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KTX로 대구 내려갈 일이 있어 서울역으로 갔는데 시간이 좀 있어서
옆의 옛 서울역(문화역서울 284)건물을 둘러 보았다. 학창시절부터 근년에 이르기까지
대구를 오르내리며 전차와 버스를 타고 수없이 찾았던 역사의 애환이 깃든 ‘서울역’.
만감이 교차한다. 이별과 만남의 애환, 완행과 급행열차의 추억이 알알이 박혔던 그곳.
일반적으로 하나의 건축물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도시 내에서 다양한 변화와 단계적인
발전을 거쳐서, 오래된 건축물은 경제적 논리만 따져 헐어버리고 현대적 건축물로
재건축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지만, 그 건축물의 가치를 경제적인 논리로만 따지지
않고 산업화의 유산을 문화, 예술의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 시키는 건축물의 대표적
사례가 ‘문화역서울 284’,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라 할 수 있다.
1900년, 경성에는 경성역이 없었다.
우리나라 최초 철도인 경인선이 1900년 7월 완공되던 당시 출발역은 제물포정거장
이었고 도착역은 서대문 정거장이었다. 오늘의 서울역에 해당하는 남대문정거장은
경인선의 도착역이 아닌 단순한 통과역이었다. 게다가 그곳은 승객이 타고 내리는
역사라기보다 철도차량의 대기와 보수를 위한 차량기지에 가까웠다.
서울에 해당하는 ‘경성’이라는 이름을 붙인 경성역이 없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현재 서울역 위치와 가장 가까운 당시 남대문정거장 주변에는 규모 있는 건축물이나
주거시설이 거의 없는 데 반해, 서대문정거장은 도시구조가 상대적으로 발달되어 있었다.
또한 서대문정거장은 종로를 중심으로 형성된 도심지 내부로의 접근성이 좋았으며
황제가 거주하던 경운궁(덕수궁)및 각국 공사관 등이 위치하던 정동지역과도 가깝다는
이점도 가졌다. 이런 이유 덕분에 경인선 개통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서대문정거장을 자연스럽게 경성정거장 또는 경성역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1910년 한일합방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서울에 정착하기 시작한 많은 수의
일본인이 서대문이 아니라 명동, 남대문 그리고 남산을 중심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고
이들 지역에서는 서대문정거장보다는 남대문정거장이 훨씬 가까웠다.
결정적으로 경의선철도가 서대문정거장을 통과하지 않고 수색방향으로 계획됨으로써
두 개의 역사는 운명이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서대문정거장은 졸지에 외딴 역이 되어
버렸고, 남대문정거장은 경인선은 물론 경의선, 경부선 등 모든 철도의 중심역이 되었다.
결국 1920년 6월 경의선이 준공되기 얼마 전인 1919년 3월 서대문정거장은 폐쇄되었다.
오늘날 차량, 항공기 등 수많은 교통수단이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철도와 선박이
운송교통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항구가 구체적인 건축물 형태로 구현되지 않은 것에
비해 철도는 역사 건축이라는 독특한 하나의 건축분야를 형성했다.
특히 일제 강점기이던 우리나라에서는 대륙침략의 용도로서도 철도는 매우 중요했다.
연속적으로 전국 각지의 주요도시에 역사가 세워졌고, 제국주의적 색채를 강하게
띠는 건축물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지금의 서울역인 경성역은 타 역사보다 비교적 늦은 1925년에 준공되었다.
준공 당시 연면적 6836평방M,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였는데, 늦게 지어진 만큼
그 규모와 화려함에서 단연 돋보였다. 당시 남만주철도주식회사에서 르네상스 양식으로
건축한 이 역사는 특히 지붕의 돔이 인상적이었으며, 붉은 벽돌과 석재가 사용된
위엄 있는 건물이었다.
해방 이후 경성역은 서울역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서울의 관문으로서 오랫동안 묵묵히
그 소임을 하던 즈음, 운수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새로운 운명의 기로에 서게 된다.
한국형고속철도(KTX)사업의 도입으로 2004년 1월 새로운 복합 민자역사가 들어서게
되었고, 이제는 더 이상 역사 기능을 하지 않는 옛 서울역사는 폐쇄됐다.
다행히도 당시 이 역사적인 근대건축물을 허물지 않고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
되었고, 2011년 8월 ‘문화역 서울 284’라는 명칭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 했다.
이 중 ‘284’는 옛 서울역사가 사적 제 284호 국가지정 문화재임을 의미하고 사적의
모습과 가치를 보존하는 동시에 다양한 문화가 교차하는 역이라는 상징성을 살렸다.
첫댓글 요즘 서울역은 많은 변화로
탈바꿈 하였더군요 .
그런데 흠이라면
노숙자들이 많아서 서울역 가면
제일먼저 느껴지는게 오줌 찌렁내가
진동을 해서 국가적으로
뭔가 개선해야할것 같더라구요
한쪽에선 담배를 수십명이 모여서
피우느라 역한 냄새를 풍기고
완전 천방지축 질서가 없었어요 ,
역사의 보존을 소중히 전해 주셔서
감사하게 글 보았습니다
좋은밤 되세요 ^^*
옛 서울역을 찾았다가, 가슴 깊이 떠오르는 애환의 추억을 어루만지며
이리저리 자료를 찾아, 한번 정리해 보았습니다!
서울역은 참 크죠~
요즈음 서울역은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