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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 교사, 학부모, 목사들이 함께 사학법 재개정 반대 기도회를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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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근혁 |
아직 봄이 오지 않은 4일 오후, 겨울비를 맞으며 150여 명의 교사, 학생, 학부모, 목사들이 기도를 하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확성기에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개정 사립학교법, 우리는 이 작은 불씨를 지키기 위해 이 곳에 섰습니다."
이날 오후 4시 15분, 국회 정문이 보이는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 길섶.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목회자협)와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사학국본)가 사학법 재개정 반대 기도회를 연 것이다.
흰색 비닐 비옷을 입은 참석자들 가운데 몇몇은 다음처럼 적힌 손 팻말을 들고 있었다. '예수님은 개정 사학법을 결코 반대하지 않습니다.'
연단 앞에서는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삭발한 목사들 사진'도 놓여 있었다. 그 사진 바로 밑에 '삭발 각오, 순교 각오로 세상의 낮은 곳으로…'란 글귀도 적혀 있었다.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선교국장을 맡고 있는 정진우 목사가 기도 집전을 위해 연단에 올랐다. 정 목사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대회장을 채웠다.
"하나님을 믿는 대신에 돈과 권력을 믿는 이들이 머리를 깎았습니다. … 어리석게도 정치권력은 부패세력 앞에 그 많은 개혁 법안 가운데 사학법 하나 통과시켜 놓고 또 저들의 결재를 받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참석자들 속에서는 기도 중간 중간에 '아멘' 하는 소리가 들렸다. 여느 집회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구호도 없었고 박수도 거의 없었다.
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 회장이었던 오충일 목사의 설교가 이어졌다. 오 목사는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삭발을 한 일부 목사들'을 겨냥했다.
"예수님 말씀에 마지막에 가면 제물과 예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고 했다. …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목사도 머리 깎는 사람 없었다. 그런데 요즘엔 목사들이 학교를 지킨다고 머리를 깎고 있다."
"민주 활동 목사들도 머리 깎지 않았는데…"
설교 중에 빗줄기는 더 굵어졌다. 찬송가가 울려 퍼졌다.
임광빈 목사(목회자협 총무)가 결의문을 읽어 내려갔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사학법에 대한 진실을 왜곡하지 말라'는 대목이 귀에 들어왔다.
"총회는 과장된 시나리오를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 사학이 투명하게 되면 비리의 발생률이 현저히 저하됨으로써 관할청이나 특정세력이 사학에 개입할 필요가 없어지게 됩니다. …총회는 진실호도를 포기하고 개정 사학법을 지지하는 다수 국민들의 입장으로 과감하게 선회해야 합니다."
오후 5시 9분 기도회가 끝나고, 2부 사학법 재개정 반대 결의대회가 진행됐다.
2일 저녁부터 단식 농성을 시작한 윤숙자 참교육학부모회 회장, 정진화 전교조 위원장, 김한성 전국교수노조위원장, 금기송 전국대학노조위원장 등이 연단에 섰다.
이들은 오는 6일 임시국회 폐회 때까지 어떤 일이 있어도 사학법을 재개정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회장은 "사학법을 개정하기 위해 15년 동안 학부모와 학생, 선생님들이 얼마나 피눈물을 흘렸냐"고 반문했고, 정진화 위원장은 "우리는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는 국회 앞에서 또 다시 겨울비를 맞으며 서 있지만 사학법 재개정만은 끝까지 막아 내겠다"고 다짐했다.
오후 5시 35분 비를 꼬박 맞으며 서 있던 참석자들이 하나 둘 집으로 향했다. 사학국본 대표자들은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 있는 농성천막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편, 오는 5일 오전 열린우리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사학법과 주택법 등에 대해 당의 진로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 임시국회 폐회 예정일인 6일까지 한나라당과 이른바 '빅딜'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6일 오후 1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연금법, 사학법 개악 저지 결의대회'를 잡아놓고 있다. 해묵은 사학법 논쟁이 2007년 봄을 앞둔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2007-03-04 /윤근혁 기자
첫댓글 무자비한 독재 시절엔 끽 소리도 못내던 다수 기독교 지도자와 단체들이 소수 기독인이 만들어놓은 민주시대엔 큰 목소리 내면서 정부를 비방하고 국민들을 선동하니 어처구니 없습니다.썩어저 가는 교계를 보기가 안타깝지만 그래도 임광빈 목사님같은 분이계시니 참으로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