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무림은 소란스러웠다.
특히, 항주를 비롯해 절강성 일대는 엄청난 혼란에 휩싸이고 말았다.
귀수문의 문주요 흑마방 분타주인 나운의 죽음을 시작으로 항주분타가 괴멸되
었을 때 그들의 횡포에 가슴 졸이던 사람들은 이름 모를 젊은 두 영웅의 등장
을 진심으로 환영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수단 좋은 상인이자 항주의 명망가인 황대진을 비롯해 전혀 예상치 못한 얼굴
들이 널브러진 시신들 틈에 포함된 것을 알고는 구석구석 파고든 흑마방의 검
은 촉수에 전율을 느끼고 말았다.
그자들이 흑마방의 이목 마안기무전 소속이라는 것을 몰랐던 사람들에게 엊그
제까지 함께 친분을 나누고 술잔을 기울였던 평범한 이웃이 흑마방의 주구였
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하나 뒤이은 소식은 더욱 놀라웠다.
근래 몇 년 사이에 작은 사고도 한 번 없는 완벽한 표행으로 이름을 떨치던
세권표국의 연이은 참변!
그것도 세권표국의 제일 표두이자 절강성 무림에서 손꼽히는 고수 하지철이
이끄는 표행과 장공(掌功)으로는 적수를 찾기 힘들다는 번운수 구정이 이끄는
표행이 참혹하게 전멸 당했다는 소식이었다.
멸망한 것으로 알려졌던 악불당과 정체 모를 또 다른 무리에게 항주의 자부심
중 하나가 철저히 유린된 것이다.
환호와 충격이 교차하는 혼란의 항주.
이 모든 일이 세권표국이 맡은 문제의 표행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짐작하는 사
람은 몇 되지 않았다.
포국 근처의 허름한 객잔 뒷방에서 실랑이하는 조손을 포함한 몇 사람 외에는
…….
"가지 않겠어요."
"가야 한다."
"안 간다니 까요?"
"네가 할아비 말을 거역할 셈이냐?"
"얌전히 있을 게요."
"함부로 싸움을 벌여 세상을 들쑤셔 놓고 죽을 고비에 처한 게 얌전한 거냐?"
"그건 그자들이 먼저 시비를 건데다가 불가피하게 그리 됐다고 말씀드렸잖아
요……."
"무림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대개 그렇다. 내 의지와 상관없으며 피할 수도
없게."
설운교는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이대로 돌아 갈 수는 없었다.
세권표국의 표행이 변을 당했다는 소리는 며칠째 방안에 틀어 박혀 있는 그녀
가 알만큼 파다하게 소문났고 무엇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그녀는 충분
히 알고 있는 것이다.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앙 다물고 있던 설운교가 똑바로 할아버지를 바라보았
다.
"좋아요. 배를 타겠어요. 하지만 바다에 뛰어들어 헤엄을 쳐서라도 다시 돌아
올 거예요."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눈에 기광이 서린 것이 어리광은 아니었다.
"허어, 이거 참……!"
성격이 활달하고 때로는 응석도 부리는 설운교지만 한 번 마음먹은 일은 포기
하지 않는 고집이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봉래신장은 실로 난감
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해남신풍군의 연무과정인 통천해룡관(通天海龍關)을 모두 통과하면 오백 명을
거느리는 천주의 지위가 보장되었나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홉 명의
천주라고 다 통과한 것도 아니어서 곽자성은 마지막 구관(九關)을 통과하지
못했으나 뛰어난 조선술 덕에 염천주가 됐을 정도인 것이다.
한데, 열살 되던 해 도주인 아버지를 졸라 도전하기 시작한 설운교가 불과 칠
년만에 보란 듯이 통과하고 자신을 천주로 임명해달라고 조르는 바람에 무심
코 도전을 허락한 설태천이 애를 먹은 적이 있었다.
결국, 총감찰(總監察)이란 실권 없는 자리를 새로 만들어 천주와 동등한 지위
라고 설득한 끝에 물러선 그녀였다.
그뿐인가.
수시로 연무장에 나타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비무를 청하는 설운교는 해남신
풍군의 용사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무공을 겨뤄 이기기거나 일부러 패하기라도 하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찾아와
다시 겨루자고 조르는 그녀의 등쌀에 견딜 재간이 없는 까닭이었다.
설운교가 젊은 나이에 이만한 무공을 이룬 것은 그녀의 뛰어난 자질보다는 끈
질긴 집념 때문이라는 견해에 봉래신장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다.
어쩌면, 설운경에 비해 빠지지 않는 미모를 지닌 그녀가 봉래도 사내들의 가
슴을 파고들지 못하는 것은 여자이기 전에 강하고 무서운 무인이라는 생각이
앞선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런 설운교가 봉래도로 가라면 바다에 뛰어들겠다고 하는 소리를 허투를 들
을 수는 없는 것이다.
더구나 그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난감해진 봉래신장이 슬쩍 말꼬리를 돌렸다.
"혹시 널 구해 준 그 청년을 찾고자 하는 건 아니겠지?"
"뭐라고요? 아니에요!"
봉래신장이 깜짝 놀랄 정도로 큰 소리였다.
"지금 언니가 어찌 될지 모르는 판국에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언니가 무사
히 무적세가에 도착해서 혼사를 치르는 것을 보고 난 후에는 있으라고 붙잡아
도 떠날 거예요!"
분이 안 풀리는지 설운교는 씩씩거렸다.
"길가는 사람한테 시비 걸고 도끼를 휘두르는 흑마방놈들이 설치는데, 그런
쓰레기 같은 놈들을 어쩌지 못하고 눈치만 보는 주제에 천하제일입네 으스대
는 무적세가로 시집가겠다고 떠나와서 낯선 땅을 숨어서 헤매고 있으니……
언니가 불쌍하지, 불쌍해. 흐흐흑, 언니……."
할아버지의 허락을 받을 요량으로 애써 처연하게 언니의 신세를 들먹이던 설
운교가 자기 설움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결국, 봉래신장의 입이 무겁게 열렸다.
"가지 않아도 좋다. 대신, 무슨 일이 있어도 이 할아비의 말을 듣겠다고 약속
해라!"
강한 자부심 때문인지, 약속한 것은 지키는 설운교였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언제 어디로 뛸지 모르는 설운교에게 약속을 받아 놓
으면 적지 않은 어려움을 피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봉래신장의 판단이었다.
설운교는 언제 울었냐는 듯이 밝은 얼굴로 생글거리며 기뻐했다.
"좋아요, 할아버지! 시키시는 대로 반드시 따를게요!"
봉래신장의 허락을 받고 중원에 있게 된다는 것이 확실해지는 순간, 자신을
구해 준 이름 모를 청년의 얼굴이 슬쩍 머릿속에 스치는 걸 보면 설운교도 여
자는 여자였다.
자신을 둘러싼 상황이 아무리 중차대하고 위중해도 호감을 느낀 이성을 향한
은밀한 설렘을 감출 수 없는 젊고 아름다운 여자.
첫댓글 적당한 애정소설도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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