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FC서울의 저지를 입은 히칼도에게는 포르투갈 리그 도움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또 이장수 감독이 직접 포르투갈로 건너가 영입한 그였기에 팬들의 기대는 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과 팀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던 히칼도는 다소 기복이 심한 모습으로 일부 FC서울 팬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킥 능력은 뛰어나지만 지나치게 개인 플레이에 치중한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히칼도는 이장수 감독과 코칭 스태프의 신뢰를 바탕으로 서서히 팀에 융화되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전기리그 마지막 2경기에서 도움 5개를 기록하자 비난은 찬사로 바뀌었다.
어떤 위치에서도 상대 골키퍼를 위협할 수 있는 강력한 프리킥과, 刀(칼-도)과 같이 공격수들의 발앞에 떨어지는 스루패스는 이제 FC서울에 없어서는 안될 가장 강력한 공격 옵션으로 자리매김했다.
HOT PEOPLE에서는 후기리그를 준비하고 있는 히칼도를 FC서울의 숙소인 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나봤다.
-전기리그가 끝난 후 휴식기를 갖고 있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전기리그가 끝난 후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쌓였던 피로를 풀면서 아주 편안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그동안 리그일정으로 인해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해서 별로 알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됐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패션이 상당히 멋진데, 특별히 차려입은 것인가요? 아니면 원래 스타일인가요?
저는 항상 옷이나 패션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이렇게 입는 것을 좋아합니다. 제가 멋지게 입으면 제 스스로가 뿌듯하기 때문에 신경써서 옷을 입는 편입니다. (머리를 기르는 것도?) 머리를 기르는 것 역시 멋을 내려고 기르는 것입니다. 경기 중에는 머리를 자주 옆으로 넘기지만, 그렇게 거추장스럽지는 않습니다.
-전기리그 도움 선두에 오른 소감은?
도움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 때문에 매우 좋고 기쁩니다. 특히 시즌 막판에 저의 어시스트들을 통해서 팀의 승리에 많은 공헌을 한 것 같아 더욱 만족스럽습니다.
-그동안 컵대회와 전기리그를 치르면서 K리그에 대해 어떤점을 느꼈나요?
한국과 포르투갈의 가장 다른 점은 한국은 승부에 집착한 나머지 수비에 너무 치중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포르투갈 리그라고 수비를 제쳐두고 공격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은 너무 수비 위주로 경기를 해서 처음에는 상당히 애를 먹었습니다. (포르투갈 리그와 비교해본다면요?) 제가 처음 K리그에 뛰면서 놀랐던 점이 한국에도 수준 높은 선수들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전체적인 리그 수준을 봤을 때는 포르투갈리그가 조금 더 앞서지만, K리그 역시 크게 뒤떨어지는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축구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포르투갈도 브라질 같이 축구를 사랑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많은 어린이들이 길거리에서 축구를 합니다. 저도 어렸을 때부터 골목길 한구석에 돌맹이로 골대를 만들어 놓고 축구를 즐겼습니다. 정식으로 축구를 시작한 것은 9살 때 입니다.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서 FC포르투의 유소년 팀에 입단하면서 축구를 시작했고, 그 이후로 계속해서 프로 생활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프로 생활을 하면서 거의 매년 팀을 옮겼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특별한 이유보다는 우연히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제가 특별히 잘못한 점이 있어서 이적을 한 것도 아니고, 구단에서도 저한테 문제가 있어서 내보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2년 이상 머문 팀이 없기 때문에 저한테도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이번에 FC서울에 입단한 것을 계기로 3~4년 정도 한팀에 머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프랑스 리그에서도 잠깐 뛰었었는데, 그 때 생활은 어땠나요?
프랑스리그에서 제가 오래 뛴 것은 아니었지만, 적응하는데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프랑스에 가서 6개월 정도 부상을 당해서 힘들었던 적도 있고, 동료 선수들도 잘 도와주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FC서울의 모든 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셔서 보다 쉽게 적응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03/04 시즌 포르투갈 2부리그의 메이아(maia)에서 뛸 당시 12골로 득점 랭킹 상위권에 들었습니다. 공격수로 활약했던 것인가요?
