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천보호를 입양할 때만해도 왜이리 차호가 큰지... 언제 이것을 쓸 수 있을까 걱정도 했는데 오늘 보니 영 작아보인다..
요즘 계속 큰 차호를 쓰다보니 이제는 작은 차호는 아예 손이 가질 않는다..
물을 끓이고 차를 우리는데 새해 덕담 몇마디를 하고 나니 할 말이 없다..
본래 차를 마시는 이유중에 하나가 말 수가 적은 내가 사람들과 있으면 가만히 멀뚱멀뚱하게 보기만 하면 이상하니 차를 통해 분위기도 부드럽게하고 화제도 다양해 질 수 있어서 더 차를 좋아하게 된 거 같다.
두셋이서 차 마시면 말의 주제가 아무거라도 그럭저럭 분위기가 썰렁해지지 않지만 사람이 많아지면 대화를 이끌어 가지 않으면 중구난방이 되기 쉽다...
대화를 이끌어가지 않고 차만 우리니 분위가 좀썰렁해지고 중구난방이 되려하길래 재미있는 이야기 해준다고 말을 하니 다들 기도법사의 입만 바라본다...
"공부를 많이하신 어떤 스님이 만행중이셨는데 산중의 어느 초막같은 암자에 이르게 되었답니다.. 조용한 암자에 목탁소리만 고즈넉이 들리는데 스님은 시간도 늦고 해서 이 암자에서 자고 다음날 가려하는데 글쎄 아무리 기다려도 기도하는 스님이 나오질 않았답니다,... 밤 10시가 되어서야 왠 노장이 나오길래 하룻밤 신세좀 져야겠다는 말을 하려고 얼굴을 보니 얼굴에 칼자국이 가득한게 끔찍하더랍니다.
그래도 공부를 많이한 스님이라그런지 개의치 않고 이야기를 하니 오히려 그 노장님이 놀라면서 '지금까지 저을 본사람들은 놀라서 도망갔는데 스님은 여여하십니다.. 참으로 공부를 많이 하신 스님인것 같습니다.' 라고 말하며 자신을 사연을 이야기하더랍니다..
이 노장님은 젊어서 영업용 택시를 운전했는데 돈을 모아 개인택시를 했습니다. 결혼도 하구 아이도 낳고 생활이 안정되니 취미를 갖고 싶어 총을 사서 사냥을 다녔습니다... 동물이 죽는 모습이 좋아 계속 사냥을 하다보니 나중엔 동물들이 죽어가는 모습에 희열을 느껴 아직 죽지도 않은 동물들을 칼로 갈기갈기 찢어 죽이는 취미를 갖게 되었답니다..
그러다보니 집안일을 등한시하고 심지어는 부인과 아이들에게 손찌검까지하는 타락한 생활을 하게 되었지요.. 또 자신이 동물들에게 했듯 조금씩 자신도 크고 작은 사고를 당해 몸의 곳곳에 흉터가 생겼답니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하니 택시영업은 계속했는데 마침 어느 노스님이 택시에 타길래 스님께 갑자기 천도좀 해달라고 했답니다..그러나 그 스님이 하시는 말씀 '너 같은 놈을 천도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네가 스스로 하거라. 하던 일을 정리하고 산속에 움막을 짓고 3년동안을 머리깍고 스님이 되어 진실히 기도를 올리거라..' 그래서 지금 이렇게 참회하는 거랍니다..
참으로 신기하지요? 인과는 이렇게 분명히 있는 것이지요.. 그래도 이 노장은 대단하네요... 노승의 말을 듣고 바로 자신이 스스로 참회기도를 진실하게 올립니다... 대부분은 업대로 살잔아요..
일상 생활에서 자세히 관찰해 보면 인과가 분명하다는 것을 알수 있을 것입니다.
인과를 분명히 느끼면 절대 단짓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사회가 이렇듯 허위허식에 물질 만능주의가 되버린 것은 이러한 인과를 인식하지 못해서 그런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니 내말을 받아 어떤 보살님이 말씀하신다..
"우리 어렸을 때 동네에 사냥꾼이 살았어요. 그 집앞을 지나면 온갖 짐승과 새들을 묶어 매달아 놓아서 얼마나 끔찍한지 무서웠답니다. 그렇게 살던 사람이 나중엔 집안에 안좋은 일만 생기더만 어디론가 사라지더라구요... 다른 사람이 그집엘 이사왔는데 그집도 역시 안되더라구요.. 결국 그 집 헐리더군요.."
다른 불자님이 이어서 말씀하신다..
"지난 명절때 였습니다.. 집안 사람이 다 모인 자리에서 갑자기 회를 먹어야 겠다고 회좀 사오더랍니다..
이런자리에선 잘 먹지 않았는데 우짠일인지 자꾸 사오라길래 시장에가서 30만원어치를 사가지고 어찌어찌해서 먹었답니다.
그후에 차에 칠뻔도 했고 절에서 손가락이 찢어져 고생도했고 또한가지 않좋은 일을 당했어요... 평소에 이런 일이 없었는데 회를 먹은 후에 갑자기 닥친 일들이었습니다."
참으로 인과란 무서운가보다.. 본래 공부하거나 기도하는 사람은 업을 더 빨리 받는다고 한다... 맑은 물에 사물이 비춰지듯, 깨끗한 거울이 잘보이듯한 것과 같은 원리인 것이다..
이말을 듣고는 마주보던 불자님이 걱정어린 말투로 "어쩌죠....우리 처사님은 낚시를 좋아해요...그전엔 자주하더니 제가 절에 많이 다니면서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가끔은 한답니다.."
이 말을 듣고 다른 분들이 힘이 되는 말들을 한마디씩하신다...
오래도록 기도한 불자님들이라 그런지 인과를 잘 알고 남을 이해하는 마음이 깊어 서로 탁마하기 좋은 분들이다..
젊거나 어린 사람들과 이야기하면 주로 내가 말을 해야 되지만 이렇듯 풍부한 기도력을 가진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은 배울게 많다..
대화를 이끌어가는 기술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노인이든 어린이든 불문하고 언제 어디서든 대화를 조화롭게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