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현 , 직장(구직) 23-8, 구직 계획 의논 ④ 증명사진 찍기 전에 머리를 자르고 싶어서요
“정주현 씨, 미용실이 어디에 있죠? 내비 따라 왔는데, 아파트인데요?”
"이미 지나쳤는데요?"
"아, 그래요? 이미 지나쳤군요."
"야. 히히히히."
"그러면 주차하고 조금 걸어갈까요?"
주차를 하는 동안 정주현 씨가 먼저 차에서 내렸는데 안 보인다. 벌써 미용실에 들어가 사장님을 만나고 있다.
오늘 이른 아침부터 전화가 왔다. 정주현 씨가 오늘은 미용실에 앞머리를 자르고 연헤어원장님께 따뜻한 음료와 함께 인사를 드리러 가야 한다고 했다. 휴대폰을 편히 사용할 수 있기에 이렇게 연락해서 일정을 나누곤 한다.
“정주현 씨, 연헤어 사장님께 오늘 찾아 뵙고 새해 인사드리고
새로 바뀐 선생님 소개하고, 앞머리 자르러 가고 싶다고 연락해 줄 수 있어요?”
“이미 전화 했는데요?”
“정말요? 그러면 사장님께서 오늘 저희가 인사드리러 갈 것도 이미 알고 있겠네요.”
“야.”
“그럼 사장님 만나 뵐 때 저 근사하게 소개 부탁합니다.”
“야. 커피는요?”
“커피 한잔 테이크아웃 해서 가고 싶다고 했죠?”
“야, 따뜻한 거.”
“그럼 정주현 씨가 사장님께 전화드려서 어떤 음료 마시고 싶은지 여쭤봐 줄래요?”
“야. 히히히히.”
정주현 씨가 사장님과 연락하고 휴대폰을 건네기에 인사드리고 소개했다. 카페에 들러 따뜻한 커피나 차를 대접하고 싶다는 마음을 대신 전했더니 사장님께서 그냥 빈손으로 와도 된다고 하셨다. 새해가 되었고, 새로운 직원 소개로 할 겸 선물하고 싶은 정주현 씨의 마음을 기쁘게 받아주시면 좋겠다고 했더니 고맙다고 하셨다.
커피와 쿠키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 가는 길 “미용실 간다!” 한다. 정주현 씨에게는 미용실이 느낌표가 붙는 곳인가 보다 하고 짐작했다.
그렇게 근처에 도착하고 주차하는 동안 정주현 씨가 먼저 차에서 내렸고, 내리자마자 뛰어가 버려서 보이지 않게 된 것이었다. 어떻게 그 뒷모습을 기억해내고 따라 길을 따라 꺾으니 미용실이 있다. 정주현 씨는 벌써 사장님을 만나 웃고 있다.
“정주현 씨에게 새로운 해를 맞아 어떤 분을 찾아뵙고 인사드리면 좋을지 묻고 의논했는데 연헤어 사장님을 분명히 표현하더라고요. ‘아, 연헤어 사장님은 정주현 씨에게 소중한 분이구나’ 하고 헤아렸습니다. 그래서 미용실 찾아가서 인사드리고 저도 근사하게 소개해 주고 싶다고 했어요. 저는 서지연이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네.”
“정주현 씨가 앞으로도 명절마다 또 구실이 있을 때마다 찾아뵙고 인사나누고 싶다고 했고, 저도 그렇게 성심껏 도우려고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계속 그렇게 해 왔어요.”
“그리고 올해 정주현 씨가 새로운 직장을 구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어요. 그래서 이력서도 새로 쓰고 싶다고 했는데, 앞머리를 자르고 난 후에 증명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이력서를 쓰면 연헤어 사장님께도 드리면서 조언해 줄 곳 있는지 여쭤보고 싶다고 했는데 조만간 새로 찍은 증명사진을 붙인 이력서 들고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네.”
“앞으로 구직이 어떻게 되어가는지도 종종 들러 계속 소식 전하고 싶다고도 했어요. 오며가며 종종 인사드릴 것 같습니다.”
“네.”
나의 긴장한 듯한 떨리는 목소리에도, 손님이 한 분 들어오는 중에도 잠시 응대하고 다시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듣고 대답해 주셨다.
“그냥 가요.”
사장님께서 커트비는 받지 않고, 말 없는 여백에 미소를 채워 배웅해 주셨다. 이 일을 하면 사람을 기대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기에 당사자에게 삶다운 삶, 풍성한 삶이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는 희망을 진심으로 믿게 되는 것이다.
2023년 1월 6일 금요일, 서지연
“지금까지 계속 그렇게 해 왔어요.” 사장님 말씀이 인상 깊습니다. 당사자와 지역사회를 주체로 세우며, 그 사이 관계와 소통을 계속 주선하고 거들었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감사. 월평
첫댓글 "지금까지 계속 그렇게 해 왔어요." 사장님 말씀 덕분에, 전임자의 수고 덕분에, 서지연 선생님께서 인사 드리고 의논하는 일들이 편안해보입니다. 이력서에 넣을 사진을 찍기 전에 머리 다듬으려고 찾아뵙고, 이력서 나오면 다시 찾아뵙겠다 하셨지요. 연헤어 원장님을 찾아뵙는 일들도 평범해보입니다. 연헤어 원장님께서 주현 씨를 반갑게 맞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의 구성이 새롭네요. 소설을 읽는 느낌이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