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순아, 보고싶구나. 고향꿈도 그리워진다.
영도다리 난간위에 초생달만 외로이 떴다.‘ ......♬♪
흐미~ 이건 또 뜬금없이 참치 캔에서 꽁치 튀어나오는 소리며, 그 또 무슨 신파 시추에이션?
이렇게 생각하실 분덜이 계시겠습니다만,
부산 영도다리 달 밝은 밤에 난간에 기대어 서서.....
꼼장어 옆에 차고 자일리톨같은 고독을 질겅질겅 씹을 때........
어디서 뱃고동 소리가 남의 애를 끊는,
그 아조 슬뽄 금미르의 젊은 날을 이야기하려면
반드시 이 영도다리의 등장이 필수코스되겠습니다.
결혼대상자가 아니면 절대로 연애하지 않는다,
‘앗, 저 여자다!’ 정도는 되어야 결혼을 하겠다,
내깜냥으로는 이런 지순지고초청정슈퍼클린울트라퓨리티 총각이었는데
사실은 주제도 몰랐던 것이고, 계속 그랬더라면 지금도 ‘솔로’ 카페에 몸담고 있겠죠.
어쨌든 그 영도다리를 지나자말자 만나는 영도경찰서 건너편에는
ㄴ자로 된 부둣가를 따라 포장마차들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결혼대상자가 아니면 사귀지 않는다, 앗, 저여자다 정도가 되어야 결혼대상자다,
이런 한심(?)한 넘에게 애인은 고사하고 여친이 있을리 만무죠.
퇴근하면 으레 단골 포장마차에 들러 한 잔 술에 멜랑꼴리를 적시고, 두 잔 술에 솔리타리를 마시곤했는데,
당시에 사용하던 가계수표는 봉급날 하루만 딱 플러스(+)로 돌아섰다가
나머지 한달은 늘 마이너스(-)였던 참말로 한심한 인생이었습죠, 암만!
그러던 어느날 포장마차 아줌마가 그런 나의 처지를 긍휼히 여기시와
어느 집 무남독녀 사진을 보여주는데,
가만 생각해보닝게 가진 재산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노총각 처지에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닌데다가
장인되실 분이 외항선을 수십 년 타는 바람에 질릴 대로 질린 장모되실 분이
육상에 근무하는 직장인이면 무조건 오케바리에다가 잘하면 집도 한 채 사준다고 하는데,
내가 그려왔던 이상형도 그다지 미모도 아니지만,
조건이 좋으니께 맘이 그쪽으로 사알 쏠리더라고요.(남자들이란!)
그래서 나는 무조건 그녀와 결혼하기로 작심하고, 언제 적당한 날을 잡아 맞선을 보기로 했지요.
그러던 어느 일요일 아침, 숙직실의 전화벨 소리에 눈을 뜨니 낮 11시가 훨씬 넘었는데
수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단골 포장마차 주인아줌마.....
- 머하노? 빨리 안 나오고...
- 예? 무슨 말씀이세요?
- 아, 지금 다 기다리고 있는데 뭐하고 있냐말이다.
- 하참내, 긍게 먼 말씸이냐고라고라? 거기 어딘데요?
- 왕자극장앞에 왕자 다방이지 어딘 어디고. 오늘 여기서 선보기로 안했나?
지금 아가씨랑 엄마랑 나와서 기다리고 있다. 빨리 안 오고 머하노?
- $%#@&*
헉!!! 이기 먼소리여?
흐미~~미쵸~~ 어짜쓰까나!!
술 마시면 필름 끊기는 그넘의 고질병땜시 세상에나 만상에나,
전에 포장마차에서 술 마시면서 그날 선보기로 약속해놓고도
기억을 못 할 정도로 필름이 끊겨 벌어진 사단인개비여...
놓치기 아까운 혼처인디 어짜쓰까...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나가보려고 거울을 보니까,
밤 늦게까지 마신 술이 아직 덜 깨어 얼굴은 불콰하고 눈은 핏발섰고,
양복도 아니고 후줄근한 봄 잠바를 그대로 입고 자는 바람에 그런 차림으로 선본다는 건 꿈도 못꿀 일이고,
수염까지 덥수룩하게 자랐고, 행색이 말이 아니라서 도저히 나갈 수가 없었습죠, 네.
그때는 직장의 숙직실이 으레 술판, 고스톱판으로 변했는데
술팀이 숙직하는 날에는 아예 맥주를 상자째 사다놓고 고스톱판을 벌이곤 했지요.
어쨌거나 내 생애 최초의 맛선은 그렇게 불발되어 버렸고,
그날 저녁에 그 포장마차를 찾아가니 아가씨 사진을 돌려달라고 하더군요.
잘된 건지 잘못된 것인지는 그녀랑 살아보지 않아서 모르겠으나
내 운명은 그렇게 방향이 틀어져버렸는데,
솔직히 나는 한 번의 생만으로는 우리네 인생이 너무 허망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한 번 살고,
죽기 전에 다시 리모델링해서 저렇게 한 번 더 살다 죽으면 안될까염?
