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패권국가 가운데 한 나라가에 부도가 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곳은 다른 곳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국가이자 바로 기축통화국인 미국이다. 미국의 재정부도가 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바로 미국 정부가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채무불이행, 이른바 '디폴트' 사태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이다. 미국 정부가 쓸 수 있는 빚을 다 사용해서 이제 그 부채 한도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부채 한도를 높이는 것이 정말 녹록치 않다. 미국의 부채 한도는 정부가 정하는 것이 아니고 바로 의회가 정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협치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 바로 내년으로 닥아온 대선때문이다. 지금 민주당에서는 바이든 현 대통령이, 공화당에서는 전 대통령인 트럼프가 맞붙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은 벌써 대선전이 시작된 것이나 다르지 않다. 어떻게든 재선을 하려는 민주당의 바이든과 어떻게 해서든 빼앗긴 권력을 되찾겠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는 공화당의 트럼프가 버티고 있어 두 당의 협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인다.
미국의 부채 한도는 31조 4천억 달러, 한국돈 4경 2천조 원에 이른다. 상상을 초월하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수치이다. 하지만 이것도 지난 1월 거의 다 사용해 버렸다. 미국 경제 당국은 정부 투자를 미루거나 다른 용도의 돈을 돌려서 급한 불은 끄려고 하고 있지만 이런 긴급 조치도 6월까지이니 이제 두달이 채 남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 의회에 대해 부채 한도를 긴급하게 인상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미국 공화당은 순순히 응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하원의 다수당은 공화당이다. 공화당이 바로 이 부채 한도에 목줄을 쥐고 있다. 바로 조건을 붙인다는 것이다. 부채 한도는 올려주되 정부의 지출은 지난해 수준으로 하겠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바이든 정부에서 행하고 있는 그야말로 방만한 예산 사용에 브레이크를 걸겠다는 의도이다. 실제로 바이든 정권은 국내 보건과 기후 그리고 각종 보조금에 많은 돈을 지출했다. 바이든이 치적으로 내세우는 보건정책과 기후와 에너지 정책, 그리고 각종 보조금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공화당은 바이든이 너무 돈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날선 지적을 계속해 오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이 치적이라고 내세우는 것에 칼을 들이대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출을 억제시키면 바이든 입장에서는 자신의 치적에 흠이 갈 수밖에 없다. 내년 대선에 당연히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미국의 정치 향방은 팽팽한 신경전만이 오가고 있을 뿐이다. 공화당이 통과시킨 법에 대해 바이든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공화당이 통과시킨 법안이 민주당이 우세한 상원에서는 통과되기 사실상 어렵다. 미국의 양당간의 힘겨루는 거의 치킨 게임 양상으로 가고 있다. 미국의 재정 부도사태 우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오바마 행정부 당시도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국가 부도 직전까지 간 전례가 있다. 6월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말 디폴트 (채무 불이행)사태가 올 수도 있다. 오바마때보다 지금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미국 재무장관은 만일 디폴트 사태가 오면 미국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강하게 말하고 있다. 지금 미국의 경제 상황과 관련해 여기저기서 여러가지 경고음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더구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벌써 대치국면에 돌입한 미국의 양당은 한치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초유의 미국재정 디폴트 사태가 설마 오겠는가 하겠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그런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한국도 미국보다 상황이 나쁘면 나쁘지 결코 나은 상황이 아니다. 올해 들어 3월까지 발생한 세금 수입 적자 규모가 이미 3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부동산 등 자산 시장 침체와 기업 실적 부진이 함께 맞물리면서 드러나는 심각한 현상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4월과 5월의 세수 부족 상황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세입 예산보다 세수 실적이 크게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입장에서는 하반기에 경기 회복이 되고 기저 효과가 어우러지면서 재정 회복을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그게 기대대로 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벌써 나오고 있다. 한국의 수출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하락하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그다지 회복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위에서 언급한 대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 강국들도 희망 섞인 기대감을 전혀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의 재정이 흔들리면 나라의 경제가 극히 힘든 방향으로 간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의 기업부채와 가계부채는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의 재정 디폴트 우려와 한국의 재정상황이 비슷한 방향으로 가는 것같아 우려감이 더욱 높아진다.
2023년 5월 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