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근한 캐릭터로 이야기하는 시대상
한국 대표 팝아티스트 이동기
핑크팬더·아톰 등 캐릭터 합성
이미지 충돌시켜 메시지 전달
이동기 作 ‘핑크 팬더’, 200×222cm, acrylic on canvas, 2015년. (이미지 제공: PIBI Gallery)
최근 캐릭터 상품으로 자주 등장하는 핑크팬더가 지긋한 눈길을 보내는 이동기 작가의 2015년 작품이다. 이동기 작가의 초기 작품은 일본애니메이션 아톰과 미국 디즈니사의 미키마우스를 합성한 ‘아토마우스’에서 시작되었다. 미국과 일본의 대표적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결합된 ‘아토마우스’의 의미는 단순히 이미지를 합성해 새로운 캐릭터가 탄생되었다는 것에 있기보다는 70년대 한국의 경제발전과 함께 대중문화의 보급과 발달에 따른 시대상을 그림에 담아냈다는 것에 있다.
이동기 작가를 한국의 대표적인 팝아티스트로 꼽는다. 작가는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이라고 하는 이분법적인 경계가 분명했던 90년대 초 순수예술의 가장 기본이 되는 평면회화를 통해 어린시절을 지배했던 대중적 이미지가 어떻게 순수화화가 될 수 있는지 제시했고 그것이 대중에게 이해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작가의 대표작 ‘아토마우스’는 네이버 백과사전에도 소개될 정도로 이동기 작가를 대변한다.
대표작 ‘아토마우스’를 넘어 이동기 작가의 예술의 경계에 대한 새로운 시도들은 여전히, 끊임없이 진행 중이다. 같은 맥락에서 늘 새로운 변신의 생명력은 작가가 단순히 대중적 이미지를 차용하는 데 있지 않고 끊임없이 사회에 대한 관심과 현상에 애정 어린 시각을 담아내는 데 있다. 동시대 사회 정치, 문화의 다양한 현상이 작품 속에 들어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핑크팬더가 눈에 들어오는 이 작품은 아토마우스가 등장하지 않아도 이동기 작가스러움이 느껴진다.
작가는 허당끼가 있는 핑크팬더 캐릭터를 전면에 등장시켰다. 오렌지와 마시멜로라고 쓰인 글자와 알 수 없는 도형들을 겹쳐서 레이어드 되어 있다. 마치 그래픽 같은 느낌을 주나 이것은 가로·세로 2m가 넘는 화면을 가득채운 작가가 직접 그린 페인팅이다. 단순한 배경에 주인공 캐릭터의 다양한 모습은 캐릭터 화면에서 최근작으로 올수록 여러 형상들이 분해되고 해체되고 중첩되는 모습이다.
60년대 영화에 처음 등장한 애니메이션 캐릭터 핑크팬더는 우리가 생각하는 판다(panda) 곰의 판다가 아닌 표범의 panther로 한국식 발음으로 팬더라고 한다. 60년이 지난 캐릭터 임에도 지금까지 의류나 핸드폰 케이스 등에 여전히 인기리에 등장하여 사랑받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캐릭터를 그림의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다양한 추상적 형태들 보다 눈길을 끈다. 지긋하고 능청스럽게 코믹한 표정의 주인공과 시원 상큼한 오렌지, 마시멜로, 보일 듯 안보일 듯 뽀빠이까지 서로 별 맥락이 없어 보이는 이미지들을 중첩시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배경 속에 숨겨진 인물의 표현과 기존 작가의 대표 아이콘이었던 아토마우스의 흔적까지, 추상적인 이미지와 반추상적인 이미지의 충돌이 그림 속에서 일어난다.
혼합된 이미지들로 동시대의 정치, 문화현상, 시대의 흐름을 작품에 녹아 내고 있다. 과거의 역사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의 상황과 시대변화를 그림에 담아낸다. 현실의 가시적 세계를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의 보이지 않는 여러 가치와 흐름이 작품 속에 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무엇이든지 합성해 내는 시대에 작가는 굳이 캔버스에 오로지 본인의 붓질을 통해 이미지를 표현함으로써 여전히 회화가 갖고 있는 평면성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임연숙 세종문화회관 예술교육 팀장 curator@sejongpac.or.kr
출처 : 법보신문(http://www.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