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隨筆)은 뜻 그대로 붓이 가는 대로 쓰는 글입니다. 그러니까 형식을 따질 필요 없이 생각 나는 대로
편하게 쓰는 글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글을 쓰는 사람 스스로 주인이 되어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담담하게
털어놓는 자기 고백적인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자신의 체험담이나 기행문, 일기문, 편지문, 독후감, 예술작품
( 그림, 연극, 영화, 음악 등)의 감상 소감과 같은 사적인 글이 모두 수필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런 점에서 글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수필을 쓰는 자신이어야 하기 때문에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제 3자인 타인을
끌어들일 필요가 없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수필을 수상(隨想), 단상(斷想) 또는 에세이( Essay)라는 이름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이 모두가 수필과 같은 호칭이라는 점을 밝혀드립니다.
수필은 경수필(輕隨筆)과 중수필(重隨筆)로 나누는데요, 소위 몽테뉴 식의 경수필은 주관적, 개인적, 사색적인 경향을
띠고 있는 개인적인 수필로 우리가 매일 편하게 수필방에 올리는 가벼운 형식의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수필의 경우는 다릅니다. 소위 베이컨 식의 중수필은 과학 철학 종교나 사회적인 관심(정치 포함) 등의
무거운 주제를 객관적으로 다루는 비평적인 글이며 이 중수필에서는 " 나 "가 드러나지 않는 논리적 또는 소 논문적인
내용이 다루어집니다.. 따라서 문장의 흐름이 무거울 수 밖에 없는데 이러한 주제는 인터넷 카페에서 금기시하거나 부담스럽게
여길 수도 있기 때문에 수필방이나 삶 이야기방에 올리는 글로서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주로 내 가정이나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가벼운 에피소드나 내가 관람했거나 감상한 영화나 음악 등의
취미생활과 연관된 경수필을 선호합니다.
나는 가끔 수필의 교과서로 통하는 금아 피천득 선생의 수필을 읽어봅니다. 선생께서 쓰신 " 수필 " 과 " 인연 " 이라는
수필을 읽으며 과연 수필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으려고 생각을 모읍니다만, 나와 같은 범인(凡人)은 그 수필의
언저리만 스칠 뿐 구체적 진실은 파악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수필이 어떠한 글이라는 것은 어폄풋하나마 윤곽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 수필은 청자 연적이다. 수필은 난(蘭)이요 학(鶴)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 와
" 수필은 서른 여섯살이 지나 중년 고개를 넘어선 사람의 글 " 이란 대목을 읽으며 수필이 과연 어떤 성격의 글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으며 또한 선생의 수필 " 인연 "을 읽으며 애틋하면서도 때 묻지 않은 남녀 간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었는데
17세 때 일본으로 건너간 화자( 금아 피천득)가 하숙집 딸 아끼꼬에게 품었던 순수하고 안타까운 연정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
글을 보며 수필의 주인공은 남이 아니라 화자(話者) 자신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우쳤습니다.
금아 피천득 선생의 수필에서 보듯이 경수필의 경우 그 내용은 쉬운 문장으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추상적이거나 전문적인 용어의 나열로 멋을 부릴 필요도 없이 내가 살아가는 일상 그대로를 글로 표현하면
그것이 곧 수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남들이 모르는 전문적인 분야가 아니라면 글은 쉬워야 한다는 것이 내 주장인데요,
산문은 물론 운문인 시(詩)만 보더라도 소위 명시에 해당하는 시는 대부분 읽기가 편합니다. 그렇다고 그 내용마저 가벼운 것은
물론 아닙니다만, 예를 들어 명시의 대표적인 시로 사랑을 받는 박목월 시인의 " 나그네 "를 보면 어려운 시어는 단 한 개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 시가 품고 있는 은유와 함축 그리고 서정성은 뛰어납니다. 일찍이 시인 문정희 씨는 " 한 번 읽어서
이해가 안 되는 시는 시가 아니다 " 라고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이 주장을 입증이나 하듯이 문정희 시인의 시는 쉬우면서도
아름답고 깊은데요, 시가 아닌 수필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 카페 수필방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지 한 달도 채 안 됩니다. 그러나 나도 다른 님들과 마찬가지로 수필방에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바라는 것입니다만 가능하면 자신의 이야기, 이 나이까지 살면서 경험한 아름답거나 슬픈 이야기 등을
여름날 푸르게 빛나는 잔디처럼 아름답게 펼쳐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남을 비난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아량을
베풀어 주십사 하는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자신의 취향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글을 올린 회원을 민망하게 만드는 댓글은
게시판의 분위기를 위해서라도 고려해 주십사 하는 부탁을 아울러 드리면서 글을 맺습니다.