그러면 같이 살아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데.......
부처님, 하느님, 조로아스터님, 알라님, 공자님, 거시기님,
부탁해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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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 혹시 그 불발맛선의 여주인공님( 금순씨? 영자씨? 숙희씨? 말례씨? 이름을 모르니까네)도
이 카페 회원으로 이 글을 읽으실지
몰것네여.
그때 왕자다방에 못나간 것, 고의가 아니고 그런 약속을 했는지 몰랐어요. 미안쏘리요..ㅠ.ㅠ
첫댓글 재미가 콜콜합니다. 맞선 불발 주인공은요?
15일 인사동 모임에 나옵니다.
아직도 보고 싶고 맘 *땡기면 인사동 모임에
나오시면 됩니다. 돈 쏘월찮게 듭니다^^^
전 '그녀'를 보고 싶지만 그녀는 저를 많이 원망하고 있겠죠
무서워서 못 가겠습니다. ㅠ.ㅠ
아유~~ 다 그기서 그기야요 벨수도 없어요^^
다행히 명자가스나 이름은 빠졌군요 명자가스나는 나의 애인이거덩요
그래도 함 연애하고 싶다면 빌려드려요
오호호호홍^^
이름을 모르니 명자인지도 몰라요.
아파트, 택지만 분양하는 줄 알았는데 애인도 분양하는군요. ㅋㅋ
아이구~~ 정말 웃겨줍니다. ㅎㅎ
저한텐 몹시 슬픈 이야기랍니다. ㅠ.ㅠ
인연이 거기까지 이네요!
대신 지금의 사모님과 멋진 자제분들이, 아쉬움을 채워 주잖아요~~ ㅎㅎ
에혀~ 모르시는 말씀 하덜덜 마세요. 말례 씨가 서운해해요. ㅋ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래요. 웃어야겠죠. 이왕 지난 일 되돌릴 수도 없고. 말례씨도 웃겠죠. ㅎㅎ
숙희씬. 이번 모임에 나온다고 혔는데요
이참에 그모시냐. 텔레비에서 했던. 사람을찾습니다 처럼. 한번. 만나봐야. 않될까요 ㅎㅎ
그누메술이 웬수여.
요즘은 숙직실 없응께. 별재미 없지라우 ㅎㅎ
영도 살았고, 왕자다방에서 맞선 불발된 무남독녀님을 찾습니다. ㅋㅋ
나한테는 정말 술이 웬수인 이야기들이 천지빼까리네요. ㅠ
@금미르 미르님,
이참에 숙희로 이름 바꿀까봐요
말례로 바까삐리든가
@태오기 숙희+말례...'말숙'으로 바까보심이 ㅋㅋ
15일 삶방정모에 가면
민증 확인해서
금순씨
영자씨
숙희씨
말례씨
꼭 찾아 드릴게요.
직접 오셔서 확인하시믄 어떠실른지요?
인사동
오후 4시입니다
이름을 아예 모릉께네 민증도 소용 없습니다.
당일 아침 영등포역 도착, 경기도 모처에 볼일 보러가는데 시간이 겹칠 것같습니다. 아쉽습니다
금미르님?
그날 선보러
간곳이
왕자극장 ㅡㅡ공주님하고
약속을 어기셨군요
지금은 금미르 ㅡ골드드라곤인데
선못본
그녀
이름은 용녀 용자 용숙이였을거 같습니다
오, '나으' 닉뜻을 정확하게 아시는군요.
용녀,용자,용숙,용님,용순,용희,............설마 용팔이는 아니겠지요. ㅋㅋ
지나간 시간들은 언제나 그립고
아쉽고 아름다운 추억이 되기도
하죠 ㅎ ㅎ 많이 웃어봅니다.
되돌아보면 흐뭇한 느낌보다 회한이 더 많은 삶을 살았네요.
남은 삶이라도 잘 살아야 될 텐데.
마음을 추스려봅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왼쪽은 겨우 목숨 부지해서 회복 중이고,
오른쪽은 용케 화를 피한 넘입니다.ㅎㅎ
@정지은 ㅋㅋ 그러게요. 고추도 그렇네요.
아래 두넘은 적게 화 당한넘.
위 두넘은 회복실로 옮긴넘.ㅎㅎ
듣는이는 재미집니다
방송하면 나타날래나? ㅎㅎ
그녀한테 참 미안하고 부끄럽네요.
그녀로서는 그날 파토 나기 천만다행이죠.
나하고 살았다면 평생 고생했을 듯.ㅠ.ㅠ
이런 글이 나올수 있다는 건
정말 뭘까요 ?
충격으로 읽고 듣고 갑니다.
바른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이해가 안가는 해프닝입죠.
음주로 필름이 끊기는 경지는 너무나 오묘하고 신비롭답니다.ㅎㅎ
나는 글을 읽다가 나의 일기인줄 알고 깜짝 놀랬고,너무 웃다가 눈물까지 나오네요,재미 있는글 감사합니다.
나도 내 이야기가 아니라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인생 말미에 리모델링해서 다시 사는 것.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