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에 벌써 밀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누렇게 물들어가는 밀밭에는 사아악 사아악 거리는 바람의 소리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여름 초입의 따가운 햇살이지만
밀밭을 물결처럼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는 때 이른 가을의 소리처럼 들립니다
오월경에 파종하고 이달 초순까지만 해도 푸르렀던 들판이 어느새 색을 바꾸었으니
시간의 흐름이 새삼 빠르다 느낍니다
종일 바깥에서 지내는 날입니다
이제 생업에 종사하지 않아도 되었으니
오롯이 감정에 충실해질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귀한 날입니다
때때로 불쑥 찾아드는 원망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쏟아 오를 때면
바람 냄새와 햇살과 들판의 냄새를 찾아
이렇게 바깥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넓기만한 들에서는
들판을 흐르는 바람 소리를 모두 들을 수 없고 또 전부를 볼 수가 없습니다
세상의 바람 소리를 모두 듣고 싶다면
하늘 위를 흐르는 바람의 소리를 빠짐없이 듣고 싶다면
높은 나무 위로 올라야 합니다
원망스러운 마음을 바람에 온전히 날려 보내고 싶다면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야 합니다
그렇지만
조금만 방향과 위치를 바꾸어도
변함이 없는 사물은 다르게 보이기도 합니다
서서 바라보는 들판과
앉아서 바라보는 들판과는 차이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세상을 조금만 바꾸어서 바라 볼 수 있다면
원망도 미움도 바뀔것이라 여기기로 합니다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를 떠올립니다
'바다 사이 등대' 라는 오스트레일리아 작가의 소설이 원작인
'파도가 지나간 자리'라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세계대전 참전용사였던 톰은 전쟁의 상처로 사람들을 피해 외딴 섬의 등대지기로 자원합니다
그곳에서 만난 이자벨에게 마음을 열게 되면서 마음속 상처가 사랑으로 치유되어 가는 것을 느낍니다
둘은 섬에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시작하지만 두 번의 유산 끝에 상심에 빠지게 되지요
그러나 어느 날 파도에 떠내려온 보트 안에서 한 남자의 시신과 울고 있는 아기를 발견하게 됩니다
아이를 두 번이나 잃었고 그 슬픔이 채 가시기 전에 갑자기 나타난 갓난아기
이자벨은 아기를 직접 키우자고 제안을 하고 톰은 당국에 알려야 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두 사람의 갈등이 시작되지요
톰은 고뇌하다가 결국 아내의 의견을 수용하여 아기를 딸처럼 키우게 됩니다
이로써 완벽한 가정을 이루며 두 부부는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지요
그러나 몇 년 후 아기의 생모에게
톰과 이자벨이 아기를 데려다 키운 것이 밝혀지게 되면서
사랑과 행복은 사라지고 용서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영화는 사랑과 진실 도덕의 경계를 넘나들며 부부의 갈등을 심도있게 묘사했지만
조금은 작위적인 이야기 전개처럼 보여 개인적으로는 깊이 몰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감상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습니다
아기의 친부였던 남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지요
- 용서를 한 번만 하면 되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원망하고 증오하며 미워 하는 일을 매일, 평생 하게 된다
종일 바깥에서 지내다
들판에서 쉬고 있습니다
같은 장소의 같은 풍경이지만
서서 바라보는 들판과
앉아서 바라보는 들판과는 차이가 많이 납니다
(서서 바라 본 들녘)
(앉아서 바라 본 들녘)
이렇게 위치만 바꾸어도 달라 보이는 세상이니
한마음만 조금 바꾸어 세상을 바라 볼 수 있다면
내게서 하나 뿐이었던
나의 삶 전부를
빼앗아 가버린 이 세상에 대한
원망과 미움을 용서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해 넘어가는 저녁 하늘은
해만 보아서는 붉은빛만 보입니다
붉게 물든 노을을 보아야 석양 전체를 볼 수 있으니까요
용서가
세상의 전부를 볼 수 있는 그런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날입니다
첫댓글 밀익는 계절이군요.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은
수확을 기대하는 농부의 희망이겠지요.
국토가 넓은 곳에 사는 사람은
마음도 확 트일 것 같아요.
밀익는 냄새도 나겠지요.
뭔가 마음 답답한 일이 있었나보네요.
말씀대로
붉게 물든 노을을 보셔요.
석양의 노을진 하늘이
더욱 예쁘고
나쁜일은 모두 잊을 겁니다.
노을이 질때까지 바깥에서 머문 날입니다
아직은 때때로 원망스러워
자주 바깥에서 오래 머물게 됩니다
덧없기도 하구요,
사람들은 용서를 쉽게 이야기 하지만, 세상을 향한 원망을 내려 놓기에는 어려운 일입니다
용서하고 자시고 할것도 없습니다
내 마음의 풍차니까요
돌고 돌아 제 위치로 오잔아요
화내면서 내게 말하는 남푠을 보고 나를 안조아 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내가 사람의 마음을 읽질 못한거 더라고요
안타까와서 성질이 올라와서 말한다꼬 미워서 한게 아니더군요
속 중심에 있는 마음은 아끼는 마음
즉 사랑이 더군요
그렇지요
상대방 전부를 이해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지요
여러 이유로 삶방 자주 들리지는 못하지만
칠순 축하 합니다
@단풍들것네 미움도 원망도
내가 애착심이 있은까 하는거라예
정말로 미워서 그런건 아니거든요
삶이 녹녹치 않아 마니 힘겨울때도
저항을 하게 되지만
나중에는 수용과 타협이 됩니더
@라아라 ㅎㅎ 잘 알겠습니다. 저도 두해 뒤면 칠순인데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는 칠순 잔치 크게 하는 모양이군요
세월이 바|뀌어 이전 환갑 잔치 같어 보이더 군요
@단풍들것네 칠순잔치 나만 그리 떠들썩 하게 한답니다 ㅎㅎ
맏딸이 벼르고 별러서 맘먹고 해주고 싶어 하니까요
오늘 성당 미사에서
예수님 말씀이
일곱번씩 일흔 일곱번이라도 용서하라고
하십니다.
