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휴가를 맞아 나름 계획을 세웠습니다. 첫 번째는 월요일 오전에 밭에 남아 있는 풀을 끝내고 한동안 테니스 엘보가 온 오른 팔을 되도록 사용하지 않기로. 그래서 저를 기다리는 테니스 코트로 빨리 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조금 어긋나기 시작했습니다. 예배당 에어컨 설치가 예상외로 빨리 진행돼서 수요일 늦은 오후부터 시작됐습니다. 문제는 냉난방이라 더 두꺼운 전선으로 교체해야 하는데 설치기사가 미리 다녀갔지만 자기 생각대로 선을 짧게 구입해 온 것입니다. 제 생각은 기존 배선을 이용해서 천정으로 연결하려고 했는데 기사는 쉽게 외곽으로 돌릴 생각으로 준비해 온 것입니다. 결국 기사 의견대로 진행하다 본인도 보기에 안 좋았는지 다시 안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말하려고 제가 도구실 안에 당분간 넣어둔 나무박스 두 개를 미리 꺼내 놓으려다 보니 오른 팔에 힘을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하나는 벌집입니다. 얼마 전에 부셔버린 벌집 자리에 다시 말벌들이 와서 집을 지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매번 가서 홈키파를 뿌리는데 높이 있다 보니 오른쪽 검지에 힘을 과하게 주다보니 통증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또 하나의 계획은 목요일과 금요일엔 오전과 오후에 카페에 가서 책을 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얼마나 읽을 수 있는지 시험해 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목요일에 비전교회에서 서울의 한 교회가 와서 신진도에서 의료봉사를 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깜빡 잊고 있었다가 전날 연락을 받고 생각이 나서 오전에 잠시 카페에서 책을 보다가 오후에 가서 격려를 했습니다. 다녀와서는 사택 거실과 안방의 전등 전체를 교체했더니 하루가 갔습니다. 다음 날, 금요일에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는데 일이 묘하게 이어졌습니다. 지난 수요일에 꺼내 놓은 나무박스를 도구실에 넣으려다가 안에 있는 것들을 치우고 오래 된 스피커와 믹서기를 버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제겐 좀 무리일 것 같아서 도움을 요청할까 하다가 저 혼자 처리했습니다. 그나마 좀 정리하고 나오는데 예배당 옆의 풀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올라오는 길의 조경석 사이에 난 풀도 생각이 났습니다. 좀 쉬었다 점심 먹고 하기로 했습니다. 점심 먹으니 좀 곤해서 낮잠을 잤습니다. 그리고 나가서 그늘이 지기 시작하는 조경석의 풀을 뽑고 예배당 옆의 풀을 뽑았습니다. 잠시 물을 먹고 쉬었다가 밭에 나가서 동부와 옥수수 또 가지를 따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끝이다 했는데 모아 둔 폐지와 종량제 쓰레기봉투가 생각이 나서 정리한 다음에 가져다 처리했습니다. 그리고 저녁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