그 시즌에 제가 특별히 공격수로 활약했던 것은 아니지만 프리킥으로 많은 골을 기록했기 때문에 상위권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선수 생활 중 매년 한 시즌마다 프리킥으로 6~7골을 넣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장점은 역시 득점하는 것 보다는 어시스트와 패스이고, 저 역시 그 부분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오기 직전까지도 포르투갈 1부 리그에서 도움 선두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올시즌 한국의 서울로 이적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물론 2002 한일 월드컵을 보기는 했지만, 한국으로 오는데 많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포르투칼에 있던 팀의 감독님이 2002 한일 월드컵을 보러 한국에 와서 상당히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제가 서울과 계약할 때도 감독님이 ‘정말 좋은 나라에 가는 것이다’라고 말씀해 주셔서 더욱 마음이 놓였습니다. 한국에 직접 와보니 그 말들이 다 맞는 것 같아요.
또 FC서울 같은 명문 구단에서 제의를 받은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저로서는 영광이었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새로운 나라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었기 때문에 한국행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가족들도 한국으로 간다고 하니 오히려 더 좋아했습니다.
또 이장수 감독님과 에이전트가 직접 포르투갈에 왔는데, 친절하게 대해주셨기 때문에 더욱 쉽게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또 포르투갈에서도 하위권팀이나 2부리그 팀 같은 경우 계약했던 사항을 잘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서울 같은 경우 처음에 약속했던 사항을 어기지 않고 잘 지켜줘서 만족스럽습니다.
-한국에 와서 숙소나 경기장을 둘러봤을 때의 느낌은 어떠했나요?
다른 팀의 상황은 잘 모르지만 FC서울 같은 경우에는 경기장이나 숙소, 훈련 시설 등에 대해서는 굉장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이상 발전할 필요가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가장 도움을 준 사람이 있다면요?
플라비오 피지컬 코치가 가장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기본적으로 말이 통하는데다, 11년 동안 일본에서 활약하신 분이기 때문에 아시아 축구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제 성격이나 감정 조절 같은 정신적인 면에서도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K리그에서 잘 해올 수 있기까지는, 플라비오 코치의 도움이 컸습니다. 또 옆에 통역해주시는 분도 처음 왔을 때부터 저를 따라다니면서 여러 가지로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이장수 감독님은 주로 어떤점들 주문하나요?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전술적으로 많은 것들을 지시하십니다. 제가 거기에 따르려고 노력은 하지만 100% 충족할 수는 없을 텐데, 감독님이 지속적으로 저를 존중하고 믿어주시기 때문에 든든합니다.
-오른발 프리킥이 굉장히 위협적인데, 프리킥을 잘 차게 된 이유가 있다면?
물론 제가 꾸준히 많은 연습을 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선천적인 부분도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남들보다 유독 프리킥을 잘 찼고, 그랬기 때문에 더욱 많은 연습을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훈련량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때는 프리킥 연습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포르투갈에 있을 때도 같은 질문을 받아본 적이 있는데, 그 때도 마찬가지로 선천적인 부분이 강하다는 대답을 했습니다(웃음).
-FC서울의 팬들은 히칼도 선수를 ‘FC서울의 베컴’이라고 부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물론 베컴은 세계적인 명문 구단에서 뛰는 훌륭한 선수입니다. 하지만 베컴은 베컴이고 저는 저이기 때문에 그런 비교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베컴은 얼굴이 잘 생겼는데, 전 아니잖아요(웃음).
-프리킥에 대한 욕심이 강해서 동료들과 다툼을 벌이기도 합니다. 어떤식으로 조율해 갈 예정인지?
프리킥 상황에서 동료들과 가끔 마찰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때는 제가 컨디션이 좋아서 골을 넣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다는 느낌이 들면 동료들에게 양보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팀이 골을 넣는 것이니까요.
-특별히 상대하기 어려웠던 선수나 팀이 있다면요? 또 맨투맨 방어로 히칼도 선수가 부진하면 팀 전체의 공격이 안 풀린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특별히 마크가 까다로웠던 선수나 상대하기 힘들었던 팀은 없습니다. 다만 K리그 같은 경우 경기 시작 직후에 미드필드 싸움을 상당히 치열하게 벌이는데, 그 때가 조금 부담스럽습니다. 또 전기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상대 선수에게 심한 테클을 당하기도 했는데, 선수들의 페어플레이 정신은 조금 부족한 것 같습니다.
반면에 심판들의 수준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다만 기본적인 것을 무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이 움직이는 상황에서 프리킥을 찬다거나 드로인 파울을 범했는데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이런 사소한 면에서 조금 미숙한 점을 보여주지만 전체적인 판정면에서는 큰 불만은 없습니다. 그리고 저에 대한 맨마킹을 말씀하셨는데, 경기가 잘 풀릴 때는 무엇이든 쉽게 되고 경기가 안 풀릴 때는 모든 것이 어려운 것이지 특별히 맨마킹에 대한 부담감은 없습니다.