불가능한 것이고
그쯤 가다보면 용서할 건지도 소멸 될거라
여겨집니다.
앉아서 보는 눈 높이
서서 바라보는 눈 높이가 다르지요.
용서는 나 자신을 살게 하는 길이 아닌가
그저 나날이 작은 마음 여백을
저 넓고 큰 들판이나
우주에 다다를 때까지 확장시키는 작업을 하고서
눈에 띄는 점 하나까지 지우는게 아닐지....
언릉 깊은 밤
행복한 꿈을 꾸세요.
사진은 성당가는 길입니다.
다들 용서를 이야기 하지만
세상을 향한 분노와 원망을 지우기에는
저는 아직까지 몹시 힘이 듭니다
이제 바쁘지 않는 때라 그럴때는
아무도 찾지 않는 바깥에서 오래 머물게 됩니다
이맘때 쯤 워싱턴주의 대평원인 드라이 폴 지역에도 끝없이 파란 밀밭지평선이 있지요.
이제는 미움도 용서도 필요없을것 같은 나이인가
봅니다.
그저 묵묵히 살아갈 뿐이지요.
묵묵히, 그렇지요 맞는 말씀입니다
이제는 그럴때이지요
밀밭 우리가 어릴때는 보리 밀 농사를 지으서
한여름에 수확해서 타작하고 아버님 세대들이
많은 고생을 하셨는데 지금은 제가사는 주변에
보리 밀농사 짓는 사람들이 없는데 잘 보고 갑니다.
우리 밀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제가 사는곳은 보리보다는 밀 재배를 많이 하는듯 보입니다, 처음 뵙네요
미움과 용서 그 쉽고 어려운 단어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잔잔하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여기에는 없는 캐나다의 밀밭도 나름 운치가 있네요.
살다보면 세상이 섭섭하고 미워질 때가 있음은
인간으로 당연할 터이나 흐르는 세월따라
또 잊어 버리고 살아가야 되겠지요. 건강하세요.
ㅎ 운치있습니다
숨이 막힐듯 망망하고 광활하지요
들판에 서있으면 바다 한가운데 뚝 떨어진 느낌을 받기도 해요
들판으로 자주 나가니
완전 새까맣게 변했습니다,
몇십년만에 처음으로 이렇게 그을려 봅니다
겨울 감기 걱정은 안해도 될것 같아요
용서용서용서웃스게소리함니다
공직에서퇴직한지10년되네요
남들이말하는권력기관에서
33년간국가악사회악범죄악이하등등분쇄척결하고정의사회구현
최일선수사관으로멸사봉공
불타는사명감으로주말휴일
영일없이불철주야봉직하고
퇴직하여습니다
수많은무수한죄인들에게용서를받
는지옥의사자공포의대상이었습니다그런데내가활동중지되어용서를구하는처량한신세가된줄은몰라습니다물론전적으로부끄러운제부덕소치이지요후후껄껄
대역무도한역적질도아니고
난신적자도아니고
천인공노할짓도아니고
또성추행성폭행얼굴철판깔은
파렴치범도아닌데도
용서받기가하늘에별따기처럼
엄청함들고고단하고고달프더군요
이제두번다시숨쉬는날까지
용서받을받을어리석은일
절대안히기로결의결심각오맹세다짐합니다
후후껄껄ㅅ크게한번웃어보자
풋웃핫핬핫핫
웬만하면자비괸용덕을베플고
화해하고용서하고살자
감사합니다
장문의 댓글 꼼꼼히 읽어봅니다
세상에 대한 원망도 사람 사이의 관계와 다름 없을 테지요
이제는 묵묵히 걸어야 할때 같습니다
앉아서 바라본 들녘 사진이 더 멋지네요.
ㅎ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저도 밑그림이 마음에 듭니다 ㅎ
그 영화,
Sad movie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오오우 새드 무비즈
올워즈 메잌 미 크라이 ~~^
온타리오 주? 앨버타 주??
에 필요한 거 신청하시지요
아임 웨이링 훠 유 애니타임
플리즈.
조금 슬픈 영화이기는 해요
필요한 것 엄청 많지요 ㅎㅎ
볼때마다 드리는 말씀이지만, 자주 얼굴 보기로 해요~~~
나이 들수록 이젠 배는 좀 고파도 마음은 편해야 하는데요..
네 이제 묵묵히 걸어야 하겠습니다
용서 ...
쉽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단풍님은 너른 들판에 나가 마음 단도리를 잘 하시는군요.
스스로 마음 평정 찿으려 노력 하시는 자세 곁에서 보기에도 좋아 보입니다. ^^~
삶방에 '순수수피아' 라는 분이 계시지요
같은 분인줄 알고 헷갈렸습니다,
크게 용서라고 할수 없지만
은퇴해서 시간 여유가 있으니 자주 빈 들에 나가 비울려고 노력은 하지요, 제 글에 의견도 주시고 처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단풍들것네
같은 사람입니다.
무엇이 잘 못되었는지 재가입 하라해 닉은 전에 쓰던 건 사용이 안된다 해 그렇게 된 것 입니다. ^^~
@순수 수피아 ??
ㅎㅎ 깜놀했습니다
뭔 일인가요, 요즈음 삶방에 뜸하니 전혀 몰랐습니다
@단풍들것네
글쎄요.
전 전혀 영문을 모르고 있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