각지 못한 기회와 방법으로 이직의 길을 열어주셨다.
돌이켜보면 마치 지금의 직장을 오기 위해 짜인 것 같은 준비의 과정들이 있었고, 서류와 필기시험을 거쳐 면접까지 모든 과정이 순조로웠다. 처음부터 잘될 것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는데, 면접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왠지 합격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예상했던 대로 합격 통보를 받았고, 그때부터 임용등록 마지막 날까지 기쁨과 기대보다는 치열한 고민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예상이 가능한 미래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미래를 두고 두려움이 찾아왔다.
면접을 보던 날 잘하고 오라던 엄마의 응원에 “하나님 뜻이면 붙겠지”라고 한 대답이 얼마나 가볍게 한 말이었던지, 하나님의 뜻은 뒤로하고 세상의 잣대와 기준으로 이직의 손익을 끊임없이 저울질했다. 연봉이며 직급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새롭게 주어질 이 ‘스펙’이 나에게 어떤 기회를 줄 수 있는지, 그것들이 예전 직장과 학업을 내려놓을 만큼 가치가 있는 건지 등 여러 생각이 온통 나의 머릿속을 채웠다.
이직하면 내가 내려놓아야 할 것들은 너무나도 분명히 보이는데, 새롭게 주어질 기회들은 확실하지도 않고 어떤 것들인지 알 수도 없었다. 예전 직장동료, 선후배와 동기, 지도교수님을 포함해 주변 모든 사람에게 물었지만,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명확하게 이야기해 줄 수도, 내 결정을 대신 해 줄 수도 없었다. “하나님 뜻이면 붙겠지”라며 이전에 내가 뱉은 말이 스스로 찔리기도 했고, 정말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겠기에 무척 괴로웠다.
그 일로 며칠을 잠도 잘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고민했지만, 이직을 결정한 계기는 매우 사소했다. 그러한 결정에는 마음을 후비는 치명적인 말씀을 주시거나 누군가를 통해 마치 계시처럼 확신을 주실 것 같았는데. 쉽게 흔들리고 한없이 가벼운 나를 너무 잘 아시기 때문이었을까? 직장에서 평소 같았으면 몇 마디 투정으로 넘어갔을 별거 아닌 일이 못내 서운했고, 문득 내가 떠나는 것이 하나님 뜻이라면 미리 염려하는 모든 문제의 해결책도 예비하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마음에 들어왔다. 그리고 새로운 직장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걱정들을 하나하나 꺼내놓으며 해결해 주시기를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알 수 없는 나의 미래와 새로운 일터에서의 삶을 기대하는 마음도 점차 커졌다.
이러한 과정들을 겪으면서 나의 믿음이 얼마나 가볍고 하찮은지 다시 한번 절실히 느꼈고, 그런데도 이렇게 부족한 나를 사랑하시고 부지런히 인도하시는 주님을 경험했다.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미래 가운데 하나님의 계획은 오직 하나님만 알고 계시고, 그 계획은 언제나 내가 상상하지 못한 일들로 놀랍고 감격스럽다. 결과적으로 가장 좋은 때에 가장 좋은 방법으로 예전의 일터를 떠날 수 있어 감사하다. 새로운 직장과 삶을 두고 걱정하며 기도했던 문제들은 작은 문제 하나도 빼놓지 않고 세심히 살피시며 해결해 주셨다. 좋은 믿음의 직장 선배와 동료들을 만나게 하셨고, 새 업무를 맡으며 나조차도 알지 못했던 나의 새로운 면들을 발견하고 있다.
여전히 계속해서 기도하고 있는 문제도 있고, 모든 직장인의 삶이 그렇듯 완벽하게 좋다고 할 수는 없다. 마치 여호와께서 아브라함에게 가라고 하신 가나안이 축복의 땅인 동시에 그리스도인이 몸과 마음을 지키며 살기에 많은 위기가 있었던 땅이었던 것처럼, 나에게도 얼마 안 된 관계들과 적응 중인 업무 가운데 매일 주어지는 도전과 과제들이 있다. 이곳에서 선하고 온유하신 예수님을 본받아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통로가 되고, 나의 표정과 말, 행동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살리는 자가 되기를 소망한다. 새로운 직장에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며, 지혜롭고 순전한 자로 하나님 마음에 합한 자가 되기를 기도한다.
첫댓글 가장 좋은 때에 가장 좋은 방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