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솟듯이
손 원
모든 가정에 수돗물이 공급되고 있지만, 수돗물을 그대로 음용하는 가정은 없는 듯하다. 대부분끓여 먹거나 정수해서 마신다. 요즘은 생수를 먹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생수는 지하수로 자연수다. 오염원이 없는 깊은 산골의 암반에서 퍼낸 지하수라고 광고한다. 한라산에서 스며들어 해변에서 용출되는 제주산 생수가 그렇고, 지리산 깊은 계곡의 지리산 수, 백두산자락의 백산수 등 명산 이름이 붙은 생수 제품이 많다. 명산 이름의 생수는 산 만큼이나 유명하기에 브랜드가치도 높다. 명산의 조건은 풍광은 기본이고 물 좋고 공기가 좋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같은 명산의 이름을 딴 생수가 부지기로 생겨나고 있다. 명산마다 적어도 수백 개 봉우리와 계곡이 있기에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그중에서 그 산을 대표하는 가장 질 좋은 생수가 있을법한데도 산마다 수개의 브랜드가 나돌고 있어 소비자는 혼란스럽다. 예를 들어 지리산을 상표로 쓰는 생수 중에는 실제 지리산과는 관련이 적은 지역의 생수도 지리산 상표로 판매되고 있는 듯하다. 관련법을 제정해서라도 명산 이름을 무분별하게 사용한 생수 판매는 자제하면 좋겠다.
수돗물보다 샘물이 더 친근하다. 어릴 때 음용수로 샘물을 먹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라 시원한 물을 마시려면 갖퍼온 샘물을 마셔야 했다. 우물 속 샘물은 늘 시원했다. 한여름 땀 흘리고 바가지에 떠 마시면 기운이 솟았다. 바로 퍼 온 샘물로 시원한 오이냉국을 하여 점심을 먹었다. 당시 도시의 수돗물을 마셔보면 청량감이라곤 없고 덤덤하여 샘물을 먹는 것이 다행으로 여겨졌다. 도시 생활을 시작하고부터 수돗물을 먹었으나 내키지 않았다. 냉장고를 마련하고부터 차게 해서 마시면 청량감은 있었으나 생수에 미치지 못하였다. 생수가 상품으로 나오고 대중화되면서 생수를 사 먹는다. 수돗물은 음식을 장만할 때나 설거지용으로 쓴다. 샘물을 사 먹는 시대라고 생각하니 격세지감이다.
솟아나는 샘물은 청정함의 상징이다. 청정하고 좋은 물은 건강을 지켜주는 명약이다. 샘의 용출수는 빗물이 수개의 지층을 지나서 암반에 모여 지하수로 흐르고 때로는 샘으로 솟는다. 청정할 뿐만 아니라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는 샘물은 우리의 목을 축여주는 생명수다. 솟는 샘물은 청정할 뿐만 아니라 어린아이의 얼굴처럼 순수하다. 순수했던 얼굴도 커 가면서 혼탁한 사회에 물든다. 티 없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 티에 살아온 인생 역정이 베여있다. 힘든 삶을 훌륭히 살아온 훈장 같은 티도 있다. 샘물에 떠다니는 낙엽은 샘물을 혼탁하게 하는 티라기보다 청정함을 유지하는 덮개다.
솟는 샘은 그칠 줄 모르는 질긴 생명력의 상징이다. 흐르는 강물은 말라도 샘물이 마르는 경우는 잘 없다. 샘이 마르지 않기에 생명은 유지되고 번성하게 된다. 샘은 생명의 원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삶은 시련의 연속이지만 끊이지 않는다. 끈질긴 삶을 살도록 끊임없이 샘물을 공급한다. 삶에 지쳐 시들어 보일지라도 샘물을 머금고 자양분을 공급받아 화려한 재기를 반복하는 것이 인생이다.
솟는 샘물은 창조의 화신이다. 샘 솟는 지혜, 샘솟는 힘이라 했다. 샘이 솟구쳐 세상의 빛이 되고 세상을 일깨우고 번영을 누린다.
샘은 구원의 상징이다. 물을 공급하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생명 유지에 물 한 방울이 가장 소중하다. 외딴섬에 고립되더라도 물만 있으면 연명할 수가 있다. 목마른 이에게 물병을 권하는 성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솟는 샘물은 번영과 문화의 원천이다. 큰 강의 발원지도 아담한 샘물이다. 그 샘물이 긴 여정을 거치면서 합류를 거듭하여 큰 강이 된다. 유유히 흐르는 강줄기는 바다에 이르기까지 많은 변화를 주도한다. 강이 있는 곳에 인류문화가 시작되었고 꽃피웠다.
물이 솟는 샘에는 활력과 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샘에 마음을 투영해 본다. 마음의 샘물이 솟아난다. 서로를 배려하고 아끼주는 "사랑의 샘", 가슴이 넉넉해지는 "행복의 샘", 병마를 극복하게 해주는 "치유의 샘", 전쟁의 공포로부터 해방되는 "평화의 샘"이 충만하기를 소망해 본다. 아침에 일어나 스마트폰을 켜면 사랑의 글, 행복의 글, 건강의 글, 평화의 글이 기다린다. 누군가 베푸는 이러한 글귀가 바로 "마음의 샘"이다. 그것은 마음의 등불과도 같다. 좋은 글귀를 공유해 주신 페친께 감사하며 수시로 마음의 샘물을 들이마시고 있다. (2023. 4. 28.)
첫댓글 물을 사서 먹는 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믿기지 않았습니다.
저는 도시에서 자라 수도물을 먹었죠. 물론 지금은 정수기도 사용하고 음용은 생수로 먹습니다.
마음의 샘물이 마르지 않도록 카톡을 주는 분들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네요.
때로는 귀찮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고맙다는 인사말을 꼭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귀한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