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다가오는 늦가을.
공원 벤치에 앉아있는 남자가 있었다.
'나는 들실장 애호파다.'
남자의 반대편 쪽에는 겨울을 대비하는 들실장들에게 푸드를 나눠주는 또다른 애호파들이 있다.
남자는 그들을 보며 생각한다.
'거짓된 놈들.
저렇게 무식하게 푸드를 나눠주면서 애호파라고 자칭하다니.'
남자는 정신없이 푸드를 입에 넣고, 봉투에 쓸어담는 친실장들을 본다.
'지금이야 저렇게 푸드를 주겠지.
하지만 겨울이 되면 잘 나오지도 않을 것들이, 저렇게 푸드를 무식하게 나눠주면 들실장들에겐 되려 악영향이 된다는걸 모르는건가?
인간이 먹이를 주는 행위에 의존하게 된 들실장들은 먹이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될 뿐더러,
음식물쓰레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푸드를 먹음으로써 올려진 입맛은 복구조차 되지 않지.'
남자는 벤치에서 일어나 조용히 걷기 시작한다.
'가증스러운 것들.'
그때, 남자의 눈에 한 일가가 보였다.
"장녀!! 마마를 보는 데스 오로롱~"
친실장이 안고 있는 장녀로 추정되는 자실장은, 하반신이 갈려나가 내장이 뭉개진 상태였다.
"무슨 일이니?"
남자는 친실장에게 사건의 경위를 묻는다.
"데! 닌겐상!! 제발 장녀를 살려주시는 데스!!!
최근 먹을 것이 떨어져서 다같이 먹이를 찾으러 나가다가 거대한 괴물이 장녀를 짓밟아버린 데스으으!!!"
'아마 그 괴물은 자전거겠군.'
남자는 장녀의 몸에서부터 이어지는 핏자국이 자전거의 바퀴자국인것을 보고 유추해냈다.
"니...닌겐상이... 고쳐주시는테치...?"
남자는 어딘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장녀를 자신의 손에 눕혔다.
"그래. 편하게 해주마."
"가...감사한 테..치이..."
"정말 잘된데스 장녀!! 닌겐상들의 마법의 물약으로!!"
''찌이''
손에서 느껴지는 따뜻하고, 축축한 체액.
남자는 단숨에 힘을 줘서 장녀를 죽였다.
"......데에?"
눈앞에 떨어지는, 적록색의 체액.
그것이 장녀임을 깨닫는데는 몇 초 걸리지 않았다.
"데갸아아아아!!!! 닌겐상 어째서어!!!!!! 장녀를 고쳐주신다고!!!!"
"말은 제대로 들어야지. 난 편하게 해준다고 했다. 장기의 대부분이 훼손된 자실장이 살아날 확률은 0 이다. 이미 죽은거나 다름없으니 편하게 죽인거다."
"니...닌겐상들이 쓰던 마법의 물약을 썼다면!!!"
"재생액을 말하는거냐? 장난하나? 어떻게 다쳐도 금방 나을 수 있다는걸 알게 된 놈이 목숨을 소중하게 여길거라고 생각하냐?
그리고, 그렇게 비싼 물건을 써서 너흴 구해주면 보나마나 이제 사육실장이 됐다면서 좋아하겠지.
그 꼴 못 본다."
남자는 친실장의 말을 모두 논리적으로 타파한다.
"자, 장녀어... 장녀어어어어..."
파킨ㅡ
친실장은 위석이 깨져 죽었다.
"... 그정도도 버티지 못할 멘탈이었다면 어차피 겨울을 나진 못했을거다."
남자는 친실장의 사체를 주변의 처리기에 넣고 처리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한 골판지를 발견한 남자.
똑똑
"뭐, 뭐인데스!"
"워워 진정해. 난 나쁜사람 아니야. 잠시 집안을 좀 봐도 될까?"
"데...믿어보는 데스."
골판지는 꽤 아늑했다.
인간의 수건, 신문지, 물병과 고무공.
상자에는 인간들이 준 과자같은것들이 잔뜩 있었다.
"이 닝겐은 뭐인 테츄?"
"마마 닝겐이랑 아는 사이였던 레치?"
"레후"
골판지 안에 있는 자실장 둘, 엄지 하나, 저실장 둘.
일반적인 애호파라면 '아유 귀여워~' 하면서 콘페이토라도 줬겠지만, 이 남자는 아니다.
"몇가지 물을게 있다. 저 과자는 사람한테서 받은거냐?"
"그런데스. 삼녀나 오녀들이 귀엽다고 받은 아마아마한 초코과자들인 데스."
빼빼로, 초코칩 쿠키, 오예스같은 과자들이 봉투에 포장된 것들이 대략 20개에 가까워 보였다.
"이제보니 골판지도 크구나. 애호파가 주고 간거니?"
"그런 데스. 테이프라는 찍찍씨로 보강까지 해준데스."
남자는 골판지 근처에 있는 배수구를 가리키며 말한다.
"집 근처에 운치굴이 없는거 같은데, 저 곳에서 용변을 보는거니?"
"맞는데스. 운치굴같은건 만들어봤자 운치가 넘쳐서 못쓰게 되는데스."
'역시... 문제가 있었군!'
"그럼 너흰 평소에 과자가 아니면 뭘 먹니?"
"데...과자가 풍족하긴 하지만 가끔 과자를 주는 닝겐들이 안 오면 꾹 참고서라도 푸드를 먹는데스."