-많은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동료들과의 약속된 플레이인가요? 아니면 순간적인 감각인가요?
그런 플레이는 미리 약속 된 플레이라기 보다는 역시 공격수들과의 순간적인 감각입니다. 또 다행스럽게도 FC서울에는 신장이 좋은 선수들이 많아 프리킥 상황에서 많은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 그런데 이런 것들은 우리팀 만의 비밀인데, 후기리그를 대비해서라도 이제 그만 공개해야 될 것 같은데요(웃음).
-전기리그 막판에 맹활약을 펼쳤는데, 이제 K리그와 팀에 완전히 적응했다고 생각하나요?
처음에는 K리그에 적응하기가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한국 축구는 공격과 수비의 분리가 조금 부족한 것 같아요. 예를 들자면 수비수가 공격수 보다 많은 골을 넣으려고 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공격수들도 수비수처럼 수비 할 수 없습니다. 공격수들이 수비에 많이 가담하다보면 자기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공격적인 미드필더이기 때문에 수비형 미드필더가 뒤에서 받쳐줘야 되는데, 처음에는 저에게도 많은 수비 가담을 요구해서 고생을 했습니다. 물론 이제는 저도 팀에 적응해가고, 팀도 제 스타일에 익숙해져가면서 하루가 다르게 나아지고 있습니다.
-박주영 선수와 좋은 호흡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박주영 선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서울에 와서 박주영 선수와 같은 좋은 선수와 함께 뛰게 되서 참 기쁩니다. 박주영 선수는 브라질 유학을 갔다 와서 포르투갈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축구장 안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지만 축구장 밖에서도 많은 도움을 줍니다. 박주영 선수가 포르투갈어로 한마디 건네면 저는 한국어로 맞받아 치면서 친해진 것이 경기장 내에서도 좋은 호흡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주영 선수와 제가 호흡이 잘 맞아서 팀의 승리에 공헌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국 박주영 선수도 저도 모두 잘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호흡이 잘 맞는 것 아닌가요?(웃음)
-박주영 선수가 유럽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제 생각에는 박주영 같은 선수라면 유럽 무대에서 충분히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 팀만 해도 박주영 선수뿐만 아니라 백지훈, 김승용 같은 젊은 선수들은 언제든지 유럽에서 뛸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주영 선수가 유럽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한국 축구의 발전에도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이번에 박지성 선수가 세계적인 명문구단인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지성 같은 선수들이 유럽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한국 선수들의 유럽 이적도 더욱 쉽게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여기서 좋은 활약을 하다보면 많은 포르투갈 선수들이 한국으로 오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국의 음식이나 기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한국의 매운 음식에는 도저히 적응을 못하고 있습니다(웃음). 가끔씩 김치를 먹기도 하면서 한국 음식에 입맛을 맞춰 보려고 했는데 역시 입에 잘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외국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서울에는 외국 식당이 매우 많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날씨 같은 경우에는 생각보다 습도가 굉장히 높아서 매우 놀랐습니다. 3월달에 처음 컵대회를 치를 때도 상당히 고생을 했는데, 여름이 될수록 점점 습해졌습니다. 처음에는 숨쉬는 것도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쉬는 시간이 생기면 주로 어떤것을 하나요?
쉬는 시간에는 항상 가족과 함께 지냅니다. 특히 저에게는 아들이 2명이나 있기 때문에 항상 아들들이 하고 싶은 데로 끌려 다니고 있는 실정입니다(웃음). 사실 가족들이 한국에 잘 적응해서 제가 걱정 없이 뛰었기 때문에, K리그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FC서울 구단에서 저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한국에 적응 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줘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시즌 서울에 뛰면서 달성하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모든 선수들의 목표는 같겠지만, 우선 K리그에서 우승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또 제가 어시스트 기록에서 앞서나가고 있기 때문에 도움왕에 오르는 것도 목표입니다. 물론 팀의 우승이 가장 중요한 것이고, 그 다음이 저의 도움왕 등극입니다.
-한국의 팬들에게 인사 부탁합니다.
많은 축구팬들이 저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이 잘 대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이 경기장에서 제 이름에 환호할 때, 그 순간만은 제가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인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여러분들이 제 이름을 불러주는 경기장에서 축구할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응원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첫댓글 히칼도선수 포르투칼국대해도 손색없네요^_^
히칼도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