첫댓글 화암님의 작은 생각에
공감이 갑니다
생각의 방향이 다르다고
사는 방식이 다르다고
우리는 맘대로 보아서는 아닐것 같습니다
그대로 다 존중 보호
받아야 할것 같습니다
라아라 님의 수필방 방문을 환영하며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록 개인적인 환경은 다르더라도 함께 힘을 모아 좋은 공간을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
공감하는 글입니다.
자신의 글을 쓰는 것이 수필이지요.
글 속의 나는, 당연 필자입니다.
작가의 심적 상태, 개성, 취미, 지식,인생관등이
개성있는 문체로 드러나 보이는 글,
짜임에 제약이 없고 무형식의 문학입니다.
개성적일 수 있고
소재의 다양성이 있고
누구나 쓸 수 있는 비전문성 글입니다.
그런데, 수필수상이라고 한 방명칭에는,
단상과 논설이 함께 있네요.
오신지 얼마이지 않다고 하시지만,
화암님은
지금 올리신 글이 번잡하지 않고
아주 단정합니다.
수필방의 주요멤버이십니다.
건필하셔요.
수필의 성격과 특징을 잘 설명해 주셨습니다.
수상이나 단상은 수필과 같은 뜻입니다. 다만 논설문의 경우
수필 중에서 중수필에 해당하는 전문분야로 카페에서는 잘 쓰지 않는
글이겠지요. 저를 수필방의 멤버로 인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카페 글 방의 대표적인 삶,수필,자유 3방이 다 살아가며 겪고
느끼는 일상의 이야기를 각자의 입장에서 풀어 나간다는 점은 동일할 터이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냥 서술하는 개인 일기장 형식의 글 보다는
그 글이 읽는 이에게 생각할 공백, 혹은 메세지를 전달하는,
나름 조금은 차별화가 존재하는 수필방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런 점에서 운영자님의 노고에 감사 드리며 저도 이 방을 좋아합니다. ㅎ
근자에 합류하시어 좋은 글 올려주시는 화암님,
즐겁게 지내시며 건필 하세요.
말씀처럼 삶, 수필, 자게방에서 다루는 글이 다 수필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문학적인 형식이나 사색적인 요소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분류는 할 수 있겠지만
이를 분류할 근거는 없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수필방에는 좀 진지한 글들이
올라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차별화는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한스님의 수필방 사랑이 느껴지는 댓글 감사합니다.
어려운거 역시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
또한 남의 글을 읽고 어떻게 그대로
이해하고 느껴야 하는가
많이 생각하고 자주 전문 수필을 읽고
노력 하는데 다시 제자리 걸음이 됩니다.
형식 격식을 갖추려면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이 잘 간추려지지 않게 되네요.
영원한 아마추어가 되어
문학적 생활과 예술적 생활을 겸비한
일상생활을 꾸려 사는게 좋습니다.
음악을 장르별 듣고
다양한 종류의 차를 준비 하면서
스스로를 고급스럽게 귀한 자리에 놓고
즐겨 사는 생활 중에
글은 양념처럼 존재를 합니다.
감히 제가 수필방 존재가 된다는게
감사롭습니다.
글 감사합니다.
조윤정님은 현재 좋은 수필을 쓰시기 때문에 염려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산문이나 운문이나 모두 생활 속에서 나오는 체험적인 내용을 근간으로 하는
글이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들은 폭이 넓은 글을 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겸손의 말씀은 격려로 해석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문학개론서의 한 편 같은 글이네요.
저도 이와 유사한 글을 한 번 올린 적이 있는데
잘읽고 새기고 갑니다.
뻔데기 앞에서 제가 주름을 잡는 격이네요 ㅎㅎ.
느끼는 점이 있어서 이런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아는 건 아는 대로 모르는 건 찾아서라도 꼭 쓰고 싶은 글이었습니다.
격려 말씀 감사합니다.
수필에 대한 글을 읽으니
공감이 되면서 도움이 되는 글입니다.
푸른비3님이야 글을 쓰시는 분이시니 참고할 것도 없겠지만요
공감 표시를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