"푸드 맛없는 테츄! 아마아마한 초코씨가 좋은 테츄웅~"
"그런데 겨울엔 과자도 푸드도 잘 못 구하는데, 어떻게 할거냐?"
"데프픗, 무슨 소리하는 데스카?
당연히 겨울에도 과자를 받아 먹을 것인 데스. 과자 없는 삶은 꿈도 꾸기 싫은 데스."
"좆됐군... 그렇다면 마지막.
니 엄지와 저실장들을 운치굴에 넣거나 보존식으로 만들 생각은 없냐?"
보통 엄지와 구더기는 운치굴에서 겨울 비상식으로 키우거나 보존식이 되는게 일반적이다.
먹이활동에 1도 도움 안되면서 자실장과 거의 같은 양을 먹는 엄지와, 프니프니를 자주 안 받으면 금방 파킨하는 구더기는
들실장의 생존활동에 눈곱만큼도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한데...
"뭔 개소리하는 데스!! 삼녀도 사녀도 오녀도 모두 소중한 자인데스!!!
오마에같으면 오마에의 가족을 똥통에 처넣는 데샤앗?!!!"
"처음보는 주제에 폭언하지 마는 테챠!! 사랑스런 이모토챠들인 테챠아아!!!"
"아주 지랄이 났네 그냥... 이리 내놔!"
"레뺫!"
"레찌이이!!"
"삼녀! 사녀!! 오녀!!!"
남자는 순식간에 엄지와 구더기들을 들어올렸다.
친실장은 필사적으로 남자의 다리를 때린다.
"돌려주는 데스! 돌려주는 데스!"
"이 병신아!"
남자는 발을 올려 친실장을 걷어찬다.
"데갸아!!"
"마마아!!!"
"이 멍청한 놈들아!
겨울엔 오지도 않을 애오파 놈들이 주는 과자에 길들여져서 스스로 먹이를 찾을 능력도 없는 주제에, 엄지와 구더기같은 열등개체까지 책임지겠다고?
이게 일가실각 플래그가 아니면 뭐냐!!"
"거짓말인 테챠!! 닝겐들은 겨울에도 와주는 테치!!
과자는 영원한 테치!!!"
"응 아니야. 겨울엔 니들같은거 신경 못 써줘."
"텟!"
"어디 한번 잘 살아봐라. 엄지와 구더기는 내가 가지고 가마.
잘 길러줄게."
"데에에... 알겠는 데스. 행복하란 데스. 삼녀, 사녀 오녀..."
남자는 불안해하는 엄지와 구더기를 안심시킨다.
"괜찮아. 좀 거칠긴 했지만 굶는 일은 없도록 해줄게."
"레에...마마아..."
"마마에게 돌려주는 레후..."
"하하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구나?
역시 니들은 운치굴이 맞아."
"레?"
"레후웃?!"
남자는 근처의 들실장에게 엄지와 구더기를 운치굴에 넣을 수 있게 한 뒤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들리는 우렁찬 울음소리.
"데갸아! 똥남편! 어디갔다 이제오는데스! 분명 와타시가 오늘은 흑발의 자를 만들어야하니 일찍 들어오라고 했던 데스!"
입고 있는 옷의 틈이 늘어진 살로 가득찬 거대한 사육실장이 남자를 반겼다.
"하하 미안해. 대신 산책 나갈까?"
"야외 플레이인데스? 정말 못 말리는 똥남편데스우~"
사육실장은 팬티를 내리고 총구를 비벼 예열을 하기 시작한다.
"ㅋㅋ 씨발 내눈! 못 참겠다!"
남자는 사육실장의 머리를 뜯어냈다.
"데샤아아!!!! 와타시의 세레브한 머릿결이!!!"
"어우 씨 머리기름봐라"
이어서 옷을 찢고, 팔다리를 잘라내서 불로 지져 독라달마를 만들어줬다.
"데갸아아아아아아아아!!!!!!!!"
남자는 순식간에 사육실장을 독라달마 자판기로 만들어서 근처에 들실장 무리에게 선물로 주었다.
이때를 위해서 영양만점 푸드를 잔뜩 먹여 키운 사육실장이다.
아마 향후 2년간은 큼직한 자실장들을 낳아줄 수 있을거다.
진정한 애호파라면, 무지성으로 예쁘다 잘한다 할게 아니라 그들의 모든 생태를 이해하고 도와주어야한다.
"고마운 닝겐상인 데스~ 이 자판기가 낳는 고기는 매우 우마우마한데스~"
"이거라면 다음 겨울까지도 문제 없을거 같은데스...
푸드만 나눠주다가 오지도 않는 똥닝겐들과는 그릇이 다른 분인데스..."
몇 주 뒤. 남자의 도움을 받고 발광하는 들분충들이 애오파에게 이를 꼰질렀고 이후 소동이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들실장들의 생존율이 5배 가까이 늘어났기에 이는 곧 해결됐다.
훗날 <애호파의 정석>이라는 베스트셀러를 내게 된 남자는 지금도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들실장 일가를 찾아다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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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는 참된 학대파인데 이건 만화로 갈 가능성이 큽니다
첫댓글 좋은 사람인가...?
애호파 맞는데스우? 들실장 생존률 5배면 하얀악마가 오는데샤앗!
적진 않았지만 척봐도 가망없는 분충들은 갈아서 푸드로 만들어 나눠줌